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를 기다리는 사람 - 화가의 탐조 일기
김재환 글.그림 / 문학동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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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책 읽기 134


보석처럼 예쁜 눈인 큰소쩍새
― 새를 기다리는 사람
 김재환 글·그림
 문학동네, 2017.10.20. 18000원


말발도리 덤불에는 통통한 녀석들이 열 마리쯤 모여 있다. 멋쟁이들이다. 머리 위의 검은 깃털이 쇠박새와 비슷하지만 몸집이 더 크다. 게다가 수컷은 또렷한 분홍빛 깃털이 참 곱다. (21쪽)

갈대밭 사이 도로를 천천히 달리는데, 오른쪽 풀섶에서 갑자기 잿빛개구리매 수컷이 나타났다. 녀석은 순식간 차 바로 앞을 스쳐 지나갔는데, 그 짧은 순간에 나와 눈이 마주쳤다. (42쪽)


  겨울에 나무는 조용히 잠든 듯하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곳곳에 눈이 터서 봄을 기다리는 줄 알아챌 수 있습니다. 가을이 깊으면서 잎을 떨굴 적에는 안 보이던 눈이 가지 곳곳에 빼곡하게 돋아요.
  나무마다 다른 겨울눈을 하나하나 살펴보다가 찔레밭에서 살짝 놀랍니다. 꽤 많은 참새가 푸득푸득하면서 놀거나 날더군요. 오호라, 너희가 이곳을 너희 보금자리로 삼는구나.

  그래요, 우리 집 뒤꼍 한쪽은 찔레밭인데요, 봄마다 찔레나물을 누리고 싶어서 찔레밭으로 삼아요. 찔레알은 커다란 새가 먹지 않습니다. 아니, 커다란 새는 찔레덤불에 깃들지 못해요. 자그마한 참새나 딱새나 박새가 차지해요. 이러다 보니 우리 집 뒤꼍 찔레밭은 겨우내 새삼스러운 참새 보금자리가 되어, 이곳에서 즐겁게 참새를 지켜볼 수 있습니다.


마라도 하늘에는 수많은 칼새가 날아다니고 있다. 섬 둘레가 모두 절벽이라 번식하기 좋을 것이다. 빠르게 비행하는 녀석을 간신히 촬영했는데 입안이 불룩한 녀석들이 있다. 먹이 사냥을 하던 중이었나 보다. (109쪽)

관리직원들이 뗏목을 타고 다니며 어리연꽃을 걷어내려는 참이었다. 이미 며칠 전부터 작업을 해 왔는지 걷어낸 연잎이 이곳저곳에 쌓여 있다. 여기서도 덤불해오라기를 보는 것이 이제는 힘들어지겠다. 어쩐지 새 사진가들이 없더라니. (123쪽)


  《새를 기다리는 사람》(문학동네, 2017)을 읽습니다. 이 책은 김재환 님이 빚은 그림하고 글이 고이 어우러집니다. 이제는 사라진 《자연과 생태》라는 잡지에 ‘새를 지켜본 이야기’를 2011년 1월 이야기부터 2012년 12월 이야기까지 실었다고 해요. 스물두 군데에서 126가지 새를 지켜본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어린 시절에 갈매기를 참새 보듯 흔하게 보던 아내는 고향의 바닷가에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갈매기들이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했다. 살던 동네에서 참새 정도만 보던 나도 훗날 동해안의 북쪽 바닷가에 이렇게 자주 새들을 찾으러 다니게 될 줄은 몰랐다. (167쪽)

이제 곧 번식지로 떠날 텐데 다가올 겨울에도 다시 찾아올는지. 댐이 완공되면 내성천은 어떻게 변할까? 먹황새를 그때도 만날 수 있을까, 걱정만 앞선다. (191쪽)


  새를 그리는 아저씨는 처음부터 새를 눈여겨보지 않았다고 합니다. 새를 지켜보고 그리는 아저씨하고 함께 살림하는 아주머니는 어릴 적에 그토록 새가 많은 고장에서 나고 자랐어도 딱히 온갖 새를 살피지 않았다고 합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 이와 같을 수 있어요. 우리 곁에 참으로 숱한 새가 깃을 들이는데 정작 우리로서는 어떤 새가 얼마나 있는지 하나도 모를 수 있습니다. 더욱이 온갖 새가 이 땅을 찾아들어도 ‘새가 뭐 대수인가?’ 하고 여기기까지 합니다.

  이른바 갯벌을 함부로 메우는 일이라든지, 숲을 밀어 관광지나 경기장이나 찻길을 닦는 일이라든지, 조용한 시골 바닷가나 들판에 공장이나 큰 발전소나 관광지를 들이는 일은, 우리를 둘러싼 온갖 새가 먼먼 옛날부터 지내던 보금자리를 빼앗는 일이 되어요.

  저희 식구가 지내는 전남 고흥에 해마다 겨울이면 큰고니를 비롯한 숱한 새가 무척 많이 찾아와요. 그만큼 새한테 먹잇감이 넉넉하고 조용하며 아늑하기 때문이겠지요. 그러나 새한테 아늑한 보금자리를 개발업자는 그대로 둘 마음이 없지 싶어요. 자꾸 뭔가 들이려 하고, 끝없이 삽질을 하려고 달려들어요.


