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1643) 전가


전기는 도시에서 쓰면서 왜 자기들에게 위험을 전가하느냐는 얘기다

《김성환,이승준-한국 원전 잔혹사》(철수와영희,2014) 72쪽


 위험을 전가하느냐는

→ 위험을 떠넘기느냐는

→ 위험을 넘겨씌우느냐는

→ 위험을 뒤집어씌우느냐는

 …



  한자말 ‘전가(轉嫁)’는 ‘넘겨씌움’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처음부터 한국말로 쉽게 쓰면 될 노릇입니다. “책임 전가”는 “책임 넘김”이나 “책임 떠넘김”이나 “책임 넘겨씌움”으로 손질하고, “책임 회피나 전가를 일삼는”은 “책임을 으레 안 지거나 넘겨씌우는”으로 손질합니다.


  이밖에 다른 한자말 ‘전가’는 쓰일 일이 없습니다. 시골집이나 농사짓는 집을 가리킨다는 ‘田家’는 아무도 안 씁니다. “집안 모두”를 가리키는 ‘全家’를 쓸 일도 없습니다. “온 집안”이나 “집안 모두”라 하면 됩니다. “앞집”을 뜻한다는 한자말 ‘前家’는 그야말로 쓸 일이 없지요. 불교에서 쓰는 한자말과 중국 청나라에서 쓰던 한자말도 한국말사전에서 털어야 합니다. 집안에서 예부터 물려주던 것을 가리키는 “傳家의 보물” 같은 말은 “집안 보물”이라 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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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는 도시에서 쓰면서 왜 우리들한테 위험을 넘겨씌우느냐는 얘기다


‘자기(自己)들에게’는 ‘우리들한테’로 다듬습니다.



전가(田家) = 농가(農家)

전가(全家)   

1. 집안 전체

2. 가족 전체

전가(全跏) : [불교] = 결가부좌

전가(前家) = 앞집

전가(傳家)

1. 아버지가 아들에게 집안 살림을 물려줌

2. 집안 대대로 전하여 내려옴

   - 전가의 보물

전가(錢價) : 돈을 은과 비교하여 정한 값. 중국 청나라 때에는 은 한 냥을 돈 일천 문(文)으로 정하였다

전가(轉嫁)

1. 잘못이나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씌움

   - 책임 전가 / 그는 책임 회피나 전가를 일삼는 사람이었다 /

     동료에게 책임을 전가하다/그렇게 책임을 전가하시면 안 돼요

2. 시집을 두 번째로 감


..



 알량한 말 바로잡기

 (1644) 채식


우리들처럼 / 채식하면 되잖아요

《함민복-바닷물 에고 짜다》(비룡소,2009) 70쪽


 채식하면

→ 풀 먹으면

→ 풀을 먹으면

→ 풀밥 먹으면

 …



  한국말사전을 찾아보면, ‘풀밥’이라는 낱말은 안 나오고, ‘고기밥’이라는 낱말은 “물고기에게 먹이로 주는 밥”이라는 풀이만 나옵니다. 곰곰이 돌아보면, 한겨레는 예부터 “이밥에 고기 먹고”를 말하는 한편, “풀뿌리로 죽 쑤어 먹고”를 말했어요. 하얀 쌀밥에 고기를 먹는 밥은 ‘고기밥’이라 할 수 있습니다. 풀뿌리로 죽을 쑤어서 먹는 밥이라든지 나물을 올린 밥상은 ‘풀밥’이라 할 수 있습니다.


 풀밥 ← 채식菜食

 고기밥 ← 육식肉食


  한자를 빌어 ‘채식’이나 ‘육식’이라는 낱말을 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말을 알맞게 살려서 ‘풀밥’과 ‘나물밥’과 ‘남새밥’을 쓸 수도 있고, ‘고기밥’을 쓸 수도 있어요.


  한편, 한국말사전에는 ‘彩飾’이라는 한자도 싣는데, 이런 낱말을 쓸 일은 없습니다. 한국말사전에서 ‘彩飾’은 털어야 올바릅니다. 4347.11.26.물.ㅎㄲㅅㄱ



채식(彩飾) : 아름다운 빛깔을 칠하여 꾸미는 일

채식(菜食) : 고기류를 피하고 주로 채소, 과일, 해초 따위의 식물성 음식만 먹음

   - 채식 습관 / 언니는 날씬해지고 싶다고 채식을 시작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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