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97. 책과 사진과 이야기



  책을 읽는 모습은 여러 가지입니다. 책방이나 도서관에 나들이를 가서 책에 흠뻑 사로잡힐 수 있습니다. 집에서 느긋하게 책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엎드리거나 누워서 읽을 수 있습니다. 버스나 기차나 전철에서 책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무릎에 책을 얹고 읽다가 스르르 잠들 수 있습니다. 어버이나 아이를 무릎에 앉혀 책을 읽힐 수 있습니다. 할매나 할배가 돋보기를 끼고 찬찬히 읽을 수 있습니다. 예쁜 그림책을 선물받은 아이가 머리에 책을 이고 웃을 수 있습니다. 마룻바닥에 아이들이 나란히 엎드려 햇살과 함께 책을 누릴 수 있습니다. 책꾸러미를 두 손에 가득 들고 집으로 걸어갈 수 있습니다. 자전거 짐받이에 책을 묶고 숲으로 마실을 갈 수 있습니다. 뒷주머니에 자그마한 책을 꽂고 길을 걸을 수 있습니다. 밥상맡에서 수저를 들다가 책에 눈길을 빼앗길 수 있습니다. 인형을 한손에 쥐고 만화책을 볼 수 있습니다.


  책을 읽는 모습은 끝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살아가는 온갖 모습에 책이 살며시 깃들 테니까, 백만 가지나 천만 가지가 훨씬 넘는 이야기를 빚을 수 있습니다.


  책을 읽는 모습은 사진으로 어떻게 담을 수 있을까요. 책을 읽는 모습을 담은 사진에는 어떤 이야기가 서릴 수 있을까요. 책과 사진과 삶은 서로 어느 만큼 맞닿거나 잇닿을까요.


  큰아이가 작은아이를 불러 함께 그림책을 읽습니다. 작은아이가 그림책을 들고 와서 누나더러 그림책을 읽어 달라 합니다. 어버이가 두 아이를 불러 나란히 앉힌 뒤 천천히 그림책을 읽어 줍니다. 글을 혼자서 잘 읽을 수 있는 아이가 어버이 무릎에 앉아 어버이한테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사진을 찍는 ‘소재’는 어느 것으로 잡아도 다 즐겁습니다. 글감이든 그림감이든 사진감이든 다 똑같습니다. ‘소재’가 남달라서 멋지거나 훌륭하거나 대단하거나 아름답거나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길어올리지 않습니다. 사진으로 찍을 소재는, 사진기를 빌어 우리 삶을 사랑스레 이야기할 수 있도록 이끌 수 있으면 어느 것이든 다 남다르고 멋지고 훌륭하고 대단하고 아름답고 사랑스럽습니다. 4347.11.26.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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