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감옥은 여기에



널 가두는 남은 없어. 널 가두어 괴롭힐 놈은 없어. 늘 너 스스로 가둬. 늘 네가 제발로 가두고 제손으로 괴롭혀. 얼핏 누가 너를 가둔다고 여길 때가 있지. 힘으로 누르거나 밀치거나 때리고, 이름으로 밟거나 내치고, 돈으로 괴롭히거나 들볶거나 내친다고 여겨. 무엇보다도 ‘지구’라는 이름인 돌덩이는 가두리(감옥)일 만해. 돌덩이에 무엇이 살겠니? 돌덩이에 무슨 씨앗이 싹트겠니? 풀씨·꽃씨·나무씨가 깃들지 못 하는 데가 가두리야. 숨씨(생명)가 스스로 씨(아기)를 낳아서 돌볼 수 있는 데가 아니라면 가두리야. 가두리에서는 스스로 깨어나거나 일어나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사람들이 물고기나 짐승이나 과일이나 남새를 욱여넣는 가두리(양식장·농장·비닐하우스·스마트팜)를 보렴. 가두리에는 ‘죽음살덩이’만 있어. ‘산흉내(이미 죽었지만 살아움직이는 흉내)’로 가득해. 너한테 무엇이 있는지 봐. 너한테 ‘산흉내’만 있으면, 넌 가두리에 스스로 옭아매서 죽는 나날이지. 모든 가두리는 스스로 세워놓지. 재미없다고 여기는 대로, 재미있으니 해야겠다는 대로, 자랑스럽다고 여기는 대로, 자랑거리가 없다고 여기는 대로, 모두 가두리란다. 나무씨앗뿐 아니라 풀씨를 ‘꽃그릇(화분)’이라는 데에 가두면, 나무나 풀이 반기겠니? 꽃그릇 크기를 넘을 수 없다면, 아니 누가 물을 주고 해바람을 들여 주어야 하는 가두리(꽃그릇)에서 스스로 빛나면서 씨를 맺을 수 있겠니? 버스·전철이라는 가두리야. 학교·회사·교회라는 가두리야. 사회·정부·세계·공장이라는 가두리야. 교육·문화·행정·정치·예술·경제라는 가두리야. 가두는 곳에는 샘물도 빗물도 바닷물도 냇물도 눈물도 없어. 가두는 곳에는 하루도 이야기도 삶도 말도 없어. 온통 가두리로 가는 판이요, 가두리로 가득한 한복판에서 너는 무엇을 쳐다보니? 너는 들에 서니? 너는 숲에 서니? 너는 바다에 서니? 2026.10.14.물.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열두 달 소꿉노래》,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6.10.25. 다를 만하다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도서박물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책이야기를 글로 처음 남긴 때는 푸른배움터를 한창 다니던 1992해(고2)입니다. 이에 앞서 어린배움터에서 ‘반공독후감·과학독후감·명작독후감·방학숙제독후감·산불독후감·충효독후감’ 같은 글을 얼추 이레마다 끝없이 써서 바쳐야 했는데, 이렇게 붓종이를 허벌나게 쓰면서 꼬박꼬박 바친 “우리 손글씨 꾸러미”는 모조리 땔감으로 갔습니다.


  우리가 내는 글(독후감)을 모조리 배움터 옆 나뭇단 옆에 쏟아붓고서 땔감이며 불쏘시개로 쓰는 줄은 열 살(초3) 무렵에 알았습니다. 지난날에는 어린이가 배움터 모든 곳을 손으로 쓸고닦고 치워야 했는데, 겨울에 ‘난로당번’을 하다가 ‘아저씨(소사)’한테서 이런 말을 듣고서, 또 나뭇단 옆에 수북히 쌓은 ‘손글씨 꾸러미’를 보고서 진절머리가 나기도 했습니다.


