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건축가다 - 자연에서 발견한 가장 지적이고 우아한 건축 이야기
차이진원 지음, 박소정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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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숲책 2022.6.2.

숲책 읽기 175


《새는 건축가다》

 차이진원

 박소정 옮김

 현대지성

 2020.3.4.



  《새는 건축가다》(차이진원/박소정 옮김, 현대지성, 2020)를 읽었습니다. 새를 곰곰이 보고서 글하고 그림을 담아낸 얼거리는 반갑습니다. 다만 새를 ‘새’로 바라보기보다는 자꾸 ‘조류’라는 틀에 가두려 하면서 ‘새가 살아가는 마음’하고는 먼 듯싶어요. 새를 알려면 새를 지켜보기도 해야 할 테지만, ‘새바라기(탐조)’에서만 그치기보다는 ‘새하고 이야기를 할 노릇’이라고 느껴요.


  새하고 어떻게 이야기를 하느냐 되묻지 말아요. 어버이는 아기하고 어떻게 이야기를 할까요? 바닷사람은 바다하고 어떻게 이야기를 하나요? 숲사람은 숲하고 어떻게 이야기를 하지요?


  그대가 어른이라면 어린이하고 어떻게 이야기를 하는지 돌아보면 됩니다. 어른 눈높이로만 말한다면 혼잣말이나 억누르기일 뿐입니다. 아이하고 이야기하고 싶은 어른이라면 모름지기 아이 눈높이로 바라보면서 마음을 틔워 말을 섞을 노릇이에요.


  새바라기를 넘어 새랑 동무나 이웃으로 사귀고 싶다면, ‘새말’로 이야기를 펴려고 나서면서 ‘새마음’으로 만날 노릇입니다. 그런데 《새는 건축가다》를 읽다 보면 자꾸 “새 둥우리”란 말이 나옵니다. ‘둥우리 = 새집’인데, 이런 겹말을 왜 자꾸 쓸까요? 그만큼 옮긴이(또는 글쓴이)가 새를 모를 뿐 아니라, 새하고 사귀거나 마음을 못 섞는다는 뜻입니다.


  사람 눈높이로만 서서 ‘생물학·과학’이라는 틀을 붙잡으려고 하면 새를 겉훑기로는 읽을는지 모르나, 새를 새로서 알 길이란 없습니다. 새를 알고 싶으면 생물학도 과학도 내려놓기를 바랍니다. 그저 새를 새로 마주하면서 사랑이라는 마음이 되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새가 바늘과 실을 이용한 재봉술로 둥우리를 지을 수 있다면 믿겠는가? 놀랍게도 사실이다. (33쪽)


야외에서 만약 새 둥우리를 발견한다면, 설령 우듬지에 붙은 빈 둥우리라고 해도 마음이 들뜬다.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새 둥우리는 매력적인 존재다. (137쪽)


보통 사람들이 새 둥우리를 만나는 건 정말 예상치도 못하는 일이다. 봄의 산림은 온갖 새들이 지저귀고 번식의 기쁨으로 왁자지껄하지만, 동시에 그 새들은 포식자를 피하기 위해 온 신경을 기울여 은밀히 둥우리를 짓는다. (14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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