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일품 逸品


 그런 일품을 본 적이 없다고 → 그런 빛을 본 적이 없다고

 간연(間然)할 바가 없는 일품이었다 → 나무랄 바가 없이 훌륭하다


  ‘일품(逸品)’은 “아주 뛰어난 물건”으로 풀이합니다만, ‘일품(一品)’하고 갈라서 써야 할 까닭은 없습니다. 두 한자말 모두 그저 우리말로 ‘그만·한가닥·한가락·하나·하나꽃’이나 ‘꼭두·꽃등·꽃찌·머드러기’로 고쳐쓸 노릇입니다. ‘으뜸·으뜸가다·첫째·첫째가다’나 ‘손꼽히다·내로라하다·엄지·엄지손가락·엄지가락’으로 고쳐씁니다. ‘대단하다·놀랍다·뛰어나다·빼어나다’로 고쳐쓰며, ‘빛·빛나다·크다·크나크다·커다랗다’나 ‘훌륭하다·아름답다·아리땁다·좋다·멋지다’로 고쳐씁니다. ㅍㄹㄴ



고봉한이 병으로 오른손이 마비되자 할수없이 왼손으로 일품(逸品)을 남겼듯이, 겸여는 좌수(左手)로써 더 고아(古雅)한 글씨를 남기셨다

→ 고봉한이 앓으며 오른손이 굳자 할 수 없이 왼손으로 빼어나게 남겼듯이, 겸여는 왼손으로 더 아름답게 글씨를 남기셨다

→ 고봉한이 아파서 오른손이 곱자 할 수 없이 왼손으로 뛰어나게 남겼듯이, 겸여는 왼손으로 더 곱게 글씨를 남기셨다

《출판 현장의 이모저모》(김성재, 일지사, 1999) 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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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6.8.7.


《번역 : 황석희》

 황석희 글, 달, 2023.11.17.



어제 고흥읍사무소에 갔더니 ‘푸름이 이름쪽(청소년 주민등록증 신규발급)’을 멀쩡히 할 수 있다. 면사무소에서는 아예 할 엄두를 안 내더니, 읍사무소 일꾼은 천천히 차분히 일을 끝내고서 “3주 뒤에 연락하면 그때 찾아가셔요.” 하고 깍듯이 알려주더라. 오늘은 어제보다 한결 누그러든 더위를 마주한다. 아직 등이며 얼굴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지만 “즐거운 더위”이다. 오늘부터 마감을 하나씩 매듭짓기로 한다.


벼를 일찍 심은 논은 벼알이 노랗게 익어간다. 이다음에 심은 논은 벼꽃이 핀다. 끝물에 심은 논은 아직 꽃대가 오르지 않는다. 그래도 모든 논에 바닷물결이 치듯 들바람이 싱그럽게 분다. 이웃님한테 글월을 부치려고 읍내 나래터를 다녀온다. 요 닷새 사이에 나흘을 밖일을 보러 움직인다. 저녁에 등허리를 비로소 펴자니 무릎과 앞꿈치와 뒷꿈치 모두 시큰하다.


《번역 : 황석희》를 돌아본다. 이제 ‘아저씨 황석희’를 입에 올리는 사람은 없어 보인다. 그래도 ‘황석희 옮김’인 책은 멀쩡히 있다. 요즈막에 말썽을 일으키고도 이를 오래도록 숨긴 이병한 씨 책은 누리책집에서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거나 숨긴다. 그렇지만 이병한 씨 스스로 뉘우침글을 띄우는 바는 없고, 이이 책을 펴낸 곳(서해문집)도 뉘우침글을 띄우지 않는다. 그저 꼬리자르기로 끝인 듯싶다. 황석희 아저씨 말썽과 민낯이 드러났을 적에도 이랬고, 료 아줌마나 신경숙 아줌마 말썽과 민낯이 불거졌을 적에도 마찬가지였다.


나이가 들기에 철들지 않는다. 어리거나 젊어 보이려고 용쓰는 모든 아저씨와 아줌마는 끝내 말썽을 터뜨리면서 민낯이 불거진다. 아저씨는 아저씨라는 숨빛을 사랑하면서 눈을 반짝인다. 할아버지는 할아버지라는 숨결을 사랑하면서 스스로 빛난다. ‘아저씨·아줌마’가 어떤 이름이며 자리인지 돌아보려 하지 않으니 사달이 잇달아 터진다. 아저씨는 ‘오빠’일 수 없고, 아줌마는 ‘언니’일 수 없다. 넋을 차려야 하는데, 그들뿐 아니라 ‘그들을 좋아하는 우리’도 넋차려야 한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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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20% 국고 지원' 약속, 22조 미지급 고리 끊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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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전 민생 지원금 푸는 지역은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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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논란’ 이다영·이재영 자매, 아제르바이잔 리그서 한솥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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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로 앞에서 ㅣ 날개달린 그림책방 50
스즈키 마모루 지음, 유지은 옮김 / 여유당 / 2022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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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6.8.13.

그림책시렁 1845


《난로 앞에서》

 스즈키 마모루

 유지은 옮김

 여유당

 2022.12.10.