  어릴적에는 길잡이가 시키는 대로 ‘독후감’이었다면, 푸름이 무렵에는 ‘느낌글’이라 여겼고, 스무 살을 넘기며 ‘책이야기’로 돌아보았고, 서른 살을 지나며 ‘책살림’으로 다시 바라보다가, 마흔 살을 웃돌며 ‘책벌레’라는 이름을 받아들이기로 했고, 쉰 살을 가로지르며 ‘읽는바보’ 같은 이름을 쓰다가, 문득 다 부질없구나 싶어서 ‘잔소리’라는 이름을 붙이자고 생각합니다.


  모든 하루는 다릅니다. 모든 사람은 다릅니다. 다를 만하니 다를 테고, 서로 다른 줄 느껴야 이웃으로 만나고 동무로 삼으면서 이 별에서 함께살기를 이룹니다. 다를 만한 줄 느끼지 않느라, “넌 왜 우리랑 달라?” 하고 밀치거나 내칩니다. 다른 모습을 아끼는 눈길과 손길이 없는 탓에, “넌 왜 우리하고 같은 곳에 안 서?” 하며 따돌리거나 윽박지르거나 때리거나 짓밟습니다.


  우리 몸은 ‘몸통’과 ‘팔다리’가 있습니다. 몸은 가운길(중도·중용)입니다. 팔다리는 왼길과 오른길이 나란합니다. 사람으로서 마음도 마음이되, 몸을 몸으로 제대로 바라본다면, 왼오른은 알맞게 “몸(중도·중용)보다 작으면서 부지런히 일해야 하는 줄 알아채”겠지요. 팔과 다리는 왼오른을 나란히 아름답게 펼칠 노릇입니다. 왼손이나 왼발만으로는 터무니없고, 오른손이나 오른발만으로는 멍청합니다. 무엇보다도 왼오른 모두 몸이라는 길을 살피면서 마음이라는 빛을 바라볼 노릇입니다.


  다 다른 사람은 다 다른 빛입니다. 다 다른 길은 다 다른 삶입니다. 이리하여 늘 다 다른 책이 신나게 태어납니다. 다만, 요즈음은 갈수록 “다 다른 책”이 아닌 “다 닮은 껍데기일 뿐인 ‘책시늉’”이 지나치게 쏟아집니다. 우리가 다 다른 사람이며 다 다른 삶이라면, 다 다른 삶을 담아내는 이야기를 그리겠지요. 다 다른 줄 받아들이지 않을 뿐 아니라, 다 다른 삶길을 안 바라보느라, 그만 잘팔리며 돈·이름·힘이라는 쇠고랑을 차려는 책시늉만 쏟아내고야 맙니다.