어떤 대기업에서 골프장을 지으려 했다는 개머리능선은 정말 멋졌다. 울룩불룩한 모양의 능선을 따라 드넓게 펼쳐진 풀밭은 어디서도 보지 못한 풍경이었다. (210쪽)

해질 무렵이 되었을 때 벚나무 가지에 앉아 있는 큰소쩍새 어린 새 한 마리를 발견했다. 졸다가 눈을 살짝 떴을 때 드러난 눈동자가 보석처럼 예쁘다. 또 어떤 새들이, 어떤 나무 구멍에서 내 눈을 피해 숨어 있을까. 알수록 궁금하고 재미있다. (228쪽)


  ‘새를 기다리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어쩌면 예부터 온누리 누구나 새를 기다리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늘 우리 곁에 머무는 텃새는 텃새대로 지켜보고, 철 따라 우리 곁에 찾아오는 철새는 철새대로 지켜보며  살았지 싶어요.

  텃새는 사람 곁에서 벌레를 잡아먹습니다. 철새는 사람 곁에서 먹잇감을 찾다가 짝짓기를 하며 둥지를 틉니다. 새가 찾아들어 쉬다가 알을 낳고 새끼를 돌보는 곳이라면 사람한테도 아름다운 터전이라는 뜻이라고 느낍니다. 새한테 먹잇감이 없는 곳이라면 사람한테도 즐겁지 못한 곳이요, 새가 보금자리를 틀 수 없는 데라면 사람도 즐거운 집이나 마을을 건사하기 어려운 데라는 뜻이라고 느낍니다.

  반짝반짝 보석 같은 눈을 굴리는 새를 바라봅니다. 갖은 빛깔로 고운 새를 바라봅니다. 바람 따라 흐르는 싱그러운 노래를 베푸는 새를 바라봅니다. 새를 기다리고, 새를 지켜보며, 새하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우리 터전을 그립니다. 2018.1.15.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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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는 없어요 생각하는 분홍고래 12
아리아나 파피니 지음, 박수현 옮김 / 분홍고래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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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책 읽기 133


망가뜨리고서 땅을 치는 사람들은 참 바보 같아
― 이제 나는 없어요
 아리아나 파피니 글·그림/박수현 옮김
 분홍고래, 2017.10.31. 12000원


  우리 눈에 뜨이지 않는 깊은 두멧자락에서 조용히 살다가 어느새 사라진 도마뱀이나 풀벌레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미처 알아보지 못했는데 어느 숲에서 즐거이 살다가 그만 소리 없이 사라진 짐승이나 새가 있으리라 생각해요.

  이제는 맹꽁이나 두꺼비 같은 물뭍짐승조차 자칫 이 땅에서 몽땅 사라질 수 있습니다. 어쩌면 개구리마저 이 땅에서 모조리 자취를 감출 수 있습니다. 그렇게 흔하던 제비가 어느덧 매우 드문 새가 되었고, 뜸부기나 꾀꼬리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새가 되었습니다. 모르는 노릇이지만, 참새나 박새나 딱새처럼 사람들 곁에서 흔히 날아다니던 새도 하루아침에 씨가 마를 수 있어요.


나의 고향 아프리카에서는 얼룩말과 콰가를 교배해서 우리의 멸종을 막으려고 노력했어. 하지만 나를 재창조하는 게 가능할까? (1쪽/콰가 얼룩말)

사람들은 참 이상해. 아무 생각 없이 땅을 망가뜨리고 곧 후회하곤 하지. 숲을 몽땅 망가뜨리고는 얼마 안 돼서 지구 온난화를 막겠다며 방법을 찾고 있으니 말이야. 정말 바보 같아. (3쪽/상아부리 딱따구리)


  아리아나 파피니 님이 빚은 그림책 《이제 나는 없어요》(분홍고래, 2017)를 읽는데, 첫 대목부터 움찔합니다. 다음 쪽에서는 찌릿합니다. 저는 ‘콰가 얼룩말’이나 ‘상아부리 딱따구리’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어요. 그러나 이 같은 지구이웃은 틀림없이 이 지구에서 무척 오래 살았고, 무척 아늑하게 살았으며, 무척 아름다이 살았다고 합니다. 다만 사람들이 이러한 지구이웃을 처음 마주하고 난 뒤에 대단히 빠르게 자취를 감추었대요.

  아니 ‘사람들’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이러한 지구이웃하고 사이좋게 살던 ‘다른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운하가 개통되면서 관광객이 늘어났고 술집, 식당, 호텔 그리고 자동차 대여점 등이 늘어나면서 우리가 살 수 없는 환경으로 변했어. 결국, 나는 아무도 모르게 사라지고 말았어. 어쩌면 잘된 일인지도 몰라. 내가 이곳에 계속 살았다면, 인간들이 이곳을 망가뜨리는 것을 지켜봐야 했을 테니까. 육지뿐만 아니라 푸른 하늘까지도. (5쪽/테코파 민물고기)


  수수한 텃사람은 지구이웃을 먹잇감으로 삼더라도 먹이로 삼아야 할 적에만 알맞게 사냥을 했습니다. 이를테면 북중미 물소떼를 들 수 있어요. 북중미 텃사람은 물소를 함부로 사냥하지 않았습니다. 이와 달리 북중미에 전쟁무기를 앞세워 들어온 서양사람은 재미삼아 물소떼를 사냥했어요. 기나긴 해에 걸쳐 물소떼하고 텃사람은 함께 살아왔지만, ‘어떤 사람들’이 총으로 사냥놀이를 하면서 이 땅에서 한 갈래 지구이웃은 자취를 감추어야 했습니다.

  그림책 《이제 나는 없어요》는 이 지구에서 ‘어떤 사람들’ 때문에 자취를 감춘 지구이웃을 이야기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땅에서 자취를 감추고서 하늘에서 살아가는 지구이웃이 ‘어떤 사람들’한테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를 들려주는 그림책이라고 할 수 있어요.


