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새를 만나는 법
방윤희 지음 / 자연과생태 / 201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책 읽기 152


《내가 새를 만나는 법》

 방윤희

 자연과생태

 2019.4.15.



도감은 오리를 구별해 보려고 구입한 것인데 펼쳐 보니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책이었어요! 새 종류가 그렇게 많은지 처음 알았습니다. (18쪽)


도감을 보다가 심심하면 이따금 사진을 보면서 따라 그렸습니다. 한 종 한 종 그리다 보면 새 특징도 더욱 잘 알 수 있고, 나름 재미도 있었습니다. (26쪽)


동고비는 가늘고 예쁜 소리를 내서 저를 부릅니다. 동고비 소리가 너무 가냘프고 이뻐서 저절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61쪽)


어쨌든 도시에서 비둘기는 골칫거리 새가 되어 버렸습니다. 아마 비둘기도 불친절한 도시보다는 풀밭이 더 편할지도 모릅니다. 풀꽃 사이에서는 비둘기가 유난히 예뻐 보였으니까요. (83쪽)


실제로 본 굴뚝새는 무늬가 그다지 눈에 띄지 않고 색이 굉장히 거무스름했습니다. 개천가 산책로 어두운 구석을 놀듯이 활발히 쭉 훑어 가다가 다른 곳으로 날아갔습니다. 요정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115쪽)



  우리 집 처마 밑에는 여러 새가 삽니다. 가을부터 봄까지 딱새하고 참새가 살고, 여름을 앞두고 제비가 찾아와서 살아요. 제비가 떠난 둥지에 박새나 참새가 들어와서 살기도 하는데, 어제 낮, 참새 한 마리가 불쑥 제비 둥지에 멋대로 들어갔다 나온 뒤에 처마 밑으로 제비알 하나가 떨어져서 깨졌습니다.


  참새하고 제비 사이에 목숨을 건 다툼이 있을 수 있구나 하고 처음으로 생각합니다. 이 아이들이 철벗으로 서로 사귀면 참 좋겠다고 여긴 마음이 좀 철없었나 싶기도 합니다.


  《내가 새를 만나는 법》(방윤희, 자연과생태, 2019)을 읽으며 새를 곁에 두는 삶을 새삼스레 생각합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은 분은 여느 아줌마라고 합니다. 말 그대로 그저 아줌마였다지요. 어느 날 문득 서울 불광천이라는 냇물에 흐르는 오리를 지켜보다가 그만 사로잡혔고, 어느새 새를 사랑하는 사람 가운데 하나로 달라졌대요.


  학자나 전문가만 새를 좋아하거나 지켜보거나 사랑해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어린이도 할머니도, 아저씨도 아줌마도, 푸름이도 젊은이도 모두 새를 곁에 두면서 아낄 만해요.


  사람한테 노래를 베풀면서 가르치는 새입니다. 사람이 짓는 밭자락에서 벌레잡이를 하다가 열매를 좀 얻어가는 새입니다. 사람더러 어떻게 하면 하늘을 나는가를 보여주고 가르치는 새입니다. 새파란 하늘을 가르는 기쁨을 신나게 누리면서 사람한테도 멋지게 하늘을 날아 보라고 부추기는 새입니다.

  우리 다같이 새를 바라보고 품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새가 지어서 사는 집을 ‘보금자리’라 하는데, 사람이 사는 아늑하거나 포근하거나 사랑스러운 집을 ‘보금자리’라는 이름을 따서 가리키는 뜻이 있습니다. 참말로 그렇지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국어사전 혼내는 책 - 우리말의 집을 튼튼하게 짓기 위하여
박일환 지음 / 유유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으로 삶읽기 470


《국어사전 혼내는 책》

 박일환

 유유

 2019.3.24.



