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065) -의 : 흰 피부의 아이들


이 년 전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며 내 앞에서 낄낄대던 흰 피부의 아이들이 진웅이 얼굴에, 세호 목소리에

《박채란-까매서 안 더워?》(파란자전거,2007) 37쪽


 흰 피부의 아이들이

→ 하얀 살결 아이들이

→ 흰 얼굴 아이들이

→ 살갗 흰 아이들이

→ 살갗 하얀 아이들이

 …



  ‘살갗’이나 ‘살결’로 말하기보다는 ‘피부’라 말하기를 좋아하는 요즘 사람들 흐름이 되는구나 싶습니다. 아무래도 한국말보다 한자말로 적어야 다소곳해 보인다거나 남을 높인다고 여기지 싶어요. 한국말을 알맞게 바르게 쓰면서 서로 높이거나 아끼는 뜻을 담도록 마음을 기울이면 아름다울 텐데요.


  얼굴이 하얗다면 “얼굴 하얀 아이”입니다. 살갗이 하얗다면 “살갗 하얀 아이”입니다. 그냥 “하얀 아이”라고 해도 됩니다. 4340.8.23.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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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해 앞서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며 내 앞에서 낄낄대던 살갗 하얀 아이들이 진웅이 얼굴에, 세호 목소리에


“이 년 전(二 年 前)”은 “두 해 앞서”로 고치거나 ‘그러께’로 다듬고, ‘피부(皮膚)’는 ‘살갗’으로 다듬습니다.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86) -의 : 갈색 피부의 두꺼비


키 크고, 늘씬하고, 잘생기고, 건강한 갈색 피부의 두꺼비로 돌아왔습니다

《제인 욜런/박향주 옮김-토드 선장과 은하계 스파이》(시공주니어,1998) 60쪽


 갈색 피부의 두꺼비로

→ 밤빛 두꺼비로

→ 구릿빛 두꺼비로

→ 구릿빛 살갗인 두꺼비로

 …



  사람도 개구리도 몸 겉에 살갗이 있습니다. 살갗은 ‘살가죽’입니다. 이 보기글에서는 “구릿빛 살갗인 두꺼비”처럼 적어도 되고, 단출하게 “구릿빛 두꺼비”처럼 적어도 됩니다. 구릿빛은 햇볕에 잘 타서 보기 좋은 살빛입니다. 이러한 빛깔은 ‘밤빛’이라고 할 수 있고, ‘도토리빛’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밖에 ‘흙빛’이라고 해도 잘 어울립니다. 4347.10.31.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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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크고, 늘씬하고, 잘생기고, 튼튼한 구릿빛 두꺼비로 돌아왔습니다


‘갈색(褐色)’은 ‘구릿빛’이나 ‘밤빛’으로 다듬고, ‘피부(皮膚)’는 ‘살갗’으로 다듬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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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물드는 초피잎



  초피잎이 천천히 물든다. 매화나무는 잎이 벌써 다 졌고, 감나무도 잎을 거의 떨구었는데, 초피나무는 아직 푸른 잎사귀가 많고, 군데군데 잎 끄트머리만 살짝 노란 물이 든다. 날씨가 폭한 전남 고흥에서는 십이월이 이르러야 비로소 초피나무 잎사귀가 노란 물결이 된다. 시월이 저물 무렵 우리 집 초피나무 잎사귀 끄트머리에 조그맣게 노란 물이 드는 모습을 보면서 ‘머잖아 겨울이로구나’ 하고 느낀다. 상큼하면서 잔잔한 늦가을바람을 초피나무와 함께 누린다. 4347.10.3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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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유자나무에서



  우리 집 뒤꼍에 있는 유자나무에서 굵은 유자알이 탱탱하게 잘 여문다. 지난해까지 못 보던 유자알이다. 올해 드디어 탱탱하게 잘 여문다. 그런데, 곰곰이 헤아리니, 지난해나 그러께에도 이 열매를 보았구나 싶은데, 우리 집에서 이 아이를 따기 앞서 이웃사람이 몰래 들어와서 가져갔지 싶다.


  올해에는 다른 해와 달리 바깥마실을 거의 안 다닌다. 일산집에서 음성집에도 따로 마실을 다니지 않는다. 곁님이 힘들기도 하고, 아이들한테도 먼 마실은 참으로 힘들다. 올해에는 그예 시골집에서 조용히 오래오래 지낸다. 이러다 보니, 우리 집 유자나무를 이웃집에서 기웃거리지 못하는구나 싶기도 하다.


  유자밭을 일구는 사람들은 유자나무에 농약을 무척 많이 친다. 웬만한 유자밭은 아예 농약으로 절디전다고까지 할 수 있다. 우리 집은 농약 한 방울뿐 아니라 비료 한 알조차 안 준다. 뒤꼍에서 나고 죽는 풀이 흙으로 돌아가고, 이 흙을 머금으면서 햇볕과 바람과 빗물을 먹은 유자나무이다.


