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좀 안다고



“나도 알아!” 하는 사람은 모른다는 뜻이야. “잘 알아!” 하는 사람은 잘 모른다는 뜻이야. “좀 알아.” 하는 사람은 겉스친 적이 어쩌다가 있다는 뜻이야. “알아.” 하는 사람은 아는척·아는시늉일 뿐이라는 뜻이야. 생각해 보렴. 참으로 ‘아는’ 사람은 어떻게 말할까? 어느 길이나 일을 아는 사람이이라면 빙그레 웃겠지. 아는 사람은 빙긋빙긋 웃으면서 지켜보고 기다릴 테지. 아는 사람은 서두르는 일이 없이 차분하게 다루고 짚고 되살피면서 새길을 여는 삶을 배우게 마련이야. 알지 않기에 아는척 하고 싶단다. 영 모르기에 아는시늉을 하지. 도무지 알 턱이 없는 나머지 어떻게든 비벼 보려고 척·시늉·흉내라는 탈을 쓰려고 한단다. 아는 사람이라면 탈을 쓸 일이 없어. 아는 그대로 하루를 살아가면서, 아는 대로 모두 펴고 나누고 베풀면서 스스로 거듭나지. 좀 안다고 내세우는 사람이라면 목소리부터 높여. 좀 안다고 밝히는 사람이라면 겉모습부터 꾸며. 좀 안다고 여기느라, “하나도 모르는 늪”에 더 깊이 빠져들어. 너는 어떠니? 너는 무엇을 알거나 모르니? 너는 무엇을 안다고 얘기하고 무엇을 모른다고 털어놓니? ‘안다’고 하기에 ‘끝’이지 않아. 무엇을 알기에 ‘다’이지 않아. 무엇을 모르거나 못 할 적에도 끝이 아니고 다가 아니야. 알거나 모르거나 늘 첫걸음이야. 알기에 아는 만큼 삭이면서 새롭게 알아갈 길로 나아가지. 모르기에 모르는 만큼 곱씹으면서 차근차근 배우는 하루로 나아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른다” 하고 말하기도 하는데, 좀 안다고 여기면서 안 배우느라 고이고 멈춘 모습을 가리켜. 그러면 둘은 알되 셋넷이나 대여섯을 모르면서 나서는 이도 있겠지. 열이나 스물을 알기에 대단하거나 높지 않아. 그저 새로 배우기에 살아갈 수 있어. 그대로 다시 익히기에 사람으로 설 수 있고. 2026.8.21.쇠.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열두 달 소꿉노래》,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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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사복 私服


 사복 차림 → 집옷 차림

 사복 근무 → 여느옷으로 / 두루치로 / 수수옷으로

 사복을 입은 청소년 → 집옷을 입은 푸름이 / 바깥옷 입은 푸름이

 세 명의 사복이 → 바람옷 세 사람이 / 마실옷 세 사람이


  ‘사복(私服)’은 “1. 관복이나 제복이 아닌 사사로이 입는 옷 2. 범죄 수사나 잠복, 미행 따위를 할 때 신분을 숨기기 위하여 사복을 입고 근무하는 경찰관 = 사복형사”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살림옷·집옷·텃옷’이나 ‘수수옷·여느옷·두루치·두루치기’로 손질할 만합니다. ‘나들이옷·나들이빔·나들옷·나들빔·나들잇벌·난벌’로 손질하고요. ‘마실옷·마실빔’이나 ‘바깥옷·바깥빔·바람옷·바람빔’으로 손질해도 돼요.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사복’을 여덟 가지 더 싣는데 싹 털어냅니다. ㅍㄹㄴ



사복(司僕) : [역사] 조선 시대에, 궁중의 가마나 말에 관한 일을 맡아보던 관아. 내사복(內司僕)과 외사복(外司僕)이 있었으며, 태조 원년(1392)에 설치하여 고종 2년(1865)에 폐했다 = 사복시