ㅍㄹㄴ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일단 一旦


 일단 그곳에 가 보자 → 먼저 그곳에 가 보자 / 무엇보다 그곳에 가 보자

 일단 집부터 가라 → 먼저 집부터 가라 / 무엇보다 집부터 가라

 일단 자리를 잠시 피하시오 → 자리를 살짝 뜨시오 / 한동안 자리를 벗어나시오

 일단 생각해 보고 → 좀 생각해 보고 / 한동안 생각해 보고

 일단 사회에 나가면 → 삶터에 한걸음 나가면 / 밖으로 한발 나가면


  ‘일단(一旦)’은 “1. 우선 먼저 2. 우선 잠깐 3. 만일에 한번”을 가리킨다고 해요. 그런데 ‘우선(于先)’은 “1. 어떤 일에 앞서서. ‘먼저’로 순화 2. 아쉬운 대로”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한자말 ‘우선’은 ‘먼저’로 고쳐쓸 낱말이니, ‘일단’을 “우선 먼저”로 풀이하면 겹말풀이입니다. 여러모로 살피면, ‘다만·다문·뉘·조금·좀·좀좀·퍽·꽤·제법’이나 ‘먼저·-부터·-에서·자’나 ‘무엇보다·뭐·문득·문득문득’으로 고쳐쓸 만합니다. ‘그냥·그냥그냥·그냥저냥·그럭저럭·그저’나 ‘이냥·이냥저냥·이럭저럭·이러쿵저러쿵·이렁저렁’이나 ‘아마·아마도·아무튼·암튼·어디·어디서’로 고쳐써요. ‘어쨌든·어쨌거나·어찌저찌·어찌어찌·어영부영·어영부영하다’나 ‘그래도·그나저나·그러나저러나·그러면·그럼·고러면·고럼’이나 ‘곧·그래서·그러니까·그러니·그러하니까’로 고쳐쓸 수 있습니다. ‘다들·모두·모두모두·모든·으레’나 ‘요새·요사이·요즈막·요즈음·요즘·요즘터·요앞’이나 ‘이제·이제는·이참·이판·이제부터’로 고쳐써도 어울립니다. ‘한걸음·한발·한발짝·한동안’이나 ‘한바탕·한바탕하다·한탕·한탕하다·한판’이나 ‘가만히·가만하다·가만·가만가만’으로 고쳐쓸 만하지요. ‘살며시·살몃살몃·살랑살랑·살랑거리다·살랑대다·살랑이다·살그머니·살그니·살그미·살금살금·살짝·살짝살짝·살짝궁·사부작·사부작사부작·사부작거리다·사부작대다·살포시’나 ‘슬며시·슬몃슬몃·슬그머니·슬그니·슬그미·슬금슬금·슬쩍·슬쩍슬쩍·슬쩍궁·스리슬쩍’으로 고쳐써도 되고요.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일단’이 네 가지 더 나옵니다만 세 가지(一簞·一團·一端)는 쓸모가 없으니 털 노릇입니다. 한 가지(一段)는 셋째나 다섯째 뜻으로 쓰기는 하되, 첫째나 둘째 뜻으로는 안 씁니다. 넷째 뜻은 ‘토막글’로 손볼 만합니다. 셋째나 다섯째 뜻으로 쓰는 ‘일단(一段)’도 ‘한 단’으로 바꿀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ㅍㄹㄴ



일단(一段) : 1. 한 계단 2. 문장, 이야기 따위의 한 토막 3. 자동차의 기어나 총의 방아쇠를 변화시킬 경우에 중립에서 시작하는 첫 번째 단 4. [언론] = 일단 기사 5. [운동] 바둑, 검도, 유도 따위의 등급에서 맨 처음의 단

일단(一簞) : 대나무로 만든 그릇이나 도시락 한 개. 또는 거기에 담은 음식

일단(一團) : 1. 한 덩어리 2. 한 집단이나 무리

일단(一端) : 1. 한 끝 2. 사물의 한 부분



그리스도교인에 대한 독자들의 혐오감을 일단 시인하는 가운데

→ 아무튼 읽는 분이 빛지기를 꺼려도 받아들이면서

→ 사람들이 빛사람을 싫어해도 그저 고개를 끄덕이면서

《예수 지하철을 타다》(엔도오 슈우사쿠/윤현 옮김, 세광공사, 1981) 13쪽


내가 일단 농부가 된 이상 이런 일들을 계속해나갈 수 있는지 궁금해 했다

→ 내가 밭지기로 사는 만큼 이런 일을 이어갈 수 있는지 궁금해 했다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헬렌 니어링/이석태 옮김, 보리, 1997) 203쪽


