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덕, 아이들을 살려야 한다 - 어린이문학과 교육 사상 살아있는 교육 27
이주영 지음 / 보리 / 201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들 안 살리는 대한민국 학교
[사랑하는 배움책 13] 이주영, 《이오덕, 아이들을 살려야 한다》(보리,2011)

 


- 책이름 : 이오덕, 아이들을 살려야 한다
- 글 : 이주영
- 펴낸곳 : 보리 (2011.12.1.)
- 책값 : 13000원

 


  《이오덕 교육일기》(한길사,1989)라는 책을 읽으면, 1960∼70년대 국민학교 모습을 환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내 아버지도 1960∼70년대뿐 아니라 1980∼90년대에도 국민학교·초등학교 교사와 교장 일을 하셨고, 퍽 여러 사람들이 교육일기나 교단일기를 썼는데, 《이오덕 교육일기》에서만큼 지난날 국민학교 모습을 또렷하게 밝혀 적은 글을 아직 못 보았습니다. 교사로서 지난날 국민학교 모습을 돌이켜보면서 스스로 뉘우치거나 잘잘못 따지는 글을 아직 못 보았어요.


  1982년부터 1987년까지 국민학교 여섯 해를 다니던 내 지난날을 되새깁니다. 그무렵 나는 학교에서 돈 내라 쌀 가져와라 신문과 빈병 모아라 걸레와 커튼 만들어서 내라 화분 사라 교실에 텔레비전 들여 화상교육 하도록 국화 사라 …… 하는 이야기를 날이면 날마다 들었습니다. 육성회비를 내고 무슨무슨 수업료를 내며 스승날에 돈봉투를 내는 한편, 소풍 때에는 교사들 먹을 술과 떡과 고기 장만할 돈을 걷습니다. 낱낱이 떠올리자면, 한 주에 두 가지 새로운 ‘돈 걷기’를 했어요. 반장과 부반장 맡은 아이는 동무들 다그치거나 자로 때리면서 ‘돈 안 낸 동무’한테 욕지꺼리 퍼붓습니다. 처음에는 얌전한 말로 타이르다가도, 담임교사가 반장과 부반장 불러 교단에 세우고는 뺨따귀를 올려붙이면, 담임교사가 교무실로 돌아간 뒤 우리들을 윽박지르며 자를 휘두르곤 해요.


  다달이 내야 하던 돈을 떠올립니다. 육성회비, 수업료, 기성회비, 방위성금, 우유값. 틈틈이 내라 하던 돈을 헤아립니다. 전투기를 산다느니 군함을 산다느니 할 때에 돈을 더 걷고, 평화댐 짓는다며 다시 돈을 걷습니다. 4월 5일에 나무 심는다며 나무값을 걷고, 성탄절 앞두고 크리스마스 씰을 사라며 돈을 걷습니다. 학기마다 환경미화를 한다며 돈을 걷고, 청소용품 산다며 돈을 걷습니다. 가을에는 가을국화 사라며 돈을 걷어요. 이러는 동안 3월부터 12월까지 방학을 빼고 다달이 폐품수집을 합니다. 방학이 끝나는 9월은 폐품수집을 곱배기로 하라 시킵니다. 1∼3학년은 신문종이 5킬로그램, 4∼6학년은 신문종이 10킬로그램, 여기에 빈병은 1∼3학년 한 병, 4∼6학년 두 병씩 가져오도록 시켜요. 중·고등학교에서는 국민학교 때보다 훨씬 더 많이 가져오라 시키지요. 폐품수집날 닥치면 집집마다 신문종이와 빈병 모으느라 바빠요. 빈병 안 가져와서 학교에서 교사와 교무주임과 교감한테 얻어터질라치면, 이듬날부터 어머님들이 구멍가게에서 빈병을 사서 아이들더러 들고 가라 합니다. 그리고, 새마을저축이라는 이름으로 주마다 500원 넘게 돈을 넣으라 했어요. 5학년쯤 되니 주마다 1000원 넘게 돈을 넣으라고 바뀝니다. 군대에 있는 사람들한테 위문편지를 쓸 뿐 아니라 위문품 보내기 행사를 하느라 돈을 걷습니다. 스승날에는 반마다 학년마다 돈을 걷어 교사한테 줄 선물을 산다 합니다. 체육대회를 할 적에도 반마다 마련해야 하는 음료수와 빵과 김밥이 있고, 학기에 한 차례 있는 소풍날에도 아이들마다 내야 하는 선물이나 먹을거리나 돈이 있어요.


.. 1964년에는 상주군 이안서부초등학교 교감으로 발령받는다. 그러나 두 해 만에 다시 교감 포기서를 낸다.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당시 학교장한테 여러 차례 부조리한 지시를 받으면서 갈등이 커졌기 때문이다 … 1967년 3월 1일 경주시 경주초등학교 교사로 간다. 그러나 더욱 황폐하고 반교육 행태가 판을 치는 도시 학교 풍토를 견딜 수 없기 때문에 다시 교육청에 간곡히 부탁해서 1968년 3월 1일 안동군 임동면 대곡분교로 옮긴다. 아주 산골학교를 찾아간 것이다 ..  (30쪽)


  나는 국민학교 다니며 돈 걷는 일에 질리고 질렸습니다. 하루 빨리 국민학교를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담임교사가 하는 일 가운데 가장 애써 하는 일이란 수업이 아닌 돈 걷기예요. 그 다음은 교육청에서 내라 하는 통계조사표에 따라 설문조사 하는 일이고, 이 설문조사를 글씨 예쁜 아이들 시켜 갈무리하도록 시킵니다. 그러고 보니, 가을이면 시화전을 한다 해서 돈을 또 걷어요. 붓글씨로 시를 쓰고 바탕에 그림을 그린 다음 그림틀에 끼워야 하니까 틀값이 있어야 한다지요. 그런데 이 그림틀도 제 아이 것이라 해서 주지 않아요. 돈을 치러 사 가야 합니다.


  내 어머니는 당신 두 아이가 주마다 몇 차례씩 돈 가져오라 이야기할 적마다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궁금합니다. 그나마 나는 아버지가 국민학교 교사였기에 육성회비를 깎아 주었어요. 그런데 내 국민학교 3학년 때 담임교사는 내 아버지가 국민학교 교사인 줄 알고 나를 마구 팼어요. 자꾸 패고 괴롭혔어요. 그러더니 내 어머니 앞으로 편지를 하나 건넸고, 어머니한테 편지를 건네니 이날 저녁 아버지가 조용히 나를 부르더니 흰봉투에 한자로 두 글자 적어 나한테 주더군요. 모두 잠든 밤에 몰래 옥편을 뒤져 아버지가 흰봉투에 한자로 적은 글이 무언가 하고 알아보니 ‘寸志’였습니다. 이무렵 아버지 한 달 일삯(기본급)이 20만 원이 채 안 되었다고 했는데, 아버지는 흰봉투에 자그마치 3만 원을 빳빳한 돈으로 넣었습니다.


.. 이오덕은 참사람을 키우는 교육이 되려면 아이들에게 몸으로 하는 일을 시켜야 한다고 하였다 … 일하는 것이 즐거운 놀이가 되고, 또 그것이 바로 공부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일하는 아이들’이란 어느 시대 어느 곳에서나 인간답게 자라기 위해 어린이들이 살아야 할 현실이라고 반론하였다 … 이오덕은 작품에 작가 자신의 독창성이 없으면 문학이라고 할 수 없다고까지 단언한다 … 이오덕은 ‘일’을 ‘즐거운 놀이’ ‘공부’ ‘창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  (65, 91, 143, 180쪽)


  국민학교 적에 시달린 돈 돈 돈 ……을 떠올리다 보니, ‘불우이웃돕기 성금’ 모으던 일이 잊히지 않습니다. 우리 반뿐 아니라 어느 반에나 몹시 가난한 동무가 있어요. 학교에서 거둔다는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누구한테 주는지 참으로 알쏭달쏭했지만, 학교에서는 모든 아이한테 똑같은 돈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내라 했어요. 찬찬히 돌아보니, 불우이웃돕기 성금도 다달이 내도록 시켰습니다. 불우이웃돕기 성금은 500원씩입니다. 방위성금도 500원씩이었어요. 이무렵 인천에서 국민학생 한 사람 버스삯은 60원이었고, 라면 한 봉지 값은 80원이었다가 100원으로 올랐습니다.