국어사전은 그냥 낱말만 긁어다 모아 놓은 창고가 되어서는 안 된다. 표제어의 수보다 더 중요한 건 모셔 온 낱말들에 바르고 정확하며 아름다운 옷을 입혀 주는 일이다. (11쪽)


차등은 차별로, 차별은 다시 구별로 설명하는데, 이게 정말 맞는 풀이일까? (36쪽)


결국 일본어 사전을 그냥 베낀 거라는 결론이 나온다. (171쪽)


우리가 중국 승려의 기일까지 알아야 할 이유가 도대체 뭔지 모르겠다. (227쪽)


‘스웨덴순무’라는 말을 실어 놓은 것도 모자라 원어인 ‘루타바가’까지 실은 꼼꼼함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380쪽)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국어사전을 늘 들고 다니면서 보았습니다. 다만 국어사전이 한국말을 익히는 길에 썩 이바지하지는 않았다고 느낍니다. 그래도 한 가지를 얻었다면, 우리 국어사전은 ‘한자말을 한국말로 풀이’하고 ‘한국말을 한자말로 풀이’하는 얼거리로구나 하고 느꼈고, 어떤 한자말을 어떤 한국말로 고쳐서 쓰면 좋을까 하는 대목을 배울 만했습니다.


  이제 이 국어사전을 뜯어고쳐서, 아니 낡은 국어사전은 버리고서, 한국말을 새롭고 슬기롭게 쓰는 길을 가는 이웃님한테 이바지하는 한국말사전을 차근차근 쓰는 하루를 보냅니다. 그러나 낡은 사전을 버리더라도 곁에 두고서 살펴보는데요, 국어사전을 볼 적마다 어느 사전이든 참으로 허술하구나 싶습니다.


  《국어사전 혼내는 책》(박일환, 유유, 2019)은 표준국어대사전하고 고려대한국어대사전이 얼마나 말썽인가 하는 대목을 하나하나 짚습니다. 다만 전문말이나 학술말을 바탕으로 짚느라 좀 아쉽습니다. 흔한 낱말을 얼마나 엉성하게 다루는가는 얼마 안 짚어요.


  글쓴이는 보리국어사전은 두 대사전보다 훨씬 낫다고 이 책에서 밝힙니다만, 제가 보기로는 아리송합니다. 흔한 말 ‘휘다·굽다’를 보리국어사전이 어떻게 풀이하는가를 들춰 보면 쉽게 알지요.


* 《보리 국어사전》 뜻풀이

[휘다] 곧은 것이 힘을 받아 구부러지다

[구부러지다] 한쪽으로 굽거나 휘어지다

[굽다] 1. 한쪽으로 휘거나 꺾이다 2. 한쪽으로 휘어 있거나 꺾여 있다

[꺾다] 1. 어떤 것을 구부려서 부러지게 하다 2. 허리, 팔, 다리 들을 구부리거나 접다


  표준국어대사전을 비롯한 여러 사전이 전문말이나 학술말을 엉성하게 다룰 뿐 아니라, 뜬금없는 중국말에 일본말에 스웨덴말에 러시아말에 프랑스말에 …… 마구 싣는 대목은 나무랄 만합니다. 그리고 이와 아울러 흔한 삶말을 얼마나 엉터리로 다루는가도 같이 짚어야지 싶어요.


  《국어사전 혼내는 책》을 읽으며 몇 군데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때로는 잘못 알려진 얘기로 적은 대목도 있더군요. 이런 대목은 좀 바로잡아야겠습니다.


ㄱ.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우윳빛이 노란빛을 띤다고 했는데, 역시 수긍하기 어려운 풀이다. (22쪽)

ㄴ. 그 후 얼음엿 대신 ‘얼음과자’라는 말을 쓰기 시작했다. 아이스캔디라는 말도 ‘아이스케이크’로 바뀌었으니, 얼음엿은 진작 버렸어야 할 말이다. (47쪽)

ㄷ. 비행기를 ‘날틀’이라고 하자고 했다가 실패한 것과 마찬가지 사례라 하겠다. (79쪽)

ㄹ. 오랫동안 한자 문화권 아래서 살아온 관계로 우리가 사용하는 말이나 각종 용어가 중국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81쪽)

ㅁ. 모 단체에서 회장을 ‘으뜸빛’, 총무를 ‘두루빛’으로 부르자고 한 모양이다. 고유어를 되살려 쓰자는 취지이겠지만 너무 억지스러운 말로 보인다. (105쪽)

ㅂ. 순화어로 제시한 ‘꽃 그릇’이 과연 제대로 쓰일 수 있을까? 합성어인 ‘꽃그릇’이 표제어에 있는데, 풀이가 ‘꽃이 그려져 있는 예쁜 그릇’이라고 되어 있다. (305쪽)


  소젖(우유) 빛깔에 노르스름한 빛이 있을까요, 없을까요?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소젖이든 염소젖이든, 또 사람젖이든 ‘그저 하얗’지만은 않습니다. 다만, 사전풀이에서 섣불리 “노란빛을 딴다”고 붙이기보다는 “살짝 노르스름할 수도 있다”쯤으로 다뤄야 알맞겠다고 봅니다.


