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그림 읽기

2014.11.2. 큰아이―하늘구름 반딧불이



  그림순이가 요즈음 즐겨 그리는 그림 가운데 하나는 ‘하늘구름’이다. 흰구름이 송송 흐르는 파랗게 눈부신 하늘을 그림순이가 몹시 좋아한다. 이 하늘구름 그림에는 구름과 하늘만 있을 때가 있고, 새나 나비가 날기도 한다. 오늘은 제비와 나비와 여러 동무들이 함께 하늘을 나는 그림을 그리고는, 뒤에 테이프를 붙여서 부엌 한쪽에 붙인다. “그림 여기에다 붙여도 돼요?” 그럼, 붙여도 되지. 이 그림을 그린 뒤 ‘반딧불이’를 그린다. 반딧불이 그림은 아버지한테 내민다. “자, 아버지 선물이에요.”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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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이와 바라보는 늦가을 괭이밥꽃


  큰아이가 괭이밥꽃을 바라보면서 묻는다. “아버지, 이 꽃 이름 뭐야?” “이름이 뭘까? 네가 생각해 봐.” “응, 예쁜 꽃.” “그래, 꽃이 다 예쁘지?” “응.” “그런데 모든 꽃이 다 예쁜데, 다 ‘예쁜 꽃’이라고 하면 이름이 다 똑같아.” “그런가? 아, 그렇구나. 그럼 무슨 꽃이라고 할까. 꼬스모스꽃 할까?” “그 이름은 다른 꽃 이름이잖아. 이 꽃은 괭이밥꽃이라고 해.” “괭이밥?” “응, 괭이밥.”

  봄에 피는 괭이밥이 늦가을에 다시 핀다. 한 차례 신나게 피었다가 진 뒤, 새로운 아이들이 태어났다. 새로운 아이들은 늦가을 포근한 볕을 받으면서 싱그러이 돋는다. 잎도 꽃도 모두 싱그럽다. 꽃순이 큰아이와 한참 바라본다. 4347.11.6.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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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 없애야 말 된다

 (125) 이상적 1


너희와 비슷한 세대인 젊은 엄마들 사이에는 우유가 영양소를 균형 있게 포함한 이상적인 식품이라는 사고가 정착되어 있는 것 같다

《사카시타 사카에/연주미 옮김-얘야 생태가 웰빙이란다》(이매진,2004) 27쪽


 이상적인 식품

→ 훌륭한 먹을거리

→ 좋은 먹을거리

→ 더없이 좋은 밥

→ 괜찮은 밥

→ 아기한테 괜찮은 밥

 …



  오늘날 아주 많은 이들이 ‘이상’과 ‘현실’이라는 한자말을 씁니다. 그런데, 우리가 두 가지 한자말 ‘理想’과 ‘現實’을 쓴 지 얼마 안 됩니다. 기껏 백 해가 될 듯 말 듯합니다. 오늘날에는 두 가지 한자말이 아니고서는 우리 생각을 못 나타낼 듯 여기기도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낱말이 없던 지난날에도 얼마든지 우리 생각을 나타내며 살았습니다.


 이상이 크다 → 꿈이 크다 / 생각이 크다

 이상을 향한 열정 → 꿈으로 가는 마음 / 꿈을 비는 뜨거운 뜻

 높은 이상을 품다 → 높은 꿈을 품다 / 높은 뜻을 품다


  한자말 ‘이상’과 ‘현실’은 이 모양새대로 쓰기도 하지만, 뒤에 ‘-的’을 붙여서 쓰기도 합니다. ‘이상·현실’이 없으면 말을 못 할 만한 오늘날 사람이요, ‘이상적·현실적’이 없으면 이야기를 못 나눌 만한 오늘날 사람이지 싶습니다.


  보기글에 나오는 “이상적인 식품”은 “좋은 먹을거리”나 “훌륭한 먹을거리”를 가리킵니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좋은’이나 ‘훌륭한’ 같은 한국말을 써야 했습니다. ‘더 나은’이나 ‘한결 나은’이나 ‘아주 좋은’을 가리킬 수 있습니다. ‘괜찮은’이나 ‘놀랄 만한’이나 ‘멋진’을 가리킬 수도 있어요.