  육성회비가 6천 얼마, 수업료가 1천 얼마, 방위성금 500원, 불우이웃돕기성금 500원, 새마을저축 500원, 기성회비가 500원이었나 1천 원, 우유값이 2200원 안팎, 여기에 폐품을 모아야지, 때때로 위문품 돈을 내야지, 특별 방위성금을 내야지, 다달이 무슨무슨 행사 끊이지 않아 자꾸자꾸 돈을 내야지 …… 예순 아이쯤 되던 우리 반에서 이 모든 돈을 제때 빠짐없이 내던 아이는 몇 안 되었습니다. 으레 늦게 내거나 흔히 얼마씩 적게 냈어요. 늦게 내면 늦게 내는 만큼 다 낼 때까지 담임교사가 두들겨팹니다. 이레 지나도록 안 내고 미루면 교무주임이 따로 불러서 더 두들겨팹니다. 한 달 지나도록 안 내고 버티면 월요일과 토요일 아침에 하던 애국조회 자리에서 교감이 단상으로 불러서 뺨을 갈기거나 구둣발로 정강이나 배를 걷어찹니다. 전교생 모두 보는 앞에서 얻어맞아요. 그런데, 이렇게 맞는다고 끝나지 않아요. 체육 수업을 할 때에 체육교사가 또 얼차려를 시키며 괴롭혀요.


  나는 아버지가 교사였기에 숱한 주먹질과 발길질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폐품 무게가 500그램이라도 못 미치면, 빈병 갯수를 채우지 못하면, 하루라도 늦게 가져오면, “넌 아버지가 교사이니까 잘 알 텐데 늦게 가져와!” 하고 윽박지르면서 참말 눈물 펑펑 쏟도록 때렸습니다.


  내 동무들은 어떻게 국민학교 여섯 해를 견디었을까요. 집안이 가난해서 돈 한 푼 학교에 바치기 어렵던 동무들은 국민학교 여섯 해를 어떻게 떠올릴까요. 이제 그때 일은 다 잊고 착하고 아름답게 살아갈까요. 지난날 일을 거울 삼아 ‘돈으로 사람을 괴롭히거나 들볶는 짓’을 안 하며 참답고 슬기롭게 살아갈까요.


.. 이오덕이 어린이 시 지도에서 배척하려고 했던 것은 생활 감동을 제대로 이해하고 표현하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생활을 외면하고 감동 없이 기교만으로 작품(감동)을 만들어 내려고 하는 그릇된 동시 제조 방법과 태도다. 어린이들을 시인으로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마음이 자라도록 돕기 위해 시 쓰기를 지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이오덕은 이런 권위에 사로잡히지 않았다.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아이들 생활을 몸과 마음으로 겪으면서, 아이들이 쓰는 글과 아이들이 삶을 대하는 태도를 살펴보았다. 그 결과 당시 유행하던 시 쓰기 방법은 참된 인간 교육이나 시 쓰기 교육의 길이 전혀 아님을 알게 되었다 ..  (121, 127쪽)


  이주영 님이 쓴 《이오덕, 아이들을 살려야 한다》(보리,2011)라고 하는 책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이주영 님이 쓴 이 책은 ‘이오덕 평전’은 아니고, ‘이오덕 사상 연구’입니다. 교사 이오덕 님이 국민학교 교사·교감·교장 노릇을 하며 얼마나 가슴이 아팠고, 이 아픈 가슴으로 ‘아이들 살리는 길’을 얼마나 눈물겹게 찾아헤맸으며, 애써 찾아헤맨 참길을 씩씩하게 지키려고 온힘을 다했는가 하는 대목을 곰곰이 짚습니다.


  다만, ‘사상 연구’라고 하지만, ‘어린이문학 비평을 둘러싸고 후배들이 벌인 논쟁’에 너무 길다 싶은 자리를 내주어, 이오덕 님 삶자락과 교육 이야기를 더 깊이 파고들지 못합니다. 이오덕 님이 교육을 어떻게 바라보았고, 어떻게 곰삭혔으며, 어떻게 ‘참교육 이론 밑틀’을 세우면서 문학창작과 문학비평과 글쓰기교육과 우리 글 바로쓰기로 나아갔는가 하는 실마리를 밝히지는 못해요. 앞으로 이 대목을 차근차근 되짚으면서 고침판이라든지 새판을 쓸 수 있기를 바랍니다. 몇몇 이론가나 비평가하고 주고받은 글은 이오덕 님 삶에서 그닥 큰 자리를 차지하지 않거든요. ‘독재정권이 아이들을 죽이는 짓’과 ‘독재정권 손아귀 앞에서 굽실거리며 아이들을 안 지키고 외려 아이들을 더 옥죄는 교사들 끔찍한 짓’을 코앞에서 바라보아야 한 슬픈 눈물과 생채기를 씻으며 참교사로 거듭나려 애쓴 이오덕 님 발자취를 살포시 밝히면서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라요.


.. 이오덕 계열 문학을 현실주의 어린이문학이라고 말하기 시작하였지만 정작 이오덕은 이 말에 거부감을 갖는다. 어린이문학 작품을 쓰는 작가라면 어떤 ‘주의’를 가졌든, 어떤 경향의 작품을 쓰든 모두 어린이 삶과 현실을 생각하는 게 당연한데 어떤 특정한 작가들, 곧 이오덕 자신의 문학론을 ‘현실주의’로 규정하고, 자기를 따르는 작가들을 묶어서 따로 ‘현실주의’ 작가나 작품으로 일컫다니 이상하다는 것이다 … 이오덕은 문학 이념이나 갈래나 형식이 아니라, 작품이 어린이가 현실을 살아가는 데 참된 도움이 되는지 아닌지를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 이오덕은 아이들이 집안일이나 농사일을 돕는 자기 삶을 부끄럽게 여기고 글로 쓰지 못하도록 가로막는 교육 현실을 비판하면서, 그런 이야기도 솔직한 마음으로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그래야 자기 삶을 소중하게 여기는 인간다운 마음을 기를 수 있다고 하였다 ..  (173, 182∼183쪽)


  이오덕 님이 교사로 일하던 때뿐 아니라, 제가 국민학생이던 때, 그리고 내 다음으로 국민학교에 들어온 아이들 누구나 대한민국에서는 사랑받지 못하며 자랐다고 느껴요. 독재정권과 제도권교육은 아이들을 살리지 않아요. 독재정권과 제도권교육은 아이들을 죽여요. 아이들을 죽이려 하는데 죽지 않으면 목을 옥죄어 노예로 부립니다. 시키는 일을 몽땅 하게 만들고, 두들겨패면 고분고분 말을 잘 듣는 노예로 만들어요.


  가만히 돌아보면, 오늘날 학교에서는 지난날 학교처럼 돈을 끔찍하게 걷지는 않아요. 이제 교사들 일삯은 제법 많고 수당 또한 퍽 많아요. 요즈음 교사들이 아이들 닦달하거나 다그치며 돈 걷기 할 까닭은 사라졌다 할 만해요. 그러나, 요즈음 교사들은 아이들을 대학입시지옥으로 밀어넣는 하수인 노릇을 해요. 학교에서도 학교 바깥에서도 오직 시험공부에만 마음을 팔도록 내몰아요. 아이들한테 삶을 말하거나 사랑을 밝히거나 꿈을 북돋우는 교사를 찾아보기 매우 힘들어요. 아이들 스스로 이 땅에서 씩씩하게 홀로서기 이루며 아름다이 살아가는 길 열어젖히는 이슬떨이 되는 교사는 자꾸 줄어들어요.


.. 이오덕은 어린이문학 작가들이 진정성에 관심을 갖고 이해하고 그 뜻을 지키기를 촉구하였다. 어린이문학의 진정성이란 작가가 어린이문학이 사회에서 갖는 책임을 사무치게 느끼고, 어린이가 살아가는 현실을 올바르게 알며, 민족과 인류의 앞날을 살아갈 어린이가 문학을 통해 간접 체험을 즐기고 그 즐거움에 힘입어 어린이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애써야 한다는 것이다 … 어린이문학가이기 때문에 더 큰 책임을 져야 하고, 그런 책임을 지고 싶지 않다면 어린이문학 작품을 쓰지 말아야 한다 ..  (193, 194쪽)


  교사도 어버이도 아이들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기를 빌어요. 교사도 어버이도 아이들 죽이는 짓 그만하기를 빌어요. 아이들은 대학교에 가야 하는 시험노예가 아니에요. 아이들은 시골 떠나 도시에서 회사원이나 공무원 되야 하는 월급노예가 아니에요. 아이들은 꿈을 키울 푸른 숨결이에요. 아이들은 사랑을 나눌 푸른 넋이에요.


  나라에서 아이들을 살리지 못하면, 우리가 살려야지 싶어요. 교육부에서 아이들 살리는 길 열지 않는다면, 우리가 우리 살아가는 조그마한 마을에서 아이들 살리는 길 마련해야지 싶어요.


