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201) -의 : 탈핵의 바람


이른바 세계 일류국가들에서는 지금 탈핵의 바람이 불고 있다

《김성환,이승준-한국 원전 잔혹사》(철수와영희,2014) 156쪽


 탈핵의 바람

→ 탈핵 바람

→ 탈핵이라는 바람

 …



  가을에 가을바람이 불듯이, 탈핵이 지구별 온 나라에 퍼진다면 ‘탈핵바람’처럼 쓸 수 있습니다. 한 낱말처럼 적어도 되고 ‘탈핵 바람’처럼 띄어서 적어도 됩니다. 또는 “탈핵이라는 바람”처럼 적을 수 있어요. ‘탈핵 물결’이나 ‘탈핵 흐름’처럼 적어 볼 수도 있습니다. 4347.11.26.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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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세계 일류국가들에서는 요즈음 탈핵 바람이 분다

이른바 세계에서 첫손 꼽는 나라에서는 요새 탈핵 바람이 분다


‘일류국가(一流國家)’는 그대로 둘 수 있으나 ‘손꼽히는 나라’나 ‘첫손 꼽는 나라’로 손볼 수 있습니다. ‘지금(只今)’은 ‘요즈음’이나 ‘요새’나 ‘오늘날’로 손질하고, “바람이 불고 있다”는 “바람이 분다”로 손질합니다.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202) -의 : 기쁨의 눈물


눈물이 조금 나왔다. 기쁨의 눈물이었는지, 아니면 실망의 눈물이었는지는 모른다

《미리암 프레슬리/유혜자 옮김-행복이 찾아오면 의자를 내주세요》(사계절,1997) 63쪽


 기쁨의 눈물이었는지

→ 기쁜 눈물이었는지

→ 기뻐서 나온 눈물인지

 실망의 눈물이었는지

→ 실망하는 눈물이었는지

→ 아쉬운 눈물이었는지

→ 서운한 눈물이었는지

→ 슬픈 눈물이었는지

 …



  보기글을 보면 앞쪽에서는 ‘기쁨’이라 합니다. 그러니, 뒤쪽에서는 이와 맞서는 ‘슬픔’이라는 낱말을 넣어야 잘 어울립니다. 우리는 ‘기쁘다’와 ‘슬프다’를 함께 쓰니까요. 또는, 뒤쪽에 다른 낱말을 넣을 수 있어요. ‘아쉽다’라든지 ‘서운하다’라든지 ‘섭섭하다’라든지 ‘안타깝다’ 같은 낱말을 넣으면 돼요. 4347.11.26.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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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조금 나왔다. 기뻐서 나왔는지, 아니면 슬퍼서 나왔는지는 모른다



‘실망(失望)의’는 ‘실망하는’이나 ‘슬픈’이나 ‘아쉬운’이나 ‘서운한’으로 손질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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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1643) 전가


전기는 도시에서 쓰면서 왜 자기들에게 위험을 전가하느냐는 얘기다

《김성환,이승준-한국 원전 잔혹사》(철수와영희,2014) 72쪽


 위험을 전가하느냐는

→ 위험을 떠넘기느냐는

→ 위험을 넘겨씌우느냐는

→ 위험을 뒤집어씌우느냐는

 …



  한자말 ‘전가(轉嫁)’는 ‘넘겨씌움’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처음부터 한국말로 쉽게 쓰면 될 노릇입니다. “책임 전가”는 “책임 넘김”이나 “책임 떠넘김”이나 “책임 넘겨씌움”으로 손질하고, “책임 회피나 전가를 일삼는”은 “책임을 으레 안 지거나 넘겨씌우는”으로 손질합니다.


