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에 일본에서 처음 나온 ‘다카하시 루미코 단편집’ 4권이 2014년에 드디어 한국말로 나온다. 번역을 안 할 줄 알았더니, 세 해 만에 번역을 해 준다. 기다리면 만날 수 있을까. 번역해 주리라 믿지 않고 조용히 하루하루 살다 보면 어느덧 만날 날이 있을까. 퍽 많은 사람들은 노벨문학상을 누가 받는가 하는 데에 눈길을 두었을 테지만, 나는 ‘다카하시 루미코’ 새로운 작품이 언제 한국말로 나올 수 있는가 하는 대목에 눈길을 둔다. 만화를 그리는 이녁은 해가 가면 갈수록 더욱 무르익으면서 한결 깊고 너른 삶을 보여주는 이야기꽃을 피우기 때문이다. 데즈카 오사무라고 하는 만화가도 이와 같았으리라 느낀다. 해가 가면 갈수록 만화가 무르익어, 죽는 날까지 손에서 펜을 놓지 않은 데즈카 오사무 님이다. 한국에서는 나이를 먹은 뒤에도 만화 창작을 하는 사람이 매우 드물지만, 일본에서는 나이를 먹고 또 먹으면 젊은 날에는 보여줄 수 없는 새로운 맛으로 만화를 보여주는 사람이 매우 많다. 이참에 《1파운드의 복음》 새로운 판을 선보여 줄 수 있다면, 《도레미 하우스》도 새로운 옷을 입혀 선보여 줄 수 있다면, 얼마나 반가울까 하고 손가락을 쪽쪽 빤다. 아직 한국말로 나오지 못한 《1 or W》도 언젠가 한국말로 나온 책을 만날 수 있겠지. 4347.10.12.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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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새- 타카하시 루미코 걸작 단편집
다카하시 루미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4년 9월
9,000원 → 8,100원(10%할인) / 마일리지 4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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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하시 루미코 걸작 단편집 박스세트 - 전3권
다카하시 루미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7년 5월
24,000원 → 21,600원(10%할인) / 마일리지 1,2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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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의 비극- 타카하시 루미코 걸작 단편집
다카하시 루미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7년 4월
8,000원 → 7,200원(10%할인) / 마일리지 4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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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무의 개- 타카하시 루미코 걸작 단편집
다카하시 루미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7년 4월
6,500원 → 5,850원(10%할인) / 마일리지 32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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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책 《우산 씌워 줄게요》에 나오는 아이는 모든 이웃한테 우산을 씌워 준다. 커다란 짐승이든 조그마한 벌레이든, 모두 살가운 이웃이나 동무로 여겨 우산을 내민다. 함께 비를 긋고, 함께 놀이를 하며, 함께 웃음을 나눈다. 우산을 함께 쓰는 아이는 늘 즐겁다. 우산을 함께 쓰듯이 사랑을 함께 나눈다. 참으로 마땅한 노릇이다. 이 지구별에서 사람과 사람은 모두 이웃이자 동무이고, 사람과 짐승도 모두 이웃이자 동무이며, 사람과 푸나무도 모두 이웃이나 동무이다. 이웃을 마주하면서 우산을 씌워 주는 어린이 마음을, 우리 모두 어른이 된 뒤에도 곱게 건사할 수 있으면 아름답고 사랑스레 하루를 누리리라 믿는다. 4347.10.12.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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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씌워 줄게요
니시마키 가야코 그림, 하세가와 세스코 글, 엄기원 옮김 / 한림출판사 / 2003년 3월
5,000원 → 4,500원(10%할인) / 마일리지 2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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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1009) 하여 2


하여, 부끄럽고 서툴지만 이 책을 통해 나에 대한 이야기도 하는 것으로 … 하여, 서푼어치 알량한 생각 따위는 멈추고

《김정화-여행하는 카메라》(샨티,2014) 8, 92쪽


 하여, 부끄럽고 서툴지만

→ 이리하여, 부끄럽고 서툴지만

→ 그러니까, 부끄럽고 서툴지만

 하여, 알량한 생각 따위는

→ 이리하여, 알량한 생각 따위는

→ 그러니까, 알량한 생각 따위는



  책에 쓰는 말은 ‘글말’이라고도 합니다. 종이에 새기는 이야기는 글을 써서 새기니, 글말이라고도 할 만합니다. 서로 입으로 이야기를 나누면 ‘입말’이라고도 합니다. 귀로 듣고 입으로 말하니 입말이라고도 할 만합니다. 그런데, 글말이든 입말이든, 모두 ‘말’입니다. 말을 담는 그릇이기에 글입니다.


  글을 쓰는 분들이 으레 ‘글말’로 ‘하여’를 씁니다. 처음에는 글말로 책에만 나오던 말투로 하나둘 나타나는데, 이윽고 적잖은 이들이 책을 읽은 뒤에 이 글말을 입말로 옮깁니다. 어느새 글말이 입말로 바뀌어 사람들 사이에 퍼집니다.


