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내 부하 해 - 하이타니 겐지로 선생님과 함께 어린이 시 쓰기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햇살과 나무꾼 옮김 / 양철북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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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햇살 누리는 사람은
 [사랑하는 배움책 12] 하이타니 겐지로, 《선생님, 내 부하 해》(양철북,2009)

 


- 책이름 : 선생님, 내 부하 해
- 글 : 하이타니 겐지로
- 옮긴이 : 햇살과나무꾼
- 펴낸곳 : 양철북 (2009.12.7.)
- 책값 : 9000원

 


  좋은 햇살 누리는 사람은 좋은 햇살과 같은 마음을 나눕니다. 고운 봄볕 누리는 사람은 고운 봄볕과 같은 사랑을 나눕니다. 어떤 마음이 되고 싶은가 하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랑을 나누고 싶은가 하고 헤아립니다. 살아가는 모습 그대로 마음을 이룹니다. 살아가는 하루하루 모여 사랑이 태어납니다.


  가르치거나 배우는 마음이 아닙니다. 삶결 그대로 빚는 마음입니다. 책으로 읽거나 영화로 보는 사랑이 아닙니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무늬 고스란히 빛나는 사랑입니다.


  마음을 즐거이 다스릴 때에 삶이 즐겁습니다. 마음을 햇살과 같이 둘 때에 마음밭에 뜨는 햇살처럼 내 말과 넋과 삶 모두 햇살처럼 따사롭습니다. 사랑을 웃음으로 나눌 때에 삶이 기쁩니다. 사랑을 웃음으로 나누며 비로소 내 말이랑 넋이랑 삶 모두 사랑이 넘실거리면서 기쁩니다.


.. 자기 생각을 눈곱만큼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야 …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것 가운데 하나가 사랑입니다. 사랑은 서로가 서로를 좋아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딱딱하게 굳은 마음에서는 사랑이 생겨나지 않습니다 … 상대가 누구든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아주 멋진 일입니다 … 시는 나약한 인간의 솔직한 모습을 담는 것이지, 결코 훌륭한 인간의 모습을 담는 것이 아닙니다 ..  (13, 34, 38, 141쪽)


  마늘을 까다가 문득 생각합니다. 마늘까기노래 부르고 싶다고. 그래서 생각을 기울입니다. 먼먼 옛날 이 겨레 어머니 가운데 마늘을 까면서 노래를 부른 적 있을까 하고. 넓디넓은 마늘밭을 일굴 적에 마늘심기노래라든지 마늘캐기노래를 부른 적 있을까 하고.


  아마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마늘심기·마늘캐기·마늘까기, 이렇게 세 갈래로 다 다른 노래가 다 다른 고을마다 있으리라 생각해요. 왜냐하면, 밭자락 가득 마늘을 심자면 고되지만, 내 밭에 내 밥을 심는 만큼 즐겁게 일하고 싶어요. 밭자락 푸른 마늘잎 쓰다듬으며 마늘알 캘 적에도 내 밥을 거두는 만큼 즐겁게 일하고 싶습니다. 굵거나 작은 알을 만지작거리며 껍질 벗길 적에도 내 밥을 빚는 만큼 즐겁게 일하고 싶답니다.


  노래는 즐겁습니다. 아이들 재우는 자장노래가 즐겁고, 옆지기와 들길 거닐며 부르는 들노래가 즐겁습니다. 놀면서 부르는 놀이노래가 즐겁습니다. 일하며 부르는 일노래가 즐겁습니다.


  누가 가르쳐야 부르는 노래는 없습니다. 노랫말 스스로 짓습니다. 노랫가락 손수 엮습니다. 흥얼흥얼 중얼중얼 제 가락에 맞추고 제 말에 맞추어 노래를 부릅니다.