 이상적 방안

→ 나은 길

→ 더 나은 길

 이상적 사회

→ 좋은 사회

→ 살기 좋은 사회

→ 훌륭한 사회

 이상적 남편

→ 좋은 남편

→ 멋진 남편

→ 알뜰한 남편

 소크라테스를 통해서 철인(哲人)의 이상적 인간상을 볼 수 있다

→ 소크라테스한테서 바람직한 철인 모습을 볼 수 있다

→ 소크라테스한테서 슬기로운 사람을 바람직하게 엿볼 수 있다

→ 소크라테스한테서 슬기로운 사람을 훌륭히 엿볼 수 있다


  예부터 슬기롭게 쓰던 말을 떠올릴 수 있어야, 오늘날에도 말을 슬기롭게 씁니다. 예부터 알맞고 바르게 쓰던 말을 헤아릴 수 있어야, 오늘날에도 말을 알맞고 바르게 씁니다. 먼먼 옛날부터 아름답고 정갈하게 쓰던 말을 돌아볼 수 있어야, 오늘날에도 말을 아름답고 정갈하게 씁니다. 4338.1.15.흙/4347.11.6.나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너희와 비슷한 또래인 젊은 엄마들 사이에는 우유가 영양소를 골고루 갖춘 좋은 먹을거리라는 생각이 뿌리내린 듯하다


‘세대(世代)’는 ‘또래’로 다듬고, “균형(均衡) 있게 포함(包含)한”은 “골고루 갖춘”이나 “알맞게 갖춘”으로 다듬습니다. ‘식품(食品)’은 ‘먹을거리’로 손질하고, “사고(思考)가 정착(定着)되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뿌리내린 듯하다”나 “생각이 굳어진 듯하다”로 손질합니다.



이상적(理想的) : 생각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가장 완전하다고 여겨지는

   - 이상적 방안 / 이상적 사회 / 이상적 남편

     소크라테스를 통해서 철인(哲人)의 이상적 인간상을 볼 수 있다

이상(理想) : 생각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가장 완전하다고 여겨지는 상태

   - 이상을 향한 열정 / 높은 이상을 품다


..



 '-적' 없애야 말 된다

 (298) 이상적 2


사람에 따라서 편하게 느끼도록 도와주는 호흡법이 있는 것이지 절대적으로 모두에게 이상적인 호흡법은 없습니다

《이케가와 아키라/김경옥 옮김-아기는 뱃속의 일을 기억하고 있다》(샨티,2003) 80쪽


 절대적으로 모두에게 이상적인 호흡법

→ 반드시 모두한테 알맞은 숨쉬기

→ 꼭 모두한테 좋은 숨쉬기

→ 언제나 모두한테 꼭 맞을 만한 숨쉬기

→ 늘 모두한테 좋다고 할 숨쉬기

 …



  사람마다 다 다르기에, 이 사람한테는 이러한 숨쉬기가 알맞고 저 사람한테는 저러한 숨쉬기가 알맞습니다. 글을 쓸 적에도 이 사람은 이렇게 쓰고 싶으며, 저 사람은 저렇게 쓰고 싶어요. 이리하여, 글을 다듬는 자리에서도 모든 글월을 똑같이 다듬을 수 없습니다. 저마다 마음에 드는 글투가 있을 테니, 제 마음에 드는 글투를 헤아려서 알맞게 가다듬을 노릇입니다.


  다만, 틀리거나 어긋난 글투를 애써 붙들려고 한다면 골이 아파요. 틀린 글투는 틀린 줄 느껴서 바로잡기를 바랍니다. 어긋난 글투는 어긋났구나 하고 깨달아 올바른 글투를 새롭게 배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4338.9.23.쇠/4347.11.6.나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사람에 따라고 아늑하게 느끼도록 도와주는 숨쉬기가 있지, 꼭 모두한테 알맞을 숨쉬기는 없습니다


‘편(便)하게’는 ‘아늑하게’나 ‘포근하게’로 손보고, ‘호흡법(呼吸法)’은 ‘숨쉬기’로 손보며, ‘절대적(絶對的)으로’는 ‘꼭’이나 ‘반드시’로 손봅니다.


..