일단 결정한 계획을 실행 않는 것은 관습에 위배되니 전례가 없습니다

→ 하려던 일을 안 한다면 옛길에 어긋납니다

→ 하자던 일을 안 한 적이 없습니다

《맛의 달인 39》(테츠 카리야·아키라 하나사키/이석환 옮김, 대원, 1999) 172쪽


일단 명색이 사회인이니 무슨 때를 위해서 계절마다

→ 아무튼 돌아다니니 무슨 때를 헤아려 철마다

→ 뭐 바깥일을 하니 무슨 때를 살펴 철마다

→ 그래도 움직이니 무슨 때를 생각해 철마다

《무라카미 라디오》(무라카미 하루키/권남희 옮김, 까치, 2001) 7쪽


일단 대화를 나누면 상대방을 편안하게 만들지

→ 한판 얘기하면 맞은쪽을 느긋하게 달래지

→ 가만히 얘기하면 짝꿍을 아늑하게 다독이지

→ 뭐 얘기를 해보면 서로 느긋하지

→ 어쨌든 얘기를 하면 그쪽도 아늑하지

《소녀의 마음》(하이타니 겐지로/햇살과나무꾼 옮김, 양철북, 2004) 241쪽


일단 합리적이고, 그리고 무엇보다 즐겁다

→ 어쨌든 낫고, 무엇보다 즐겁다

→ 먼저 반갑고, 무엇보다 즐겁다

→ 퍽 낫고, 무엇보다 즐겁다

→ 꽤 쓸만하고, 무엇보다 즐겁다

《즐거운 불편》(후쿠오카 켄세이/김경인 옮김, 달팽이, 2004) 81쪽


하지만 일단 잠자리에 들면

→ 그렇지만 그냥 잠들면

→ 그런데 문득 잠자리에 들면

《외딴 집 외딴 다락방에서》(필리파 피어스/햇살과나무꾼 옮김, 논장, 2005) 18쪽


일단 다들 물부터 마시렴

→ 먼저 다들 물부터 마시렴

→ 무엇보다 물부터 마시렴

→ 자, 다들 물부터 마시렴

《멋진 여우 씨》(로알드 달/햇살과나무꾼 옮김, 논장, 2007) 67쪽


일단 바다로 나오자 팀은 아주 바빠졌지

→ 바다로 나오자 팀은 아주 바빴지

《외톨이가 된 꼬마 팀》(에드워드 아디존/장미란 옮김, 시공주니어, 2007) 10쪽


일단은 좋아하게 되는 게 우선

→ 먼저 좋아해야지

→ 무엇보다 좋아해지

→ 아무래도 좋아해야지

《토성 맨션 1》(이와오카 히사에/오지은 옮김, 세미콜론, 2008) 184쪽


일단 불효자식이 됨을 의미하지만

→ 아무튼 막짓이 된다는 뜻이지만

→ 그러니까 철없다는 뜻이지만

→ 곧 망나니란 뜻이지만

《역사의 그늘, 문학의 길》(김윤식, 한길사, 2008) 49쪽


일단 뒤늦게나마 깨우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허나 시간차공격이라 할까

→ 암튼 뒤늦게나마 깨우치는 듯하다. 그러나 사이치기라 할까

→ 암튼 뒤늦게나마 깨우치는구나 싶다. 그런데 옆치기라 할까

《나의 국토 나의 산하》(박태순, 한길사, 2008) 353쪽


일단 한번 해볼게요

→ 아무튼 해볼게요

→ 해볼게요

《하이큐 1》(후루다테 하루이치/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3) 181쪽


일단 시장으로 유입된 농산물은 촌각을 다투며 소비자를 향해 달려갑니다

→ 먼저 저자로 들어간 남새는 사람들한테 휙휙 달려갑니다

→ 저잣판에 들어온 들살림은 사람들한테 번개같이 달려갑니다

《유기농을 누가 망치는가》(백승우와 네 사람, 시금치, 2013) 53쪽


일단은 결혼할 여자부터겠지

→ 무엇보다 맺을 이부터겠지

→ 먼저 짝맺을 사람부터겠지

→ 아무튼 짝지을 분부터겠지

《기계 장치의 사랑 1》(고다 요시이에/안은별 옮김, 세미콜론, 2014) 29쪽


일단 말로 표현되어야지만

→ 먼저 말로 나타내어야지만

→ 말부터 드러내어야지만

《말한다는 것》(연규동, 너머학교, 2016) 64쪽


일단 그를 쫓아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 먼저 그를 쫓아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 문득 그를 쫓아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새내기 유령》(로버트 헌터/맹슬기 옮김, 에디시옹 장물랭, 2016) 14쪽


일단 밥 위에

→ 아무튼 밥에

→ 먼저 밥에

《먹고 자는 마르타 4》(타카오 진구/문기업 옮김, 대원씨아이, 2016) 8쪽


오징어 링을 먹기 전에 일단은 쭈욱 한 잔

→ 오징어고리 먹기 앞서 먼저 쭈욱 한 모금

→ 동그랑징어 먹기 앞서 쭈욱 한 모금

《와카코와 술 6》(신큐 치에/문기업 옮김,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2016) 34쪽


