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이와 바라보는 늦가을 괭이밥꽃
큰아이가 괭이밥꽃을 바라보면서 묻는다. “아버지, 이 꽃 이름 뭐야?” “이름이 뭘까? 네가 생각해 봐.” “응, 예쁜 꽃.” “그래, 꽃이 다 예쁘지?” “응.” “그런데 모든 꽃이 다 예쁜데, 다 ‘예쁜 꽃’이라고 하면 이름이 다 똑같아.” “그런가? 아, 그렇구나. 그럼 무슨 꽃이라고 할까. 꼬스모스꽃 할까?” “그 이름은 다른 꽃 이름이잖아. 이 꽃은 괭이밥꽃이라고 해.” “괭이밥?” “응, 괭이밥.”
봄에 피는 괭이밥이 늦가을에 다시 핀다. 한 차례 신나게 피었다가 진 뒤, 새로운 아이들이 태어났다. 새로운 아이들은 늦가을 포근한 볕을 받으면서 싱그러이 돋는다. 잎도 꽃도 모두 싱그럽다. 꽃순이 큰아이와 한참 바라본다. 4347.11.6.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