나무가 사라지자 우리의 사냥감은 사라지고 말았어. 더는 사냥을 할 수 없었어. 그래서 우리는 하나둘 굶주리고 사라졌지. 우리는 인간의 것을 빼앗기 시작했어. 어쩌겠어. 너무 배가 고팠는걸. 사람들이 기르는 가축이라도 사냥할 수밖에 없잖아. (11쪽/북아메리카 퓨마)


  그동안 ‘어떤 사람들’은 하나같이 서양사람이었습니다. 이들은 전쟁무기를 앞세워 이웃나라로 쳐들어가거나 괴롭혔어요. 이들 서양사람은 이웃나라 사람들도 괴롭혔으나, 숲짐승이나 냇물고기나 풀벌레나 물뭍짐승 같은 지구이웃도 괴롭히거나 마구 죽였습니다.

  오늘날에는 서양사람 아닌 한국사람도 ‘어떤 사람들’이 됩니다. 가까이에는 4대강사업이 있고, 숱한 막개발이 있습니다. 올림픽을 치른다면서 숲이며 멧골을 엄청나게 깎아냅니다. 고속철도를 놓는다며 골골샅샅 파헤쳤고, 작은 땅에 고속도로가 참 많은데 아직도 새로 고속도로를 더 내려 하지요. 집집마다 적은 돈으로 깨끗한 전기를 쓰도록 이끄는 정책은 펴지 않고, 정갈한 숲이나 바다를 망가뜨리려는 엄청난 핵발전소나 화력발전소 정책만 펴요.


사람들은 우리를 사냥하는 것에만 눈이 멀어 우리가 사라지는 걸 깨닫지 못했지. 이제 나는 내 친구들과 이 높은 하늘에서 살고 있어. 아주 잘 살고 있지. 비록 지구에서는 사라지고 말았지만, 사냥도 없고 전쟁도 없는 이곳에서 우리는 매일매일 웃으며 하늘을 날기도 하지. (13쪽/도도새)


  이 땅 아닌 저 하늘에서 사는 옛날 지구이웃은 한목소리를 냅니다. 나중에 뉘우칠 막개발을 왜 자꾸 하느냐고 물어요. 왜 평화로운 살림이 아닌 전쟁무기를 때려짓는 길로 가느냐고 물어요. 숲짐승이나 냇물고기만 괴롭히는 ‘어떤 사람들’이 아닌, 왜 이웃한 숱한 사람들까지 괴롭히는 짓을 일삼느냐고 묻습니다.

  지구에서 사람들이 전쟁을 일으킨 발자취를 돌아보면 하나같이 돈으로 이어집니다. 이웃한테 있는 돈을 가로채려고 전쟁을 일으킵니다. 이웃하고 함께 나누려 하지 않으면서 전쟁이 일어납니다. 없거나 모자란 이웃하고 나누려 하지 않으니 전쟁으로 불거지고, 있거나 넘치는데 이웃하고 나누려 하는 마음이 없기에 전쟁으로 치닫습니다.

  이웃마실을 하는 수수한 발걸음이 아닌 여러 관광상품도 돈하고 맞닿습니다. 아름다운 숲을 관광지로 개발한다면서 거꾸로 아름다운 숲을 망가뜨리기까지 해요. 국립공원에 놓으려는 하늘차(케이블카)가 그렇고, 국립공원으로 쉽게 오르도록 돕는다며 자꾸 닦는 찻길이 그렇습니다.


사람들은 우리를 잡아 가방과 장갑을 만들었어. 지금 나는 양쯔강에 없어. 이제 나는 하늘이라는 아름다운 강과 호수를 헤엄치지. 가끔은 밤하늘에 총총히 박힌 별들 사이로 나타나기도 하고 바람이 되어 여행하기도 해. (35쪽/양쯔강 돌고래)


  그림책 하나를 아이들한테만 읽히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이 작은 그림책 하나를 아이들 곁에서 어른들이 함께 읽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 곁에서 우리 어른들이 낯부끄러운 줄 느껴야지 싶습니다.

  아이들이 묻는 말 “어머니 아버지, 왜 이런 지구이웃이 이 땅에서 사라져야 했어요?” 하고 물을 적에 “어른으로서 미안하구나. 앞으로는 이런 미안한 일이 없도록 우리 어른들도 힘을 낼게. 너희 아이들도 슬기롭고 아름답게 힘을 내 주렴.” 하고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는 함께 바꿔요. 이제부터 아이들한테 아름다운 지구를 물려주고, 숱한 지구이웃하고도 어깨동무하는 길을 걸어요. 2017.12.17.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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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가 궁금해?
신이현 지음 / 자연과생태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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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책 읽기 131


장구벌레도 물이 깨끗하도록 이바지한다
― 모기가 궁금해?
 신이현 글·사진
 자연과생태 펴냄, 2017.9.25. 10500원


  겨울에 모기 걱정을 하는 집이 있을까요? 어쩌면 이 겨울에도 집 어느 구석에서 모기가 깨어나 이잉 소리를 내며 날아다닐는지 모릅니다. 지난날에는 가을만 접어들어도 모기가 꼼짝없이 얼어죽거나 사라졌습니다만, 요즈음은 겨울에도 집이나 건물이나 지하상가 같은 곳은 꽤 포근해서 겨울잠을 잊은 모기가 제법 돌아다니곤 합니다.