  예쁜 아이들로 자라도록 북돋아야지요. 착한 아이들로 크도록 이끌어야지요. 참다운 아이들로 빛나도록 보살펴야지요.


  좋은 하루 누리는 어른 되어, 아이들도 나란히 좋은 하루 누릴 수 있도록 하기를 빕니다. 좋은 하루 즐기는 어른 되어, 아이들 누구나 좋은 하루 즐길 수 있게끔 돕기를 빕니다. 좋은 하루 빛내는 어른 되어, 아이들 스스로 좋은 하루 빛내는 슬기 일구도록 어깨동무하기를 빌어요. 4346.3.1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는 크리스탈 아이들 - 크리스탈 아이 레나가 들려주는 사랑, 신뢰, 기쁨의 메시지
레나 기거 지음, 윤혜정 옮김 / 샨티 / 201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봄을 먹는 아이들
 [사랑하는 배움책 14] 레나, 《우리는 크리스탈 아이들》(샨티,2013)

 


- 책이름 : 우리는 크리스탈 아이들
- 글 : 레나
- 옮긴이 : 윤혜정
- 펴낸곳 : 샨티 (2313.1.21.)
- 책값 : 13000원

 


  봄꽃을 따서 먹습니다. 봄에 피어나는 꽃송이를 봄풀 잎사귀랑 함께 먹습니다. 꽃잎과 풀잎에 풀줄기까지 먹습니다. 때로는 뿌리까지 캐내어 꽃과 잎과 줄기와 뿌리 몽땅 먹습니다.

  봄에 먹는 봄풀에는 봄맛이 납니다. 여름에 먹는 여름풀에는 여름맛이 나고, 가을에 먹는 가을풀에는 가을맛이 납니다. 그리고, 어디에서 뜯거나 캐내어 먹는 풀인가에 따라 풀맛이 다릅니다. 풀마다 흙내음이 다릅니다. 풀마다 바람내음이 다릅니다. 여기에, 풀마다 햇살내음이 달라요.


  풀을 먹는 사람들 마음도 다르지요. 즐겁게 풀을 먹는 사람한테는 즐거운 기운이 서립니다. 기쁘게 풀을 맛보는 사람한테는 기쁜 기운이 감돕니다. 웃으며 풀을 나누는 사람한테는 웃음꽃이 스며요.


  무엇을 먹더라도 마음가짐에 따라 달라집니다. 누구와 만나 어떤 이야기를 나누더라도 스스로 어떤 매무새인가에 따라 삶이 달라집니다. 책 한 권 읽을 적에도 이와 같아서, 꼭 어느 책을 읽어야 마음을 살찌울 수 있지 않아요. 스스로 마음을 살찌우고 싶을 때에는 어느 책을 읽든 마음을 살찌워요. 스스로 지식이나 정보만 쌓을 마음이라면, 어느 책을 읽든 지식이나 정보만 느낍니다.


..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이 아직 대부분의 어른들을 가로막고 있고, 또 많은 사람들이 어른들 역시 인디고나 크리스탈 인간으로 진화하도록 요청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어요 … 만일 제가 저를 사랑하지 않으면, 저 자신을 믿지 못하고 있으면, 늘 제가 옳다고 주장하고 모든 것을 통제하려고 들면 레나와 문제가 생깁니다 … 우리 크리스탈 아이들은 인간이 얼마나 놀라운 존재인지, 삶이 얼마나 멋질 수 있는지,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지 보여주기 위해 이곳에 있어요 ..  (18, 23, 85쪽)


  아이들은 봄을 먹습니다. 아이들은 봄철에 봄을 먹습니다. 시골에서 사는 아이들은 시골자락 봄을 먹습니다. 서울에서 사는 아이들은 서울자락 봄을 먹어요. 곳마다 봄빛이 다르니, 아이들이 먹는 봄 또한 달라요. 어느 아이는 싱그러운 봄빛을 먹고, 어느 아이는 백화점 상품광고 같은 봄빛을 먹어요. 어느 아이는 손수 씨앗을 뿌려 거두는 봄빛을 먹을 테고, 어느 아이는 공장에서 만든 화학제품 봄빛을 먹습니다.


  아이들이 봄을 먹는 결 그대로, 어른들도 봄을 먹습니다. 어른들 누구나 봄을 먹지만, 참 많은 어른들은 봄을 먹는 줄 모르거나 못 느껴요.


  여름에도 그래요. 참 많은 어른들은 여름에 여름을 먹는 줄 모릅니다. 가을에도, 겨울에도, 늘 매한가지예요. 어른들부터 철을 모르면, 아이들도 철을 몰라요. 어른들부터 철하고 동떨어진 보금자리에서 삶을 일구면, 아이들도 철하고 동떨어지면서 삶하고 멀어져요.

  무엇을 먹는 삶인지 느낄 줄 알아야 해요. 무엇을 먹고 나누면서 내 숨결을 빚는지 깨달아야 해요. 날마다 마시는 바람을 찬찬히 살펴야지요. 늘 바라보는 햇살과 달빛을 살펴야지요. 언제나 감도는 기운을 살결로 받아들이고, 나 스스로 딛는 땅이 흙인지 시멘트인지 돌아보아야지요.


.. 사랑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으며 치유할 수 있습니다. 사랑은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입니다 … 동물과 자연은 매우 많은 사랑을 발산해요. 그것도 순수하고, 참되고, 조건 없는 사랑을요 … 우리의 눈과 이해와 지식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규칙과 법칙이 이 세상에는 참 많아요. 그럴 때 우린 그것을 따르지 않아요. 우린 무엇이 우리에게 좋고 무엇이 무의미한지 알고 있어요 … 사람들은 우리에게 화가 난 것이 아니라, 우리가 눈앞에 보여준 자기 모습에 화가 난 것입니다 ..  (41, 43, 47, 95쪽)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노래를 불러들입니다. 내 목소리를 곱게 가누어 부르는 노래 한 자락은, 내 노래를 듣는 사람도 즐겁게 할 테지만, 누구보다 나 스스로 즐겁습니다. 내 목청을 맑게 돋구어 부르는 노래 한 가락은, 내 노래를 들을 사람을 기쁘게 할 텐데, 이에 앞서 나 스스로 기뻐요.


  시원한 물 한 모금 맑게 마십니다. 목구멍을 적시고, 가슴을 적십니다. 몸을 적시고, 마음을 적십니다. 나한테 스며드는 물 한 모금이 어떤 숨결인가 하고 생각합니다. 곧, 내가 늘 뱉는 말마디 하나가 어떤 숨결인가 하고 생각합니다. 내가 늘 듣는 말마디 하나는 어떤 숨결인가 하고 나란히 생각합니다.


  가는 말이 곱기에 오는 말이 곱다 하는데, 내가 보내는 말은 얼마나 고운가요. 내가 안 고운 말을 듣는대서 나도 안 고운 말을 내쏘면 되는가요. 내 마음속에서 샘솟아 내 입으로 터져나오는 말마디가 고울 수 있도록 힘을 기울일 수 있는가요.


  생각이 고스란히 삶으로 이어집니다. 환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환하게 빛나는 삶을 찾아요. 아름답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름답게 비추는 삶을 찾아 길을 나서요. 두려움을 품으니 두렵지, 두려움을 안 품는데 두려울 까닭 없어요. 사랑을 품기에 사랑스럽지, 사랑을 안 품는데 사랑스러울 까닭 없어요.


  웃음꽃은 웃음씨앗 낳습니다. 노래꽃은 노래씨앗 낳습니다. 말꽃은 말씨앗 낳아요. 나는 언제나 꽃입니다. 나는 웃음꽃이 될 수 있으나, 눈물꽃이 될 수 있어요. 나는 노래꽃이 될 수 있으나 다툼꽃이 될 수 있어요. 나는 말꽃이 될 수 있으나 가시꽃이 될 수 있어요. 어느 꽃이 될는지는 바로 나 스스로 고릅니다. 내 생각으로 내 삶을 짓습니다.


.. 저는 또 건강 보험이 무의미하게 보여요. 왜 내가 아플 거라고 기대하나요? 저는 제가 건강할 거라고 생각해요 … 아이는 재미있게, 놀듯이 오직 호기심과 배우는 기쁨으로만 걸음마를 배웁니다 … 모든 존재는 다 똑같고, 높낮이도 없고, 똑같이 가치 있으며, 모두가 소중합니다 … 두려움은 환상이에요. 그건 대부분 상처와 관련이 있어요 … 저는 두려움을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낸 감옥으로 봅니다 ..  (47, 63, 80, 106쪽)


  여섯 살 큰아이가 봄까지꽃을 꺾습니다. 봄까지꽃 흐드러지기 앞서 냉이꽃을 한 줌 꺾고 놉니다. 얘야, 봄까지꽃도 냉이꽃도 맛난 풀이란다. 모두 우리 밥이란다. 알지? 이 풀들 먹으며 날마다 새로운 봄을 받아들이잖니.