.. 눈으로는 사람의 마음을 볼 수 없습니다 …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단 하나뿐인 자기 마음이 다치기 때문에 싸움은 나쁜 것입니다 … 선물을 한다는 건 한마디로 진심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진심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물건을 빌어 표현하는 것뿐인데, 어른들은 한심하게도 선물 하면 와이셔츠나 위스키 같은 물건만 생각하죠 … 가난한 집과 부잣집이 있는 것은 온전히 어른들 탓입니다. 전 세계의 어른들은 하세 게이코 앞에서 부끄러워해야 합니다 ..  (15, 21, 31, 66쪽)


  밥물 안치고 설거지 하면서 노래를 부릅니다. 아이들 재울 적에 부르는 자장노래를 빨래하면서 부르기도 합니다. 마당에 빨래를 널 적에 이 노래를 고스란히 부르기도 합니다. 잠자리에서는 자장노래이고, 일할 적에는 일노래이며, 놀 적에는 놀이노래예요.


  사진찍기를 생각하면, 똑같은 사진기를 쓰는데, 어느 자리는 다큐사진이라 하고 어느 자리는 패션사진이라 해요. 어느 자리에서는 예술사진이라고도 하고, 어느 자리에서는 생활사진이라고도 하다가는, 어느 자리에서는 보도사진이라고도 해요.


  똑같은 연필을 써도, 누군가는 글을 씁니다. 누군가는 그림을 그립니다. 누군가는 설계도를 그립니다. 누군가는 숫자를 적고, 누군가는 장부를 갈무리합니다.


  호미로 풀뽑기 하는 사람 있고, 호미로 밭갈이 하는 사람 있습니다. 호미로 나물캐기 하는 사람 있으며, 호미로 돌고르기 하는 사람 있어요. 아이들은 호미로 흙놀이를 합니다.


.. 아이들은 잔인한 짓을 해도 장난 정도로 끝나지만, 어른들이 잔인한 짓을 저지르면 진짜 무시무시합니다 … ‘당신의 아이를 믿으세요.’라는 것입니다. 아이들을 믿지 않으니까 아이들이 비뚤어지는 거예요 … 잠깐만요. 어른들도 옛날에는 어린이였습니다 … 어린이들이 불평할 때는 그만 한 까닭이 있습니다. 정당한 논리가 어른들 때문에 왜곡되려고 할 때, 어린이들은 불평을 합니다 … 아름다운 마음이 담긴 시를 읽은 아이는 아름다운 마음이 훨씬 더 아름다워집니다. 상냥한 마음이 가득 담긴 시를 쓴 아이는 상냥한 마음이 훨씬 더 상냥해집니다 ..  (42, 47, 59, 60, 173쪽)


  삶은 누구나 스스로 짓습니다. 스스로 살고 싶은 대로 스스로 생각을 기울여, 스스로 내 삶을 짓습니다. 나한테 기쁜 일이 찾아오면, 이 기쁜 일을 발판으로 어떤 삶을 누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나한테 궂은 일이 찾아들면, 이 궂은 일을 바탕으로 어떤 삶을 겪고 싶은 마음입니다.


  뜬금없이 찾아오는 일은 없습니다. 모든 일은 스스로 부릅니다. 어이없이 찾아드는 일은 없습니다. 모든 일은 스스로 비롯합니다.


  날벼락 같은 일은 없어요. 모든 일은 시나브로 쌓습니다. 어느 시험을 치러 1등을 해도 스스로 쌓아 이룬 1등이요, 달리기를 해서 꼴등을 해도 스스로 쌓아 이룬 꼴등입니다. 좋고 나쁨이 아니에요. 스스로 쌓은 삶이 어떤 모습을 환하게 비추며 찾아올 뿐입니다.


  이를테면, 국회의원이나 시장·군수 뽑는 선거 있다고 해 봐요. 참말 훌륭하게 살아오고 아름답게 일한 이들이 선거에서 뽑혀요. 때로는 뒷꿍꿍이나 돈놀이로 뽑히는 이들이 있을 텐데, 뒷꿍꿍이나 돈놀이로 뽑힌 이들은 오래지 않아 들통나요. 모두한테 알려지지요. 훌륭하거나 아름답게 뽑힌 이는 훌륭하거나 아름다운 일을 해요. 뒷꿍꿍이나 돈놀이로 뽑힌 이는 뒷짓이나 돈짓을 일삼다가 오래지 않아 공직에서 물러납니다. 공직에서 물러나며 사람들한테 까맣게 잊힙니다. 훌륭하거나 아름답게 일한 사람은 두고두고 이름이 남고 이야기 이어져요. 훌륭하거나 아름답게 일한 사람은 천 해가 지나거나 이천 해가 지나도 이름과 이야기 남습니다. 어리석거나 우악스레 군 사람은 권력이나 돈으로 동상·빗돌 세워도 세월 따라 빛이 바래거나 스스로 무너지기 마련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들은 스스로 아름답게 살아갈 노릇입니다. 우리들 누구나 스스로 훌륭한 하루를 일굴 노릇입니다.


