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글 읽기
2014.6.19. 큰아이―빈틈이 없네


  사름벼리한테 왜 ‘글쓰기’를 시키는지 쪽글로 이야기를 써서 건넨다. 아이 스스로 이 쪽글을 읽고 나서 공책에 천천히 써 보기를 바란다. 공책 한 쪽에 찬찬히 옮겨적다가 칸이 모자라는데, 뒤쪽으로 안 넘기고 아래 빈자리에 새 칸을 만든다. 사름벼리야, 너 참 빈틈이 없구나. 그렇게 네모칸을 만들어서 넣어도 되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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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눈빛 24. 새로 짓는 노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사람은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사람입니다. 새롭게 느끼지 못하거나 새롭게 바라보지 못한다면 사진을 찍을 수 없습니다. 늘 똑같다고 느끼거나 언제나 따분하다고 여기면 사진을 찍지 못합니다.


  사진을 찍는 까닭은 새롭게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제와 오늘은 똑같은 하루가 아니고, 아침과 낮과 저녁은 똑같은 때가 아니며, 칠월과 시월과 일월과 사월은 똑같은 달이나 철이 아닙니다. 늘 다릅니다. 늘 다를 뿐 아니라 새롭습니다. 숫자로 다른 때나 날이나 달이나 철이나 해가 아닌, 마음 깊은 데에서 우러나오는 새로운 빛을 느낄 때에 사진을 찍습니다.


  구름이 똑같이 흐르는 일은 없습니다. 햇볕이 똑같이 내리쬐는 일은 없습니다. 비가 똑같이 내리는 일은 없습니다. 눈이 똑같이 쏟아지는 일은 없습니다. 무엇을 바라보든 스스로 제대로 마음을 기울여 바라볼 수 있으면, 가슴으로 느낍니다. 제대로 마음을 기울여 스스로 바라보아 가슴으로 느끼면, 비로소 이야기 하나 깨어납니다. 이야기 하나 깨어나기에 연필을 쥐어 글을 쓰기도 하고, 붓을 들어 그림을 그리기도 하며, 사진기를 들어 사진을 찍기도 합니다.


  사진찍기란 새로움을 찍는 삶입니다. 사진읽기란 새로움을 읽는 삶입니다. 사진을 찍는 사람부터 새로움을 찍으니, 사진을 읽는 사람도 새로움을 읽으면서 삶이 즐겁습니다.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바라봅니다. 똑같은 장난감을 갖고도 늘 다르게 놉니다. 장난감이 없어도 나뭇가지로 흙땅에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를 쓰면서 놉니다. 어느새 재미난 놀이라고 깨달아, 나뭇가지나 돌로 흙바닥에 이것저것 신나게 합니다. 예부터 골목이나 고샅에서 으레 태어난 수많은 놀이는, 아이들 스스로 나뭇가지나 돌로 죽죽 금을 긋다가 알아차리면서 차근차근 빚었으리라 느껴요. 온통 즐거움이고 새로움이며 기쁨이고 웃음인 놀이입니다. 사진을 찍으려는 우리들도 즐거운 빛이 가득한 채 사진을 찍으면 ‘사진마다 즐거운 빛이 담겨’요. 새로운 눈길이 되어 사진을 찍으면 ‘사진마다 새로운 빛이 담기’고, 기쁘게 웃으며 사진을 찍으면 ‘사진마다 기쁜 웃음빛이 담기’리라 느낍니다.


  새로 짓는 노래입니다. 새로 찍는 사진입니다. 새로 가꾸는 삶입니다. 새로 나누는 사랑입니다. 새로 어깨동무하는 이야기입니다. 4347.7.22.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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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쪽지 2014.7.21.

 : 이틀째 골짝마실 자전거



- 어제는 골짝마실에서 그치지 않고 천등산을 넘었다. 두 아이를 데리고 자전거를 끌며 천등산을 넘자니, 넘고 나서 등허리가 쑤시고 결리며 팔다리에 힘이 없어 아주 괴롭다. 나는 왜 자전거를 끌면서 두 아이를 데리고 멧꼭대기를 넘으려 했을까. 아무래도 아직 해 보지 못한 일이기에 해 보고 싶었겠지. 아이들이 아직 이렇게 어릴 적에 함께 멧나들이를 하면서 멧바람을 쐬어 주고 싶었겠지. 이러면서 나도 멧빛을 느끼고 싶었겠지.


- 어제 멧자락을 넘느라, 또 집까지 먼길을 돌아오느라, 자전거를 꽤 많이 몰아 목아지까지 아프고 팔힘이 붙지 않는다. 집안일을 하기에도 힘들다. 그렇지만, 날마다 새롭게 놀고 싶은 아이들은 또 골짜기에 가고 싶다. 천천히 기운을 추스른다. 서재도서관에 가서 땀을 빼며 일한다. 스스로 땀을 빼며 일하는 동안 더위를 느끼려 한다. 몸에서 더위를 느껴야 얼른 골짜기에 가서 시원한 물에 몸을 담그자는 생각이 들 테니까.