  이밖에 다른 한자말 ‘전가’는 쓰일 일이 없습니다. 시골집이나 농사짓는 집을 가리킨다는 ‘田家’는 아무도 안 씁니다. “집안 모두”를 가리키는 ‘全家’를 쓸 일도 없습니다. “온 집안”이나 “집안 모두”라 하면 됩니다. “앞집”을 뜻한다는 한자말 ‘前家’는 그야말로 쓸 일이 없지요. 불교에서 쓰는 한자말과 중국 청나라에서 쓰던 한자말도 한국말사전에서 털어야 합니다. 집안에서 예부터 물려주던 것을 가리키는 “傳家의 보물” 같은 말은 “집안 보물”이라 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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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는 도시에서 쓰면서 왜 우리들한테 위험을 넘겨씌우느냐는 얘기다


‘자기(自己)들에게’는 ‘우리들한테’로 다듬습니다.



전가(田家) = 농가(農家)

전가(全家)   

1. 집안 전체

2. 가족 전체

전가(全跏) : [불교] = 결가부좌

전가(前家) = 앞집

전가(傳家)

1. 아버지가 아들에게 집안 살림을 물려줌

2. 집안 대대로 전하여 내려옴

   - 전가의 보물

전가(錢價) : 돈을 은과 비교하여 정한 값. 중국 청나라 때에는 은 한 냥을 돈 일천 문(文)으로 정하였다

전가(轉嫁)

1. 잘못이나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씌움

   - 책임 전가 / 그는 책임 회피나 전가를 일삼는 사람이었다 /

     동료에게 책임을 전가하다/그렇게 책임을 전가하시면 안 돼요

2. 시집을 두 번째로 감


..



 알량한 말 바로잡기

 (1644) 채식


우리들처럼 / 채식하면 되잖아요

《함민복-바닷물 에고 짜다》(비룡소,2009) 70쪽


 채식하면

→ 풀 먹으면

→ 풀을 먹으면

→ 풀밥 먹으면

 …



  한국말사전을 찾아보면, ‘풀밥’이라는 낱말은 안 나오고, ‘고기밥’이라는 낱말은 “물고기에게 먹이로 주는 밥”이라는 풀이만 나옵니다. 곰곰이 돌아보면, 한겨레는 예부터 “이밥에 고기 먹고”를 말하는 한편, “풀뿌리로 죽 쑤어 먹고”를 말했어요. 하얀 쌀밥에 고기를 먹는 밥은 ‘고기밥’이라 할 수 있습니다. 풀뿌리로 죽을 쑤어서 먹는 밥이라든지 나물을 올린 밥상은 ‘풀밥’이라 할 수 있습니다.


 풀밥 ← 채식菜食

 고기밥 ← 육식肉食


  한자를 빌어 ‘채식’이나 ‘육식’이라는 낱말을 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말을 알맞게 살려서 ‘풀밥’과 ‘나물밥’과 ‘남새밥’을 쓸 수도 있고, ‘고기밥’을 쓸 수도 있어요.


  한편, 한국말사전에는 ‘彩飾’이라는 한자도 싣는데, 이런 낱말을 쓸 일은 없습니다. 한국말사전에서 ‘彩飾’은 털어야 올바릅니다. 4347.11.26.물.ㅎㄲㅅㄱ



채식(彩飾) : 아름다운 빛깔을 칠하여 꾸미는 일

채식(菜食) : 고기류를 피하고 주로 채소, 과일, 해초 따위의 식물성 음식만 먹음

   - 채식 습관 / 언니는 날씬해지고 싶다고 채식을 시작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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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풀씨 떨어지다



  풀씨가 떨어진다. 꽃받침에 맺힌 풀씨가 하나둘 떨어진다. 씨앗으로 가득 차던 꽃받침은 어느새 빈몸이 된다. 풀씨는 바람을 타고 멀리 퍼지거나 빗물을 타고 다른 곳으로 흘러간다. 바람 타고 날아간 풀씨는 어디에 떨어졌을까. 빗물을 타고 이곳을 떠난 풀씨는 어디까지 갈까.


