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199 : 기분이 좋아졌


이렇게 생각하자, 할머니는 기분이 좋아졌어요

→ 이렇게 생각하자, 할머니는 즐거워요

→ 이렇게 생각하자, 할머니는 마음이 풀려요

《끝없는 양말》(페드로 마냐스 로메로·엘레니 파파크리스토우/김정하 옮김, 분홍고래, 2024) 6쪽


어떻게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서 마음에 심는 씨앗이 바뀝니다. 환하게 피어나는 씨앗을 심기도 하지만, 캄캄하게 가라앉는 씨앗을 심기도 하거든요. 즐겁게 살림을 짓는 생각을 하면서 어느새 스스로 마음을 풉니다. 기쁘게 삶을 바라보는 생각을 지으면서 차근차근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다독입니다. ㅍㄹㄴ


기분(氣分) : 1. 대상·환경 따위에 따라 마음에 절로 생기며 한동안 지속되는, 유쾌함이나 불쾌함 따위의 감정 ≒ 기의(氣意) 2.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상황이나 분위기 3. [한의학] 원기의 방면을 혈분(血分)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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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가난한 책읽기

관행 (학력 기재)



  바꾸려고 하면 ‘배우다·받다·받아들이다’로 가면서 ‘밝다·반갑다’를 이룬다. 안 바꾸려 하면 ‘배다·배기다·배짱·배째다’로 가느라 ‘배배 꼬이’고 ‘비비 꼬이’는 ‘배틀다·비틀다’로 기운다.


  ‘학력 관련 서류’를 바라는 곳이 아직 있는 까닭은 어렵잖이 알 만하다. 다들 입으로는 ‘학력차별 철폐’를 말하는 척하지만, 정작 ‘학력차별 철폐’를 이루면, ‘학력 있는 교수·작가’는 ‘적은 강연료’를 받아야 하느라, 이런 굴레가 그대로 있기를 바라기도 하고, 그분들한테는 ‘학력 = 자랑’인 얼개이다.


  잘 보면 알 텐데, 숱한 교수·작가는 책을 낼 적에 ‘책날개 글쓴이 적바림’에 “무슨 대학교·대학원·유학 마침”을 첫머리에 적는다. 그분들은 ‘학력 우선’에다가 ‘학력 = 연구성과 보증’이라 여긴다. 그래서 나는 책날개에 ‘학력 적는 짓’을 오래오래 잇는 글쓴이는 즐겁게 “믿고 거른”다. 고작 몇 해밖에 안 다닌 끈을 첫머리에 적는다면, 기나긴 삶을 잇는 동안 그분들 스스로 새롭게 배운 바가 없다는 뜻이거든.


  요사이는 ‘제출 서류’에 ‘학력 비공개’로 짤막하게 적어도 된다. 이렇게 해도 받아들이는 곳이 많이 늘었고, 처음부터 아예 안 받는 데가 대단히 많다. 다만, 아직 ‘학력 관련 서류’를 바라는 곳이 있다만, 머잖아 깔끔히 사라지리라 느낀다. 이런 꾸러미를 바라는 곳이 여태 있으면, “저기, 이제 다른 거의 모든 곳은 이런 꾸러미가 따돌림(차별)인 줄 알아서 아예 없애요. 저는 요 몇 해 사이에 이런 꾸러미를 바라는 곳을 오늘 처음 보았어요. 번거로우시겠지만, 이런 꾸러미는 이제 없어도 될 테니, 조금 살펴봐 주시기를 바라요.” 하고 한마디를 하면, 꽤 쉽게 사라질 만하리라 본다.


