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토끼풀꽃은 빗물에



  봄에 돋는 토끼풀이 여름을 지나면서 한풀 꺾여 모조리 사라졌다 싶더니, 가을로 접어들어 찬바람이 씽 한 차례 불고 나서 다시 따스한 바람이 불 적에 천천히 돋는다. 가을에 제법 일찍 돋은 토끼풀은 꽃대를 올려 하얗게 소담스러운 꽃을 피우다가 시들어 씨앗을 남기고, 늦가을이 되어서야 꽃망울을 터뜨린 토끼풀은 늦가을 차가운 빗물을 맞으면서 오들오들 떤다. 그렇지만 찬비가 멎은 뒤 해님이 고개를 다시 내밀면 토끼풀도 추위를 떨치고 씩씩하게 꽃송이를 벌린다.


  늦가을 토끼풀은 늦가을에 깨어난 벌과 나비를 부른다. 늦가을 토끼풀은 나락 꽁당이만 남은 누런 들판에 푸른 옷을 입힌다. 풀을 먹는 짐승은 늦가을에 새로 돋는 토끼풀을 예부터 무척 반기면서 맛나게 먹었을 테지. 4347.11.26.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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