  아름다움이란 아주 커다란 업적이 아닙니다. 훌륭함은 훈장이나 명예가 아닙니다. 나무 한 그루 사랑하는 손길이 아름다움입니다. 아이들 이마를 쓸어넘기며 맛난 밥 차려 먹이는 손길이 훌륭함입니다. 풀포기 하나 아끼는 손길이 아름다움입니다. 하늘바람과 구름바람 마시며 맑은 목청으로 노래 한 가락 뽑는 삶이 훌륭함입니다. 텃밭에 콩씨 하나 묻어 콩열매 얻는 삶이 즐거움이요 아름다움이며 훌륭함입니다.


.. 다이코 슈는 자기의 남동생이 사내아이답지 않게 너무 얌전한 것이 못마땅합니다. 이것은 다이코 슈가 남동생을 많이 사랑하고 있다는 뜻과 같습니다. 아무래도 상관없다면 이렇게 열을 올리지도 않을 테니까요 … 시에는 규칙이 없습니다. 하면 안 되는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딱 하나, 지킬 것이 있습니다. 바로 솔직하게 쓰는 거죠 … 시는 이야기에서 시작됩니다. 눈곱만큼도 거짓을 말하지 않겠다는 마음,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겠다는 마음이 깃들어 있다면 수다는 훌륭한 시입니다 … 새싹에 물을 주며 무럭무럭 자라도록 보살피듯이, 자신의 아름다운 마음도 끊임없이 살피며 키워 나가야 합니다 ..  (65, 76, 174쪽)


  하이타니 겐지로 님이 쓴 《선생님, 내 부하 해》(양철북,2009)라는 책을 읽습니다. 퍽 어린 아이들한테 ‘동시 쓰기’를 이야기한 열매를 갈무리한 책입니다. ‘동시 쓰기 지도’라고 할 수는 없고, ‘동시 쓰기 놀이’라 할 만한 책입니다. 아이들 스스로 이녁 삶을 좋아하고 아끼고 즐기고 사랑하면 아이들 누구나 스스로 시인이 되어 예쁜 싯말 하나 빚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입니다.


.. 아름다운 자연은 시가 꽉 들어찬 통조림과도 같습니다 … 지금껏 아무도 쓴 적이 없는 말이나 표현을 여러분이 직접 발명하는 거예요. 여러분은 위대한 말 발명가가 되어야 합니다 … 여러분이 어른들을 저만치 앞질러 버리세요. 보석처럼 근사한 말을 가득 만들어서 어른들을 무릎 꿇리는 거예요 … 시에서 리듬은 중요하지만 머리로는 리듬을 만들어 낼 수 없습니다. 시의 내용(바꿔 말해서, 시의 마음)만 확실하면 시의 리듬은 저절로 생겨납니다 … 시가 아름다운 까닭은 이처럼 순수하기 때문입니다. 시를 써서 다른 뭔가를 해 보려는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기 때문에 시는 아름다운 것입니다 ..  (94, 110, 111, 130, 185쪽)


  어린이는 모두 시인입니다. 어린이는 모두 하늘이거든요. 어른도 누구나 시인입니다. 어른은 누구나 어린이 삶을 누리며 자랐거든요.


  다만, 어린이 가운데 학원과 학교와 텔레비전과 조기교육(선행학습)에 얽매인 채 놀지 못하고 뛰지 못하며 노래하지 못하는 숨결이라면, 이 어린이는 하늘이 아니고, 시인이 아닙니다. 이 어린이는 슬픈 기계이자 슬픈 톱니바퀴입니다.