  ‘얼음과자’이든 ‘얼음엿’이든 알맞고 재미나게 잘 지은 말이라면, 굳이 사전에서 버릴 까닭이 없이, 이러한 말을 살리는 길을 더 생각하면 됩니다.


  비행기를 ‘날틀’로 바꾸자는 말은, 최현배 어른 같은 분이 밝히지 않았습니다. 1960년대에 ‘한글만 쓰기’를 싫다고 외친 쪽에서 ‘그러면 너희(한글만 쓰기)는 이화여대를 배꽃계집큰배움터로, 비행기를 날틀로 바꾸자는 주장이냐?’ 하고 따진 적이 있어요. 이때에 최현배 어른은 ‘우리는 그렇게 바꾸자고 외치지 않는다. 그런데 너희(한자 함께 쓰기)가 들려주는 그 말은 가만히 생각해 보면 꽤 어울릴 듯하다’쯤으로 대꾸한 적이 있습니다. 한자를 함께 써야 한다고 외친 쪽에서 내놓은 말이 ‘배꽃계집큰배움터’하고 ‘날틀’이었습니다. 그러나 어찌된 셈인지, 이 얘기가 그 뒤로 거꾸로 알려지거나 퍼졌습니다.


  한국은 ‘한자문화권’이 아닙니다. ‘한자지배권’에 억눌린 나날이었다고 해야 옳습니다.


  ‘회장’을 ‘으뜸빛’으로 바꾸어 보자는 뜻이 왜 나쁠까요? 뭐가 억지일까요? 새롭게 이름을 짓는 마음을 북돋울 노릇입니다.


  ‘꽃그릇’이란 이름은 제법 쓰이는 말이기도 합니다. ‘화분’이라고만 써야 할 까닭이 없을 뿐더러, ‘화분’이란 말을 모르는 분도 있습니다. 인천에서 살며 골목마실을 여러 해 하는 동안, 골목에서 꽃을 키우는 분들이 “스티로폼도 꽃그릇이고 깨진 밥그릇도 꽃그릇이고 빈 간장통도 꽃그릇이고 다 꽃그릇이지.”처럼 곧잘 이야기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꽃그릇’은 살림자리에서 피어난 수수한 말이라고 여기면서 사전에 살뜰히 담아낼 노릇이라고 봅니다.


오랫동안 한자 문화권 아래서 살아온 관계로

→ 오렛동안 한자 굴레에 눌려 살아온 탓에

→ 오랫동안 한자에 짓눌려 살아온 나머지

→ 오렛동안 한자 사슬에 갇혀 살아왔기에

→ 오랫동안 한자에 억눌려 살아온 터라

→ 오랫동안 한자에 둘러싸여 살아와서


  끝으로, 글쓴이가 적은 글월 가운데 좀 안 맞다 싶은, 번역 말씨가 나타난 한 자락을 손질해 봅니다. “문화권 아래”란 말은 한국말이 아닙니다. ‘下’를 ‘아래’로 섣불리 옮기지 않습니다. 이는 일본 번역 말씨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계절 스스로 꾸준히 - 석초 스님이 자연에서 배운 인생 법칙
석초 지음 / 스토리닷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문책시렁 77


《사계절 스스로 꾸준히》

 석초

 스토리닷

 2019.3.15.