  불을 피우면 따뜻합니다. 불을 안 피워도 서로 몸을 기대거나 품거나 안으면 따뜻합니다. 모든 숨붙이는 몸을 살리는 빛을 내고, 이 빛은 스스로 따뜻하게 일어나거든요. 불을 나누면 아늑합니다. 혼자 불을 쬐기보다는 조금씩 틈을 내어 나란히 쬐는 동안 한결 포근히 둘레를 틔웁니다. 《난로 앞에서》는 어느 한겨울에 얼결에 길을 잃은 아이가 숱한 숲짐승 사이에서 불을 쬐면서 오붓이 쉬는 하룻밤을 들려줍니다. 사람이 아닌 짐승이 어찌 불을 때느냐고 물어보지 않아도 됩니다. 어떻게 아이가 혼자 멧숲길을 걷다가 길을 잃느냐고 따지지 않아도 됩니다. 누구나 길을 잃을 수 있어요. 숲 아닌 서울에서도 길을 잃을 만합니다. 오히려 요즈음은 시골이나 멧숲보다 서울 한복판에서 길을 더 쉽게 잃는다고 할 수 있어요. 사람이 붐비거나 북적거리거나 넘치는 곳에서 도리어 ‘갈 곳’과 ‘쉴 데’와 ‘머물 자리’를 도무지 못 찾을 수 있습니다. 서로 곁을 낼 틈이 없다시피 한 서울살이입니다. 서로 틈을 나눌 마음을 좀처럼 못 열기 일쑤인 서울과 서울곁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더더욱 서울에 틈을 내어 나무를 심고 빈터를 늘려야지 싶습니다. 서울에서 집을 장만하거나 얻기 힘들수록 더더욱 빈자리와 숲정이를 늘려서 다리를 쉴 터전을 둘 노릇입니다.


#鈴木まもる #だんろのまえで


ㅍㄹㄴ


+


《난로 앞에서》(스즈키 마모루/유지은 옮김, 여유당, 2022)


지쳐 걷고 있었어요

→ 지친 채 걸어요

→ 걷다가 지쳤어요

2쪽


안쪽에서 누군가가 말했어요

→ 안쪽에서 누가 말해요

7쪽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보여 왠지 기뻤어요

→ 마치 살아숨쉬는 듯 보여 왠지 기뻐요

10쪽


뭔가 뻣뻣한 게 느껴져 뒤를 돌아보니, 몇몇 동물들이 자고 있었어요

→ 뻣뻣하다고 느껴서 뒤를 보니, 몇몇 짐승이 함께 자요

→ 뻣뻣한 듯해서 돌아보니, 몇몇 짐승이 나란히 자요

16쪽


무리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면, 다시 힘이 날 거야

→ 힘쓰지 말고 가만히 있으면, 다시 힘이 나

→ 가만히 있으면 다시 힘이 나

18쪽


부드럽고 따뜻한 배가 느껴져요

→ 부드럽고 따뜻한 배를 느껴요

20쪽


혀로 자기 손을 핥기 시작했어요

→ 혀로 손을 핥아요

24쪽


따뜻하니 너무나 좋은 느낌이었어요

→ 따뜻하니 아주 아늑해요

→ 따뜻해서 참으로 느긋해요

→ 따뜻하면서 참 즐거워요

26쪽


바깥은 밝은 햇살로 가득해요

→ 바깥은 햇살이 눈부셔요

→ 바깥은 햇빛이 밝아요

31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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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2831 : 빼돌릴 편법


여분으로 빼돌릴 수 있는 편법은 없어?

→ 남겨서 빼돌릴 수 있는 길은 없어?

→ 나머지를 빼돌릴 수는 없어?

《쓰레기 용사 4》(로켓상회·나카시마723/오경화 옮김, 대원씨아이. 2026) 202쪽


남모르게 하는 짓을 한자말로 ‘편법’이라 합니다. 남모르게 돈이나 살림을 빼낸다고 해서 ‘빼돌리다’라 하지요. “빼돌릴 수 있는 편법”은 “빼돌릴 수 있는 길”로 손봅니다. 이 보기글이라면 “빼돌릴 수는 없어?”로 손보아도 됩니다. ㅍㄹㄴ


빼돌리다 : 사람 또는 물건을 슬쩍 빼내어 다른 곳으로 보내거나 남이 모르는 곳에 감추어 두다

편법(便法) : 정상적인 절차를 따르지 않은 간편하고 손쉬운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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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2830 : 풀지 못한 미스터리


그게 바로 내가 아직도 풀지 못한 미스터리야

→ 내가 아직도 풀지 못한 일이야

→ 난 아직도 모르겠어

→ 난 여태 모르겠어

《지구 끝의 온실》(김초엽, 자이언트북스, 2021) 224쪽


풀지 못해서 아리송하기에 영어로 ‘미스터리’라고 합니다. “풀지 못한 미스터리”는 겹말이에요. “풀지 못한 일”이나 “풀지 못했다”로 손봅니다. 또는 “모른다”로 손볼 만합니다. 첫머리에 붙인 군말 ‘그게’는 털어냅니다. ㅍㄹㄴ


미스터리(mystery) : 1. 도저히 설명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이상야릇한 일이나 사건. ‘추리’로 순화 2. 고대 그리스·로마에서 유행한 밀교의 의식 3. [문학] = 추리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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