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물드는 초피잎



  초피잎이 천천히 물든다. 매화나무는 잎이 벌써 다 졌고, 감나무도 잎을 거의 떨구었는데, 초피나무는 아직 푸른 잎사귀가 많고, 군데군데 잎 끄트머리만 살짝 노란 물이 든다. 날씨가 폭한 전남 고흥에서는 십이월이 이르러야 비로소 초피나무 잎사귀가 노란 물결이 된다. 시월이 저물 무렵 우리 집 초피나무 잎사귀 끄트머리에 조그맣게 노란 물이 드는 모습을 보면서 ‘머잖아 겨울이로구나’ 하고 느낀다. 상큼하면서 잔잔한 늦가을바람을 초피나무와 함께 누린다. 4347.10.3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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