  글말이든 입말이든 모두 말입니다. 우리가 주고받는 이야기를 소리로나 그림으로나 나타냅니다. 글로 나타내든 입으로 나타내든 바르고 알맞게 나타낼 노릇입니다. 글로 쓰니까 입으로 읊을 때하고는 다르게 적어도 되지 않아요. 옳게 적어야 합니다. 알맞게 써야 합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말을 더 깊고 넓게 살피거나 배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4347.10.12.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이리하여, 부끄럽고 서툴지만 이 책으로 내 이야기도 하기로 … 그러니까, 서푼어치 알량한 생각 따위는 멈추고


“이 책을 통(通)해”는 “이 책으로”로 손보고, “나에 대(對)한 이야기도”는 “내 이야기도”로 손보며, “하는 것으로”는 “하기로”로 손봅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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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결에 물든 미국말

 (688) 와일드(wild)


야생초는 그 모양이 야생적이라야 볼 맛이 난다. 와일드한 맛이야 엉겅퀴나 방가지똥을 따를 것이 없지만

《황대권-야생초 편지》(도솔,2002) 157쪽


 와일드한 맛이야

→ 거친 맛이야

→ 투박한 맛이야

 …



  ‘wild’는 영어입니다. 그런데 한국사람이 참 흔히 쓰기도 합니다. 설마 싶어 한국말사전을 뒤적입니다. 뜻밖에 한국말사전에 ‘와일드’라는 낱말이 하나 실립니다. 한국말사전에 나오는 ‘와일드’는 아일랜드에서 태어나 글을 썼다는 ‘오스카 와일드’라는 사람 이름입니다.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아일랜드에서 글을 쓴 사람을 한국말사전에 덩그러니 올릴 까닭이 있을까 궁금합니다. 한국말사전을 더 뒤적이니 ‘박지원’이나 ‘이규보’ 같은 사람도 나옵니다. 고개를 다시금 갸우뚱합니다. 이런 분들이 훌륭하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만, 한국말사전은 한국말을 다루는 책이지, 역사나 문학에서 이름을 날린 사람을 알려주는 책이 아닙니다.


  그나저나, 이 보기글을 살피면, ‘야생적’과 ‘와일드한’이 나란히 나옵니다. ‘와일드’를 이름씨 꼴로 두고 ‘-하다’를 붙여요.


  영어 ‘wild’는 으레 그림씨로 씁니다. 이름씨로는 잘 안 씁니다. 이 낱말을 이름씨로 쓸 적에는 “(1) (야생 상태의) 자연 (2) 미개척지”를 뜻한다고 합니다. 한국사람이 영어 ‘와일드’를 ‘와일드-하다’처럼 쓰려 한다면 ‘자연답다’라는 뜻이 되겠지요.


  이제 ‘야생적’을 생각합니다. 이 한자말은 “길들지 않은”을 가리킵니다. “들 기운을 담은”을 나타냅니다. ‘야생(野生)’이란 ‘들 + 살이’입니다. 들에서 살다, 곧 마을이 아닌 들과 숲에서 산다는 뜻을 한자말로 옮겨 ‘야생’으로 나타냅니다.


  사람 손길을 타지 않으니 ‘거칠다’고 할 만합니다. 사람이 다듬거나 매만지지 않았으니 ‘투박하다’고 할 만합니다. 이 보기글을 하나하나 뜯어서 고쳐쓰면 무슨 이야기가 될까요. “풀은 모양이 풀다워야 볼 맛이 난다. 풀다운 맛이야 엉겅퀴나 방가지똥을 따를 수 없지만.” 풀은 풀입니다. 풀다운 맛이란 들내음이나 숲내음을 고이 풍기는 맛이겠지요. 4347.10.12.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들풀은 모양이 들풀다울 때라야 볼 맛이 난다. 거칠거나 투박한 맛이야 엉겅퀴나 방가지똥을 따를 수 없지만


‘야생초(野生草)’는 ‘들풀’이나 ‘풀’로 다듬고, ‘야생적(野生的)이라야’는 ‘들풀다워야’나 ‘들풀다울 때라야’나 ‘거칠거나 투박해야’로 다듬습니다. “따를 것이 없지만”은 “따를 수 없지만”으로 손봅니다.



​wild

1. 야생의, 자생의

2. 자연 그대로의, 사람이 손대지 않은

3. 제멋대로 구는, 사나운

4. 격렬한, 마구 흥분한, 몹시 화를 내는

5. 무모한, 터무니없는

6. (비격식) 아주 좋은[신나는]

7. (비격식) 열광하는, 사족을 못 쓰는

8. 광풍[폭풍]이 휘몰아치는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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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결에 물든 미국말

 (689) 슬림(slim)


내 앞에 서 있는데도 내가 못 알아봤을 만큼 몸이 슬림해졌다. 끌레아니와 류바땡기도 원래 이렇게 왜소한 아이였나 싶을 정도로 말랐다

《김정화-여행하는 카메라》(샨티,2014) 228쪽


 몸이 슬림해졌다

→ 몸이 말랐다

→ 몸이 날씬하다

 …



  한국말은 ‘마르다’나 ‘날씬하다’나 ‘호리호리하다’입니다. 중국말이나 일본말은 ‘矮小’이고, 영어는 ‘slim’입니다. 이 보기글을 쓴 분은 세 나라 말을 잇달아 씁니다.

  요즈음 참 많은 사람들은 영어를 영어 아닌 한국말처럼 아주 쉽게 쓰곤 합니다. ‘슬림’이라는 낱말은 요즈음 사람들 입에 착 달라붙었습니다. 이러면서 정작 한국말은 입에서 멀어지고, 손과 눈과 귀에서도 멀어지겠지요. 4347.10.12.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내 앞에 섰는데도 내가 못 알아봤을 만큼 몸이 말랐다. 끌레아니와 류바땡기도 워낙 이렇게 작은 아이였나 싶도록 말랐다


“서 있는데도”는 “섰는데도”나 “있는데도”로 다듬고, ‘원래(元來)’는 ‘워낙’으로 다듬습니다. ‘왜소(矮小)한’은 ‘작은’이나 ‘조그마한’으로 손질하고, “싶을 정도(程度)로”는 “싶도록”이나 “싶을 만큼”으로 손질합니다.



slim

1. (호감) 사람이 날씬한, 호리호리한

2. (보통 것보다) 얇은

3. 빈약한, 보잘것없는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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