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정상 正常


 정상 수업 → 제 배움

 정상으로 가동되다 → 제대로 돌아가다

 정상 개통되다 → 제대로 뚫리다

 혈압이 정상이다 → 핏심이 제대로이다

 그 사람은 정상이 아니다 → 그 사람은 제대로가 아니다 / 그 사람은 제넋이 아니다


  ‘정상(正常)’은 “1. 특별한 변동이나 탈이 없이 제대로인 상태 2. [북한어] 있어야 할 상태에 바로 있는 것. 또는 그런 상태”를 가리킨다고 해요. ‘바르다·올바르다·곧바르다·똑바르다’나 ‘제대로·제자리·제때·제·제값·제구실’이나 ‘반듯하다·옳다·곧다·올곧다’로 손봅니다. ‘맞다·걸맞다·들어맞다·알맞다’나 ‘그대로·멀쩡하다’나 ‘여느·수수하다·너르다·흔하다’로 손보아도 되고, ‘치우침없다·또박또박·또렷하다·똑똑하다’나 ‘냉큼·바로·늦지 않다·안 늦다’로 손보아도 어울려요.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정상’이 열여섯 가지 나오는데, 모두 털어낼 만합니다. ㅍㄹㄴ



정상(正狀) : 정상(正常)의 상태

정상(正像) : [불교] 정법(正法)과 상법(像法)을 아울러 이르는 말

정상(呈上) : = 정납(呈納)

정상(定常) : 일정하여 늘 한결같음

정상(政狀) : [북한어] 정계의 형편이나 상황

정상(政商) : 정치가와 결탁하거나 정권(政權)을 이용하여 사사로운 이익을 꾀하는 사람

정상(情狀) : 1. 있는 그대로의 사정과 형편 2. 딱하거나 가엾은 상태 3. [법률] 구체적 범죄에서 구체적 책임의 경중에 영향을 미치는 일체의 사정

정상(情想) : 감정과 생각을 아울러 이르는 말

정상(旌賞) : 공로를 표창함

정상(頂相) : [불교] 선원(禪院)에서, 고승의 초상화를 이르는 말

정상(晶相) : 1. 결정(結晶)의 모양새. 결정면의 조화가 달라 같은 물질의 결정 외형이 다르게 나타난다 2. [북한어] 수정(水晶)의 모양새

정상(禎祥) : 경사롭고 복스러운 징조

정상(精爽) : = 정령(精靈)

정상(精詳) : 정밀하고 자상함

정상(整商) : [수학] 나누어 떨어졌을 때의 정수의 몫

정상(靜想) : 명상에 잠김



저 녀석이 정상으로 돌아올 때까지

→ 저 녀석이 제자리로 돌아올 때까지

→ 저 녀석이 제대로 돌아올 때까지

《용과 함께》(하나가타 미쓰루/고향옥 옮김, 사계절, 2006) 88쪽


모든 게 정상이었으니까

→ 모두 제대로였으니까

→ 모두 잘 굴러갔으니까

→ 모두 잘 돌아갔으니까

《엘린 가족의 특별한 시작》(구드룬 파우제방/문성원 옮김, 시공주니어, 2008) 5쪽


정상도로를 이탈한 급격우회전을 위해 난폭운전을 감행하는 통에 짜증이 나고 울화통이 터질 지경이다

→ 제길을 벗어나 확 오른길로 틀려고 나대는 통에 짜증이 나고 속이 터질 노릇이다

→ 바른길에사 나와 갑자기 오른쪽으로 꺾고자 날뛰는 통에 짜증이 나고 불이 날 판이다

《보노보 찬가》(조국, 생각의나무, 2009) 55쪽


정상인이든 정신병자이든 “당신은 미쳤소. 그러니 당신 이야기도 다 미친 거요.”라고 하면 대화할 여지가 없어진다

→ 안 미쳤든 미쳤든 “그대는 미쳤소. 그러니 그대 이야기도 다 미쳤소.”라고 하면 얘기할 틈이 없다

→ 안 돌았든 돌았든 “너는 미쳤소. 그러니 네 이야기도 다 미쳤소.”라고 하면 말할 사이가 없다

《행복하기를 두려워 말아요》(정은혜, 샨티, 2015) 67쪽


왜 그런 식으로 말하지? 당신 이상해. 정상이 아니야

→ 왜 그렇게 말하지? 너 얄궂어. 제대로가 아니야

→ 왜 그렇게 말하지? 너 아리송해. 바르지 않아

→ 왜 그렇게 말하지? 너 뒤틀렸어. 제넋이 아니야

→ 왜 그렇게 말하지? 너 비틀렸어. 미쳤어

《도쿄 후회망상 아가씨 4》(히가시무라 아키코/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2017)  148쪽