사복(私卜) : 개인의 짐

사복(私腹) : 개인의 사사로운 이익이나 욕심

사복(私僕) : 예전에, 세도가가 사사로이 부리던 일꾼

사복(思服) : 늘 생각하여 잊지 아니하고 마음에 둠

사복(射覆) : 그릇 속에 숨겨 둔 것이 무엇인지 알아맞힘

사복(蛇福) : [문학] 신라 진평왕 때의 이인(異人). 과부의 몸에서 태어나 12세가 되도록 일어나지도 못하고 말도 못 하였는데, 어머니가 죽자 비로소 일어나 원효 앞에 가서 말을 하였으며, 시체를 업고 무덤에 들어가자 땅이 오므라졌다는 전설이 있다

사복(嗣服) : 예전에, 선대의 위업을 계승하거나 왕위를 물려받던 일



이것이 사복 차림의 신사가 내뱉은 첫 마디였다

→ 집옷 차림인 사내가 내뱉은 첫 마디이다

→ 수수하게 입은 분이 내뱉은 첫 마디이다

《시와 혁명》(김남주, 나루, 1991) 156쪽


그때 방문을 노크하는 소리와 함께 사복 경찰관 한 사람이 조심조심 얼굴을 들이밀었다

→ 그때 입새를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수수옷 지킴이 한 사람이 살살 얼굴을 들이민다

→ 그때 들턱을 똑딱하는 소리와 함께 바깥옷 돌봄이 한 사람이 슬슬 얼굴을 들이민다

《그날을 기다리는 마음》(한승헌, 범우사, 1991) 13쪽


외출 모드의 사복 요이치는 반짝거림이 더 심하구나

→ 나들이옷을 입은 요이치는 더 반짝거리는구나

→ 마실빔으로 차린 요이치는 더 반짝거리는구나

→ 나들빛인 요이치는 더 반짝거리는구나

→ 마실빛인 요이치는 더 반짝거리는구나

《당신은 세상의 중심이에요 1》(킨다이치 렌쥬로/김진아 옮김, 대원씨아이, 2026) 1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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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신사 紳士


 중년 신사 → 말쑥한 분 / 참한 아재

 기품 있는 신사였다 → 멋스런 사내였다

 혹 신사들도 그중에는 있었지만 → 꽃어른도 더러 그곳에 있지만

 신사 네 명과 숙녀 세 명이 가고 있다 → 사내 넷과 가시내 셋이 간다

 좋은 신사를 만나 → 좋은 분을 만나 / 꽃어른을 만나


  ‘신사(紳士)’는 “1. 사람됨이나 몸가짐이 점잖고 교양이 있으며 예의 바른 남자 2. 보통 남자를 대접하여 이르는 말”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참하다·착하다·찬찬하다’나 ‘곧다·바르다·똑바르다·곧바르다·올곧다’로 손봅니다. ‘의젓하다·어엿하다·믿음직하다·입바르다’나 ‘다소곳하다·얌전하다·음전하다·곱다·곰네’로 손봐요. ‘너그럽다·너르다·넓다·바람직하다’나 ‘사내답다·무게있다·점잖다·알맞다’로 손볼 만합니다. ‘말쑥하다·올바르다·옳다·깨끗하다·정갈하다’나 ‘분·사내·머스마·동·꽃대·꽃줄기·꽃어른·참어른’으로 손볼 수 있어요. ‘고개들기·얼굴들기·고분고분·고운길’이나 ‘온꽃·온빛·온바탕·치우침없다’로 손보고요.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신사’를 스무 가지 더 싣는데 다 털어냅니다. ㅍㄹㄴ



신사(臣事) : 신하가 되어 섬기는 일

신사(辛巳) : [민속] 육십갑자의 열여덟째

신사(辰司) : [불교] 절에서 시간을 알리는 일. 또는 그 일을 맡은 사람

신사(迅?) : 무척 빠름

신사(信士) : 1. 신의가 있는 사람 2. [불교] 속세에 있으면서 불교를 믿는 남자 = 우바새

신사(信史) : 확실하여 믿을 수 있는 사적(史籍)

