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모자
이모토 요코 지음, 길지연 옮김 / 삼성당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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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8.18.

그림책시렁 1411


《빨간 모자》

 그림 형제 글

 이모토 요코 그림

 길지연 옮김

 삼성당

 2008.5.29.



  입에서 입으로 흐르는 이야기는 저마다 다른 삶과 살림을 담아서 새롭게 피어납니다. 우리 옛이야기도 이웃 옛이야기도 늘 새록새록 자랍니다. 이모토 요코 님이 동글동글한 붓끝으로 담은 《빨간 모자》도 새삼스럽습니다. 빨간 마고자를 쓴 아이가 숲을 가로지르며 심부름을 하는 옛이야기가 있고, 이 줄거리와 얼거리를 바탕으로 가만히 되짚는 그림책입니다. ‘아이’는 이곳에서 놀며 하루를 누립니다. ‘늑대’는 이곳에서 사냥하며 살림을 꾸립니다. 아이는 이곳에서 들숲메와 풀꽃나무를 바라보려고 합니다. 배고파서 사냥을 하는 늑대는 들숲메에 깃들면서 풀꽃나무를 미처 못 본 얼거리로 흐르는 “빨간 모자”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두 숨결이 맞물리는 줄거리와 얼거리를 읽으면서 언제나 다르면서 새롭게 배울 만합니다. 옳거나 그른 쪽은 없고, 좋거나 나쁜 길이란 없어요. 늘 다르게 마주하면서 노상 새롭게 배우면서 걸어가는 하루입니다. 주린 배만 채우려 할 적에는 그만 눈이 멀어요. 배고픈 이웃을 알아보면서 헤아리는 마음일 적에는 눈빛을 틔워요. 베풀면서 깨어나고, 받으면서 일어납니다. 서로 만나면서 알아보고, 함께 이 길을 걸어가면서 둘 사이를 잇는 마음을 익힙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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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탄 - 나무의 영혼을 담다 그림책은 내 친구 78
조이 콩스탕 지음 / 논장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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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8.18.

그림책시렁 1601


《목탄, 나무의 영혼을 담다》

 조이 콩스탕

 논장

 2025.5.12.



  더 손을 대기에 빛나지 않습니다. 마음을 기울이지 않으면서 손대기만 하면 망가집니다. 손을 덜 대기에 빛바래지 않습니다. 이따금 손대더라도 언제나 온마음으로 마주하면 밝게 깨어납니다. 종이를 가득 채워야 그림이지 않습니다. 종이를 살짝 채우기에 그림이 아니라 여기지 않습니다. 금을 반듯하게 다스려야 그림이라고 여기지 않아요. 구불거리거나 비뚤거리기에 그림이 아니라 하지 않아요. 마음을 안 담으면 말도 글도 이야기도 아닙니다. 줄거리만으로는 말글이나 이야기로 안 칩니다. 책도 매한가지입니다. 번듯하거나 이름나기에 책일까요? 《목탄, 나무의 영혼을 담다》는 숯그림(목탄화)을 들려줍니다. 숯이건 글붓이건 대수롭지 않아요. 다 다른 결로 다 다르게 빛내는 그림입니다. 이렇게 하기에 멋스럽지 않고, 저렇게 하기에 멋없지 않습니다. 붓결(펜터치)에 얽매이지 않을 적에 비로소 그림과 글과 이야기가 태어납니다. 띄어쓰기하고 맞춤길이 빈틈없어야 글이나 책이지 않아요. 줄거리가 남다르거나 돋보여야 글이나 책이 되지 않습니다. 마음을 담아서 빚기에 그림이요 글이며 책입니다. ‘나무넋’이란 ‘숲넋’입니다. 숲넋이란 ‘푸른넋’입니다. 푸른넋이란 푸른별에서 살아가는 뭇숨결이 저마다 다르게 반짝이는 빛입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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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5.8.15. 빛날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1945년 8월 15일에는 이제 막 일본굴레를 떨치는 무렵이니 “빛을 찾은 날”이었어도 ‘빛날’이나 ‘빛찾다’처럼 우리말로 나타내자는 마음이기는 어려웠으리라 느낍니다만, 이렇게 우리말로 쉽고 수수하게 외친 분도 많은 줄 압니다. 그러나 ‘글’을 쓰는 먹물(지식)인 수수한 사람들 말씨를 담지 않았어요. 굳이 한자로 ‘광복(光復)’이라 했습니다. ‘해방(解放)’이라고도 했어요.


  2025년은 어느덧 여든돌째 이르는 ‘빛날’입니다. 이 빛날에 우리말과 우리글도 빛을 찾을 수 있으면 더없이 아름다우리라 봅니다. 나라찾기에 힘쓴 모든 옛어른은 ‘마을찾기’와 ‘살림찾기’와 ‘논밭찾기’와 ‘아이찾기’와 ‘사람찾기’에다가 ‘말글찾기’를 바랐으리라고 느낍니다. 아직 우리말과 우리글이 제자리를 못 찾았으니 오늘 하루부터 말빛과 글빛을 되새기면서 새롭게 가꾸는 첫발을 내딛을 만하다고 봅니다.


