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유자나무에서



  우리 집 뒤꼍에 있는 유자나무에서 굵은 유자알이 탱탱하게 잘 여문다. 지난해까지 못 보던 유자알이다. 올해 드디어 탱탱하게 잘 여문다. 그런데, 곰곰이 헤아리니, 지난해나 그러께에도 이 열매를 보았구나 싶은데, 우리 집에서 이 아이를 따기 앞서 이웃사람이 몰래 들어와서 가져갔지 싶다.


  올해에는 다른 해와 달리 바깥마실을 거의 안 다닌다. 일산집에서 음성집에도 따로 마실을 다니지 않는다. 곁님이 힘들기도 하고, 아이들한테도 먼 마실은 참으로 힘들다. 올해에는 그예 시골집에서 조용히 오래오래 지낸다. 이러다 보니, 우리 집 유자나무를 이웃집에서 기웃거리지 못하는구나 싶기도 하다.


  유자밭을 일구는 사람들은 유자나무에 농약을 무척 많이 친다. 웬만한 유자밭은 아예 농약으로 절디전다고까지 할 수 있다. 우리 집은 농약 한 방울뿐 아니라 비료 한 알조차 안 준다. 뒤꼍에서 나고 죽는 풀이 흙으로 돌아가고, 이 흙을 머금으면서 햇볕과 바람과 빗물을 먹은 유자나무이다.


  이듬해에는 이 아이한테 우리 집 아이들 사랑을 푸르게 나누어 주자고 생각한다. 내 사랑도 곁님 사랑도 듬뿍듬뿍 받을 수 있도록 하자고 생각한다. 하늘과 땅과 사람이 베푸는 사랑을 받고 우리 집 유자나무가 해마다 무럭무럭 씩씩하게 자랄 수 있기를 빈다. 4347.10.3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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