 '-적' 없애야 말 된다

 (651) 이상적 3


그는 둥글고 원만하며, 올려다봄으로써 품위가 드러나게 되는 이미지를 이상적인 것으로 삼았던 것 같다

《김명철 사진/정진국 글-아름다운 소풍》(눈빛,2002) 12쪽


 이상적인 것으로 삼았던

→ 좋은 것으로 삼았던

→ 좋게 생각했던

→ 잘 어울리다고 느낀

→ 마음에 들어했던

 …



  사진을 찍는 사람은 저마다 좋아하는 그림이나 틀이나 모습이나 느낌이 있습니다. 스스로 좋아하는 결에 따라 사진을 찍습니다. 스스로 안 좋아하는 결은 사진으로 못 찍습니다.


  좋아하니 마음에 듭니다. 좋아하기에 마음이 움직입니다. 마음에 들 만한 모습이라면 잘 어울린다고 여깁니다. 잘 어울린다고 여기니 괜찮아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4339.9.17.해/4347.11.6.나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그는 둥글고 부드러웠으며, 올려다보면서 품위가 드러나는 모습을 마음에 들어했던 듯싶다


‘둥글고’ 다음에 넣은 ‘원만(圓滿)’은 겹말입니다. 굳이 비슷한 말을 잇달아 적고 싶다면, “둥글고 부드러웠으며”라든지 “둥글고 너그러웠으며”처럼 손봅니다. ‘이미지image)’는 ‘느낌’이나 ‘모습’으로 다듬고, “이상적인 것으로 삼았던 것 같다”는 “마음에 들어했던 듯싶다”나 “좋아했구나 싶다”나 “잘 어울린다고 여겼구나 싶다”로 다듬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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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눈빛 82. 사진으로 할 수 있다



  사진으로 할 수 있습니다.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하고 싶은 것이라면 할 수 있습니다. 사진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면 할 수 있습니다. 사진으로 사랑을 드러내고 싶으면, 사진으로 사랑을 드러냅니다. 사진으로 어떤 숨은 이야기를 바깥으로 알리고 싶으면, 사진으로 어떤 숨은 이야기를 바깥으로 알릴 수 있습니다. 사진으로 꿈을 노래하고 싶으면, 사진으로 꿈을 노래할 수 있습니다.


  사진으로 놀고 싶으면, 참말 사진으로 놀 수 있습니다. 사진으로 생각을 짓고 싶으면, 참말 사진으로 생각을 지을 수 있어요. 다만, 무엇을 하고 싶은지 스스로 마음속에 담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합니다. 스스로 하고 싶은 일부터 찬찬히 살펴서 마음속에 담을 때에 비로소 사진으로 무엇을 찍을 때에 기쁜가 하고 깨닫습니다.


  아이들이 블럭을 맞추어 자동차나 비행기나 배를 만듭니다. 아이들이 손수 짜맞춘 자동차나 비행기나 배를 갖고 놉니다. 블럭 자동차는 싱싱 달립니다. 블럭 비행기는 하늘을 가르며 납니다. 블럭 배는 바다를 가로지르며 나아갑니다.


  우리는 흙바닥에 나뭇가지로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나뭇가지를 쥐어 슥슥 그림을 그리고 싶으니 그림을 그려요. 우리는 볍씨 껍질을 벗겨 쌀알을 물에 불린 뒤 밥을 지을 수 있습니다. 나락으로 밥을 지어 먹고 싶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아이를 낳을 수 있습니다. 마음이 맞는 사랑스러운 짝을 찾아서 꿈을 속삭이면 열 달 뒤에 아이를 낳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돈을 벌 수 있습니다. 돈을 벌면 어떤 일을 해야지 하고 생각하면서 마땅한 일자리를 찾아서 돈을 벌 수 있습니다. 우리는 나무한테서 열매를 얻을 수 있고, 우리는 풀꽃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말을 배우고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우리는 노래를 부를 수 있고, 춤을 출 수 있습니다.


  모든 길은 언제나 활짝 열립니다. 그러나, 우리가 길을 가야 길이 열립니다. 우리가 스스로 길을 가지 않는다면 길은 안 보입니다. 우리가 두 다리로 씩씩하게 서서 척척 한 걸음씩 내딛을 때에 비로소 길이 열립니다.