일단 해보면 정말로 기분 좋은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야

→ 한판 해보면 참말로 즐거운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야

→ 한바탕 해보면 참말로 즐거운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야

《메이저 세컨드 1》(미츠다 타쿠야/오경화 옮김, 대원씨아이 펴냄, 2017) 145쪽


그런 것보다는 일단 그냥 한번 가 본 거지

→ 그보다는 그냥 가 보았지

→ 그보다는 그냥 갔지

《최후의 사전 편찬자들》(정철, 사계절, 2017) 31쪽


일단 아무렇지 않은 척

→ 먼저 아무렇지 않은 척

→ 암튼 아무렇지 않은 척

→ 뭐 아무렇지 않은 척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나쓰메 소세키·다케다 미호·사이토 다카시/정주혜 옮김, 담푸스, 2018) 20쪽


일단 자기 자신을 인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 먼저 스스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 아무튼 즐겁게 바라봐야 합니다

→ 나부터 헤아려야 합니다

《중쇄를 찍자! 8》(마츠다 나오코/주원일 옮김, 애니북스, 2018) 74쪽


음악이 이루어지려면 일단 비트가 필요하다. 쿵쿵쿵 쿵쿵쿵

→ 노래를 하려면 쿵쿵쿵 쿵쿵쿵부터 넣는다

→ 노래를 하자면 쿵짝이 있어야 한다. 쿵쿵쿵 쿵쿵쿵

《두 번째 페미니스트》(서한영교, 아르테, 2019) 228쪽


밭의 쪽도 일단은 혼자서 괜찮으니까 내일부터는 각자 원래의 생활로 돌아가요

→ 아무튼 밭도 혼자서 할 만하니까 이튿날부터는 처음대로 돌아가요

→ 밭일도 뭐 혼자서 할 만하니까 다음날부터는 예전대로 돌아가요

《마이의 곤충생활 2》(아메갓파 쇼죠군/정은서 옮김, 대원씨아이, 2019) 9쪽


일단 작전회의부터 해야겠지

→ 먼저 이야기부터 해야겠지

→ 아무튼 모임부터 해야겠지

《우동나라의 황금색 털뭉치 12》(시노마루 노다카/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2020) 55쪽


일단 음독부터 배워 볼래?

→ 뭐 죽음물부터 배워 볼래?

→ 먼저 좀먹기부터 배울래?

《약사의 혼잣말 8》(휴우가 나츠·쿠라타 미노지/유유리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0) 73쪽


오셨으니 일단 견적을 봐주세요

→ 오셨으니 뭐 값을 봐주세요

→ 오셨으니 먼저 봐주세요

《1987 그날》(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유승하, 창비, 2020) 33쪽


일단 모두 정상적인 레드서클이라고 하니 내가 실수를 한 거겠죠

→ 모두 반듯한 빨강공이라고 하니 내가 잘못을 했겠죠

→ 모두 올바른 붉은구슬이라고 하니 내가 잘못했겠죠

《녹색 인간》(신양진, 별숲, 2020) 81쪽


조건반사로 일단 후려치고 보는 것이었다

→ 아무튼 그냥 후려치고 보았다

→ 어쨌든 바로 후려치고 본다

《경계의 린네 39》(타카하시 루미코/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21) 85쪽


일단 책장에 진열하면 사 가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 책시렁에 놓으면 사가는 사람은 있게 마련이다