  그러니까, 우리는 즐겁게 먹으려고 꽃을 따고 풀을 뜯는단다. 함부로 아무 꽃이나 꺾거나 따지 않아. 즐거운 숨결 받아들이려고 꽃을 한 송이 얻는단다. 더 생각할 수 있다면, 굳이 꽃을 꺾지도 따지도 자르지도 않고서 꽃내음 얻을 수 있어. 눈을 크게 뜨고 꽃을 바라보렴. 눈을 살며시 감고 꽃결 느끼렴. 손을 가만히 뻗어 꽃잎 쓰다듬으렴. 볼을 대고, 귀를 대고, 살결을 대고, 꽃결을 보드라이 느끼렴.


  봄나물 뜯으며 배를 채울 수 있고, 봄나물 흐드러진 들판에서 봄나물과 도란도란 이야기 주고받으면서 마음을 채울 수 있지. 해하고 속삭일 수 있고, 달하고 수다를 떨 수 있어. 구름하고 노닥거릴 수 있고, 바람을 타며 날 수 있어. 아이야, 네 마음에 따라 이루어진단다. 네 마음에 어떤 빛이 있는가에 따라, 너 스스로 마음에 어떤 빛줄기 담아 돌보느냐에 따라 날마다 새롭게 이루어진단다.


.. 진심으로 알고 싶은 것은 모두 물을 수 있고 알 수 있어요 … 저는 제가 무엇을 아는지 알아요. 제가 무엇을 알고 싶은지 알고, 제가 무엇을 배우고 싶은지 알아요 … 우린 모두 같아요. 저는 모든 사람들과 같은 평지에 서고 싶어요. 그것이 사랑이에요 … 저는 기분 좋게 즐겁게 지내고, 삶을 누리기 위해 이곳에 있어요. 즐겁지 않은 뭔가를 하는 것은 정말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 여러분이 누구인지,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아주 간절하개 바라고, 그 대답에 감사의 뜻을 표하세요 ..  (125, 131, 143쪽)


  레나 님이 쓴 《우리는 크리스탈 아이들》(샨티,2013)을 읽으며 생각에 잠깁니다. 삶을 즐겁게 가꾸는 빛을 떠올리고, 생각을 즐겁게 보듬는 빛을 곱씹습니다.


  ‘크리스탈 아이’로 지구별에 찾아온 레나 님은 이녁 스스로 빛인 숨결이겠지요. 레나 님은 레나 님 스스로 빛일 뿐 아니라, 우리들 누구나 스스로 빛인 줄 깨닫도록 도와줄 벗님이겠지요.


  껍데기 아닌 알맹이를 바라보아야 할 사람들입니다. 겉치레 아닌 속치레로 삶을 즐겨야 할 사람들입니다. 옷차림에 앞서 마음차림을 생각할 줄 알아야 할 사람들입니다. 말로 떠들기 앞서 몸으로 살아내며 마음으로 누릴 사람들입니다.


.. 자연은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워요. 우리는 자연을 지키고, 존중하고, 즐기고, 누리는 데에 온힘을 쏟아야 해요. 자연은 순수한 사랑 그 자체예요. 자연은 아주 아름다운 에너지를 발산하죠 ..  (177쪽)


  봄은 봄이기에 더없이 아름답습니다. 겨울은 겨울이기에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숲은 숲이라서 아름답고, 들은 들이라서 아름답지요.


  히말라야 기슭에 깃든 조그마한 나라 부탄은, 중앙정부에서 풀약이든 농약이든 앞으로 하나도 안 쓰겠다고 밝혔어요. 지구별에서 맨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해요. 다른 나라에서는 조금 쓰든 많이 쓰든 풀약이나 농약을 쉽게 써요. 부탄은 유기농 곡식을 나라밖으로 내다 판다는 생각이 아니라, 부탄사람 스스로 먹을거리를 지어서 즐기려고 하는 생각이에요. 삶을 즐기겠다는 뜻이고, 삶을 사랑하겠다는 마음입니다.


  한국은 어떠한가 돌아봅니다. 한국은 자동차가 끝없이 늘어나요. 석유가 차츰 줄어든다 하더라도 석유 먹는 자동차는 자꾸 새로 나오고, 부쩍 늘기만 해요. 서울사람은 벌레 잡는 약이든 술냄새 지우는 약품이든 아주 많이 씁니다. 시골에서는 논둑과 마늘밭에 풀약을 칩니다. 삼월로 접어드는 고흥 시골마을마다 할아버지들 경운기 몰며 풀약치기에 바쁩니다. 스스로 닭이나 돼지나 소를 키우지 않으면서도, 가게나 술집에서 닭고기와 돼지고기와 소고기 언제라도 사다 먹는 서울사람입니다. 언제라도 이런저런 고기를 사다 먹으니, 시골에서 짐승우리 키우는 일꾼은 갖가지 항생제와 사료를 잔뜩 쓸밖에 없고, 짐승 사료 거두어들이는 땅뙈기에서는 풀약을 어마어마하게 씁니다. 한국에서는 서울에서든 시골에서든, 또 전라남도에서든 고흥군에서든, 또 고흥군에서도 작은 면이나 리에서조차 ‘이제 우리는 풀약 안 쓰겠어요’ 하고 외치는 곳이 없어요.


.. 가장 좋고 가장 쉬운 것은 가슴으로 이 책을 읽는 거예요 … 동물들은 서로 가슴을 통해서 대화를 해요. 우리와 동물 간의 대화도 그렇게 이루어진답니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언어를 잊어버렸어요. 그들의 가슴은 닫혀 있어요 …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사랑이에요 ..  (11, 69, 175쪽)


  봄을 시샘하는 꽃샘바람 붑니다. 꽃샘바람 살그마니 지나가면 바야흐로 달콤한 꽃바람만 불겠지요. 꽃바람만 부는 봄에는 꽃비가 내릴 테고, 꽃볕이 드리울 테지요.


  서울에서는 공원 잔디밭에 누구나 드러누워 해바라기를 하다가 도시락 까먹을 수 있기를 빕니다. 시골에서는 논둑이나 밭둑에서 자라는 봄풀을 누구나 실컷 뜯어서 봄나물로 즐길 수 있기를 빕니다. 봄에 봄빛을 먹으며 봄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빌어요. 마음을 열어 사랑 나누는 사람으로 살아가기를 빌어요. 마음을 터서 꿈을 짓는 사람으로 서로 어깨동무하기를 빌어요.


  나무하고 이야기를 나누어요. 멧새하고 이야기를 주고받아요. 바람이 들려주는 노래를 듣고, 구름이 싣고 찾아오는 봄글월 예쁘게 선물받아요. 4346.3.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열려라, 인생 - 우정, 자유, 관용, 직업, 행복 고박과 남쌤이 청소년들에게 들려주는 인생론 2
고성국.남경태 지음 / 철수와영희 / 201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읽기 삶읽기 126

 


‘서울을 떠나라’ 하고 말할 어른은
― 열려라, 인생
 고성국·남경태 이야기
 철수와영희 펴냄,2013.2.19./13000원

 


  고성국·남경태 두 분이 주고받은 이야기를 그러모은 《열려라, 인생》(철수와영희,2013)을 읽다가, 서울과 경기도에 자그마치 2500만 넘는 사람들이 살아간다는 대목을 보며, 살짝 놀랍니다. 그래, 그렇지요. 서울과 경기도에 사람이 그렇게 많지요. 그런데, 서울과 경기도는 더욱 커지기만 할 뿐 줄어들지 않아요. 서울과 경기도에서 살아가려는 사람은 서울과 경기도에 남으려고 하지, 서울과 경기도 바깥으로 나가려 하지 않아요. 게다가, 부산이나 대구에서도 서울로 가려 해요. 광주와 대전에서도 서울로 가려 해요. 전라남도 고흥 장흥 해남 강진에서도 모두 서울로 가려 해요.


  서울과 경기도는 미어터집니다. 서울과 경기도에서는 흙으로 된 땅을 밟을 수 없습니다. 서울과 경기도에서는 초·중·고등학교에서조차 운동장 흙을 모두 없애고 우레탄과 시멘트를 깝니다. 오직 자동차 다니기 좋은 길로 바꿉니다. 사람이 느긋하게 걷거나, 풀이나 나무가 자라거나, 밭이나 논을 일군다거나, 숲을 이룰 만한 땅이 송두리째 사라집니다.