저는 비를 좋아합니다. 우선 비로 인하여 하늘과 땅이 이어지니 이때가 하늘과 땅이 만나는 경이로운 날입니다. (13쪽)


기독교의 누가복음을 보면 하늘나라는 내 안에 있다고 했습니다. 불교에서는 마음을 깨치면 그대로 극락이라 했습니다. (15쪽)


목련나무에 떨어지는 빗방울은 목련꽃이 되고, 철쭉에 떨어지는 빗방울은 철쭉꽃이 되고, 장미꽃에 떨어지는 빗방울은 장미꽃이 되고 …… (70쪽)


태풍에도 끄떡없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바닥에 나 있는 연약한 풀입니다. (82쪽)


사람들은 때로 부자 부모를 부러워하지만, 자기를 잘 이끌어 주는 부모님이 계시는 것이 얼마나 귀한 일인지요. (139쪽)


태산같이 쌓인 일도 여러 사람들의 손길이 닿으면 어느새 마무리가 됩니다. 손길이라는 것이 황무지도 꽃을 가꾸어 길을 만들면 마음길이 열려 발길을 닿게 합니다. (186쪽)



  비를 모를 적에는 비가 왜 오는지를 알 수 없습니다. 비를 모를 적에는 비가 안 온대서 서운해 하지 않습니다. 비를 모를 적에는 비가 온대서 반기지 않습니다. 비를 모를 적에는 빗물이 어떻게 내려서 이 땅을 적시는가를 하나도 안 쳐다봅니다.


  나무를 모를 적에는 나무가 왜 서는가를 알 수 없습니다. 나무를 모를 적에는 서울에 나무가 있든 말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나무를 모를 적에는 숲을 밀어 고속도로를 내거나 골프장을 세우거나 관광지를 늘리거나 발전소를 올리거나 새도시를 키우는 일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입니다.


  해를 모를 적에는 햇빛도 햇볕도 햇살도 알 수 없어요. 아침에 해가 뜨는지 저녁에 해가 지는지 쳐다볼 일도 없을 테고, 그저 대수롭지 않게 흐르는 나날이 될 만합니다.


  《사계절 스스로 꾸준히》(석초, 스토리닷, 2019)는 스님이라는 길을 걸어가다가 ‘스님’이라는 살림보다는 ‘숲’이라는 살림이 사람들한테 어떻게 스미는가를 문득문득 돌아보면서 곰곰이 헤아린 이야기를 다룹니다. 더 알거나 깊이 깨닫기보다는 철철이 마주해 보자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속속들이 알아채어도 좋은데, 이보다는 봄이며 여름이며 가을이며 겨울을 그 철에 흐르는 바람하고 볕하고 비를 돌아보면서 맞이해 보자는 이야기를 짚습니다.


  오월볕이란 얼마나 고울까요? 오월비란 얼마나 푸를까요? 오월에 싹트는 풀포기는 얼마나 이쁠까요? 오월에 피어나는 꽃은 얼마나 달콤할까요?


  유월도 칠월도 그렇지요. 나무에도 풀에도 꽃이 핍니다. 나무에도 풀에도 씨앗이 맺힙니다. 우리 삶에도 꽃이 피고 씨앗이 맺혀요. 우리 눈에도 삶이 자라고 꽃이 눈부셔요.


  한여름에도 건물에서만 지내면 추울 수 있습니다. 한겨울에도 건물에서만 있으면 더울 수 있습니다. 바람을 같이 쐬요. 해를 같이 먹어요. 비를 같이 마셔요. 풀밭에서 맨발로 같이 춤추고 노래해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묻다 - 전염병에 의한 동물 살처분 매몰지에 대한 기록
문선희 지음 / 책공장더불어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책 읽기 151


《묻다》

 문선희

 책공장더불어

 2019.3.8.



이렇게 좁은 땅에 어떻게 소를 299마리나 묻었을까? 상상만으로도 온몸에 힘이 들어갔다. (85쪽)


1990년 우리 정부는 관련 법을 개정하면서 세계동물보건기구의 국제 규약과 외국 관례 등을 바탕으로 살처분을 구제역 박멸을 위한 기본 모델로 채택했다. ‘사료 소비’, ‘생산량 감소’, ‘수출 제한’, ‘비용 절감’. 살처분 정책 어디에도 생명에 대한 배려는 없었다. (91쪽)