→ 책꽂이에 두면 사가는 사람은 있다

《서점은 왜 계속 생길까》(이시바시 다케후미/박선형 옮김, 유유, 2021) 46쪽


독서모임 하나 이끌지 못 하는 나로서는 일단 자격 미달이다

→ 책모임 하나 이끌지 못 하는 나로서는 아무튼 안된다

→ 읽기모임 하나 이끌지 못 하는 나로서는 영 모자란다

《버티고 있습니다》(신현훈, 책과이음, 2022) 20쪽


그게 일단 일본 기후는 고온다습하니까, 녹슬기 쉬운 조건이긴 해요

→ 아무래도 일본 날씨는 따뜻축축하니까, 슬기에 쉽긴 해요

→ 다만 일본은 후덥지근하니까, 쇠곰팡이 쉽게 끼긴 해요

《칸무리 씨의 시계공방 4》(히와타리 린/원성민 옮김, 대원씨아이, 2022) 42쪽


할 일이 없어도 일단 만나는 게 우리였다

→ 우리는 할 일이 없어도 만났다

《읽는 생활》(임진아, 위즈덤하우스, 2022) 13쪽


일단 여자 한정으로 받을 생각이에요

→ 먼저 순이만 받을 생각이에요

→ 처음은 순이를 받을 생각이에요

《행복은 먹고자고 기다리고 2》(미즈나기 토리/심이슬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2) 85쪽


일단 제 얘기를

→ 먼저 제 얘기를

《태양왕 수바》(이지은, 웅진주니어, 2023) 13쪽


일단 북마크해 두자

→ 먼저 담아 두자

→ 아무튼 적어 두자

→ 뭐 챙겨 두자

《산과 식욕과 나 10》(시나노가와 히데오/김동수 옮김, 영상출판미디어, 2023) 98쪽


고기 먹기를 일단 멈춘 동지로서 당신을 기다리겠다

→ 고기를 이제 그만 먹는 그대를 기다린다

→ 아무튼 고기를 멈춘 이웃인 그대를 기다린다

《날씨와 얼굴》(이슬아, 위고, 2023) 19쪽


일단 속독으로 훑어보면서 필요하다 싶은 걸 추려 주세요

→ 먼저 훑어보면서 추려 주세요

→ 그럼 후다닥 보면서 추려 주세요

《시노자키 군의 정비 사정 4》(부리오 미치루/김명은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4) 105쪽


위원회에서 같이 일해야 하니, 일단은 알아둬야지

→ 두레에서 같이 일해야 하니, 뭐 알아둬야지

→ 모둠에서 같이 일해야 하니, 먼저 알아둬야지

《루리 드래곤 2》(신도 마사오키/유유리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4) 162쪽


일단 전부 기각으로 하죠

→ 뭐 모두 버리기로 하죠

→ 먼저 다 내치기로 하죠

《이거 그리고 죽어 6》(토요다 미노루/이은주 옮김, 대원씨아이, 2025) 98쪽


일단 단정하게 입는 편이 좋을 것 같아서. 이하동문

→ 뭐 깔끔하게 입어야 할 듯해서. 마찬가지

→ 먼저 말쑥하게 입어야 할 듯싶어서. 똑같아

《우리 집은 책방 5》(요코야마 토무/장지연 옮김, 대원씨아이, 2025) 120쪽


일단 위험인물은 아니란 걸 미소로 보여주자

→ 먼저 나쁜이가 아닌 줄 웃으며 보여주자

→ 아무튼 나쁘지 않은 줄 빙그레 보여주자

《남의 여명으로 청춘하지 마 1》(후쿠야마 료코/김서은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5) 20쪽


일단 자숙하려고 했지만,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지

→ 좀 삼가려고 했지만, 이제 어쩔 수 없지

→ 뭐 그만하려 했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지

《할망소녀 히나타짱 10》(쿠와요시 아사/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2025) 12쪽


일단은 선행투자라 생각하시고

→ 아무튼 앞서 한다고 여기시고

→ 뭐 일찌감치 해본다 보시고

→ 먼저 나선다고 헤아리시고

→ 미리하는 셈치고

《우리 집 꼬마 아가씨 4》(산카쿠헤드/장지연 옮김, 학산문화사, 2026) 106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책읽기 / 잔소리 바보

불빛



  낮(14:40)에 서울을 떠나는 시외버스는 찬바람을 틀더니, 해넘은 저녁(18:50)에 이르자 바닥불을 넣는다. 길손은 거의 모두 할매할배이다. 이분들은 서울에 있는 딸아들이 서울에 있는 병원을 잡아주어서 다녀가는 길이다.