  쉽게 쓰는 말이기에 아름답습니다(평화·민주·평등). 쉽게 나누는 글이기에 빛납니다. 쉽게 짓는 말이기에 사랑입니다. 쉽게 피어나고 깨어나고 눈뜨는 말이기에 서로 북돋우면서 오늘 이곳을 고루 밝힙니다. 빛날에 빛말을 살리고 빛글을 깨우치면서 말씨앗과 글씨앗을 푸르게 돌보는 이웃님이 늘기를 빕니다.


ㅍㄹㄴ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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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밥과 집 (2025.8.15.)

― 부산 〈책과 아이들〉



  두 아이는 하루하루 무럭무럭 큽니다. 두 어버이도 나란히 날마다 새록새록 자랍니다. 아이어른은 함께 살림하면서 같이 사랑하고 서로 생각을 나누는 사이입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말씨를 쓴다면 아이어른이 아닌 ‘남·놈’인 굴레입니다. 몸나이가 조금 많대서 말을 놓는 누구나 철이 안 든 하루를 보낸다고 느껴요. 몸나이가 아닌 철나이를 헤아릴 적에는 누구한테도 함부로 말을 못 놓습니다.


  둘레에서 숱한 사람들은 어제부터 쉼날인 듯싶습니다. 그렇지만 시골사람한테는 ‘한해내내 + 이레내내’ 일날이자 일철입니다. 아무리 한겨울이어도 푸나무는 꿈을 그리면서 자랍니다. 아이를 낳아 돌보는 모든 어버이는 쉼날이 따로 없이 한결같이 일하고 살림하며 사랑합니다. 고흥에서 부산으로 달리는 시외버스를 모는 일꾼도 ‘쉼날 아닌 일날’입니다.


  우리는 쉼날을 너무 자주 누린다고 느낍니다. ‘나흘일(주4일노동)’은 누구한테 이바지할까요? 벼슬꾼(공무원)은 쉼날을 반길는지 모르나, 온나라 숱한 일꾼은 “남들이 쉴 적에 고스란히 일하는 하루”입니다.


  늦여름볕과 늦여름빛이 싱그럽고, 부산에서도 풀벌레노래에 매미노래를 듣습니다. 오늘은 사직나루에 내려서 〈책과 아이들〉로 걸어가는데, 어디 놀러가는 사람들이 꽤 붐빕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싸이 흠뻑쇼’를 부산에서 벌인다더군요. 어제는 서울에서 ‘싸이 잔치’를 했다지요. 나라 한켠에서는 물벼락으로 목숨과 집과 논밭을 잃은 사람이 우는데, 나라 다른켠에서는 ‘물장난’으로 시끌벅적합니다. 아무래도 두 갈래 사이에 서로 미움씨앗을 심는 불수렁 같습니다. ‘내가 쉬’더라도 ‘숱한 이웃은 못 쉬거나 그저 내내 일하’는 줄 살펴야지 싶어요.


  푸른별은 들풀이 어울리는 들녘처럼 푸르게 어깨동무하기에 아름답습니다. 파란별은 파란하늘을 고루 머금는 멧숲처럼 파랗게 하늘빛으로 물들며 손잡기에 사랑스럽습니다. 철없는 나라지기에 벼슬꾼이 넘치더라도 우리부터 눈뜰 노릇입니다.


  저녁나절에 〈책과 아이들〉 깃새지기(상주작가) 이야기꽃(프로그램)으로 ‘내가 쓰는 내 사전’ 모임을 꾸립니다. 오늘은 ‘밥’하고 ‘집’ 두 낱말로 “내가 이제껏 누린 삶으로 우리 하루를 손수 가다듬어서 조촐히 살림풀이를 하는 길”을 여밉니다. 밥이란 받아들여서 바꾸는 빛입니다. 집이란 살림을 짓는 곳입니다. 해바람비를 다 다른 결로 받아안기에 밥입니다. 둥지를 짓는 새처럼, 밥과 옷과 집을 기쁘게 지어서 아이들하고 나눌 뿐 아니라 즐겁게 물려주는 터전이기에 집입니다. 푸른별은 푸른밥을 누구한테나 베풉니다. 파란별은 파란집을 누구한테나 내줘요.


ㅍㄹㄴ


《고양이는 언제나 고양이였다》(얄바츄 우랄 글·페리둔 오랄 그림/강경민 옮김, 책공장더불어, 2019.10.25.)

#Mirname #FeridunOral #YalvacUral

《토끼》(토끼와 살다 편집부/서유진 옮김, 책공장더불어, 2017.10.13.첫/2021.8.23.4벌)

《히로시마의 그늘》(윌프레드 버체트/표완수 옮김, 창작과비평사, 1995.11.7.)

#WlfredBurchett #ShadowsofHiroshima

《발언 2》(김종철, 녹색평론사, 2016.1.11.)