  씨앗을 떨구어 빈몸이 된 꽃받침이 하얗다. 찬바람이 불고 찬비가 내리는 늦가을 논둑에 빈몸이 된 풀꽃받침이 하얗다. 비가 그치고 구름이 걷혀 해가 나면, 빈몸인 풀꽃받침은 천천히 시들다가 흙으로 조용히 돌아갈 테지. 4347.11.26.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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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토끼풀꽃은 빗물에



  봄에 돋는 토끼풀이 여름을 지나면서 한풀 꺾여 모조리 사라졌다 싶더니, 가을로 접어들어 찬바람이 씽 한 차례 불고 나서 다시 따스한 바람이 불 적에 천천히 돋는다. 가을에 제법 일찍 돋은 토끼풀은 꽃대를 올려 하얗게 소담스러운 꽃을 피우다가 시들어 씨앗을 남기고, 늦가을이 되어서야 꽃망울을 터뜨린 토끼풀은 늦가을 차가운 빗물을 맞으면서 오들오들 떤다. 그렇지만 찬비가 멎은 뒤 해님이 고개를 다시 내밀면 토끼풀도 추위를 떨치고 씩씩하게 꽃송이를 벌린다.


  늦가을 토끼풀은 늦가을에 깨어난 벌과 나비를 부른다. 늦가을 토끼풀은 나락 꽁당이만 남은 누런 들판에 푸른 옷을 입힌다. 풀을 먹는 짐승은 늦가을에 새로 돋는 토끼풀을 예부터 무척 반기면서 맛나게 먹었을 테지. 4347.11.26.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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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눈빛 97. 책과 사진과 이야기



  책을 읽는 모습은 여러 가지입니다. 책방이나 도서관에 나들이를 가서 책에 흠뻑 사로잡힐 수 있습니다. 집에서 느긋하게 책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엎드리거나 누워서 읽을 수 있습니다. 버스나 기차나 전철에서 책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무릎에 책을 얹고 읽다가 스르르 잠들 수 있습니다. 어버이나 아이를 무릎에 앉혀 책을 읽힐 수 있습니다. 할매나 할배가 돋보기를 끼고 찬찬히 읽을 수 있습니다. 예쁜 그림책을 선물받은 아이가 머리에 책을 이고 웃을 수 있습니다. 마룻바닥에 아이들이 나란히 엎드려 햇살과 함께 책을 누릴 수 있습니다. 책꾸러미를 두 손에 가득 들고 집으로 걸어갈 수 있습니다. 자전거 짐받이에 책을 묶고 숲으로 마실을 갈 수 있습니다. 뒷주머니에 자그마한 책을 꽂고 길을 걸을 수 있습니다. 밥상맡에서 수저를 들다가 책에 눈길을 빼앗길 수 있습니다. 인형을 한손에 쥐고 만화책을 볼 수 있습니다.


  책을 읽는 모습은 끝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살아가는 온갖 모습에 책이 살며시 깃들 테니까, 백만 가지나 천만 가지가 훨씬 넘는 이야기를 빚을 수 있습니다.


  책을 읽는 모습은 사진으로 어떻게 담을 수 있을까요. 책을 읽는 모습을 담은 사진에는 어떤 이야기가 서릴 수 있을까요. 책과 사진과 삶은 서로 어느 만큼 맞닿거나 잇닿을까요.


  큰아이가 작은아이를 불러 함께 그림책을 읽습니다. 작은아이가 그림책을 들고 와서 누나더러 그림책을 읽어 달라 합니다. 어버이가 두 아이를 불러 나란히 앉힌 뒤 천천히 그림책을 읽어 줍니다. 글을 혼자서 잘 읽을 수 있는 아이가 어버이 무릎에 앉아 어버이한테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사진을 찍는 ‘소재’는 어느 것으로 잡아도 다 즐겁습니다. 글감이든 그림감이든 사진감이든 다 똑같습니다. ‘소재’가 남달라서 멋지거나 훌륭하거나 대단하거나 아름답거나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길어올리지 않습니다. 사진으로 찍을 소재는, 사진기를 빌어 우리 삶을 사랑스레 이야기할 수 있도록 이끌 수 있으면 어느 것이든 다 남다르고 멋지고 훌륭하고 대단하고 아름답고 사랑스럽습니다. 4347.11.26.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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