  요사이는 시외버스에서 불빛을 아예 안 켜준다. 한동안 버스일꾼한테 얘기했으나, 갈수록 말하기도 번거롭다. 이제는 스스로 큰불과 작은불을 챙긴다. 그런데 불빛도 불빛이되, 이보다는 미닫이를 못 여는 시외버스라는 대목이 아찔하다. 한나절 남짓 달리는 곳에서 바깥바람을 쐴 수 없는 얼거리이니까. 서울은 워낙 모든 곳이 붐비는 터라 해바람을 마주할 수 있는 시내버스보다는 땅밑을 내달리는 쇳덩이가 나을 만하지만, 하루가 어떻게 흐르는지 종잡을 수 없는 땅밑길을 날마다 한참 다니는 서울사람은 그만 철을 잊다가 잃기 쉽다.


  시외버스에서 책을 쥐는 이웃을 아주 드물게 본다. 올해(2026)에는 한가을 끝자락까지 꼭 한 사람 스쳤다. 서울버스·전철과 부산버스·전철에서 스친 ‘이웃책보’는 올해에 꼭 열 사람쯤 스쳤다. 볼거리에 구경거리에 놀거리가 넘쳐난다고 여기니, 굳이 종이책을 쥘 일이 없을 만하다. 구태여 무겁게 종이책을 들고 다닐 까닭이 없다고 여길 수 있다.


  종이책을 챙기지 않는 어버이 곁에서 자라는 어린이는 종이책뿐 아니라 종이랑 붓(연필)조차 안 챙긴다. 요즈음 어린배움터 어린이를 보면, 붓종이(필기구) 없이 맨몸으로 다니기 일쑤이다. 푸른배움터 푸름이도 꽤나 붓종이 없이 다닌다. 그런데 이 아이들은 어김없이 손전화는 꽉 쥔다.


  손전화를 들여다보기에 잘못이 아니요, 나쁘지 않다. 어린이와 푸름이가 붓종이를 안 챙기고 종이책을 펼 줄 모르는 채 나이만 먹고서 스물이나 서른이나 마흔이라는 나이에 닿는다면, 이 아이들은 ‘배울 줄 모르는 몸’으로 굳는다. 배울 줄 모르는 몸으로 굳으면 ‘사람과 이웃하는 길’에다가 ‘풀꽃나무·들숲바다·해바람비와 이웃하는 삶’도 잊다가 잃는다. 얼핏 보면, 종이책과 붓종이만 안 쥐는 채 손전화만 붙잡는 모습이지만, 곰곰이 들여다보면서 앞날을 내다볼 적에는, 이 아이들이 앞으로 ‘안 배우는 요즘 꼰대’를 이어서 ‘안 배우는 새로운 꼰대’로 뿌리내릴 만하다.


  전남 고흥 같은 작은시골뿐 아니라, 서울·부산처럼 커다란 고장에서도 ‘금연’이라는 글씨가 붉게 크게 곳곳에 붙은 곳에서 담배를 꼬나무는 꼰대가 수두룩하다. 큰돌봄터(대형병원) 둘레에도 ‘금연’ 글씨가 열 남짓 붙는데, 이런 곳에서 ‘병원 환자’하고 그냥그냥 지나가던 사람들이 모여서 너구리굴을 이룬다. 어린이쉼터와 마을쉼터에서 버젓이 담배를 태우는 늙은이와 젊은이가 넘친다. 담배를 태우지 말라는 소리가 아니라, 어린이가 흔히 지나다니며 쉬는 곳에서는 담배를 삼갈 줄 알아야 하고, 버스나루나 거님길에서도 담배를 안 필 줄 알아야 ‘어른’ 아닌가? 아니, 어린이를 돌보고 헤아리는 마음을 기울여야 ‘사람’이지 않은가?