  나는 어디에 가서 무슨 자리를 얻어서 이야기꽃을 펴더라도 즐겁게 웃으면서 “저는 무학자에 독학자입니다. 들숲메바다와 풀꽃나무와 해바람비와 우리 아이들이 저를 가르치고 이끌었습니다.” 하고 여쭌다. 거짓말 아닌 참말인걸. 언제나 들숲메가 가르치고, 바다와 하늘이 가르치고, 해바람과 빗물과 이슬이 가르치고, 아이들과 곁님이 가르치고, 풀벌레와 나비가 가르치고, 새와 들짐승이 가르친다. 씨앗 한 톨이 가르치고, 흙 한 줌이 가르친다. 부엌일을 하면서 삶을 새롭게 익힌다. 빨래를 하고 걸레로 바닥을 훔치면서 새삼스레 익힌다. 등짐차림으로 저잣마실을 걸어서 다녀오며 새록새록 익힌다.


  우리가 해적이(프로필·강사카드)라는 데에 발자국(학력·경력)으로 뭘 적어야 한다면, “집안일 몇 해 + 아이돌보기 몇 해 + 풀꽃나무 바라보기 몇 해 + 해바람비 읽기 몇 해 + 새소리·풀벌레소리 듣기 몇 해” 같은 이야기를 차근차근 적어야지 싶다. 스스로 삶을 가꾸고 마음을 일구고 살림을 짓고 사랑을 속삭인 나날을 발자국으로 적어야 제대로 해적이라 여길 만하다고 본다. 2025.10.31.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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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귀찮게 (귀엽지 않게)


귀찮다고 여길 일이 있을까 하고
스스로 돌아보면
아예 없다

힘들건 성가시건 벅차건 어렵건
찬찬히 하는 동안
새로 배우는걸

귀엽기에 곁에 두지 않는다
안 귀엽기에 멀리하지 않는다
오늘 이곳을 누리려고
이제 새로 건너가려고
모두 돌아보고 살피고서
또 하루를 산다

2025.11.7.쇠.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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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재미없게



본 대로 느낀 대로 들은 대로

곧이곧대로 마를 하면

“넌 참 재미없게 군다!”


보아도 느껴도 들어도

입을 다물고 가만 있으면

“이렇게 재미있다고!”


재미나다는 글이나 그림을 보며

나란히 재미를 느낀 일이 없다


살아가는 대로 살림하는 대로

사랑하는 대로 사람이라는 대로

곰곰이 담은 글이나 그림이면

반갑고 놀라워서 웃고 운다


2025.11.7.쇠.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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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 스콜라 창작 그림책 107
신순재 지음, 김지혜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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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11.7.

그림책시렁 1670


《구석》

 신순재 글

 김지혜 그림

 스콜라

 2025.10.31.



  누구를 보며 귀여운 구석이 있다고 여기면, 다른 누구는 귀찮은 구석이 있다고 느끼게 마련입니다. 한 사람을 좋아하면, 다른 한 사람을 안 좋아하거든요. 누가 좋은 만큼 누가 싫고, 무엇이 나쁜 만큼 무엇이 좋다고 끌립니다. 《구석》은 어느 아이를 좋아하는 다른 아이가 ‘구석구석’ 지켜보거나 마주보면서 보내는 하루를 들려줍니다. 살짝 어두운 구석이 보인다는 동무라는데, 말 못 할 구석이 있기에 조용히 머물지만, 때로는 스스럼없이 나서서 마음을 드러낸다고 합니다. ‘구석’은 앞자리하고 멉니다. 구석은 끝자리라 할 만합니다. 구석은 굴처럼 속으로 들어가는 데입니다. 구석은 굼벵이처럼 나무뿌리 곁에 오래오래 머물면서 가만히 꿈을 그리는 곳입니다. 구석은 그늘이 짙으면서 가만히 쉬는 자리입니다. 빛나지 않는 구석이되, 밑에서 든든히 받치는 구실인 구석입니다. 그런데 《구석》은 자꾸 “귀여운 구석”을 내세우려는 듯싶습니다. 귀퉁이에 기스락인 구석이라면, “귀엽게 그리는 아이 얼굴”이 아닌, 두 아이가 조용조용 어울리는 자그마한 빛을 담는 길이 어울리지 않을까요? 어린이한테 ‘좋아해’라는 말을 너무 밀어대지 않나요?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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