좁은 공간에 갇혀 살을 찌우는 사료만 먹고 자란 동물은 덩치만 클 뿐 건강하지 못하다. 하지만 동물의 건강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소 2∼3년, 돼지 5∼6개월, 닭은 35일, 출하되는 그 순간까지 숨만 붙어 있도록 도축이 가능하다. 인간이 고기를 먹는 건 자연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그러나 고기를 얻기 위한 이 모든 과정을 먹이사슬에 의한 자연의 섭리라고 말할 수 있을까. (105쪽)


오늘날의 전염병 만연 사태에 대한 해결책을 추론해 볼 수 있다. 따뜻한 햇살, 신선한 바람과 맑은 물, 동물이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본능에 따라 살 수 있는 농장. 답은 그 안에 있다. (168쪽)



  ‘사람들’이 아닌 ‘우리’는 멋모르고 살아가기 일쑤이지 싶습니다. 이른바 조류독감이나 구제역이 불거진다고 할 적에 고기짐승을 산 채로 땅에 파묻었지요. 아픈 짐승을 돌보거나 낫게 하려는 길을 가지 않았어요. 


  생각해 볼 노릇입니다. 집에서 돌보는 귀염짐승이나 벗짐승이 아플 적에 어떻게 할까요? ‘너희가 어디 아프니 너희를 산 채로 파묻어야겠구나!’ 하고 여길까요, 아니면 어떻게든 아픈 데가 낫도록 애쓸까요?


  조류독감이든 구제역이든 또다른 이름을 붙인 돌림병이 휩쓴다고 할 적에 어떻게 해야 할까요? 빨간 줄로 친친 감아서 막기만 하면 될 노릇일는지, 우리 곁에 있는 살뜰한 이웃으로 여겨서 차근차근 돌보면서 나아지는 길을 찾을 노릇인지, 이제는 생각해야지 싶습니다.


  《묻다》(문선희, 책공장더불어, 2019)는 숱한 짐승을 파묻고서, 이 일이 그저 묻혀지나가도록 하는 나라살림뿐 아니라 우리 눈길을 맞바로 보면서 찬찬히 물어보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묻고 나서 묻으려 하기에 묻는 책입니다.


  무엇을 물을까요? 무엇보다도 고기를 값싸게 사다가 먹을 줄은 알되, 정작 값싼 고기를 키우는 얼거리를 제대로 바라보려 하지 않는 우리 모습을 묻습니다. 무엇을 먹고 싶은지, 어떻게 먹고 싶은지, 먹으면서 가꿀 삶터는 어떻게 돌보려 하는가를 묻습니다.

  값싼 고기가 아닌 제값을 치르는 맛나고 좋은 고기를 누리는 길을 갈 수 있기를 묻습니다. 제값을 치르는 맛나고 좋은 고기는 굳이 배불리 안 먹어도 넉넉하지 않느냐고 묻습니다. 생각해 봐야지요. 맛있고 좋은 밥이라면 알맞게 먹어야 몸도 마음도 삶터도 다 좋습니다. 그다지 맛있지 않기 때문에 값싸게 잔뜩 사들여서 먹고 버리는 얼개는 아닐까요?


  우리는 무엇을 묻어야 할까요? 씨앗을 묻어야겠지요. 우리는 무엇을 물어야 할까요? 사랑스레 짓는 살림을 서로 물어보고 배우면서 나누어야겠지요.


  씨앗을 묻어 새싹이 돋는 땅은 아름답고 싱그럽습니다. 산 목숨을 마구 파묻어 곰팡이가 피고 썩어문드러지는 땅은 슬프고 아픕니다. 산 목숨인 아이들이 꽃으로 피어날 수 있는 터전이 되면 아름답습니다. 산 목숨인 아이들이 꽃으로 필 길을 가로막거나 싹둑 잘라버리는 입시지옥이 되면 끔찍합니다.


  우리는 어느 길을 걷는 사람일까요? 우리는 우리가 걷는 길을 제대로 보기는 할까요? 물어야 합니다. 걸음걸이를 묻고, 살림길을 묻고, 꿈자락을 물을 노릇입니다. 바야흐로 묻어야 합니다. 기쁜 노래를 고이 묻고, 밝은 춤사위를 넉넉히 묻을 수 있는 놀이마당으로 거듭나야지 싶습니다.


