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낭화를 심으며 - 생태수필
송명규 지음, 홍주리 그림 / 따님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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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숲책 2022.6.15.

숲책 읽기 176


《금낭화를 심으며》

 송명규

 따님

 2014.10.20.



  《금낭화를 심으며》(송명규, 따님, 2014)를 읽었습니다. 글님이 쓴 책이 있는 줄은 《후투티를 기다리며》(2010)를 읽어서 알았고, 이 책은 글님이 ‘따님’에서 우리말로 옮긴 《모래 군의 열두 달》(2000)을 읽었기에 알았습니다. 알도 레오폴드 님이 쓴 책도 ‘따님’에서 펴낸 《소비 사회의 극복》이나 《노아 씨의 정원》이나 《21세기의 파이》나 《자동차, 문명의 이기인가 파괴자인가》를 읽고서 ‘따님’ 책을 더 살피다가 만났습니다.


  책 하나가 가지를 뻗고 잎을 늘리는 셈인데, 그만큼 숲책(생태환경책)을 내는 곳이 드물던 지난날 숲책을 옹글게 여민 첫길을 ‘따님’에서 차근차근 지폈다고 느낍니다. 펴냄터 이름 ‘따님’에서 알 수 있듯, ‘땅·딸’을 나란히 헤아리는 길입니다. 땅이며 딸(순이)이란 ‘따스함’이란 숨결을 품습니다.


  그러면 아들(돌이)은 안 따스하느냐고 따질 만한데, 아들이라서 안 따뜻할 수는 없으나, 딸처럼 따스하지는 않은 숨결이기에, 아들·돌이·사내라는 자리는 딸·순이·가시내한테서 “사람으로서 따스하게 온누리를 사랑하는 눈빛과 손길”을 배울 노릇이라고 느껴요. 숲책은 사랑을 잊거나 잃은 사람들이 스스로 살림빛을 새롭게 찾도록 북돋우는 이야기꾸러미입니다.


  숲책 《금낭화를 심으며》는 목소리를 높이지 않습니다. 안타깝거나 얄궂은 대목을 넌지시 짚기는 하되 따끔하게 나무라지 않습니다. 숲책이 숲책이라면 채찍질(비판·비난)하고는 멀게 마련입니다. 하늘이 때때로 벼락을 내리고, 바다가 이따금 너울을 일으키지만, 이 모든 이아치는 숨결은 사람더러 사람다운 사랑을 스스로 찾으라고 속삭이는 나즈막한 말, 귀띔입니다.


  우리는 예부터 굳이 꽃을 따로 안 심었습니다. 꽃은 사람 곁으로 하나둘 찾아와서 활짝활짝 피었습니다. 우리는 예부터 쓰레기 나오는 집을 안 세웠습니다. 사람은 흙이랑 돌이랑 나무랑 짚으로 포근하게 보금자리를 이룰 뿐이었고, 흙·돌·나무·짚으로 이룬 집에는 멧새랑 숲짐승이랑 풀벌레가 나란히 어우러지면서 언제나 푸르게 빛났습니다. 오늘날 우리나라 사람들이 잔뜩 몰려들어 빽빽한 잿빛집(아파트)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잿빛집을 올리려고 숲들내를 얼마나 밀었고, 잿빛집 둘레로 부릉부릉 다니는 까만길을 낸다며 숲들내를 또 얼마나 깎았고, 잿빛집에서 빛(전기)을 쓰려고 숲들내를 또 얼마나 괴롭히는가요?


  풀꽃나무는 그릇(화분)을 안 좋아합니다. 풀꽃나무는 땅을 반깁니다. 풀꽃나무가 반기는 땅이란, 사람이 사랑으로 삶을 일구면서 살림을 아이들한테 물려주는 터전입니다. 따님(땅)을 헤아리고, 딸(땅)한테서 배울 줄 아는 아들이라는 길을, 이제라도 새삼스레 깨우칠 수 있기를 비는 마음입니다.


ㅅㄴㄹ


여태껏 우리나라는 아파트의 양과 크기의 확충에만 전력을 다해 왔고, 그 덕에 현재 국민 대다수가 아파트에서 살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옥외 생활공간, 특히 노인들을 위한 시설은 거의 무시되었다. (21쪽)


고슴도치는 본래 야산이나 민가 근처에 아주 흔했다. 나도 오래전에는 한약방에서 고슴도치 가죽을 무더기로 쌓아놓고 파는 걸 자주 봤으며 시골 초등학교 뒤꼍 같은 데서 학습용으로 키우는 고슴도치도 이따금 구경했다. (65쪽)


그날 이후 매일, 반딧불이를 보기 위해 어두워질 때까지 일부러 밭에 남았고 오늘은 몇 마리나 출현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으로 하루를 마감했다. (112쪽)


씨앗 채취와 파종 시기를 궁리하며 돌이켜보니 술패랭이만 사라져가는 게 아니다. 참나리, 용담, 도라지, 패랭이, 할미꽃, 원추리같이 주변에 흔하던 토종 야생화들이 정말 보기 어려워졌다. (154쪽)


미국에서 개척의 역사는 여행비둘기 학살의 역사이기도 했다. 개척이란 그들의 삶터였던 광활한 참나무와 너도밤나무 수풀을 걷어내고 거기에 목장과 밭을 일구는 과정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행비둘기는 작물을 약탈하는 유해생물로 증오되기도 했으며 무진장한 깃털과 육류 제공원으로 간주되기도 했다. (24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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