신사(信使) : [법률] 나라를 대표하여 일정한 사명을 띠고 외국에 파견되는 사람 = 사절

신사(神事) : 1.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의식 2. 신에 관한 일

신사(神祀) : 천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일

신사(神祀) : 내력이 좋지 아니한 귀신을 모시는 사당

신사(神社) : 일본에서 왕실의 조상이나 고유의 신앙 대상인 신 또는 국가에 공로가 큰 사람을 신으로 모신 사당

신사(神思) : 1. 신(神)의 마음 2. 육체나 물질에 대립되는 영혼이나 마음 = 정신

신사(神射) : 매우 뛰어난 활쏘기 재주

신사(神師) : [가톨릭] 영신(靈神)의 스승. 곧 교황, 주교, 신부를 이른다

신사(神祠) : [민속] 신령을 모신 집 ≒ 영사

신사(愼思) : 신중하게 깊이 생각함

신사(愼辭) : 말을 조심하고 삼감

신사(新史) : 새 역사. 또는 새로 쓰인 역사

신사(新寺) : 새로 지은 절

신사(新射) : 새로 활이나 총을 쏘기 시작한 사람



이것이 사복 차림의 신사가 내뱉은 첫 마디였다

→ 집옷 차림인 사내가 내뱉은 첫 마디이다

→ 수수하게 입은 분이 내뱉은 첫 마디이다

《시와 혁명》(김남주, 나루, 1991) 156쪽


꼭 신사복에 넥타이를 매야 하나

→ 꼭 차림옷에 목댕기를 매야 하나

《뭘 그렇게 찍으세요》(강무지, 우리교육, 2006) 106쪽


나라님께서 친히 외국의 신문물을 배워 오라 보냈던 신사유람단의 작태를

→ 나라님이 몸소 바깥 새바람을 배워 오라 보냈던 마실지기가 하는 짓을

→ 나라님이 나서서 이웃 새살림을 배워 오라 보냈던 마실꽃 꼴을

→ 나라님이 기꺼이 이웃 새길을 배워 오라 보냈던 마실두레 꼬락서니를

《키친 7》(조주희, 마녀의책장, 2012) 50쪽


그 녀석은 원래 폭력을 싫어하는 신사다

→ 그 녀석은 워낙 주먹질 싫어하며 참하다

→ 그 녀석은 워낙 막질을 싫어하며 착하다

《모브사이코 100 3》(ONE/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15) 88쪽


때마침 친절한 신사 마리우스 씨가

→ 때마침 착한 마리우스 씨가

《아델라이드》(토미 웅게러/김시아 옮김, 천개의바람, 2020) 15쪽


강아지를 데리고 다니는 신사는 조간신문을 삽니다

→ 강아지를 데리고 다니는 분은 아침새뜸을 삽니다

《키오스크》(아네테 멜레세/김서정 옮김, 미래아이, 202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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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만유 萬有