  이듬해에는 이 아이한테 우리 집 아이들 사랑을 푸르게 나누어 주자고 생각한다. 내 사랑도 곁님 사랑도 듬뿍듬뿍 받을 수 있도록 하자고 생각한다. 하늘과 땅과 사람이 베푸는 사랑을 받고 우리 집 유자나무가 해마다 무럭무럭 씩씩하게 자랄 수 있기를 빈다. 4347.10.3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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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宮 23
박소희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책읽기 삶읽기 175



집을 찾는 길

― 궁宮 23

 박소희 글·그림

 서울문화사 펴냄, 2010.7.30.



- “그, 그런 게 어딨어요. 요즘 세상에. 나더러 수절하고 살라구요? 나, 나도 할 거예요, 결혼. 자긴 상궁 주제에 결혼할 거면서! (107쪽)

- ‘궤도를 벗어나는 순간, 인력 때문에 너와 나는 부딪혀 망가져버리고 말았겠지. 차라리 궤도를 이탈해 멀리 달아나자고. 그러면 조금은 덜 괴로울 것 같아, 라고. 너를 부서뜨리지 않기 위해. 내가 부서지지 않기 위해서.’ (137쪽)



  박소희 님 만화책 《궁宮》(서울문화사,2010) 스물셋째 권을 읽는다. 곰곰이 읽은 뒤 다시 읽어 본다. 이야기가 흐르는 무대는 ‘입헌군주제’이지만, 줄거리가 흐르는 자리는 ‘젊은 사내와 가시내’ 틈바구니이다. 군주는 어떤 사람인가. 대통령은 어떤 자리인가. 사람 사이에 계급이나 신분이란 무엇인가. 젊은 사내와 가시내는 사랑을 어떻게 나누는가. 서로 아끼거나 좋아하거나 기대거나 돕거나 보살피는 사랑이란 무엇인가.


  처음 태어나서 스물 살이 될 무렵까지 이 나라 아이들은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궁궐에 있든 도시 여느 아파트에 있든, 이 나라 아이들은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교과서 지식이 아닌 사랑을 살가이 배우거나 마주하는 아이는 얼마나 될까. 궁궐 밖으로 홀가분하게 나다니지 못하는 아이는 삶이나 사랑이나 사람을 얼마나 헤아릴 수 있을까. 여느 제도권 사회와 학교에 길들다가 고등학생 나이에 궁궐에 들어가서 지내는 아이한테 사랑이나 삶이나 사람이란 무엇일까.


  ‘임금 자리 물려받기’를 놓고 젊은 사내가 옥신각신할 수 있다. ‘임금이 되려는 꿈’을 품는 일은 잘못이 아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엮어서 보여주려는 뜻은 무엇일까 살짝 궁금하다. 임금 자리에 서면 나라를 아름답게 다스릴 수 있을까? 사랑다툼을 벌여 어느 한 사람을 혼자 차지할 수 있으면 기쁘게 웃을 수 있을까? 왜 사내와 가시내는 살을 섞어야 할까? 두 사람은 어떤 마음으로 살을 섞을 때에 서로 아끼거나 사랑하면서 아기를 낳을 수 있을까?


  줄거리가 빠르게 흐르지만, 삶을 드러내거나 사랑을 밝히거나 사람을 보여주는 실마리는 좀 가볍거나 대수롭지 않게 지나치는 듯하다.


  ‘궁宮’은 ‘궁궐’을 가리키기도 할 테지만, ‘집’도 가리킨다. 임금이라는 사람이 깃드는 곳이든 임금 아닌 사람이 깃드는 곳이든 모두 ‘집’이다. 집으로 가는 길이란 보금자리로 가는 길이다. 어느 곳에 깃들든 모두 같다. 임금‘님’이 되지 않고 ‘수수한 사람’이 되더라도, 얼마든지 아름답게 꿈을 키울 수 있다.


  “상궁 주제에 결혼할 거면서”라는 말마디가 오래도록 안 잊힌다. 그래, 그렇구나. 4347.10.3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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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108. 유자따기 거들기 (2014.10.29.)



  시골아이는 아버지를 거들어라. 아버지는 유자나무 높고 깊은 데에 맺힌 열매를 딸 테니, 너희는 옆에서 유자알을 받아라. 큰아이는 걸상을 받치고 올라와서 건네받고, 작은아이는 밑에서 받아 통에 담아라. 한 알씩 차근차근 천천히 차곡차곡 담자. 우리 할머니와 할아버지한테 향긋한 유자내음을 보내는 일을 다 같이 하자.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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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4-10-31 14:46   좋아요 0 | URL
아이들과 유자차를 담으시겠어요. 향긋한 향이 전해옵니다

파란놀 2014-10-31 18:25   좋아요 0 | URL
선물하려고 땄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