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밥과 집 (2025.8.15.)
― 부산 〈책과 아이들〉
두 아이는 하루하루 무럭무럭 큽니다. 두 어버이도 나란히 날마다 새록새록 자랍니다. 아이어른은 함께 살림하면서 같이 사랑하고 서로 생각을 나누는 사이입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말씨를 쓴다면 아이어른이 아닌 ‘남·놈’인 굴레입니다. 몸나이가 조금 많대서 말을 놓는 누구나 철이 안 든 하루를 보낸다고 느껴요. 몸나이가 아닌 철나이를 헤아릴 적에는 누구한테도 함부로 말을 못 놓습니다.
둘레에서 숱한 사람들은 어제부터 쉼날인 듯싶습니다. 그렇지만 시골사람한테는 ‘한해내내 + 이레내내’ 일날이자 일철입니다. 아무리 한겨울이어도 푸나무는 꿈을 그리면서 자랍니다. 아이를 낳아 돌보는 모든 어버이는 쉼날이 따로 없이 한결같이 일하고 살림하며 사랑합니다. 고흥에서 부산으로 달리는 시외버스를 모는 일꾼도 ‘쉼날 아닌 일날’입니다.
우리는 쉼날을 너무 자주 누린다고 느낍니다. ‘나흘일(주4일노동)’은 누구한테 이바지할까요? 벼슬꾼(공무원)은 쉼날을 반길는지 모르나, 온나라 숱한 일꾼은 “남들이 쉴 적에 고스란히 일하는 하루”입니다.
늦여름볕과 늦여름빛이 싱그럽고, 부산에서도 풀벌레노래에 매미노래를 듣습니다. 오늘은 사직나루에 내려서 〈책과 아이들〉로 걸어가는데, 어디 놀러가는 사람들이 꽤 붐빕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싸이 흠뻑쇼’를 부산에서 벌인다더군요. 어제는 서울에서 ‘싸이 잔치’를 했다지요. 나라 한켠에서는 물벼락으로 목숨과 집과 논밭을 잃은 사람이 우는데, 나라 다른켠에서는 ‘물장난’으로 시끌벅적합니다. 아무래도 두 갈래 사이에 서로 미움씨앗을 심는 불수렁 같습니다. ‘내가 쉬’더라도 ‘숱한 이웃은 못 쉬거나 그저 내내 일하’는 줄 살펴야지 싶어요.
푸른별은 들풀이 어울리는 들녘처럼 푸르게 어깨동무하기에 아름답습니다. 파란별은 파란하늘을 고루 머금는 멧숲처럼 파랗게 하늘빛으로 물들며 손잡기에 사랑스럽습니다. 철없는 나라지기에 벼슬꾼이 넘치더라도 우리부터 눈뜰 노릇입니다.
저녁나절에 〈책과 아이들〉 깃새지기(상주작가) 이야기꽃(프로그램)으로 ‘내가 쓰는 내 사전’ 모임을 꾸립니다. 오늘은 ‘밥’하고 ‘집’ 두 낱말로 “내가 이제껏 누린 삶으로 우리 하루를 손수 가다듬어서 조촐히 살림풀이를 하는 길”을 여밉니다. 밥이란 받아들여서 바꾸는 빛입니다. 집이란 살림을 짓는 곳입니다. 해바람비를 다 다른 결로 받아안기에 밥입니다. 둥지를 짓는 새처럼, 밥과 옷과 집을 기쁘게 지어서 아이들하고 나눌 뿐 아니라 즐겁게 물려주는 터전이기에 집입니다. 푸른별은 푸른밥을 누구한테나 베풉니다. 파란별은 파란집을 누구한테나 내줘요.
ㅍㄹㄴ
《고양이는 언제나 고양이였다》(얄바츄 우랄 글·페리둔 오랄 그림/강경민 옮김, 책공장더불어, 2019.10.25.)
#Mirname #FeridunOral #YalvacUral
《토끼》(토끼와 살다 편집부/서유진 옮김, 책공장더불어, 2017.10.13.첫/2021.8.23.4벌)
《히로시마의 그늘》(윌프레드 버체트/표완수 옮김, 창작과비평사, 1995.11.7.)
#WlfredBurchett #ShadowsofHiroshima
《발언 2》(김종철, 녹색평론사, 2016.1.11.)
《전쟁하지 않아》(다니카와 슌타로 글·에가시라 미치코 그림/김숙 옮김, 북뱅크, 2015.12.24.)
#江頭路子 #たにかわしゅんたろう #せんそうしない (싸우지 않아)
《버려진 조선의 처녀들·훈 할머니》(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 엮음, 아름다운사람들, 2004.2.24.)
《호튼》(닥터 수스/김서정 옮김, 대교출판, 2008.4.25.)
#DrSeuss #HortonHearsaWho #Horton
《우체부 곰》(피브 워딩턴·셀비 워딩턴/김세희 옮김, 비룡소, 2002.1.28.)
#TeddyBearPostman #PhoebeWorthington #SelbyWorthington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