 만유의 근원은 → 온빛 뿌리는 / 모든 밑동은

 우주 만유에 비교하면 → 온누리에 두루 견주면


  ‘만유(萬有)’는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 ≒ 만군”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모두·모든·모조리·몽땅·다·다만·다문’이나 ‘무엇·뭣·뭐·뭇·뭇길·뭇갈래·뭇누리’나 ‘뭇목숨·뭇숨결·뭇넋·뭇빛·뭇것·뭇이웃’으로 다듬습니다. ‘숨·숨결·숨빛·숨꽃·숨결씨·숨빛씨·숨꽃씨·숨통·숨붙이·숨소리’로 다듬고요. ‘누·누구·누구나·누구든지·누구라도·누구도’나 ‘아무·아무개·어느·언·어느값·아기자기’로 다듬어요. ‘가지가지·갖가지·갖은·갖은길·갖은빛·갖은빛깔’이나 ‘여러 가지·여러 갈래·여러길·여러빛·여러빛깔·여러모로’로 다듬을 만합니다. ‘온·온갖·온갖길·온갖빛·온갖빛깔·온것’이나 ‘온누리·온땅·온목숨·온숨·온숨결·온이웃’이나 ‘온빛·온빛깔·온바탕·온터·온판’으로 다듬을 수 있습니다. ‘둘레·두루·두루두루·두루치기·두루눈·두루눈길’이나 ‘두루보다·두루길·두루꽃·두루빛·두루넋·두루얼’로 다듬지요. ‘고루·고루고루·고루두루·골고루’나 ‘고루눈·고루눈길·고루길·고루꽃·고루빛·고루보다’로 다듬고요. ‘골골·골골샅샅·고비샅샅·알알샅샅’이나 ‘너르다·너른·넋·넋빛’으로 다듬을 만해요. ‘살림·살림하다·바깥누리·밖누리·자리·자위’로 다듬으며, ‘열다·열리다·열린·열린길·열린꽃·열린빛·열어놓다·열어주다·열어젖히다’나 ‘트다·트이다·틔우다·트인길·틔운길’로 다듬어도 어울립니다.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만유(漫遊)’를 “한가로이 이곳저곳을 두루 다니며 구경하고 놂”으로 풀이하며 싣지만 털어냅니다. ㅍㄹㄴ



사랑 속으로, 만유와의 하나임 속으로 깊이 들어가 보세요

→ 사랑으로, 모두와 하나인 곳으로 깊이 들어가 보세요

→ 사랑으로, 온빛과 하나인 곳으로 깊이 들어가 보세요

《주파수를 조율하라》(사라 랜던/채수은 옮김, 샨티, 2026) 2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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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 20 서울국제도서전

책벌레수다 : ‘모두잔치’ 아닌 ‘돈잔치·이름잔치’라면



  오늘 우리가 누구나 배울 수 있는 터전을 누린 지 고작 온해(100년)도 안 된 줄 모르기 일쑤이다. 그런데 “누구나 배우는 터전”을 마련하라고 임금님한테 목소리를 낸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르기 일쑤이다. 이른바 ‘누구나배움(국민교육)’을 외친 사람은 ‘페스탈로치’이다. 페스탈로치라는 아재는 ‘전쟁고아’를 몸소 거두어 ‘누구나배움터’를 열었고, 나라(독일 정부)에서 이 아이를 돌보고 가르쳐서 ‘생채기를 씻고 달래어 아름답고 즐겁게 살아갈 어른으로 북돋울 몫(의무)’이 있다고 외쳤다.


  그렇지만 페스탈로치가 죽는 날까지 임금님뿐 아니라 벼슬아치는 페스탈로치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았다. 페스탈로치는 그저 이녁 온힘을 쏟아서 아이를 돌보고 가르치고 품었다. 뒷날 페스탈로치가 외친 ‘누구나배움’이 천천히 퍼지고 자리를 잡아서 ‘초중고 기본교육 제도’가 모든 나라에 뿌리내렸다. 그리고 이런 배움틀을 마련한 페스탈로치 같은 이름은 그야말로 우리나라에서 교육대학교에서나 조금 짚을 뿐 교대 바깥에서는 까맣게 모른다. 이와 달리 ‘루소’ 같은 사람 이름은 오래도록 ‘사상가’라는 이름을 누린다.


  우리는 어디를 보는 사람일까? 우리는 무엇을 읽는 사람일까? 우리는 속읽기를 잊은 채 겉훑기에 사로잡힌 늪이로구나 싶다.


  황석희·료·정희원·고은·신경숙·정지돈·이병한·박위뿐 아니라 숱한 겉치레 이름꾼이 드날리면서 책과 말과 글로 돈벌이를 일삼았다. 그들은 일찌감치 겉발린 말글책을 선보이면서 홀렸다. 우리는 속빛이 아닌 겉치레로 꾸민 숱한 책을 의젓하게 쳐내거나 솎아내지 못 한 채 살아간다. 이들 민낯은 이제 드러났지만, 민낯이 아직 안 드러난 숱한 글쟁이와 말쟁이가 있다.