현대 의학이 찾아내지 못하는 것이라면 정상正常

→ 오늘날 돌봄길이 찾아내지 못한다면 맞다

→ 요즈음 돌봄손이 찾아내지 못한다면 옳다

→ 요즈막 보듬길이 찾아내지 못한다면 제대로

《미안하다》(표성배, 갈무리, 2017) 123쪽


어떤 사회에서는 어린아이가 일하는 것을 정상이라고 생각한다

→ 어떤 나라에서는 어린아이가 일하는 삶을 바르다고 생각한다

→ 어떤 곳에서는 일하는 어린아이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 어떤 곳에서는 일하는 어린아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인류는 아이들을 어떻게 대했는가》(피터 N.스턴스/김한종 옮김, 삼천리, 2017) 12쪽


그렇게 나와야 정상이지요

→ 그렇게 나와야 맞지요

→ 그렇게 나와야 하지요

→ 그렇게 나와야지요

《개화 소년 나가신다》(류은, 책과함께어린이, 2018) 14쪽


그건 확실히 정상이 아니지

→ 참말로 엉터리이지

→ 아주 얄궂지

→ 몹시 어긋났지

《딸에게 자전거를 가르쳐 주는 아빠를 위한 메뉴얼》(예신형, 부키, 2019) 11쪽


우리나라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언제였을까

→ 우리나라가 멀쩡하지 않은 줄 언제 알았을까

→ 우리나라가 똑바르지 않은 줄 언제 알았을까

《냉전의 벽》(김려실과 일곱 사람, 호밀밭, 202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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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4.4. 존중이 없는 혐오표현



  헌법재판관이 말하기도 했다만, 서로 ‘존중’하는 말을 쓸 일이다. 나라지기 자리에서 끌려내려온 윤씨가 무엇을 잘했겠는가? 윤씨가 잘한 일이란 없고, 오히려 윤씨가 “아무 일을 할 수 없던 무렵”에 나라가 조용하면서 멀쩡히 굴러갔다. 그러니까 윤씨는 “일을 할 수 없던 나날”을 오히려 ‘잘한’ 셈이라고 여길 만하다.


  헌법재판관이 사람들한테 꼭 좀 헤아리기를 바라는 뜻을 담은 글이 있는데, 아무래도 이 글을 읽는 사람이 드문 듯하다.


[연합뉴스] 尹·국회 번갈아 바라보며 질책한 헌재…"서로 존중했어야"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1/0015312272?rc=N&ntype=RANKING


  우리는 말을 가려서 써야 한다. 아무 말이나 안 쓰도록 다스릴 노릇이다. 이른바 “윤신론자들의 발악” 같은 말이란 그저 밉말(혐오표현)일 뿐이다. ‘윤신론자’도 ‘발악’도 모두 밉말이다. 아무리 윤씨와 여러 무리가 얼뜬 짓을 했더라도 ‘발악’ 같은 낱말은 안 써야 하지 않을까? 바로 이런 밉말인 ‘발악’을 자꾸 쓰기에, 다시금 나라가 쪼개지고 만다.


  그리고 “전광훈과 추종자”라고 제대로 써야 한다. “한국 교회의 무지성과 개념없음”이라고 말하면서 덮어놓고 깎아내리는 말은 옳지 않다. 알맞지도 않다. 나는 ‘무교’이다만, 내가 아는 목사나 신자나 교회는 모두 탄핵을 반겼다. 모든 교회가 ‘무지성·개념없음’일까? 터무니없다.


  어떤 얼뜬 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어떤 모임이나 자리나 사람들을 통째로 ‘무지성·개념없음’이라 여기면서 깎아내리는 말씨야말로 또다시 갈라치기(차별·분열)를 부추기는 밉말일 뿐이다.


  이제는 제발 생각 좀 해야 한다. 이제부터 부디 서로 만나서 ‘이야기’를 할 때이다. 우리 스스로 “우리와 뜻이 다른 사람”을 그저 그대로 바라보면서 이야기를 할 일이요, 어떤 고름이나 수렁을 함께 풀어가려는 마음일 노릇이다. 함께 이야기하면서 풀어가려는 마음이 아닌, 갖은 밉말을 멈추지 않을 적에는 ‘계엄 우두머리’를 끌어내렸(탄핵)더라도 미움불씨는 오히려 더 번질 수 있다.