  다시 말해서 겨울이 된통 추우면 모기가 깨어나지 못해요. 겨울에 집안을 너무 따뜻하게 한다면 모기가 슬금슬금 깨어납니다. 이 모기를 놓고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모기가 궁금해》(자연과생태, 2017)라는 책이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 사는 보통 모기는 무게가 2.5.㎎ 정도이며, 미국에서 가장 큰 종은 10㎎에 이른다고 합니다. (10쪽)

전 세계에 3500여 종이 있습니다. 그러나 분자생물학 방법으로 꾸준히 조사한다면 6000종 이상은 될 듯합니다. 참고로 중국에는 390여 종, 일본에는 120여 종이 삽니다. 우리나라에서는 56종이 보고되었습니다. (14쪽)


  모기가 이 지구별에 3500갈래 남짓이 있다니 참 대단하네 싶습니다. 이렇게나 온갖 모기가 많군요. 한국에는 고작(?) 쉰여섯 가지 모기가 있다고 하니 몇 가지 안 되는구나 싶어요. 어쩌면 한국은 모기로 덜 시달리는 곳이라고 할는지 모르겠습니다.


알에서 나온 애벌레가 짝짓기를 하고 피를 빨 수 있는 어른벌레가 될 때까지 20일 정도가 걸리며, 이 어른벌레가 3번 정도 알을 낳고서 죽는다고 하면 30일쯤 사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겨울나기에 들어가 전혀 움직이지 않고 지낸다면 5∼6개월 동안 수명을 유지할 수도 있습니다. 참고로 여기서 한살이는 알을 낳는 암컷 기준이며 알을 낳지 않는 수컷은 짝짓기를 하고 며칠 뒤에 죽습니다. (21쪽)

모기는 1초에 최대 1000회 날갯짓하며 그 범위는 165∼1000회에 이릅니다. (44쪽)


  모기는 얼마 살지 못한다고 합니다. 다른 벌레도 짝짓기를 하고 나면 곧 숨을 거두니, 가만히 따지면 벌레붙이 한살이란 매우 짧다고 할 수 있어요. 게다가 암모기는 세 번쯤 알을 낳으면 더는 살지 못한다고 하니, 엊그제 나를 문 모기는 오늘 나를 새로 물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모기가 궁금해》는 모기를 둘러싼 수수께끼를 잘 풀어내 줍니다. 모기란 무엇이고, 모기는 어디에 살며, 모기가 살기 좋은 온노라든지, 어떤 냄새를 좋아하고, 왜 피를 빨며, 피를 얼마나 빨고, 모기가 무엇을 싫어하는가 들을 다룹니다.

  그리고 모기가 좋아하는 사람을 다루기도 하는데, 모기는 술을 마신 사람이나 아기를 밴 어머니나, 운동을 한 사람이나, 발냄새가 나는 사람이나, 몸집이 크거나 향수를 뿌린 사람을 더 좋아한다고 해요. 아기를 밴 어머니나 운동을 한 사람은 몸 온도가 여느 사람보다 높기에 모기로서는 더 잘 알아채고, 몸집이 크면 몸에서 이산화탄소가 더 많이 나오기에, 모기는 이를 더 잘 알아챈다고 합니다.


빨간집모기는 2.52m, 중국얼룩날개모기는 2.04m, 금빛숲모기는 1.96m, 작은빨간집모기는 1.76m까지 날아올랐습니다. (49쪽)

피를 다 빠는 데 걸린 시간은 평균 1분 44초 87이었습니다. 최소 1분 00초 87, 최대 2분 52초 28이었습니다. (66쪽)

모기를 찾으면 손바닥 대신 파리채로 칩니다. 손바닥으로 쳐서 잡을 수도 있으나 실패할 확률이 높고, 놓치면 손바닥이 아파 화만 더 납니다. 파리채는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 모기가 바람 저항을 느끼지 못할 뿐 아니라 손보다 빠르게 칠 수 있어 효과가 높습니다. (94쪽)


  알을 낳으려는 암모기만 사람한테 달려듭니다. 암모기는 대단히 씩씩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칫 목숨을 잃을 수 있으나 알을 낳겠다는 굳센 믿음 하나로 사람한테 살살 날아와 달라붙어서, 2분 가까이 피를 빤다지요.

  사람으로서 2분은 성가신 한때일 테고, 암모기로서 2분은 삶이냐 죽음이냐가 엇갈린 아슬아슬한 때일 테지요.

  《모기가 궁금해》는 모기에 물린 자리를 긁지 말라고 이야기합니다. 모기에 물린 자리는 처음에는 부어오르기 마련이지만, 이곳을 긁지 않고 그대로 두면 얼마 안 지나 붓기가 가라앉으면서 가려움도 사라집니다. 비록 모기한테 피를 몇 방울 빼앗겼다고 하더라도 우리 몸은 씩씩하면서 새롭게 피를 길어올려요.


모기는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큰 몫을 합니다. 우선 장구벌레는 물고기, 잠자리 애벌레, 물방개, 히드라, 플라나리아 같은 다양한 수서동물의 먹이이며, 어른벌레는 새나 곤충이 먹습니다. 또한 다양한 기생충과 미생물의 숙주이기도 합니다. 미약하지만 애벌레 시기에는 물속 유기물을 먹어서 수질 정화에도 도움을 줍니다. (98쪽)


  잉잉 앵앵 소리를 내면서 성가시게 사람한테 다가와서 피를 빠는 날벌레인 모기인 터라, 우리는 모기만큼은 이 지구에서 사라져 주기를 바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모기도 지구라는 별에서 숲을 이루는 작은 목숨붙이 가운데 하나예요. 모기 애벌레(장구벌레)는 물속에서 다른 여러 목숨한테 먹잇감이 된다고 해요. 어른벌레가 된 뒤에는 개구리라든지 작은 새나 큰 풀벌레가 모기를 먹잇감으로 삼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미처 알기 어려운 대목일 텐데, 장구벌레일 적에 물속 유기물을 먹으며 물을 살짝 깨끗하게 하는 몫도 맡는다고 합니다.