  조그마한 땅뙈기 있더라도 서울과 경기도에서는 금싸라기라 할 테지요. 조그마한 땅뙈기에도 가게를 짓고, 빌라를 올리며, 아파트를 세우겠지요. 서울과 경기도에서는 뭐 하나 지어도 돈이 된다 할 테고, 볕 안 들고 우중충한 땅밑집이나 옥탑집조차 사람들이 줄을 서며 기다린다 할 테지요.


.. 친구가 빌린 돈을 내가 대신 갚아줄 상황이 됐을 때, 후회 없이 원망 없이 그럴 수 있을까. 이걸 자기 스스로한테 물어 보고 결정하라는 거야. 이건 친구를 믿느냐 아니냐 하는 문제가 아니야. 바로 자신의 문제지 … 충분히 예의를 갖추고 상대방을 배려하고, 그래서 관계 자체가 굉장히 기분 좋고, 즐겁고, 편안해야지 … 자기 규칙을 스스로 정할 자유가 있어야 하는 거야 … 실제로 아이들이 대화하는 법을 몰라. 또래끼리 만나도 어떻게 놀아야 하는지 모르고 ..  (41∼42, 43, 77, 132쪽)


  도시에 있는 학교에서건, 시골에 있는 학교에서건, 도시에 아이들이 있도록 가르칩니다. 도시 아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도시 아이가 되어야 한다고 가르치며, 시골 아이는 앞으로 도시 아이가 되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도시 아이는 도시 어른이 되는 길을 배웁니다. 시골 아이는 도시 어른이 되는 길을 배웁니다. 도시 아이한테 시골 아이 되라고 가르치는 어른이 없습니다. 시골 아이더러 시골 아이 삶을 즐기라고 가르치는 어른이 없습니다.


  서울과 경기도에 3000만이 넘게 바글거리면 어떻게 될까요. 부산에 1000만이 넘게 우글거리면 어떻게 될까요. 도시는 끝없이 커지고, 시골은 끝없이 작아지면 어떻게 될까요. 도시에서는 사람이 자꾸 늘어나니, 도시에서 국회의원 되는 숫자도 자꾸 늘어납니다. 시골에서는 사람이 부쩍 줄어드니, 시골에서 국회의원 되는 숫자도 부쩍 줄어듭니다. 무척 널따란 시골 여러 군을 아울러 국회의원 한 사람 뽑아요. 아주 좁다란 도시를 촘촘히 갈라 수많은 국회의원 뽑아요.


  도시에는 사람이 많으니, 수많은 사람을 살뜰히 다스릴 일꾼이 있어야 한다지요. 그러면, 숲과 논밭과 멧골과 냇물 넓은 시골은 아무렇게나 두어도 될까요. 숲이 망가지고 논밭이 어지럽게 되며 멧골과 냇물을 무너뜨려도, 사람은 잘 먹고 잘 마시며 잘 살 수 있을까요.


.. 현대 예술에 유독 사이비가 많은 건, 난해함을 가장한 사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 … 자유를 알지 못하는 친구에게는 자유롭게 하라는 말이 의미가 없을 수도 있어 … 가르치는 선생님이나 배우는 학생들이나 처음부터 자유롭게 큰 영혼들이 아니야 … 협력 업체뿐 아니라 오늘날의 삼성을 있게 한 노동자들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관용의 부재가 드러나. 예컨대 삼성은 지금도 무노조 원칙을 고수하잖아. 그런 식으로 노동자들의 권리를 부정하면 갈등이 폭력적으로 번지게 돼 있어 ..  (70, 81, 82, 112쪽)


  푸름이한테 푸른 숲길 보여주고 싶은 두 어른이 《열려라, 인생》이라는 이야기책을 꾸립니다. 두 어른은 푸름이들이 푸른 넋을 건사하면서 푸른 얼을 빛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스스로 틀에 갇히는 푸름이 아닌 스스로 삶을 즐기는 푸름이로 지내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두 어른부터 스스로 즐겁게 살아가려 합니다. 입으로 떠드는 즐거움 아닌, 몸으로 누리는 즐거움입니다. 사회에서 세우는 틀이 아닌 스스로 좋아하는 보금자리를 헤아리고, 학교에서 높이는 울타리 아닌 스스로 사랑하는 마을을 생각합니다.


.. 아이들에게 생명에 대해 교육을 시키는 게 굉장히 중요해. 생명에는 차별이 없잖아 … 수도권에 2500만 명이 살아. 인구의 절반이 흙을 밟지 못하고 사는 거야. 실제로 학교에서 모종 만드는 숙제를 냈는데 결국 흙을 못 구해서 포기하더라는 거야. 요즘은 학교 운동장도 우레탄 같은 걸로 깔잖아. 그런 환경에서 우리가 살고 있다고. 이건 자연과이 소통이 심각하게 단절되었다는 뜻이야 … 스스로 자기에게 맞는 직업을 탐구하는 순간 모두가 행복해지는 거야 ..  (129, 131, 154쪽)


  아름다움을 생각하는 사람이 아름다운 삶을 누립니다. 사랑스러움을 생각하는 사람이 사랑스러운 사람을 사귑니다. 아름다운 삶은 하늘에서 똑 떨어지지 않습니다. 사랑스러운 사람은 땅에서 펑 샘솟지 않습니다.


  아름다움을 생각하면서 스스로 아름다운 길을 걷습니다. 사랑스러움을 생각하면서 스스로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거듭납니다.


  그러니까, 남이 아름다움이라는 선물을 베풀지 않아요. 내가 스스로 아름다운 삶을 빛내면서 내 이웃한테 아름다움을 선물합니다. 내가 스스로 사랑스러운 사람 되어 환하게 웃으면서 내 동무한테 사랑스러움을 선물합니다.


.. 자본주의의 본질은 똑같은 상품을 대량 생산해서 대량 소비를 꾀하는 거잖아. 그런데도 특별하다는 말을 쓰는 거야. 자본주의는 개성마저도 복제해 … 어렸을 땐 집안 어른들이든 학교 선생님이든 누구도 네 인생 잘 즐기며 살아라 하고 가르치는 법이 없었어 ..  (213, 229쪽)


  누구나 즐겁게 여는 삶문입니다. 누구나 즐겁게 돌보는 삶자락입니다. 누구나 즐겁게 나누는 삶사랑입니다.


  이제, 이 나라 어른들은 이 나라 어린이와 푸름이한테 ‘서울을 떠나라’ 하고 말할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그리고, 어린이와 푸름이한테 ‘서울을 떠나라’ 하고 말하기 앞서, 어른부터 스스로 서울을 떠나야지 싶습니다. 서울을 떠나서 즐겁게 일하고 즐겁게 놀며 즐겁게 어울리는 삶을 아이들 앞에서 보여주어야지 싶습니다. 서울을 떠나서 흙을 만지고 보듬으며 즐기는 삶을 아이들 앞에서 밝혀야지 싶습니다.


  대학바라기 입시지옥을 비판만 해서는 교육 문제를 풀지 못해요. ㅈㅈㄷ 신문을 손가락질하기만 해서는 언론 문제를 풀지 못해요. 정치꾼 몇 사람 술안주 삼아 나무란대서 정치 문제를 풀지 못해요. 큰회사 우두머리 몇 사람 반찬 삼아 꾸짖는대서 경제 문제를 풀지 못해요.


  어른들 누구나 스스로 삶을 일굴 때에 문제를 풀어요. 어른들 누구나 스스로 삶을 즐길 때에 말썽거리를 풀면서 슬기로운 실타래를 꾸려요. 어른들 누구나 스스로 삶을 사랑하면서 아낄 때에 아름다운 이 나라로 거듭나겠지요. 서울사람이 100만으로 줄고, 경기도사람 또한 100만으로 줄 날을 기다립니다. 4346.2.25.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선생님, 내 부하 해 - 하이타니 겐지로 선생님과 함께 어린이 시 쓰기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햇살과 나무꾼 옮김 / 양철북 / 200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좋은 햇살 누리는 사람은
 [사랑하는 배움책 12] 하이타니 겐지로, 《선생님, 내 부하 해》(양철북,2009)

 


- 책이름 : 선생님, 내 부하 해
- 글 : 하이타니 겐지로
- 옮긴이 : 햇살과나무꾼
- 펴낸곳 : 양철북 (2009.12.7.)
- 책값 : 9000원

 


  좋은 햇살 누리는 사람은 좋은 햇살과 같은 마음을 나눕니다. 고운 봄볕 누리는 사람은 고운 봄볕과 같은 사랑을 나눕니다. 어떤 마음이 되고 싶은가 하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랑을 나누고 싶은가 하고 헤아립니다. 살아가는 모습 그대로 마음을 이룹니다. 살아가는 하루하루 모여 사랑이 태어납니다.