  여러모로 보면 어린이를 미워하거나 싫어하느라 아무 곳에서나 술담배를 일삼고, 아무렇게나 거친말·막말·밉말을 쏟아붓는구나 싶다. 어린이를 헤아리거나 사랑하는 마음과 몸짓이라면, 담배 한 개비뿐 아니라 말 한 마디와 삶 한 자락을 모두 푸르게 가꾸는 하루를 살아내게 마련이다. 어린이를 살피거나 품는 어진 마음인 어른이라면, 풀꽃나무를 함부로 죽이거나 들숲바다를 마구 망가뜨리는 멍청한 삽질을 안 한다.


  낮이고 밤이며 읽고 쓰고 생각하고 돌아보며 곱씹는다. 서울부터 고흥까지 한나절 넘게 달린 시외버스를 내리면서 되새긴다. 미처 다 읽지 못한 책이라면 이튿날 읽으면 된다. 집에 닿아 등허리를 펴며 하루글을 쓰면 된다. 언제나 나부터 어질게 이 마음을 다스리자고 여긴다. 둘레에서 숱한 사람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지켜보되, 늘 나부터 참하며 착하게 읽고 쓰고 가꾸는 오늘을 살아가고 살림하고 사랑하자고 거듭 되뇐다. 2026.10.28.물.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974 : 당시 사회교화의 과제 색의色衣 장려 일반적 흰색 민족의상 당시 염색 민족의상 권장 -에 대해


당시 사회교화의 과제였던 색의色衣 장려(일반적으로 흰색 민족의상을 입었던 당시 조선인에게 염색한 민족의상을 입도록 권장했다)에 대해

→ 그무렵 하얀겨레옷을 입던 조선사람한테 빛옷을 입으라 가르치려던 일을

→ 그즈음 흰겨레옷을 입던 조선사람더러 빛깔옷을 입으라 일깨우려던 일을

《조선인 강제연행》(도노무라 마사루/김철 옮김, 뿌리와이파리, 2018) 42쪽


일본이 총칼을 앞세워서 이 땅을 억누르던 무렵에, 흰옷차림인 사람들더러 빛깔옷을 입으라고 윽박질렀다고 합니다. 얼핏 ‘가르치’거나 ‘일깨운다’는 허울을 씌웠지만 억지로 밀어붙였습니다. 물들인 옷을 입든 하얗게 마름하고 손질한 옷을 입든, 어느 나라 어느 고을 어느 집에서건 사람들 스스로 헤아릴 살림길입니다. 오늘날은 어떻게 옷을 차려입는 삶인지 돌아볼 노릇이며, 어떻게 말을 가다듬는지 짚을 일입니다. ㅍㄹㄴ


당시(當時) : 일이 있었던 바로 그때. 또는 이야기하고 있는 그 시기

사회교화사업(社會敎化事業) : [교육] 잘못된 사회 풍조를 바로잡고 좋은 풍속을 키우기 위하여 사회 대중을 지도하고 교육하는 사업

과제(課題) : 1. 처리하거나 해결해야 할 문제 2. 주로 교육 기관 등에서 학생들의 학습 능력을 높이기 위해 교사나 교수가 학생들에게 내어 주는 연구 문제

색의(色衣) : 물감을 들인 천으로 만든 옷 = 무색옷

장려(奬勵) : 좋은 일에 힘쓰도록 북돋아 줌

일반적(一般的) : 1. 일부에 한정되지 아니하고 전체에 걸치는 2. 전문(專門)에 속하지 아니하는

흰색(-色) : 눈이나 우유의 빛깔과 같이 밝고 선명한 색 ≒ 백·백색

민족의상(民族衣裳) : 민족의 고유한 옷. 우리나라의 한복이 이에 속한다

염색(染色) : 1. 염료를 사용하여 실이나 천 따위에 물을 들임. 또는 그런 일 ≒ 색염·입염 2. [생명] 세포, 조직, 균을 색소로 물들이는 일

권장(勸奬) : 권하여 장려함 ≒ 장권

대하다(對-) : 1. 마주 향하여 있다 2. 어떤 태도로 상대하다 3. 대상이나 상대로 삼다 4. 작품 따위를 직접 읽거나 감상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