  산 목숨은 이제 그만 묻기를 바라요. 고깃덩이 아닌 이웃을 보는 눈이 되면 좋겠어요. 살덩이 아닌 숨결을 읽는 마음이 되면 좋겠어요. 삶을 묻습니다. 사랑으로 살림을 짓는 삶을 묻습니다. 바로 우리가 우리한테 스스로.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사전을 쓰는 사람.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을 썼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겨울정원 - 겨울에 아름다운 정원이 사계절 아름답다
김장훈 지음 / 도서출판 가지 / 201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책 읽기 150


《겨울정원》

 김장훈

 가지

 2017.12.20.



안타까운 것은 ‘죽어 있는 숲’이라는 표현이 비단 이날 하루의 모습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정도의 차이야 있겠지만 우리나라 공원이나 정원의 겨울 모습이란 대부분 죽은 듯 보인다. (18쪽)


정원수를 관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세심한 관찰을 통해 나무 각각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그에 맞게 관리해 주는 것이다. (76쪽)


갈색은 흙에 가까운 색깔이자 나무와도 비슷한 색깔이다. 생명의 순환을 떠올리게 하고 자연의 바탕색이기도 하다. (90쪽)


은청가문비나무, 화백 블러바드와 같은 나무는 서리꽃이 핀 듯 신비로운 푸른빛이 돌고, 황금설화백은 귀티 나는 화사한 황금빛이다. 역시나 특정 색상의 침엽수가 정원 꾸미기에 특별히 더 좋은 것은 아니다. 솜씨 좋은 정원사는 식물을 편애하지 않고 적재적소에 어울리게 배치할 수 있어야 한다. (134쪽)



  여름은 짙푸른 빛깔로 아름드리숲입니다. 겨울은 싯누런 빛깔로 아름드리숲이에요. 피어나는 빛은 푸르게 곱다면, 시드는 빛은 누렇게 곱습니다. 문득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누구나 시골에서 살면서 손수 살림을 가꾸었어요. 이때에는 누구나 여름빛하고 겨울빛을 누렸습니다.


  오늘날에는 퍽 많은 분들이 도시에서 살면서 여름빛하고 겨울빛을 찬찬히 누리기가 만만하지 않습니다. 높고 빽빽한 집하고 찻길하고 자동차가 가득하다 보니 풀포기나 나무가 제대로 깃들기 어려워요. 이러면서 나라 곳곳에 뿌옇게 먼지바람이 입니다.


  《겨울정원》(김장훈, 가지, 2017)은 겨울뜨락을 이야기합니다. 봄에 꽃이 피고 여름에 잎이 우거지며 가을에 열매를 맺는 뜨락뿐 아니라, 겨울에는 시든 빛으로 우리 삶을 새롭게 돌아보도록 북돋우는 포근한 겨울뜨락을 다룹니다.


  여름숲은 맨발로 짙푸른 땅을 디디면서 발바닥으로 푸른 냄새랑 기운이 올라와요. 겨울숲은 맨발로 싯누런 땅을 밟으면서 발바닥부터 노오란 냄새랑 기운이 올라옵니다. 여름에는 시원한 푸른밭이라면, 겨울에는 포근한 노란밭입니다. 공을 차거나 놀기에는 언제나 푸른 잔디밭이 어울릴 텐데, 겨울이 되어 누렇게 시든 풀밭도 공을 차거나 놀기에 무척 좋아요. 바스락거리는 소리도, 곧 흙으로 돌아가려는 풀줄기 느낌도 새삼스럽습니다.


  삶에 여름이 있기에 겨울이 있어요. 들이며 숲에도 여름하고 겨울이 나란히 있습니다. 지거나 시들기에 죽음을 떠올릴 만한데, 죽음이란 고요한 잠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고요히 숨죽이면서 푹 쉬기에 새봄을 맞이합니다. 겨울뜨락이란 우리 스스로 오늘 이곳을 새로 바라보도록 이끄는 살뜰한 터전이에요. 어디에서나 들빛이며 숲빛이 싱그러우면 좋겠습니다. 언제나 풀빛이며 나무빛이 고우면 좋겠어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