  가르치거나 배우는 마음이 아닙니다. 삶결 그대로 빚는 마음입니다. 책으로 읽거나 영화로 보는 사랑이 아닙니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무늬 고스란히 빛나는 사랑입니다.


  마음을 즐거이 다스릴 때에 삶이 즐겁습니다. 마음을 햇살과 같이 둘 때에 마음밭에 뜨는 햇살처럼 내 말과 넋과 삶 모두 햇살처럼 따사롭습니다. 사랑을 웃음으로 나눌 때에 삶이 기쁩니다. 사랑을 웃음으로 나누며 비로소 내 말이랑 넋이랑 삶 모두 사랑이 넘실거리면서 기쁩니다.


.. 자기 생각을 눈곱만큼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야 …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것 가운데 하나가 사랑입니다. 사랑은 서로가 서로를 좋아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딱딱하게 굳은 마음에서는 사랑이 생겨나지 않습니다 … 상대가 누구든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아주 멋진 일입니다 … 시는 나약한 인간의 솔직한 모습을 담는 것이지, 결코 훌륭한 인간의 모습을 담는 것이 아닙니다 ..  (13, 34, 38, 141쪽)


  마늘을 까다가 문득 생각합니다. 마늘까기노래 부르고 싶다고. 그래서 생각을 기울입니다. 먼먼 옛날 이 겨레 어머니 가운데 마늘을 까면서 노래를 부른 적 있을까 하고. 넓디넓은 마늘밭을 일굴 적에 마늘심기노래라든지 마늘캐기노래를 부른 적 있을까 하고.


  아마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마늘심기·마늘캐기·마늘까기, 이렇게 세 갈래로 다 다른 노래가 다 다른 고을마다 있으리라 생각해요. 왜냐하면, 밭자락 가득 마늘을 심자면 고되지만, 내 밭에 내 밥을 심는 만큼 즐겁게 일하고 싶어요. 밭자락 푸른 마늘잎 쓰다듬으며 마늘알 캘 적에도 내 밥을 거두는 만큼 즐겁게 일하고 싶습니다. 굵거나 작은 알을 만지작거리며 껍질 벗길 적에도 내 밥을 빚는 만큼 즐겁게 일하고 싶답니다.


  노래는 즐겁습니다. 아이들 재우는 자장노래가 즐겁고, 옆지기와 들길 거닐며 부르는 들노래가 즐겁습니다. 놀면서 부르는 놀이노래가 즐겁습니다. 일하며 부르는 일노래가 즐겁습니다.


  누가 가르쳐야 부르는 노래는 없습니다. 노랫말 스스로 짓습니다. 노랫가락 손수 엮습니다. 흥얼흥얼 중얼중얼 제 가락에 맞추고 제 말에 맞추어 노래를 부릅니다.


.. 눈으로는 사람의 마음을 볼 수 없습니다 …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단 하나뿐인 자기 마음이 다치기 때문에 싸움은 나쁜 것입니다 … 선물을 한다는 건 한마디로 진심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진심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물건을 빌어 표현하는 것뿐인데, 어른들은 한심하게도 선물 하면 와이셔츠나 위스키 같은 물건만 생각하죠 … 가난한 집과 부잣집이 있는 것은 온전히 어른들 탓입니다. 전 세계의 어른들은 하세 게이코 앞에서 부끄러워해야 합니다 ..  (15, 21, 31, 66쪽)


  밥물 안치고 설거지 하면서 노래를 부릅니다. 아이들 재울 적에 부르는 자장노래를 빨래하면서 부르기도 합니다. 마당에 빨래를 널 적에 이 노래를 고스란히 부르기도 합니다. 잠자리에서는 자장노래이고, 일할 적에는 일노래이며, 놀 적에는 놀이노래예요.


  사진찍기를 생각하면, 똑같은 사진기를 쓰는데, 어느 자리는 다큐사진이라 하고 어느 자리는 패션사진이라 해요. 어느 자리에서는 예술사진이라고도 하고, 어느 자리에서는 생활사진이라고도 하다가는, 어느 자리에서는 보도사진이라고도 해요.


  똑같은 연필을 써도, 누군가는 글을 씁니다. 누군가는 그림을 그립니다. 누군가는 설계도를 그립니다. 누군가는 숫자를 적고, 누군가는 장부를 갈무리합니다.


  호미로 풀뽑기 하는 사람 있고, 호미로 밭갈이 하는 사람 있습니다. 호미로 나물캐기 하는 사람 있으며, 호미로 돌고르기 하는 사람 있어요. 아이들은 호미로 흙놀이를 합니다.


.. 아이들은 잔인한 짓을 해도 장난 정도로 끝나지만, 어른들이 잔인한 짓을 저지르면 진짜 무시무시합니다 … ‘당신의 아이를 믿으세요.’라는 것입니다. 아이들을 믿지 않으니까 아이들이 비뚤어지는 거예요 … 잠깐만요. 어른들도 옛날에는 어린이였습니다 … 어린이들이 불평할 때는 그만 한 까닭이 있습니다. 정당한 논리가 어른들 때문에 왜곡되려고 할 때, 어린이들은 불평을 합니다 … 아름다운 마음이 담긴 시를 읽은 아이는 아름다운 마음이 훨씬 더 아름다워집니다. 상냥한 마음이 가득 담긴 시를 쓴 아이는 상냥한 마음이 훨씬 더 상냥해집니다 ..  (42, 47, 59, 60, 173쪽)


  삶은 누구나 스스로 짓습니다. 스스로 살고 싶은 대로 스스로 생각을 기울여, 스스로 내 삶을 짓습니다. 나한테 기쁜 일이 찾아오면, 이 기쁜 일을 발판으로 어떤 삶을 누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나한테 궂은 일이 찾아들면, 이 궂은 일을 바탕으로 어떤 삶을 겪고 싶은 마음입니다.


  뜬금없이 찾아오는 일은 없습니다. 모든 일은 스스로 부릅니다. 어이없이 찾아드는 일은 없습니다. 모든 일은 스스로 비롯합니다.


  날벼락 같은 일은 없어요. 모든 일은 시나브로 쌓습니다. 어느 시험을 치러 1등을 해도 스스로 쌓아 이룬 1등이요, 달리기를 해서 꼴등을 해도 스스로 쌓아 이룬 꼴등입니다. 좋고 나쁨이 아니에요. 스스로 쌓은 삶이 어떤 모습을 환하게 비추며 찾아올 뿐입니다.


  이를테면, 국회의원이나 시장·군수 뽑는 선거 있다고 해 봐요. 참말 훌륭하게 살아오고 아름답게 일한 이들이 선거에서 뽑혀요. 때로는 뒷꿍꿍이나 돈놀이로 뽑히는 이들이 있을 텐데, 뒷꿍꿍이나 돈놀이로 뽑힌 이들은 오래지 않아 들통나요. 모두한테 알려지지요. 훌륭하거나 아름답게 뽑힌 이는 훌륭하거나 아름다운 일을 해요. 뒷꿍꿍이나 돈놀이로 뽑힌 이는 뒷짓이나 돈짓을 일삼다가 오래지 않아 공직에서 물러납니다. 공직에서 물러나며 사람들한테 까맣게 잊힙니다. 훌륭하거나 아름답게 일한 사람은 두고두고 이름이 남고 이야기 이어져요. 훌륭하거나 아름답게 일한 사람은 천 해가 지나거나 이천 해가 지나도 이름과 이야기 남습니다. 어리석거나 우악스레 군 사람은 권력이나 돈으로 동상·빗돌 세워도 세월 따라 빛이 바래거나 스스로 무너지기 마련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들은 스스로 아름답게 살아갈 노릇입니다. 우리들 누구나 스스로 훌륭한 하루를 일굴 노릇입니다.


  아름다움이란 아주 커다란 업적이 아닙니다. 훌륭함은 훈장이나 명예가 아닙니다. 나무 한 그루 사랑하는 손길이 아름다움입니다. 아이들 이마를 쓸어넘기며 맛난 밥 차려 먹이는 손길이 훌륭함입니다. 풀포기 하나 아끼는 손길이 아름다움입니다. 하늘바람과 구름바람 마시며 맑은 목청으로 노래 한 가락 뽑는 삶이 훌륭함입니다. 텃밭에 콩씨 하나 묻어 콩열매 얻는 삶이 즐거움이요 아름다움이며 훌륭함입니다.


