쿠마미코 3
요시모토 마스메 지음, 이병건 옮김 / 노엔코믹스(영상노트) / 2016년 5월
평점 :
품절


만화책시렁 124


《쿠마미코 3》

 요시모토 마스메

 이병건 옮김

 노블엔진

 2016.5.18.



  아침에도 낮에도 밤에도 도시는 불이 안 꺼집니다. 집이든 길이든 모두 매한가지입니다. 도시에서는 소리가 잠들지 않고 빛도 잠들지 못합니다. 이런 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하루를 어떻게 누릴까 잘 모르겠습니다. 저도 도시에서 나고 자란 몸이지만, 도시에 살 적에도 참말 몰랐어요. 어두울 수 없고 고요할 수 없는 도시에서 어떻게 잠드는지, 이런 터전에서 살아가며 쉬거나 일하는 몸이란 무엇인지 하나도 몰랐습니다. 《쿠마미코》 세걸음을 읽습니다. 한걸음 두걸음을 지나니 이 만화책에 나오는 멧마을 무녀로 일하는 아이는 도시바라기가 높은 담에 막혀 축 처지기도 하고, 도무지 도시는 바랄 수 없겠다고, 숲에서 조용히 살아야겠다고 여기기도 하지만, 다시 주먹을 불끈 쥐고서 멧골숲을 벗어나기를 꿈꿉니다. 만화에만 나오는 이야기일는지 참말로 우리 삶이 이와 같은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멧골이나 숲이나 시골을 답답하거나 갑갑하게 여기는 버릇이 사람들 마음에 깊이 새겨졌지 싶어요. 우리는 왜 나무가 없고 풀이 없으며 흙도 없고 새나 벌레나 짐승도 없는 도시가 마치 사람한테 좋거나 아름다운 줄 여기고 말까요. 우리한테 어떤 터전이 아름답고 살기에 즐거운 줄 왜 잊거나 잃어버리고 말까요. ㅅㄴㄹ



“나츠?” “마치. 역시, 평생 이 마을에 있는 게 어때?” “싫어.” (54쪽)


“산신님, 저는 마음이 추악한 곰입니다. 말로는 마치에게 현대 사회에 적응해라고 하면서, 마음속으로는 이대로 있어 줬으면 하고, 마을 밖에서 못 살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바라고 있어요! … 센다이 같은 데 안 가면 좋을 텐데! 신칸센이 멈췄으면! 다리가 무너지면 좋을 텐데!” (140∼141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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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애니비평 2018-10-22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니로 봤는데, 참 웃겼죠,,,ㅎㅎ

숲노래 2018-10-22 14:31   좋아요 0 | URL
저는 애니는 못 봤지만
재미있겠구나 하고 생각해요.
어느덧 5권째를 읽습니다 ^^
 

오늘 읽기 2018.10.17.


《목욕탕에서 첨벙첨벙》

 마쓰타니 미요코 글·이와사키 치히로 그림, 프로메테우스출판사, 2007.4.30.



물에서 첨벙거리며 놀면 왜 이리 재미날까요? 어른이 되었대서 첨벙질을 하지 말란 법이란 없습니다. 물놀이터에서든 바다에서든 냇물에서든 첨벙첨벙 헤엄을 치든 물장구를 치든 저절로 신납니다. 그림책 《목욕탕에서 첨벙첨벙》은 몇 마디 말을 살짝 곁들여 ‘씻기놀이’를 들려줍니다. 씻어야 몸에 좋다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잊지 말고 씻자는 말도 하지 않습니다. 그저 첨벙첨벙 놀면 재미있다고, 첨벙놀이를 혼자 하기보다 물놀이벗을 찾아서 함께 하자고 이야기해요. 부드러운 몇 마디는 상냥한 목소리요, 따스한 그림 몇 칸은 즐거운 노래입니다. 아기라면 이 그림책을 보다가 얼른 씻자며 옷을 몽땅 벗어던지고 씻는방으로 달려가겠지요. 어릴 적부터 첨벙놀이를 누리며 씻던 버릇이 몸에 배다 보면 어느새 이 즐거운 손길로 어른이 될 테고, 새롭게 어버이가 될 즈음 제 아이한테도 상냥하면서 즐겁게 씻기놀이를 물려줄 만하지 싶습니다. 삶은 놀이입니다. 배움도 놀이입니다. 놀면서 살고, 놀면서 배워요. 살면서 놀고, 살면서 배우지요. 놀면서 배우고, 배우면서 살아갑니다. 아이들이 하루하루 자라는 걸음결이란, 날마다 새롭게 놀고 웃고 노래하고 뛰고 달리면서 튼튼히 배우는 너른마당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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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10.18.


《내 사랑 모드》

 랜스 울러버 글/박상현 옮김, 남해의봄날, 2018.9.15.