  그리고 윤씨한테 붙이는 ‘수괴’라는 말은 참으로 징그럽고 무시무시하다. 지난날 박정희와 전두환이 들불(민주화운동)을 깎아내리며 쓴 말이기도 한데, 더구나 한겨레가 서로 싸우면서 헐뜯던 말이기까지 한데, ‘수괴’ 같은 말도 삼갈 줄 알아야지 싶다.


  모지리 하나를 내쫓았을 뿐이다. 아직 나라 곳곳에 모지리가 수두룩하다. 모든 모지리를 솎아내어 아름나라로 나아가려면, 우리부터 스스로 눈과 귀를 맑게 틔우면서 입과 손을 밝게 가꾸는 하루를 지을 노릇이다. 미움불씨를 잔뜩 품은 눈과 귀와 입과 손으로는 어떤 아름나라도 사랑누리도 푸른들숲도 못 연다.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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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4.4. 가시어머님, 이제 책을 읽으셔요 (8:0 탄핵)



  “책을 읽는 사람” 가운데에는 탄핵을 반대하는 사람이 5푼(5%)이 안 되리라고 여러모로 헤아려 보곤 한다. 뭘 믿고서 이렇게 말하느냐고 묻는 분한테는 “여태까지 살며 지켜본 바로 말합니다” 하고 여쭌다.


  “책을 읽는 사람”으로서 5푼인 분들이 어떤 목소리를 낸다면, 이분들 목소리는 귀담아들을 만하리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는 사람”으로서 탄핵을 반대하는 5푼이 있다면, 이분들은 우리 삶터에서 어느 빈곳을 짚는 눈을 이야기하고 싶다는 뜻일 테니까.


  나는 마땅히 100푼으로 9:0이 나오리라 보았다.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나요?” 하고 묻는 이웃님한테 “마땅하니까요. 아주 마땅하기에 걱정할 일도 조바심을 낼 까닭이 아예 없습니다. 우리는 마땅한 일은 으뜸길(헌법)을 다루는 일꾼한테 맡기고서, 우리 오늘을 그리고 우리 하루를 사랑하고 아이들 곁에서 숲살림을 짓는 마음을 펼 노릇입니다.” 하고 여쭌다.


  우리나라에는 어리석은 사람도 많도, 안 어리석은 사람도 많다. “책을 읽는 사람”이라서 다 어질지 않고, “책 안 읽는 사람”이라서 다 어리석지 않다. 바람맛을 느끼면서 날씨를 읽는 사람이라면, 책을 안 읽어도 어질다. 바람맛을 모르면서 날씨알림(기상예보)만 쳐다보는 사람이라면, 책을 많이 읽어도 어리석다.


  그나저나 “책을 읽는 사람”이란, 날마다 5분이라도 스스로 틈을 내어서 종이책을 차분히 펼치는 매무새인 사람을 가리킨다. 하루라도 5분이라는 틈을 내지 못 하거나 않는다면 “책 안 읽는 사람”이다. 흙날이나 쉼날에 한꺼번에 몰아서 하루 내내 읽을 적에도 “책 안 읽는 사람”이다. “책을 읽는 사람”은 ‘몰아읽기’를 안 한다. “책을 읽는 사람”은 모든 하루를 스스로 그린 꿈을 바탕으로 일을 알맞게 하고서 알맞게 쉴 줄 아는 사람을 가리킨다. “책을 읽는 사람”은 날마다 알맞게 종이책을 펼칠 뿐 아니라, 사람책과 나무책과 숲책과 들책과 바람책과 흙책과 꽃책과 벌레책과 나비책과 새책과 개구리책을 두루 읽는다.


  아직 “책 안 읽는 사람”이 곁이나 둘레이 있다면, 이 나라에 어리석은 사람이 아직 수두룩하다고 하더라도, 비록 책을 안 읽느라 어리석은 사람이어도, 우리 삶터 곳곳을 이루는 든든한 기둥이라 여기면서 차분히 이야기로 풀고 품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어리석은 ‘한집사람’과 ‘곁사람’을 생각해 보자. 먼발치에 있는 어리석은 남들은 쳐다보지 말고서, 먼저 우리 가까이에 있는 “아직 어리석지만 착하고 참한 사람”을 마주하자. 어리석기에 나무라거나 핀잔을 하지는 말자. 더 차분히 더 상냥히 더 느긋이 더 이야기를 들려주고 듣자. 천천히 마음을 풀고서 새길을 바라보라고 북돋우자. 아기는 젖을 먹을 수밖에 없다. 아기가 밥을 못 먹는다고 나무랄 수 없다. 아기가 수저를 못 쥔다고 다그칠 수 없다. 아기한테 젖을 물리면서 나긋나긋 북돋우듯, 우리 둘레에 있는 모든 어리석은 사람들이 “책을 읽는 사람”으로 천천히 피어날 수 있도록 손을 내밀고 어깨동무를 하자. 이러면 된다.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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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삶말/사자성어] 우익단체