.. 다이코 슈는 자기의 남동생이 사내아이답지 않게 너무 얌전한 것이 못마땅합니다. 이것은 다이코 슈가 남동생을 많이 사랑하고 있다는 뜻과 같습니다. 아무래도 상관없다면 이렇게 열을 올리지도 않을 테니까요 … 시에는 규칙이 없습니다. 하면 안 되는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딱 하나, 지킬 것이 있습니다. 바로 솔직하게 쓰는 거죠 … 시는 이야기에서 시작됩니다. 눈곱만큼도 거짓을 말하지 않겠다는 마음,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겠다는 마음이 깃들어 있다면 수다는 훌륭한 시입니다 … 새싹에 물을 주며 무럭무럭 자라도록 보살피듯이, 자신의 아름다운 마음도 끊임없이 살피며 키워 나가야 합니다 ..  (65, 76, 174쪽)


  하이타니 겐지로 님이 쓴 《선생님, 내 부하 해》(양철북,2009)라는 책을 읽습니다. 퍽 어린 아이들한테 ‘동시 쓰기’를 이야기한 열매를 갈무리한 책입니다. ‘동시 쓰기 지도’라고 할 수는 없고, ‘동시 쓰기 놀이’라 할 만한 책입니다. 아이들 스스로 이녁 삶을 좋아하고 아끼고 즐기고 사랑하면 아이들 누구나 스스로 시인이 되어 예쁜 싯말 하나 빚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입니다.


.. 아름다운 자연은 시가 꽉 들어찬 통조림과도 같습니다 … 지금껏 아무도 쓴 적이 없는 말이나 표현을 여러분이 직접 발명하는 거예요. 여러분은 위대한 말 발명가가 되어야 합니다 … 여러분이 어른들을 저만치 앞질러 버리세요. 보석처럼 근사한 말을 가득 만들어서 어른들을 무릎 꿇리는 거예요 … 시에서 리듬은 중요하지만 머리로는 리듬을 만들어 낼 수 없습니다. 시의 내용(바꿔 말해서, 시의 마음)만 확실하면 시의 리듬은 저절로 생겨납니다 … 시가 아름다운 까닭은 이처럼 순수하기 때문입니다. 시를 써서 다른 뭔가를 해 보려는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기 때문에 시는 아름다운 것입니다 ..  (94, 110, 111, 130, 185쪽)


  어린이는 모두 시인입니다. 어린이는 모두 하늘이거든요. 어른도 누구나 시인입니다. 어른은 누구나 어린이 삶을 누리며 자랐거든요.


  다만, 어린이 가운데 학원과 학교와 텔레비전과 조기교육(선행학습)에 얽매인 채 놀지 못하고 뛰지 못하며 노래하지 못하는 숨결이라면, 이 어린이는 하늘이 아니고, 시인이 아닙니다. 이 어린이는 슬픈 기계이자 슬픈 톱니바퀴입니다.


  어린이를 쳇바퀴에 가두지 말아요. 어린이한테 지식을 주워섬기지 말아요. 열두 살 어린이가 왜 열네 살 푸름이가 학교에서 배우는 영어나 수학을 먼저 지식으로 배워야 하나요. 열여섯 살 푸름이가 왜 스무 살 젊은이가 대학교에서 배우는 영어나 수학을 먼저 지식으로 갖춰야 하나요.


  어른 스스로 어른 이녁을 섬길 줄 알아야 합니다. 어른 또한 누구나 하늘인 줄 깨달아야 합니다. 어른부터 스스로 섬기고 아낄 때에, 어른과 함께 살아가는 아이들을 나란히 섬기고 아낄 수 있어요. 어른 스스로 이녁을 안 섬기고 안 아끼니까, 이 어른들이 아이들을 괴롭히거나 얽매거나 짓누릅니다.


.. 이 세상에 나는 한 사람뿐이다, 이 넓은 우주에 나는 딱 한 사람밖에 없다는 것을 늘 머릿속으로 생각하며 시를 쓰세요 … 시는 머리로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시는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 ‘좋은 시를 쓰려면 좋은 삶을 살아라.’는 말이 있는데, 이무렵의 아이들은 이 말을 잘 실천하고 있습니다. 그 뒤 일본은 불행한 전쟁의 시대를 맞고, 시도 완전히 달라져 버립니다 … 시를 쓰는 것은 아름다운 마음을 쓰는 것입니다. 시는 아름다운 마음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시를 쓴다는 것, 시를 읽는다는 것은 그 마음을 찾아내 따뜻하게 데워 주고 커다랗게 만들어 주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  (149, 150, 160, 172쪽)


  좋은 햇살 누리는 사람은 좋은 햇살을 가슴에 품어요. 어른 스스로 좋은 햇살을 누리려고 해야 어른 가슴에 좋은 햇살이 깃들어요. 맑은 바람 마시는 사람은 맑은 바람을 가슴에 담아요. 어른부터 스스로 맑은 바람을 누리려고 해야 어른 가슴에 맑은 햇살이 스며들어요.


  햇살도 바람도 누리지 않는 어른은, 아이들이 햇살과 바람을 누려야 하는 줄 몰라요. 햇살도 바람도 즐기지 않는 어른은, 아이들이 햇살과 바람을 먹으면서 아이들 스스로 이녁 삶을 사랑하도록 이끌어야 하는 줄 몰라요.


  왜 오늘날 한국 아이들은 시인이 못 될까요? 마땅하지요. 오늘날 한국 아이들 가운데 ‘하늘’인 아이는 거의 없어요. 오늘날 한국 아이들 가운데 얼마쯤 ‘하늘다운 모심이나 섬김’을 받는가 돌아봐요. 오늘날 한국 아이들은 하늘바라기를 못해요. 오늘날 한국 아이들은 도시에서 하늘빛조차 못 봐요. 오늘날 한국 아이들은 낮에는 눈부신 햇살을 못 누리고, 밤에는 해맑은 달빛과 별빛을 못 누려요. 오늘날 한국 아이들은 무지개도 미리내도 볼 수 없어요. 오늘날 한국 아이들은 자가용과 아파트와 시멘트건물에 갇힌 채, 들새 노랫소리나 풀벌레 노랫소리나 개구리 노랫소리 하나 즐기지 못해요.


.. 서로 사이좋게 지내고 인간으로서 가치를 서로 인정하는 것도 중요한 공부다 ..  (214쪽)


  어린이는 하늘입니다. 그래서 어린이는 시인입니다. 어른은 하늘입니다. 그래서 어른은 시인입니다. 곧, 사람은 하늘입니다. 그러니까, 사람은 시인입니다. 어린이이든 어른이든, 또 젊은이이든 늙은이이든, 누구나 하늘이면서 시인입니다.


  스스로 즐겁게 느끼기를 빌어요. 나도 시인이요, 당신도 시인이에요. 나부터 시인이고, 당신 또한 시인이랍니다.


  우리 모두 시를 써요. 우리 다 같이 하늘숨을 마셔요. 우리 모두 시를 노래해요. 우리 다 함께 삶빛을 나누며 어깨동무해요. 4346.2.24.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발레하는 남자 친구의 편지 한림 저학년문고 1
키르스텐 보예 지음, 스테파니 샤른베르그 그림, 유혜자 옮김 / 한림출판사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어린이책 읽는 삶 29

 


서로 재미있게 놀자
― 발레하는 남자 친구의 편지
 키르스텐 보이에 글,스테파니 샤른베르그 그림,유혜자 옮김
 한림출판사 펴냄,2006.4.30./9000원

 


  시골에서 살아가든 서울에서 살아가든, 우리들은 재미있게 살아갈 노릇이라고 느낍니다. 어느 나라에서 태어나든 어느 집안에서 태어나든, 저마다 재미있게 삶을 일굴 노릇이라고 느낍니다.


  시골에서 태어났으면 시골사람답게 시골을 누리면 됩니다. 서울에서 태어났으면 서울사람답게 서울을 누리면 돼요. 살림 가멸찬 집안에서 태어나면 이 집안살림 곱게 누리면 되고, 살림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면 이 집안살림 넉넉히 누리면 됩니다.


  어떻게 마음먹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삶입니다. 어떤 마음이 되어 하루하루 맞아들이려 하는가에 따라 바뀌는 생각입니다. 마음자리에 따라 삶이 달라지고, 마음빛에 따라 생각이 거듭나요.


  시골에서 살아가기에 파랗게 눈부신 하늘과 푸르게 뒤덮인 들과 숲을 누리면 됩니다. 서울에서 살아가기에 마당을 돌보고 텃밭이나 꽃밭을 가꾸며, 빈 터가 보이면 나무씨앗 한 톨 심어 씩씩하게 자라기를 빌 수 있어요. 시골에서는 시골숲을 보살피고, 서울에서는 서울숲을 돌보면 즐겁습니다.