  사진으로 할 수 있습니다. 다른 훌륭한 사람이 찍은 멋들어진 사진을 흉내낼 수도 있습니다. 아직 아무도 안 찍은 모습을 찾아서 내가 맨 처음으로 찍을 수 있습니다. 내 이야기를 살포시 담아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빛물결이 흐르는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슬픔과 생채기를 사진으로 찍어서 보여줄 수 있습니다. 아프고 괴로운 이웃을 사진으로 찍어서 보여줄 수 있습니다.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찍을 수 있습니다. 자, 그러니 생각을 할 노릇입니다. 마음속에 생각씨앗 한 톨을 심을 노릇입니다. 나 스스로 나아가고 싶은 길을 생각하고, 사진으로 찍어서 나누고 싶은 이야기씨앗을 심을 노릇입니다. 4347.11.6.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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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눈빛 81. 밥을 차리는 마음으로



  시골집에서 지내며 ‘대단한 풀’을 뜯어서 먹지는 않습니다. 집 둘레에서 돋는 풀을 고맙게 여기면서 뜯습니다. 따로 심어서 얻는 풀보다 저절로 돋는 풀을 무척 즐깁니다. 시골에서 살며 곰곰이 지켜보면, 사람이 손으로 하나하나 심고 가꾸어도 먹을거리를 넉넉히 얻지만, 숲이 이끄는 대로 철마다 풀내음을 살펴 바지런히 뜯을 수 있으면, 한겨울에도 얼마든지 풀밥을 누릴 만합니다.


  들꽃을 좋아하면서 사진을 찍는 분이 많습니다. 시골에서 들꽃을 철마다 지켜보노라면, 참말 들꽃을 사진으로 찍을 만하구나 하고 느낍니다. 해마다 다시 만나는 들꽃인데 해마다 느낌이 달라요. 한 번 피면 적어도 열흘이나 보름은 가고, 달포 남짓 잇는 들꽃도 있어요. 이런 들꽃을 보면, 한 송이일 적과 열 송이나 백 송이일 적에 느낌이 다릅니다. 아침과 저녁으로 빛살이 다르고 꽃내음이 다릅니다. 봉오리가 터질 무렵과 씨앗이 맺을 무렵 꽃빛이 새삼스럽습니다. 들꽃 한 송이를 놓고도 사진책 한 권 엮을 만큼 수많은 이야기가 흐릅니다.


  나는 시골집에서 날마다 풀을 뜯습니다. 날마다 새 풀을 뜯습니다. 뜯고 뜯으며 다시 뜯어도 풀은 새롭게 자랍니다. 이러다가 어느새 풀한테 밀려, 풀은 꽃대를 올리고 꽃을 피우지요. 꽃이 피는 풀은 굳이 더 뜯지 않습니다. 다른 풀을 뜯습니다. 꽃을 피운 풀은 씨앗을 맺어 스스로 둘레에 떨굽니다. 이제부터 이 풀은 이듬해를 기다립니다.


  날마다 새롭게 온갖 풀을 뜯고, 철마다 기쁘게 새로운 풀을 뜯어서 밥을 차리며 생각합니다. 나는 들과 숲에서 얻은 기운을 밥상에 얹습니다. 들이 베푸는 냄새를 맡고, 숲이 들려주는 노래를 듣습니다. 밥을 차리는 마음이란, 아이들한테 맛난 밥을 베풀려는 마음이기도 할 테지만, 아이들한테 ‘배를 불리는 먹을거리’이면서 ‘숲에서 자란 푸른 숨결’을 함께 주고픈 마음이라고 느낍니다.


  우리는 밥을 먹으면서 바람을 마셔요. 풀이 자라면서 마신 바람을 함께 먹습니다. 우리는 밥을 먹으면서 빗물을 마셔요. 풀이 자라면서 마신 빗물을 함께 먹습니다.


  사진은 이야기를 찍습니다. 사진은 우리가 저마다 살아가는 이야기를 찍습니다. 사진은 우리가 날마다 새롭게 웃고 노래하면서 저마다 살아가는 이야기를 찍습니다. 날마다 어떤 밥을 손수 차려서 누구와 즐기는지 떠올려요. 날마다 어떤 밥을 어느 곳에서 얻어 누구와 나누려는지 그려요. 이렇게 하면, 내 사진은 날마다 싱그러이 빛나면서 구수한 삶내음을 넉넉히 담을 수 있습니다. 4347.11.5.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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