인천 율목도서관으로 마실을 간다. ‘사랑스러운 인천 골목길 이야기’를 들려주는 자리를 마련했다. 곁님하고 아이들은 배다리 아벨서점 책지기님하고 이야기를 하고, 나 혼자 율목도서관으로 가서 ‘오래되며 새로운 숨결이 흐르는 골목이라는 마을에서 즐겁게 이웃이랑 어깨동무하는 살림에서 피어나는 사랑’으로 사진이랑 글을 길어올릴 수 있다는 이야기를 편다. 이에 앞서 배다리 〈나비 날다〉에 들러 《내 사랑 모드》를 장만했고, 밤에 잠자리에 들기 앞서 읽는데 몇 가지로 놀란다. 첫째 투박한 그림이 따스해서 놀라고, 이 투박하면서 따스한 그림을 알아볼 생각이 없던 글쓴이한테 놀라며, 책꼴이나 줄거리는 좋은데 번역이 매우 엉성해서 놀란다. 곁님이 나한테 늘 하는 말, 그렇게 번역이 엉성한 줄 이제는 잘 알 텐데 왜 한글로 된 책만 읽으려 하느냐고, 영어나 일본말로 된 책을 읽으라고, 하는 말을 떠올린다. 곁님 말은 참으로 옳다. 홀가분하자면 영어책을 읽으면 된다. 더구나 요새는 아마존으로 손쉽게 영어책을 살 수 있다. 그렇지만 아직 한글책을 못 놓은 핑계라면, 내가 한국이란 나라에서 태어나 한국말을 쓰는 터라, 한국말하고 한글을 쓰는 이웃이 있기 때문이지.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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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미래그림책 41
유리 슐레비츠 지음, 양녕자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그림책시렁 34


《월요일 아침에》

 유리 슐레비츠

 양녕자 옮김

 미래아이

 2006.3.24.



  토요일 새벽에 서울 강남 청담동에서 잠을 깹니다. 이웃님이 청담동에 길손집 한 곳을 알아봐 주었어요. 아직 캄캄한 하늘이면서 자동차가 끝없이 달리고, 냇가 곁으로 아파트가 높이 솟은 마을을 바라봅니다. 서울이라는 곳에서 토요일 아침은 어떤 하루일까요? 일요일이나 월요일은 얼마나 다를까요? 화요일이나 수요일이라서 다른 결이나 이야기가 흐를까요? 또는 늘 같은 쳇바퀴일까요? 《월요일 아침에》를 읽으면 요일마다 어느 아이를 찾아가는 사람들 발길이 다릅니다. 하루하루 더 긴 발길이 됩니다. 드디어 일요일에 아이랑 여러 사람들이 마주하는데, 그냥 얼굴을 보러 왔다면서 너스레를 떨어요. 마실이란 이와 같겠지요. 대단한 얘기를 하려고 마실을 하지는 않습니다.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아도 마실길이 즐겁습니다. 우리 하루는 어떠할까요? 우리 하루는 얼마나 대단하거나 놀랍다 싶은 이야기가 꽃처럼 피어나는 아침일까요? 그림책 끝자락을 보면 아이가 혼자 카드놀이를 하다가 마음으로 손님놀이랑 마실놀이를 그렸구나 싶은데요, 눈앞에서 벌어지는 하루가 아무리 고단하거나 따분해도 마음으로 새길을 지으면, 이 새길대로 하루가 달라집니다. 마음으로 새길을 짓지 않으면 앞으로 어떤 길도 새로 나타나지 못해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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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10.16.


《그냥 그렇다는 말이다》

 남양주 아이들, 삶말, 2018.8.5.



동시집 읽기 셋쨋날. 오늘은 남양주 어린이가 쓴 글을 모은 《그냥 그렇다는 말이다》를 읽는다. 제주하고 울산 어린이가 쓴 글에 대어 보지 않아도 된다만, 저절로 앞선 두 권하고 남양주 어린이 글하고 대 보고 만다. 제주 초등교사하고 울산 초등교사도 무척 애쓰셨다고 느낀다. 그러지 않고서야 제주 어린이 동시집이나 울산 어린이 동시집이 태어날 수 없다. 아프거나 괴로운 이야기라 하더라도 이를 찬찬히 털어놓을 수 있는 글을 쓰도록 했으니 두 고장 교사가 얼마나 마음을 기울여 아이들을 사랑으로 보듬으려 했는가를 엿볼 수 있다. 그러면 남양주 초등교사는 어떤 손길을 뻗었을까? 남양주 어린이가 쓴 동시로만 본다면, 남양주 초등교사는 이 아이들한테 더 크거나 너른 손길이 아닐는지 몰라도, 매우 부드러우면서 느긋한 손길이었구나 싶다. 남양주 어린이가 쓴 글은 참 느긋하고 넉넉하다. 학교 공부라든지 학원 공부 짐보다는, 스스로 무엇을 보고 무엇을 생각하며 어떤 길을 스스로 걸어가서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이면 좋을까 하고 여기면서 글을 여미었구나 싶다. 참으로 그렇다. 같은 교과서를 쓰더라도 ‘교과서를 쥔 손하고 눈’에 따라 다 다른 이야기가 흐르면서 다 다른 사랑으로 가르칠 줄 아는 마음이 된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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