  앞으로도 민낯이 드러날 이는 수두룩한데, 민낯이 드러날 때마다 놀라기보다는, ‘속(행간)’을 읽어야 한다는 오래말처럼 이제는 ‘얼굴값’이 아니라 ‘속’을 읽고 살피고 찾는 길로 우리 스스로 바꿀 때이지 싶다. 모든 책을 다 읽으려는 마음이되, 허울좋게 꾸미는 글꾼은 되도록 삼갈 줄 알아야지 싶다. 아니, 스스로 보금자리부터 몸소 가꾸는 하루라면 ‘겉글꾼’이 아니라 ‘속빛이웃’이 여민 책을 시나브로 가까이하겠지.


  지난 2025해 봄에 ‘서울국제도서전 사유화’를 둘러싼 고름을 건드린 여러 사람이 있다. 한 해가 흐르는 동안 지켜보는데, 이 고름덩이는 새해를 맞이해도 풀릴 낌새가 안 보인다. ‘모두잔치’여야 할 책마당을 ‘혼자 돈잔치’로 바꾸고 만 슬픈 민낯이지만, 이런 속내를 찬찬히 짚은 글바치(기자·작가·평론가)부터 한 줌조차 안 된다.


  다만 한 줌조차 안 되더라도, 한 줌 있는 작은씨앗은 ‘그들끼리 혼자 돈잔치’가 아닌 ‘누구나 즐겁게 책잔치’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목소리를 낸다. 생각해 볼까. ‘모두잔치’라면 ‘누구나잔치’요, 누구나 드나들 자리를 마련해서, 가난하건 가멸차건 스스럼없이 만나고 아우르는 놀이터와 노래터를 이룬다. 모두잔치가 아닌 ‘돈잔치’에 ‘이름잔치’에 ‘힘잔치’라면, 목돈을 낼 만한 사람과 펴냄터가 한복판에 서겠지.


  여태껏 흘러온 ‘서울국제도서전’은 이름을 드날린 펴냄터·글바치끼리 한복판에 서면서, 돈과 이름이 있는 이들끼리 한복판에서 돈맛·이름맛·힘맛을 펴면서, 온나라 모든 펴냄터·글꾼을 들러리로 세울 뿐 아니라 ‘머리(참가자 숫자)’만 늘리는 틀이었다. 잔치가 아닌 ‘자랑’일 뿐이지 싶다. 2026해에 맞이할 ‘모두책잔치’라면 ‘에이아이(AI)’로 장난질을 치는 이름꾼을 내세울 일이 아니다. ‘어린이’ 곁에서 ‘어질게 어른으로 서는’ 작은글꾼과 작은펴냄터 누구나 한복판에서 놀고 노래하는 한마당을 일굴 노릇이다.


  1954해에 ‘서울도서전’이 있었다고도 하지만, 제대로 책잔치를 꾀한 무렵은 1982해에 ‘한국출판판매회사’가 3.20.부터 한 달에 걸쳐서 ‘서울북페어’란 이름으로 너른마당을 편 때로 보아야지 싶다. ‘서울책잔치’를 꾀하던 1982해에 자그마치 한 달에 걸쳐서 했다고, 이듬해에도 이렇게 길고 넓게 책마당을 폈다고 들었다. 그야말로 누구나 모두 함께할 만하도록 자리를 열었고,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모든 책을 담고 품고 나누고 알리는 큰잔치를 이루었다고 들었다.


  곰곰이 보면 ‘국제도서전’ 같은 이름은 매우 일본스럽다. 우리는 굳이 일본스런 이름을 안 써도 된다. 이제는 ‘북페어’도 ‘도서전’도 아닌, 굴레 같은 허울은 떨쳐내고서 ‘책잔치’를 하면 된다. ‘모두책잔치’를 열 수 있으면 된다. ‘서울책잔치’처럼 수수하게 이름을 붙이는 길부터 살필 수 있다.