.. 그런데 생각해 보니 선생님이 쓰기 공부를 가르치는 것보다 수산네라는 동창생 이야기를 하는 게 차라리 잘 된 일인 것도 같았다 ..  (12∼13쪽)


  정치를 꾀하는 이들은 진보나 보수 같은 이름을 만듭니다. 아마 오늘날 정치에서는 진보하고 보수라는 이름으로 스스로 금긋기를 하며 싸워야 할는지 모릅니다. 그러면, 진보는 무엇이고 보수는 무엇일까요. 시골에서는 정치를 안 하고 몽땅 서울에서만 정치를 하는데, 서울에서 정치꾼이 꾀하는 진보나 보수란 서로 어디로 나아가려 하는가요.


  정치꾼이든 기업꾼이든 으레 ‘일자리 만들기’를 얘기해요. 우리 시골집으로도 ‘국회의원 의정보고서’가 날아와요. 시골 국회의원이 정치꾼으로서 무슨 일을 했는가 죽 돌아보니, 하나같이 ‘토목건설 사업’을 이래저래 벌이며 몇 억이나 수십 억 돈을 타내었다는 이야기가 흐릅니다. 그러니까, ‘일자리 만들기’라 한다면, 우리 여느 사람들 주머니에서 돈을 거두어들여 ‘토목건설 일자리’를 만든다는 셈이고, 토목건설 일꾼들이 무언가 짓고 부술 적에 곁에서 밥을 팔거나 술을 팔거나 기계를 팔거나 부속품이나 장비를 팔아 돈이 돌고 돌게 한다는 뜻입니다.


  백 해쯤 앞서를 생각합니다. 오백 해나 천 해나 만 해쯤 앞서를 생각합니다. 한국말에 ‘진보’나 ‘보수’는 없습니다. 서양 학문을 일본 학자가 옮기며 ‘진보’나 ‘보수’ 같은 한자말을 지었습니다. 문명 사회가 되었다 하기에, 서양 학문이 한국으로도 흘러들어 이런 이름으로 정치나 사회나 문화를 읽는다고 말합니다. 그러면, 곰곰이 헤아려 봅니다. 흙을 만지는 일꾼한테 진보가 있을까요. 갯벌에서 바지락 캐고 고깃배 몰아 고기를 낚는 일꾼한테 보수가 있을까요. 아이를 낳아 젖을 물리는 어머니한테 진보가 있을까요. 아이들 똥바지 오줌기저귀 손빨래하는 아버지한테 보수가 있을까요. 무럭무럭 자라나는 아이들은 진보나 보수를 알까요. 노래를 부르며 놀고, 마당에서 뒹구는 아이들한테 진보나 보수라는 금을 가를 까닭이 있을까요.


  봄꽃에 진보가 있을까요. 여름숲에 보수가 있을까요. 가을걷이에 진보가 있을까요. 낫질이나 써레질이나 갈퀴질에 보수가 있을까요. 아궁이에 불을 때고 밥물 맞추는 데에 진보가 있을까요. 겨우내 도란도란 이야기꽃 피우며 고구마 쪄서 먹는데 보수가 있을까요.

 

 


.. “알렉산드라라는 애야. 줄여서 알렉스라고 한대. 네가 직접 읽어 봐. 글씨를 읽을 수 있다면.” “정말 글씨 되게 못 쓴다.” 발레스카가 안됐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착한 아이일지도 몰라. 글씨체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 ..  (36쪽)


  우리 시골마을 고흥에서는 군청에서 앞장서서 ‘비전 5000 프로젝트’를 꾀한다고 밝힙니다. 시골 흙일꾼이나 고기잡이마다 한 해에 5000만 원 넘게 돈을 벌도록 무언가 한다는 뜻인데, 흙을 만지거나 고기를 낚거나 갯일을 하며 꼭 5000만 원 넘게 벌어야 할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4500만 원을 번다든지 3900만 원을 벌면 안 될는지요. 2000만 원을 벌면 먹고살기 힘들는지요. 흙을 일구어 거두는 푸성귀나 곡식을 굳이 내다 팔아 돈을 만져야 할는지요. 스스로 살림 꾸릴 만큼 흙을 일구어 식구들 밥을 차리는 삶으로 나아가면 어떠할는지요.


  5000만 원을 벌어 무엇을 하면 즐거운 삶이 될까요. 5000만 원 넘게 벌어 누구하고 이 돈을 나눌 때에 아름다운 삶이 될까요. 5000만 원 못 되게 벌어 살림은 어떠하게 꾸릴 때에 재미난 삶이 될까요.


  돈을 버는 일이 나쁘다고 여기지 않아요. 다만, 돈벌이에만 마음이 사로잡히면 슬프거나 안쓰럽다고 느껴요. 시골마을 군청에서 할 몫이라면, 시골마을 사람들이 ‘돈을 더 벌라’고 부추기거나 채찍질을 하기보다는, 돈을 적게 벌거나 아예 안 벌더라도, 하루하루 재미나게 삶을 누리는 길을 밝혀야지 싶습니다.


  우리 이웃 할머니 할아버지는 ‘서울로 가서 지내는 딸아들’이 손자를 낳아 돌보는데 아토피 때문에 유기농 곡식이며 약값이며 무어며 하면서 다달이 백만 원이나 이백만 원씩 쏟아붓는다고 걱정해요. 한 해에 5000만 원을 벌든, 또는 1억 원을 벌든, 아토피를 비롯해 온갖 몸앓이를 한다면, 이렇게 버는 돈은 어디에 뜻이 있을까요. 돈벌이를 하느라 막상 삶을 누리지 못하거나, 느긋한 겨를이 없다면 어떤 보람이 있을까요.


  돈을 벌고 싶으면 벌 노릇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어느 누구도 ‘돈을 벌려고 이 땅에 태어나지’ 않았어요. 우리는 누구나 ‘삶을 재미있게 누리려고 이 땅에 태어났’습니다.

 


.. “이런 바보 같은 애를 뭐 하러 만나러 가요? 축구도 바보 같은 짓이라고 하는데!” “그런 말을 썼다고 그 애를 보러 가지 않겠다고? 너 생각이 제대로 돌아가는 애니? 설마 온 세상 사람들이 네가 좋아하는 것을 다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  (49∼50쪽)


  시골마을 고흥은 ‘비전 5000 프로젝트’를 외치면서 다른 한켠에서는 ‘하이 고흥 해피 고흥’을 외쳐요. 높고 즐거운 고흥이라는 소리인데, 돈을 많이 번대서 높고 즐거운 시골살이가 되지 않습니다. 집안에서 아이들 웃음꽃이 흐드러지고, 마을에서 사람들 노랫소리 흐드러지며, 숲과 들에 맑은 바람 산들산들 불 때에 높고 즐거운 시골살이가 이루어집니다.


  멧새와 들새가 농약에 시달리지 않을 때에, 도랑물과 냇물을 언제 어디에서라도 두 손으로 떠서 마실 수 있을 때에, 바닷가에 관광객 쓰레기가 넘치지 않을 때에, 자동차보다 자전거와 두 다리를 믿고 들길과 시골길 거닐 수 있을 때에, 멧골짝 시냇가에서 고기를 구워 먹는 놀이가 아니라 멧골짝 시냇물에서 발 벗고 찰방찰방 노닐며 노래할 수 있을 때에, 비로소 즐거운 시골살이입니다.


.. 다시 거실로 돌아간 로빈은 알렉스의 회색 눈빛을 보면서 역시 북해 출신 아이답다고 생각했다 ..  (76쪽)


  키르스텐 보이에 님 글이랑 스테파니 샤른베르그 님 그림이 어우러진 어린이책 《발레하는 남자 친구의 편지》(한림출판사,2006)를 읽으며 생각합니다. 사내가 발레를 해도 스스로 즐거우면 재미난 삶입니다. 가시내가 축구를 해도 스스로 즐거우면 재미난 삶입니다. 발레에도 축구에도 진보나 보수는 없습니다. 집안일이나 들일이나 바닷일에도 진보나 보수는 없습니다.


  사람이 사람으로 태어나서 누리는 삶에서 스스로 무엇을 찾고 생각하며 나눌 때에 아름다운가를 깨닫기를 바랍니다. 어른부터 스스로 아름답게 살아가면서, 이 땅 어린이와 푸름이가 아름다운 빛을 실컷 누리고 느낄 수 있도록 이끌기를 바랍니다. 서로 재미있게 놀기를 빕니다. 4346.2.17.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