  서로 물고 물리는 먹이사슬인 셈일 텐데, 모기는 어느 풀벌레도 섣불리 하지 못하는 ‘사람한테서 피를 얻어 목숨을 잇고 알을 낳는’ 놀라운 이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몹시 미움을 받고, 손바닥이든 파리채이든 신문뭉치이든 몸이 짜부라져 죽기 일쑤인 모기인데, 이 모기한테도 제 나름대로 삶이 있고 제몫이 있습니다.

  시골이나 숲에서 풀밭에 으레 모기가 있지요. 풀밭을 없애면 모기가 깃들 자리가 사라진다고들 하는데, 풀밭이란 모기를 잡아먹으려 하는 풀벌레도 살아요. 개구리도 살며, 참새나 딱새처럼 작은 새가 깃들기도 하는 자리이곤 합니다.

  가을벌레가 겨울에도 아직 겨울잠에 들지 않고 움직이면서 풀벌레 노랫소리를 들려주면 깜짝깜짝 놀라면서도 반기기 마련이에요. 이와 달리가 모기가 겨울에도 잠들 생각을 않고 잉잉 앵앵 소리를 내며 날아다니면 더 모질게 미움을 받으며 잡혀죽기 마련입니다. 언제 어디에서나 미움받이 노릇을 하는 모기인데, 비록 모기하고 살가이 지내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모기라고 하는 작은 벌레붙이 삶을 가만히 들여다보면서 이 지구를 이루는 얼거리를 돌아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2017.12.8.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읽기)

* 이 글에 붙인 사진하고 그림은 자연과생태 출판사에 말씀을 여쭈어 고마이 얻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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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 철학자 피터 싱어가 쓴 동물운동가 헨리 스피라 평전 불온한 책 2
피터 싱어 지음, 김상우 옮김 / 오월의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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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책 읽기 96



평등한 사이일 적에 평화롭습니다

―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피터 싱어 글

 김상우 옮김

 오월의봄 펴냄, 2013.7.22. 16000원



“군대는 사람들의 가슴을 움직이려고 하지 않았다. 인간을 로봇으로 만들려고 했다 … 검열은 무수히 많았다. 모든 물건이 균일해야 했고 정확한 장소에 있어야 했다. 심지어 군화 밑창까지 닦아야 했다. 병사는 좀비처럼 생각하는 것도 자발적인 행위도 허용되지 않았다.” (45∼46쪽)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오월의봄, 2013)는 ‘헨리 스피라(1927∼1998)’라고 하는 사람이 걸어온 길을 적바림한 책입니다. 헨리 스피라 님은 사람한테뿐 아니라 짐승한테도 권리가 있다고 외쳤다지요. 이른바 ‘동물권’을 외치면서, 실험실에서 숱한 짐승이 소리 없이 죽어야 할 까닭이 없다는 뜻을 널리 폈다고 합니다.


  사람들 눈에 좀처럼 뜨이지 않으나 엄청나게 시달리거나 들볶이다가 죽는 짐승이 많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이를 거의 알 수 없었대요. 왜냐하면 실험실에서 벌이는 ‘동물실험’은 좀처럼 실험실 밖으로 참모습이 드러나지 않았다고 하거든요.


  흰쥐 몸에 무엇을 하는지, 토끼 눈에 무엇을 하는지, 고양이한테 무엇을 하는지, 실험실 바깥인 여느 자리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아무것도 모르기 마련입니다. 그러고 보면 독일이나 일본은 숱한 사람들을 마구 잡아다가 끔찍하게 생체실험을 했습니다. ‘과학 연구’라는 이름을 붙이면서요.



그들의 연구가 인간 아닌 동물을 고통스럽게 하더라도 그들은 그 같은 자유를 누려도 좋은 것일까? 헨리는 결심했다. 고양이 실험 반대운동은 동물실험을 폐지하는 게 아니라 “이득을 얼마나 보겠다고 동물을 이토록 심하게 괴롭히는가?”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130∼131쪽)


고양이 성행동 실험 반대운동이 성공을 거두었던 이무렵 헨리는 더 큰 목표를 찾아 나섰다. 그 같은 작업을 정상으로 간주하는 과학문화를 바꾸는 것이었다. (156쪽)



  우리는 모르는 것투성이가 되어 살아갑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모르는 것투성이는 아니었다고 느껴요. 우리가 저마다 자그마한 마을에서 아기자기하게 살림을 손수 지으며 살아가던 무렵에는 모르는 것이 그리 많지 않았다고 느껴요. 그런데 사회가 첨단으로 흐르면서 모르는 것이 늘어납니다. 학교가 숱하게 생기고, 전문기관이나 연구소나 갖은 정치기구가 생기는 사이에도 모르는 것이 늘어나요.


  왜 그러할까요?


  전문기관에서는 어떤 전문 자료를 어떻게 건사하는가를 잘 안 밝힙니다. 어쩌면 굳이 안 밝힐 만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에는 거의 모든 사람이 손전화라는 기계를 쓰는데, 이 손전화라는 기계를 만들려면 무엇을 바탕으로 삼는지를 사람들은 거의 몰라요. 손전화를 만드는 어느 광물을 얻느라 우거진 숲을 파헤치거나 무너뜨립니다. 더구나 몇 해쯤 쓰고서 낡고 말아 버리는 손전화 기계는 어디로 가는가를 아는 사람이 드뭅니다.