  사랑은 그저 ‘사랑’일 뿐이라서, 사랑에는 높낮이나 크기가 없다. 큰사랑과 작은사랑이 따로 없이 그저 사랑이다. 해마다 우리나라 온책과 온글과 온사람을 모으는 온잔치라면 ‘온잔치’라 할 수도 있고, ‘온서울잔치’나 ‘온책잔치’라 할 만하다. 오히려 가장 수수하게 ‘서울책잔치’라는 이름이 가장 환하고 아름답게 나아갈 길을 밝히는 ‘작은’ 이름일 수 있다고도 느낀다.


  으리으리하거나 우람하게 내세운다든지, 몇몇 이름꾼을 드높이려고 하는 틀을 버릴 수 있어야 잔치이다. 봄마다 들숲메에 온갖 들꽃이 너나없이 어울리면서 돋아나서 푸르게 일렁이듯 수수하고 작은 모든 펴냄터와 글꾼이 어울려야 한마당이다.


  ‘서울책잔치’는 크든 작든 모든 펴냄터와 글꾼한테 활짝 열어젖힌 잔치마당으로 가야 맞다. 잔치마당이라 하더라도 돈잔치나 이름잔치가 아닌, ‘얼굴(대표작가)’을 따로 내세우지 않고서 모든 곳이 다 다르게 빛날 만한 길과 틀을 세우면 된다.


  이를테면, 모든 펴냄터가 똑같은 크기인 칸(부스)을 받아서, 그저 제비뽑기로 자리를 마련하는 길을 갈 적에 서울책잔치답다고 본다. 칸을 돈으로 사고받는 틀에 굳이 얽매이면서 몇몇 얼굴을 내세우는 굴레에 그대로 갇히기에, 자꾸자꾸 돈자랑·이름자랑·힘자랑에 파묻힌다. 이제는 자랑질이 아닌 잔치판으로 갈 때이니, 책사랑이라는 하루를 살아가는 책이웃 누구나 서울책잔치가 아름답게 제자리를 찾는 길을 함께 바라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ㅍㄹㄴ


산마르코 대성당 종탑에 올라 우아한 베네치아를 내려다보고, 볕이 잘 드는 광장에 앉아 커피를 마셨다. 리도 섬에서 해수욕을 하고, 소금기 가득한 피자로 배를 채웠다. 무라노 섬으로 가 밤하늘의 은하수를 담은 유리알 펜던트를 샀다. 《사색하기 좋은 도시에서》 94쪽


“아뇨, 제 아이가 아니에요.” “아, 실례했습니다. 남자 분은 잘 들르지 않으셔서 아빠신 줄 알았어요.” “그랬으면 좋았을걸 말입니다.” “네?” “아, 아무것도 아녜요.” “어쨌든 축하할 일이죠. 아기가 태어났으니!” 《루나 하이츠 2》 198쪽


“그렇게 미도리 선배가 좋으면 어째서 똑바로 솔직하게 대하지 않는 거예요! 그렇게 애매하고, 적당적당 나오니까 나까지 괴로운 거라구요!” 《루나 하이츠 3》 206쪽


스스로 열린 마음을 갖고 있고 다른 문화에도 흥미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너무나 다른 가치와 규범에 맞닥뜨리게 되면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른다. 《삶을 위한 수업》 135쪽


“빈 요트를 바다에서 찾는 거야?” “그런 셈이지.” “모두 사람이 타고 있잖아. 빈 요트 같은 건 없다고. 이 거짓말쟁이.” “정말 시끄럽네. 꼭 찾을 수 있을 거야. 인내심을 가지고.” 《도라에몽 플러스 6》 56쪽



《사색하기 좋은 도시에서》(안정희, 중앙북스, 2015.9.7.)

《루나 하이츠 2》(호시사토 모치루/이경주 옮김, 북박스, 2004.9.9.)

《루나 하이츠 3》(호시사토 모치루/이경주 옮김, 북박스, 2004.11.25.)

#星里もちる #ルナハイツ

《삶을 위한 수업》(마르쿠스 베른센 엮음/오연호 옮김, 오마이북, 2020.5.20.)

#MarkusBernsen #Secretstonurturingconfident

《도라에몽 플러스 6》(후지코 F. 후지오/김준균 옮김, 대원씨아이, 2005.4.30.)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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