- 잠자리 한 마리가 수레에 앉는다. 고마워, 잠자리야.


- 골짜기로 달린다. 어제 기어를 1*2로 한 번 맞추었는데 기어가 안 풀리고 가파른 길을 잘 올라갔다. 오늘도 1단 기어를 써 보자고 생각하면서 1*3을 쓰는데, 안 풀린다. 잘 되는구나. 그동안 자전거에서 내린 뒤 걸어서 끌고 올라가던 가파른 길을 씩씩하게 올라간다. 다만, 힘이 많이 든다. 샛자전거에 앉은 사름벼리가 묻는다. “아버지, 오늘은 왜 안 내리고 타고 넘어요?” 벼리야, 묻지 말아라. 너한테 말할 겨를이 없단다. 아버지가 숨을 가쁘게 몰아쉬면서 발판을 구르는 모습을 보렴.


- 어제 천등산을 넘으며 여러 골짜기를 보았다. 이 가운데 우리 식구가 아직 안 가 본 곳으로 가 보기로 한다. 그동안 다닌 골짜기에서 삼십 미터쯤 위로 올라가는 곳인데, 여기에는 무덤이 셋 있다. 어떤 분들 무덤일까. 이곳은 이분들 땅일까. 무덤으로 들어서는 길목은 풀을 베었다. 무덤가에 긴 걸상이 둘 있다. 걸상 앞에 자전거를 눕힌다. 이쪽에서 골짜기로 들어가는 길도 누군가 잘 다져 놓았다. 아마 이 무덤을 쓴 분들일 텐데, 이곳으로 ‘돌아가신 분한테 인사하러’ 오는 한편, 손자 손녀가 찾아올 적에 골짝마실을 하는구나 싶다. 고마우면서 즐겁게 골짝마실을 누린다. 무덤을 골짜기 한켠에 쓰는 일도 참 멋지다고 느낀다.


- 올라올 적에 가파르던 길을 내려갈 적에 싱싱 바람을 가르며 지나간다. 어제 하루 엄청나게 가파른 멧길을 오르내린 만큼, 이제 골짜기 오가는 비탈은 비탈이 아닌 언덕받이쯤으로 느낀다. 그렇지. 그렇구나. 자전거를 달리는 까닭을 오늘 새삼스레 돌아본다.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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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순이 29. 요즘 자전거순이 팔목 (2014.7.21.)



  자전거순이는 요즘 팔목에 팔찌를 두르고 반지를 껴야 한다. 어디에서 보았니. 누구한테서 배웠니. 네가 좋다면 네 마음껏 하렴. 생각해 보면, 네 아버지도 어릴 적에 너처럼 팔목에 뭔가를 두르면서 놀았다. 끈이든 천이든 팔에 치렁치렁 매달고 나들이를 다녀라.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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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967) 그녀 43 : 그녀 → 수전 손택


수전 손택의 지적은 그리하여 적절하다. 그녀는 덧붙였다

《노순택-사진의 털》(씨네21북스,2013) 73쪽


 그녀는 덧붙였다

→ 수전 손택은 덧붙였다

→ 그는 덧붙였다

→ 그리고 덧붙였다

→ 여기에 덧붙였다

 …



  이 글월은 글짜임이 엉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녀’라는 일본말을 쓰기도 했지만, 이와 맞물려 ‘-의’를 넣어 일본 말투가 되었고, ‘그리하여’를 글 사이에 집어넣습니다. 세 가지가 뒤섞여 뒤죽박죽 글이 됩니다.


  그런데 이런 뒤죽박죽 글을 받는 편집자가 글을 제대로 다루지 못합니다. 올바로 쓰지 못한 글은 올바로 다스려야 할 텐데, 한국에는 이런 일을 하는 편집자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독자도 이와 같아요. 올바르지 못한 글을 읽고 나서 ‘왜 글을 이렇게 쓰나요?’ 하고 묻거나 따지는 독자가 아주 드뭅니다.


  이 보기글은 한자말을 그대로 두더라도, 글짜임만큼은 “그리하여 수전 손택은 적절하게 지적했다. 그리고 덧붙였다”쯤으로 고쳐야겠습니다. 4347.7.22.불.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그리하여 수전 손택은 올바로 건드렸다. 그리고 덧붙였다


‘그리하여’는 글 사이에 넣지 못합니다. 글 앞에 넣어야 합니다. “수전 손택의 지적(指摘)은 적절(適切)하다”는 ‘-의’를 쓴 번역 말투나 일본 말투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말투는 “수전 손택은 적절하게 지적했다”로 바로잡은 뒤, “수전 손택은 알맞게 다루었다”나 “수전 손택은 올바로 건드렸다”로 손질합니다. ‘적절하다’는 “꼭 알맞다”를 뜻하는 한자말이고, ‘지적’은 “꼭 집어서 가리킴”을 뜻하는 한자말입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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