 인도까지 점령한 우익단체에 → 거님길까지 차지한 오른날개에

 좌익단체와 우익단체가 충돌하였다 → 왼물결과 오른물결이 부딪혔다


우익단체 : x

우익(羽翼) 1. 새의 날개 2. 보좌하는 일. 또는 그 일을 하는 사람

단체(團體) 1.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모인 사람들의 일정한 조직체 2. 여러 사람이 모여서 이루어진 집단



  왼쪽에 서니 왼쪽이고 왼날개입니다. 오른쪽에 서니 오른쪽이고 오른날개입니다. 이런 얼거리 그대로 ‘오른·오른쪽·오른쪽으로·오른켠’이라 하면 됩니다. ‘오른걷기·오른길로·오른길걷기·오른쪽걷기’라 할 수 있고, ‘오른길·오른갈래·오른자리·오른마당’이라 해도 어울립니다. ‘오른날개·오른나래·오른무리’라 해도 어울리고, ‘오른눈·오른눈길·오른눈결·오른눈빛’이나 ‘오른사람·오른이·오른씨·오른씨앗’이라 하면 되어요. ‘오른물·오른물결·오른물꽃·오른물빛’ 같은 이름을 쓸 수 있고요. ㅍㄹㄴ



우익단체가 앞서 말한 것처럼 가두선전을 하고 단숨에 수위를 높여

→ 오른무리가 앞서 말했듯이 길에서 알리고 곧장 한껏 높여

→ 오른물결이 앞서 말했듯이 길에서 너울치고 바로 껑충 높여

《위안부 문제를 아이들에게 어떻게 가르칠까?》(히라이 미쓰코/윤수정 옮김, 생각비행, 2020) 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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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훔치는 자는 2
후카미도리 노와키 지음, 소라 카케루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24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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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4.4.

책으로 삶읽기 1012


《이 책을 훔치는 자는 2》

 후카미도리 노와키 글

 소라 카케루 그림

 한나리 옮김

 대원씨아이

 2024.9.15.



《이 책을 훔치는 자는 2》(후카미도리 노와키·소라 카케루/한나리 옮김, 대원씨아이, 2024)을 읽었고, 석걸음을 마저 읽었다. 살짝 싱겁게 끝난 듯싶기도 하고, 서둘러 맺으려 한 듯싶기도 하다. 아무튼, 바늘도둑도 도둑이고 소도둑도 도둑이고 책도둑도 도둑이다. 무엇을 훔치든 똑같이 ‘훔침질’이다. 무엇을 훔치든 값을 달게 받을 노릇이다. 갈수록 사람들이 책을 덜 읽거나 안 읽는다고 여기는데, 집에서조차 손전화에 보임틀이 번쩍거리는데 누가 책을 읽고 싶겠는가? 집부터 손전화와 보임틀을 치우고서 마당에 앉아서 해바라기와 새바라기를 하면서 밭살림을 지으면, 손전화·보임틀을 쓰더라도 알맞게 다룰 뿐 아니라 책을 손에 쥘 수 있다. 밭살림을 하되 새바라기를 안 하는 분은 책을 안 읽는다고 느낀다. 새바라기를 안 하면 벌나비를 바라보지 않고, 들꽃을 안 바라보며, 개구리도 지네도 뱀도 거미도 그냥 다 미워하기만 한다. 새바라기를 할 적에는 새가 사람살이하고 살가이 얽힌 대목을 하나하나 읽고 느끼는 터라, 땅과 하늘이 맞닿는 길을 읽게 마련이고, 숲과 들과 바다가 어떻게 하나인지 돌아본다. 이리하여 사람이 손수 일군 이야기꾸러미인 책을 곁에 둘 만하다.


책을 읽으려 한다면, “좋아하는 책”은 맨 나중에 읽을 노릇이다. “좋아하는 책”에 사로잡히면 “삶에 이바지하는 까다롭거나 버겁거나 힘겹게 읽어내야 하는 책”을 등지거나 멀리하고 만다. “좋아하는 책”만 자꾸 읽다가는, “글결이 마음에 안 들더라도 우리 삶에 사랑씨앗을 고루고루 심는 숱한 책”을 그만 등돌리거나 미워하기까지 한다.