  우리는 핵발전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를 얼마나 알까요? 청와대 안팎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를 얼마나 알 수 있을까요? 시장실이나 군수실에서, 군부대에서, 고위 공직자라는 이들이 어울리는 곳에서, 경제를 거머쥔다는 이들이 만나는 자리에서, 참말로 무슨 일이 있는가를 알 수 없어요.



반수치사량은 동물에게 엄청난 고통을 주고 있음에도 별다른 과학적인 근거도 없이 계속 확대됐다. 정확성의 의미가 완벽하게 없는데도 관료주의와 수학적 정확성이 합심한 사례로 보는 게 맞겠다. (243쪽)


화장품 기업들이 동물검사를 중단할 수 있었던 이유는 대안이 개발됐다는 것, 그것 하나뿐이었다. (283쪽)



  의약품뿐 아니라 화장품도 사람들이 쓰기 앞서 생체실험을 으레 하는데, 이 생체실험은 사람한테 하지 않고 온갖 짐승들한테 한다고 해요. 이 때문에 실험실에서는 숱한 짐승이 목숨을 잃을 뿐 아니라, 목숨을 안 잃어도 눈이나 팔다리를 잃거나 매우 괴로워 한답니다.


  헨리 스피라 님은 처음부터 동물권이라는 대목에 눈을 뜨지는 않았다고 해요. 폭력이 얼마나 그악스러운가를 몸으로 느꼈고, 폭력으로는 평화도 평등도 민주도 이룰 수 없다고 느꼈다지요. 이러던 어느 날 사람들 눈밖에서 너무나 많은 짐승들이 아주 하찮게 죽어 나가는 이야기를 들었고, 왜 이런 일이 생기는가를 하나하나 찾아나섰으며, 이때부터 온삶을 바쳐서 ‘우리 이웃인 작은 짐승한테 권리를 도로 찾아 주는 길’에 나섰다고 합니다.



“폭력은 학대행위를 옹호하는 자들이 스스로를 희생자로 자처할 빌미를 마련해 준다.” (321쪽)


“타인을 위해서 나를 희생했다고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어요. 정말 원하는 일을, 가장 원하는 일을 했다고 생각할 뿐이죠.” (399쪽)



  어느 분은 동물권이라는 말이 거북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동물권이라는 말이 거북한 분이라면 사람권(인권)이라는 말도 거북하지 않을까요? 우리를 둘러싼 삶이 평등하면서 평화롭기를 바라지 않는 마음이기에 짐승도 하찮게 보고 이웃도 따돌리지 않을까요?


  서로 아낄 수 있는 마음이기에 손을 맞잡거나 어깨동무를 합니다. 서로 돌볼 줄 아는 마음이기에 이 지구라는 별에서 즐거우면서 곱게 어우러지는 길을 생각하거나 찾습니다.


  작은 짐승이라서 함부로 다루어도 된다고 여기는 마음이라면, 이웃인 사람한테도 따뜻하거나 너그럽기는 어렵지 싶습니다. 모든 짐승이 평등하다고 느끼며 받아들일 줄 아는 마음이라면, 작거나 여린 모든 사람이 나하고 똑같이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줄 알아차릴 테고요.


  틀을 가르지 않고, 위아래를 나누지 않으며, 나한테 돈이 되는 쪽에 끌리지 않는 고른 마음이 퍼질 수 있기를 비는 마음입니다. 동물권도 사람권도, 고른 평등과 평화도 모두, 넉넉하고 따사롭게 온누리에 드리우기를 빌어요. 평등한 사이일 적에 평화롭습니다. 평화로운 사이일 적에 평등합니다. 2017.12.3.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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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아! 사람아 - 뭇 생명의 삶과 쉼터, 미래세대에게 빌려온 국립공원
윤주옥 지음 / 산지니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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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삶읽기, 인문책 191


지리산 국립공원 쉰 돌에도 철들지 못한 우리
― 지리산 아! 사람아
 윤주옥 글·사진
 산지니, 2017.10.23. 15000원


  지리산은 이 나라 첫 국립공원이며, 국립공원 이름이 붙은 지 어느덧 쉰 해를 맞이한다고 합니다. 첫 국립공원이 ‘고작’ 쉰 해밖에 안 된다고 하니, 한국은 퍽 뒤늦은 길을 걷는다고 할 수 있어요. 일제강점기나 개발독재나 새마을운동이 있기는 했어도, 우리 보금자리를 우리 아이들도 아름다이 누릴 수 있도록 건사하는 데에 마음을 깊이 기울인다고 느끼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우리는 어느새 샘물이나 냇물이나 우물물을 잊어요. 샘물이나 냇물이나 우물처럼 맑고 시원한 물을 커다란 공장에서 뽑아올려 플라스틱병에 담아서 돈으로 사고파는 ‘한쓰임 먹는샘물(일회용 먹는샘물)’에 익숙합니다. 지리산을 첫 국립공원으로 삼던 무렵만 하더라도 웬만한 시골에서는 냇물을 손으로 떠서 마실 수 있었어요. 도시에서도 오랜 마을에는 샘터나 우물터가 있었고요.