  어린이를 쳇바퀴에 가두지 말아요. 어린이한테 지식을 주워섬기지 말아요. 열두 살 어린이가 왜 열네 살 푸름이가 학교에서 배우는 영어나 수학을 먼저 지식으로 배워야 하나요. 열여섯 살 푸름이가 왜 스무 살 젊은이가 대학교에서 배우는 영어나 수학을 먼저 지식으로 갖춰야 하나요.


  어른 스스로 어른 이녁을 섬길 줄 알아야 합니다. 어른 또한 누구나 하늘인 줄 깨달아야 합니다. 어른부터 스스로 섬기고 아낄 때에, 어른과 함께 살아가는 아이들을 나란히 섬기고 아낄 수 있어요. 어른 스스로 이녁을 안 섬기고 안 아끼니까, 이 어른들이 아이들을 괴롭히거나 얽매거나 짓누릅니다.


.. 이 세상에 나는 한 사람뿐이다, 이 넓은 우주에 나는 딱 한 사람밖에 없다는 것을 늘 머릿속으로 생각하며 시를 쓰세요 … 시는 머리로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시는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 ‘좋은 시를 쓰려면 좋은 삶을 살아라.’는 말이 있는데, 이무렵의 아이들은 이 말을 잘 실천하고 있습니다. 그 뒤 일본은 불행한 전쟁의 시대를 맞고, 시도 완전히 달라져 버립니다 … 시를 쓰는 것은 아름다운 마음을 쓰는 것입니다. 시는 아름다운 마음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시를 쓴다는 것, 시를 읽는다는 것은 그 마음을 찾아내 따뜻하게 데워 주고 커다랗게 만들어 주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  (149, 150, 160, 172쪽)


  좋은 햇살 누리는 사람은 좋은 햇살을 가슴에 품어요. 어른 스스로 좋은 햇살을 누리려고 해야 어른 가슴에 좋은 햇살이 깃들어요. 맑은 바람 마시는 사람은 맑은 바람을 가슴에 담아요. 어른부터 스스로 맑은 바람을 누리려고 해야 어른 가슴에 맑은 햇살이 스며들어요.


  햇살도 바람도 누리지 않는 어른은, 아이들이 햇살과 바람을 누려야 하는 줄 몰라요. 햇살도 바람도 즐기지 않는 어른은, 아이들이 햇살과 바람을 먹으면서 아이들 스스로 이녁 삶을 사랑하도록 이끌어야 하는 줄 몰라요.


  왜 오늘날 한국 아이들은 시인이 못 될까요? 마땅하지요. 오늘날 한국 아이들 가운데 ‘하늘’인 아이는 거의 없어요. 오늘날 한국 아이들 가운데 얼마쯤 ‘하늘다운 모심이나 섬김’을 받는가 돌아봐요. 오늘날 한국 아이들은 하늘바라기를 못해요. 오늘날 한국 아이들은 도시에서 하늘빛조차 못 봐요. 오늘날 한국 아이들은 낮에는 눈부신 햇살을 못 누리고, 밤에는 해맑은 달빛과 별빛을 못 누려요. 오늘날 한국 아이들은 무지개도 미리내도 볼 수 없어요. 오늘날 한국 아이들은 자가용과 아파트와 시멘트건물에 갇힌 채, 들새 노랫소리나 풀벌레 노랫소리나 개구리 노랫소리 하나 즐기지 못해요.


.. 서로 사이좋게 지내고 인간으로서 가치를 서로 인정하는 것도 중요한 공부다 ..  (214쪽)


  어린이는 하늘입니다. 그래서 어린이는 시인입니다. 어른은 하늘입니다. 그래서 어른은 시인입니다. 곧, 사람은 하늘입니다. 그러니까, 사람은 시인입니다. 어린이이든 어른이든, 또 젊은이이든 늙은이이든, 누구나 하늘이면서 시인입니다.


  스스로 즐겁게 느끼기를 빌어요. 나도 시인이요, 당신도 시인이에요. 나부터 시인이고, 당신 또한 시인이랍니다.


  우리 모두 시를 써요. 우리 다 같이 하늘숨을 마셔요. 우리 모두 시를 노래해요. 우리 다 함께 삶빛을 나누며 어깨동무해요. 4346.2.24.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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