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82. 사진으로 할 수 있다
사진으로 할 수 있습니다.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하고 싶은 것이라면 할 수 있습니다. 사진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면 할 수 있습니다. 사진으로 사랑을 드러내고 싶으면, 사진으로 사랑을 드러냅니다. 사진으로 어떤 숨은 이야기를 바깥으로 알리고 싶으면, 사진으로 어떤 숨은 이야기를 바깥으로 알릴 수 있습니다. 사진으로 꿈을 노래하고 싶으면, 사진으로 꿈을 노래할 수 있습니다.
사진으로 놀고 싶으면, 참말 사진으로 놀 수 있습니다. 사진으로 생각을 짓고 싶으면, 참말 사진으로 생각을 지을 수 있어요. 다만, 무엇을 하고 싶은지 스스로 마음속에 담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합니다. 스스로 하고 싶은 일부터 찬찬히 살펴서 마음속에 담을 때에 비로소 사진으로 무엇을 찍을 때에 기쁜가 하고 깨닫습니다.
아이들이 블럭을 맞추어 자동차나 비행기나 배를 만듭니다. 아이들이 손수 짜맞춘 자동차나 비행기나 배를 갖고 놉니다. 블럭 자동차는 싱싱 달립니다. 블럭 비행기는 하늘을 가르며 납니다. 블럭 배는 바다를 가로지르며 나아갑니다.
우리는 흙바닥에 나뭇가지로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나뭇가지를 쥐어 슥슥 그림을 그리고 싶으니 그림을 그려요. 우리는 볍씨 껍질을 벗겨 쌀알을 물에 불린 뒤 밥을 지을 수 있습니다. 나락으로 밥을 지어 먹고 싶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아이를 낳을 수 있습니다. 마음이 맞는 사랑스러운 짝을 찾아서 꿈을 속삭이면 열 달 뒤에 아이를 낳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돈을 벌 수 있습니다. 돈을 벌면 어떤 일을 해야지 하고 생각하면서 마땅한 일자리를 찾아서 돈을 벌 수 있습니다. 우리는 나무한테서 열매를 얻을 수 있고, 우리는 풀꽃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말을 배우고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우리는 노래를 부를 수 있고, 춤을 출 수 있습니다.
모든 길은 언제나 활짝 열립니다. 그러나, 우리가 길을 가야 길이 열립니다. 우리가 스스로 길을 가지 않는다면 길은 안 보입니다. 우리가 두 다리로 씩씩하게 서서 척척 한 걸음씩 내딛을 때에 비로소 길이 열립니다.
사진으로 할 수 있습니다. 다른 훌륭한 사람이 찍은 멋들어진 사진을 흉내낼 수도 있습니다. 아직 아무도 안 찍은 모습을 찾아서 내가 맨 처음으로 찍을 수 있습니다. 내 이야기를 살포시 담아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빛물결이 흐르는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슬픔과 생채기를 사진으로 찍어서 보여줄 수 있습니다. 아프고 괴로운 이웃을 사진으로 찍어서 보여줄 수 있습니다.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찍을 수 있습니다. 자, 그러니 생각을 할 노릇입니다. 마음속에 생각씨앗 한 톨을 심을 노릇입니다. 나 스스로 나아가고 싶은 길을 생각하고, 사진으로 찍어서 나누고 싶은 이야기씨앗을 심을 노릇입니다. 4347.11.6.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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