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감옥은 여기에



널 가두는 남은 없어. 널 가두어 괴롭힐 놈은 없어. 늘 너 스스로 가둬. 늘 네가 제발로 가두고 제손으로 괴롭혀. 얼핏 누가 너를 가둔다고 여길 때가 있지. 힘으로 누르거나 밀치거나 때리고, 이름으로 밟거나 내치고, 돈으로 괴롭히거나 들볶거나 내친다고 여겨. 무엇보다도 ‘지구’라는 이름인 돌덩이는 가두리(감옥)일 만해. 돌덩이에 무엇이 살겠니? 돌덩이에 무슨 씨앗이 싹트겠니? 풀씨·꽃씨·나무씨가 깃들지 못 하는 데가 가두리야. 숨씨(생명)가 스스로 씨(아기)를 낳아서 돌볼 수 있는 데가 아니라면 가두리야. 가두리에서는 스스로 깨어나거나 일어나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사람들이 물고기나 짐승이나 과일이나 남새를 욱여넣는 가두리(양식장·농장·비닐하우스·스마트팜)를 보렴. 가두리에는 ‘죽음살덩이’만 있어. ‘산흉내(이미 죽었지만 살아움직이는 흉내)’로 가득해. 너한테 무엇이 있는지 봐. 너한테 ‘산흉내’만 있으면, 넌 가두리에 스스로 옭아매서 죽는 나날이지. 모든 가두리는 스스로 세워놓지. 재미없다고 여기는 대로, 재미있으니 해야겠다는 대로, 자랑스럽다고 여기는 대로, 자랑거리가 없다고 여기는 대로, 모두 가두리란다. 나무씨앗뿐 아니라 풀씨를 ‘꽃그릇(화분)’이라는 데에 가두면, 나무나 풀이 반기겠니? 꽃그릇 크기를 넘을 수 없다면, 아니 누가 물을 주고 해바람을 들여 주어야 하는 가두리(꽃그릇)에서 스스로 빛나면서 씨를 맺을 수 있겠니? 버스·전철이라는 가두리야. 학교·회사·교회라는 가두리야. 사회·정부·세계·공장이라는 가두리야. 교육·문화·행정·정치·예술·경제라는 가두리야. 가두는 곳에는 샘물도 빗물도 바닷물도 냇물도 눈물도 없어. 가두는 곳에는 하루도 이야기도 삶도 말도 없어. 온통 가두리로 가는 판이요, 가두리로 가득한 한복판에서 너는 무엇을 쳐다보니? 너는 들에 서니? 너는 숲에 서니? 너는 바다에 서니? 2026.10.14.물.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열두 달 소꿉노래》,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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