글쓴이나 책쓴이는 모든 사람 입맛에 안 맞추어야 한다. 왜 그럴까? 글쓴이나 책쓴이는 ‘입맛’이 아니라 ‘삶·살림·사랑’을 숲빛으로 그릴 노릇이다. 왜 그럴까? 글쓴이나 책쓴이가 “사람들 입맛에 맞추는 글과 책”을 써낸다면, 이때에는 돈팔이에 눈이 어두운 나머지 ‘삶·살림·사랑’을 안 그리거나 시늉만 할 뿐 아니라, 눈속임과 눈가림까지 하고야 만다.


우리는 모든 책을 읽을 노릇이다. 책을 가려서는 안 된다. 나물도 가릴 까닭이 없다. 한봄과 늦봄과 여름에 싱그러운 괭이밥이 얼마나 씁쓰레하게 뱃속에 이바지하는지 알아야 한다. 코딱지나물과 봄까지꽃과 잣나물이 얼마나 부드럽게 혀끝에서 녹고서 우리 몸을 고루 돌보는지 알아야 한다. 봄에 쑥과 냉이만 찾으니 “좋아하는 굴레”에 갇힌다. 쑥과 냉이도 누리되, 방가지똥도 소리쟁이도 누리면 되고, 갓과 유채를 김치 아닌 나물로도 누릴 노릇이다. 마늘쫑과 양파줄기도 누리면 되고, 부추와 파뿌리도 즐길 만하다.


단맛이 나는 책은 맨 나중에 읽어야 우리 눈이 빛난다. 쓴맛과 신맛과 짠맛과 매운맛이 푸진 책부터 두루 읽고 나서 단맛이 나는 책을 손에 쥐면, 우리 눈은 고루고루 무지개길을 연다. 처음부터 ‘무지개’만 찾으면, ‘외빛무지개’이고 만다. ‘무지개(다양성·소수존중)’를 외치거나 제대로 알고 싶다면, 쓴책과 신책과 짠책과 매운책과 떫은책까지 두루 읽은 다음에, 단책을 읽으면서 우리 마음과 몸과 넋을 나란히 살리면 넉넉하다.


ㅍㄹㄴ


“미후유, 법을 만드는 것도 평범한 인간이야.” “무슨 뜻이야?” “해로운 것을 금지하면 깨끗해지겠지만, 무엇이 해로운지를 정하는 사람이 과연 권리나 평등까지 훼손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걸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일까, 하는 뜻이야.” (9쪽)


“황당하군. 이 나라에서 책이 금지된 걸 몰랐다고? 검문에 안 걸린 게 용하군.” (22쪽)


“미후유가 하고 싶은 일이랑 하기 싫은 일을 잘 생각해서 소중히 했으면 해. 나도 미후유가 겨정한 일을 존중해 주고 싶고.” (38쪽)


“책은 그렇게 거창한 게 아니야. 그냥 읽고 즐기면 돼. 재미없어도 그것대로 좋은 경험이 되고.”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책은 돈이 된다고 생각할 뿐.” “돈벌이 수단이라고만 생각하는 사람은 가만히 있어!” (67쪽)


#この本を盜む者は #深綠野分 #空カケル


+


우리 집도 철조망을 설치해야겠어

→ 우리 집도 가시울을 놓아야겠어

→ 우리 집도 쇠담을 쳐야겠어

12쪽


미성년자라서 술은

→ 푸름이라서 술은

→ 어려서 술은

17쪽


그 쌍둥이는 자객이었어

→ 그 한짝은 사람잡이야

→ 그 둘은 목숨앗이야

→ 그 나란둥이는 칼잡이야

25쪽


연옥(煉獄) 주민은 먹을 게 필요없거든

→ 구렁 사람은 안 먹어도 되거든

→ 불굿 사람은 먹지 않아도 되거든

34쪽


놈의 행방을 알고 있을 텐데

→ 놈이 간 곳을 알 텐데

→ 놈이 있는 곳을 알 텐데

44쪽


멋진 일갈이었어

→ 멋지게 외쳤어

→ 멋지게 타박했어

→ 멋진 목소리야

→ 멋진 회초리야

93쪽


묻고 싶은 게 한두 개가 아니에요

→ 묻고 싶은 말이 한둘이 아니에요

→ 묻고 싶은 얘기가 많아요

95쪽


나나 너나 집단최면에 걸린 것뿐인 거고

→ 나나 너나 떼잠에 걸렸을 뿐이고

→ 나나 너나 무리잠에 걸렸을 뿐이고

98쪽


채굴한 석탄을 광차에 싣고 있는데

→ 떠낸 돌숯을 돌수레에 싣는데

→ 캐낸 굳돌기름을 수레에 싣는데

110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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