《전쟁하지 않아》(다니카와 슌타로 글·에가시라 미치코 그림/김숙 옮김, 북뱅크, 2015.12.24.)

#江頭路子 #たにかわしゅんたろう #せんそうしない (싸우지 않아)

《버려진 조선의 처녀들·훈 할머니》(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 엮음, 아름다운사람들, 2004.2.24.)

《호튼》(닥터 수스/김서정 옮김, 대교출판, 2008.4.25.)

#DrSeuss #HortonHearsaWho #Horton

《우체부 곰》(피브 워딩턴·셀비 워딩턴/김세희 옮김, 비룡소, 2002.1.28.)

#TeddyBearPostman #PhoebeWorthington #SelbyWorthington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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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비구름 사이로 (2024.10.19.)

― 부산 〈밤산책방〉



  책을 제대로 읽자면, ‘다른 것’이 아닌 ‘사랑’이라는 길 하나면 넉넉한데, 그만 또다시 ‘다른 것’에 매이면서 스스로 흐트러지고 어지럽게 벗어나는구나 싶습니다. 내가 나를 나로서 나답게 보면, ‘나’하고 ‘너(남)’는 그저 “선 자리가 다를 뿐, 같은 숨결인 사람이면서 사랑”인 줄 알아차려요. 우리가 읽고 쓸 글이란, ‘다른 것(짐·몫·자리·벼슬·돈·이름)’이 아니라 언제나 ‘사랑’을 씨앗으로 심어서 손수 가꾸는 즐거운 빛줄기일 노릇이라고 봅니다.


  다 다른 목소리를 낼 적에 등을 돌리는 사람이라면, 그분들 스스로 귀를 닫는다는 뜻이며, 사랑을 등지는 굴레요, 겉모습과 옷차림에 얽매이는 수렁입니다. 속빛을 들여다보지 않기에 사랑이 안 피어나고, 속을 안 가꾸니 겉만 멀끔합니다.


  비구름이 꾸물거리는 한가을 저물녘에 부산 광안바다 둘레에 있는 〈밤산책방〉으로 마실합니다. 이곳은 책집지기가 없이 누구나 스스럼없이 드나들면서 다리를 쉬며 책을 살피다가 장만하는 너른책집입니다. 밤산지기님 말씀으로는 골목이건 바닷가이건 멧자락 둘레를 거닐다가 다리를 쉬며 책빛을 머금을 자리는 얼핏 많은 듯싶어도 그다지 안 많다고 합니다. 책집이란 책으로 쉬며 숨을 돌리는 집입니다.


  바깥은 비바람이 한창이고, 책집은 고즈넉합니다. 바깥은 곱게 차려입고 마실하는 사람으로 물결치고, 책집은 차분합니다. 우리는 몸을 돌보려고 천을 옷으로 지어서 두르기도 하지만, 겉모습이 돋보이기를 바라는 뜻으로 이쁘게 차려입기도 합니다. 우리는 마음을 가꾸려고 책을 읽고 글을 쓰기도 하지만, 남이 높이 사거나 잘 봐주어서 잘 팔리기를 빌며 책을 내거나 글을 쓰기도 합니다.


  이따금 《플란다스의 개》에 나오는 ‘네로’가 아로아와 아로아 아버지한테 들려준 말을 떠올립니다. 네로는 붓과 종이와 물감을 살 돈이 없습니다. 지난날 우리나라 논밭지기는 붓과 먹과 종이와 벼루를 살 돈이 없을 뿐 아니라, ‘흙지기(농자)’는 ‘나리(양반)’가 아니라서 글을 넘보거나 배울 수 없었습니다. 네로는 “가난한 주제에 그림 따위에 멋을 부리려 한다”는 꾸지람을 내내 듣지만, 아로아 아버지는 네로가 숯으로만 담은 아로아 그림을 보더니 깜짝 놀라서 큰돈을 쥐어주려 했고, 네로는 ‘돈 받으려’고 그리지 않았다고, 온사랑을 담아서 그렸을 뿐이라면서, 비싼종이에 담은 그림을 그냥 내밀었습니다.


  다 다른 삶을 다 다른 목소리로 담으려면, 나부터 스스럼없이 마음을 틔울 노릇입니다. 여름에 하늘이 활짝 열려 열매가 맺듯, 가을에는 이제 뭇볕이 저물어 가듯, 철빛을 틔우고 철눈을 열며 꿈으로 나아갑니다.


ㅍㄹㄴ


《우주 여행자를 위한 한국살이 가이드북》(희석, 발코니, 2023.7.21.첫/2024.7.17.4벌)

《처음 엄마 사전》(김민채, 취미는독서, 2024.9.16.)

《깃털, 떠난 고양이에게 쓰는 편지》(클로드 앙스가리/배지선 옮김, 책공장더불어, 2015.7.23.)

#Plumelettreaunchatdisparu #ClaudeAnsgari (2001년)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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