어르신이 어렸을 때는 지리산에 곰이 멧돼지보다도 더 많았다고 한다. 호랑이는 3마리쯤 있었는데 가장 유명한 호랑이 이름이 지리산 순래봉이었다고 한다. 그의 할머니는 순래봉이 걸어가면 만복대 왕억새 위로 등걸이가 보였을 정도로 덩치가 컸다고 했다. (17쪽)

부산에 가려면 우선 버스 타는 곳까지 나가야 하는데, 집에서 버스 타는 곳까지 걸어서 3시간쯤 걸린다고. 예전엔 1시간 반이면 갔는데 지금은 다리가 아파서 빨리 못 걷는다고 하신다. 새벽녘의 길 나섬. (24쪽)


  너무 지나친 막삽질 때문에 온나라가 끙끙거리는 탓에 맑은 물을 누구나 손쉽게 마시기 어려운 오늘날이에요. 이러다 보니 사람 발길이 없는 깊은 숲이나 바다에서 맑은 물을 따로 뽑아올려서 플라스틱병에 담아서 사고파는 일이 생기는데요, 이때에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어마어마하게 나옵니다. 게다가 플라스틱병을 만들고 나르고 가게에 놓는 데에 드는 자원이 엄청나고, 플라스틱 쓰레기를 거두어 다루는 데에도 끝없는 자원이 들고요.

  우리는 우리 아이들한테 어떤 물을 물려줄 만할까요. 앞으로도 플라스틱병에 담은 물을 물려주어야 할까요, 또는 막삽질로 망가뜨린 4대강을 물려주어야 할까요, 또는 두 손으로 떠서 언제나 누릴 수 있는 냇물을 물려주어야 할까요.

  아이들은 어쩌면 ‘물이란 가게에 있는 것’이라고 잘못 알지 않을까 싶습니다. 흐르는 물이 아닌 페트병 물만 보고 자라는 아이들은 ‘우리가 마시는 물이란 모두 졸졸 흐르는 냇물이라는 대목’을 하나도 모를 수 있구나 싶어요.

  산문책 《지리산 아! 사람아》(산지니, 2017)는 지난 2000년부터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모임’ 일을 맡다가 2008년부터 서울을 떠나 지리산 어느 자락에 보금자리를 틀면서 살아가는 윤주옥 님이 온몸으로 만난 지리산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삼을 키워 찌고 째서 삼아 삼베옷을 해 입었다. 비누는 없었고 짚을 태워 그 물로 빨래를 했다. 화장 같은 건 할 새도 없었다. 베로 짠 버선을 신고, 신발은 짚을 삼아서 신고 다녔다. 겨울에는 덧버선을 만들어 신었다 … 설날에는 돌도구통에 쌀을 찧어 손으로 비벼 만든 떡으로 떡국을 끓여 먹었다. (38쪽)

여순사건 후 산으로 들어온 빨치산들이 빗점으로 자주 내려왔다. 그들은 돌도구통에 방아를 찧어 놓으면 빼앗아 갔다. 안 빼앗기려고 치마 밑에 넣어둔 것까지 어찌 알고 가져가 버렸다. 시절이 하 수상하던 시절, 정부는 빨치산들에게 은신처와 먹을거리를 제공한다며 마을을 불태우고 마을사람들은 마을에서 쫓아냈다. 그녀 나이 열다섯 살 때였다. (39쪽)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모임’이라는 이름을 듣는 분은 얼핏 이곳이 시민모임이 아닌 관제모임인 듯 잘못 바라보곤 합니다. 그러나 ‘국시모’라고도 하는 이곳은 오롯이 시민 힘으로 살림을 꾸리면서 국립공원이 국립공원다울 수 있도록 힘쓰는 작고 알찬 모임이에요. 국립공원관리공단이 놓치거나 지나치는 일이 있으면 다그치고, 정부 기관이 잘하는 일이 있으면 북돋우는, 두 가지를 알맞게 이끌어 가는 곳이라고 할 만합니다.

  저는 지난 열다섯 해 즈음 국시모란 시민모임을 뒷배하는 숱한 이웃님 가운데 하나로 지켜보면서 이러한 일솜씨를 느꼈습니다. 그래서 국시모 일을 맡는 한 사람이자 지리산 둘레에서 즐거이 살림을 짓는 한 사람인 윤주옥 님이 ‘국립공원 지리산’하고 ‘삶자리 지리산’을 엮어서 실타래를 풀어 나가는 이 책을 차근차근 읽어 내렸습니다.


지리산국립공원이 3개 도에 걸쳐 있으니 케이블카도 3개는 있어야 한다는 사람도 있다. 욕망과 욕심의 끝을 보여주는 말들이다. (124쪽)

한 차례 훼손의 광풍이 휩쓸고 간 노고단에 군사시설과 통신시설이 들어선 것은 1970년대이다. 길이 생기고, 차량이 다니고, 사람 발길이 잦아지며, 노고단은 풀도 나무도 자라지 못하는 곳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노고단 훼손의 결정타는 1988년에 건설된 성삼재 도로이다. (130쪽)


  길그림을 펼쳐 봅니다. 지리산 또는 지리산국립공원을 둘러싸고 전라북도 전라남도 경상남도가 맞물립니다. 그런데 시·군으로 치면 남원, 장수, 함양, 산청, 하동, 구례, 곡성, 이렇게 일곱 지자체가 맞물립니다. 지리산하고 매우 가까운 다른 지자체를 보면 진주, 광양, 순천이 있군요.

  이 지자체마다 관광객을 더 많이 끌어모으겠다면서 하늘차(케이블카)를 놓는다고 나선다면, 하늘차가 아니더라도 새로운 길을 더 닦겠노라 한다면, 관광단지나 휴양시설이나 골프장을 지리산 언저리에 마련하겠노라 한다면, 산을 더 깎거나 냇가에 시멘트를 부어 자전거길을 닦겠노라 한다면, 지리산이나 지리산국립공원은 우리가 사랑할 만한 아름다운 멧자락으로 이어가기는 어려우리라 느껴요.

  국립공원뿐 아니라 국립공원이 아닌 들이나 숲이나 바다나 냇물이 아름답다면, 사람 손길이나 발길이나 때를 함부로 안 탔기 때문이라고 느껴요. 자동차나 삽차가 함부로 치고 들어오지 않기에 들이나 숲이나 바다나 냇물이 아름다우며 정갈할 수 있다고 느낍니다.


지리산 피아골에 댐을 만들겠다는 사람들의 상상력은 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그들의 무지막지한 상상력의 끝은 어디일까? 모순덩어리 국가에 대항하여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177쪽)

국립공원제도를 만든 미국 국립공원에는 케이블카가 한 곳도 없다. (186쪽)

국립공원 케이블카 건설비용은 작게는 600억 원에서 많게는 1000억 원이 든다고 한다. 우리나라 국립공원 1년 예산과 맞먹는 돈이다. 이 돈이 케이블카 건설에 사용되지 않고 교육·복지 예산으로 쓰인다면 이게 오히려 지역 경제에 도움 되는 일 아닐까? (187쪽)


  《지리산 아! 사람아》를 쓴 윤주옥 님은 이 나라 공무원하고 개발업자한테 묻습니다. “지리산 피아골에 댐을 세우겠다는 생각”은 참으로 어떤 머리하고 마음으로 끌어냈는지 궁금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있지요, 이 나라 공무원하고 개발업자 분들한테 안된 말씀이지만, 이분들은 지리산국립공원에 댐을 세우겠다는 무시무시한 계획에 앞서도,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인 여러 곳에 핵발전소나 화력발전소를 세우려고 하는 계획을 뽑아내기도 했어요. 제가 사는 전남 고흥에도 국립공원 마을이나 국립공원하고 가까운 곳에 지자체가 자꾸 위해시설을 끌어들이려는 움직임이 불거집니다.

  무엇보다 4대강사업이 누구 머리에서 나왔을까요? 한 사람 머리에서만 나왔을까요? 아니지요. 우두머리 한 사람을 둘러싼 숱한 공무원하고 개발업자가 함께 내놓은 끔찍한 막삽질이었다고 생각해요.

  막삽질을 벌이려 하면서 수백 억이나 수천 억이나 수 조에 이르는 돈을 매우 쉽게 끌어모아서 쓰는 나라나 지자체예요. 그러나 이 돈을, 이 엄청난 돈을, 교육이나 복지에 제대로 쓴다면, 또는 그만 한 돈을 굳이 더 세금으로 걷지 말고 사람들한테 돌려준다면, 이 나라는 좋은 사회와 고운 마을과 맑은 숲을 차분히 지킬 만하리라 봅니다.


7배나 많은 사람들의 발길에 초토화된 노고단 정상부는 1991년부터 10년간 전면 통제되었다. 성삼재도로의 포장을 결정한 사람들은 알고 있었을까? 성삼재도로 포장이 지리산국립공원 생태계와 이용 행태를 바꾸고, 1100미터 높이의 성삼재가 도떼기사장으로 변할 것이란 사실을. (208쪽)


  《지리산 아! 사람아》는 앞쪽에 지리산 할머니 할아버지 목소리를 들려줍니다. 태어나고 자란 지리산하고 얽힌 이야기를 오롯이 할머니 할아버지 삶에 맞추어 들려주어요. 지리산 범 이야기이며, 오롯이 손수 지은 살림으로 먹고살았다는 이야기는 고되면서도 평화롭구나 싶습니다. 지리산에서 밥·옷·집을 모두 손수 지으며 조용히 살던 분들한테는 전쟁무기도 총칼도 없이, 오직 낫하고 호미하고 쟁기하고 도끼로 살림을 지었으리라 느껴요. 물레를 잣고 베틀을 밟고 절구를 찧을 뿐이면서도 아이들한테 살림짓기를 제대로 물려주고 그 터를 오롯이 가꾸었구나 싶습니다.

  이 책 뒤쪽은 지리산을 둘러싼 안쓰러운 막삽질을 마주하면서 이 추레한 흐름을 끊을 길을 찾으면서 마음이 아픈 이야기가 나옵니다. 추레한 흐름이 아닌, 아름다운 국립공원을 함께 누리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국립공원 이름이 아니어도 아름다울 우리 마을을 저마다 사랑할 수 있기를 비는 뜻을 담아요.


국립공원과의 동행이 달콤하지만은 않았다. 많은 사람과 함께 국립공원의 아름다움을 나누고 취하는 과정에서 그 아름다움이 끌어들이는 그림자, 국립공원의 아픔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리산 관통도로, 계곡 내 취사, 불법 산행, 사람들의 발길에 허옇게 드러난 바위와 흙, 무단 채취, 밀렵, 댐과 케이블카, 골프장……. 국립공원은 어딜 가나 신음하고 있었다. 그 모든 게 국립공원이 아름다워서였다. (6쪽)


  국립공원에 막삽질을 들이대려는 이들은 늘 ‘국립공원이 아름다우니 잘 개발해서 돈을 버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답니다. 그런데 국립공원은 왜 국립공원일까요? 국립공원이 국립공원일 수 있는 까닭이란 뭘까요?

  우리 이제는 철든 사람이 되어야지 싶어요. 지리산 국립공원 쉰 해라면, 사람 나이로도 쉰 살인 셈이에요. 쉰 살이라는 나이에 이르도록 우리는, 우리 정치 사회 문화 교육은, 얼마나 철이 들었는지 조용히 물어보고 싶습니다. 2017.12.1.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읽기)

* 글에 붙인 사진은 출판사에 말씀을 여쭈어 고맙게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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