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훔치는 자는 2
후카미도리 노와키 지음, 소라 카케루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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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4.4.

책으로 삶읽기 1012


《이 책을 훔치는 자는 2》

 후카미도리 노와키 글

 소라 카케루 그림

 한나리 옮김

 대원씨아이

 2024.9.15.



《이 책을 훔치는 자는 2》(후카미도리 노와키·소라 카케루/한나리 옮김, 대원씨아이, 2024)을 읽었고, 석걸음을 마저 읽었다. 살짝 싱겁게 끝난 듯싶기도 하고, 서둘러 맺으려 한 듯싶기도 하다. 아무튼, 바늘도둑도 도둑이고 소도둑도 도둑이고 책도둑도 도둑이다. 무엇을 훔치든 똑같이 ‘훔침질’이다. 무엇을 훔치든 값을 달게 받을 노릇이다. 갈수록 사람들이 책을 덜 읽거나 안 읽는다고 여기는데, 집에서조차 손전화에 보임틀이 번쩍거리는데 누가 책을 읽고 싶겠는가? 집부터 손전화와 보임틀을 치우고서 마당에 앉아서 해바라기와 새바라기를 하면서 밭살림을 지으면, 손전화·보임틀을 쓰더라도 알맞게 다룰 뿐 아니라 책을 손에 쥘 수 있다. 밭살림을 하되 새바라기를 안 하는 분은 책을 안 읽는다고 느낀다. 새바라기를 안 하면 벌나비를 바라보지 않고, 들꽃을 안 바라보며, 개구리도 지네도 뱀도 거미도 그냥 다 미워하기만 한다. 새바라기를 할 적에는 새가 사람살이하고 살가이 얽힌 대목을 하나하나 읽고 느끼는 터라, 땅과 하늘이 맞닿는 길을 읽게 마련이고, 숲과 들과 바다가 어떻게 하나인지 돌아본다. 이리하여 사람이 손수 일군 이야기꾸러미인 책을 곁에 둘 만하다.


책을 읽으려 한다면, “좋아하는 책”은 맨 나중에 읽을 노릇이다. “좋아하는 책”에 사로잡히면 “삶에 이바지하는 까다롭거나 버겁거나 힘겹게 읽어내야 하는 책”을 등지거나 멀리하고 만다. “좋아하는 책”만 자꾸 읽다가는, “글결이 마음에 안 들더라도 우리 삶에 사랑씨앗을 고루고루 심는 숱한 책”을 그만 등돌리거나 미워하기까지 한다.


글쓴이나 책쓴이는 모든 사람 입맛에 안 맞추어야 한다. 왜 그럴까? 글쓴이나 책쓴이는 ‘입맛’이 아니라 ‘삶·살림·사랑’을 숲빛으로 그릴 노릇이다. 왜 그럴까? 글쓴이나 책쓴이가 “사람들 입맛에 맞추는 글과 책”을 써낸다면, 이때에는 돈팔이에 눈이 어두운 나머지 ‘삶·살림·사랑’을 안 그리거나 시늉만 할 뿐 아니라, 눈속임과 눈가림까지 하고야 만다.


우리는 모든 책을 읽을 노릇이다. 책을 가려서는 안 된다. 나물도 가릴 까닭이 없다. 한봄과 늦봄과 여름에 싱그러운 괭이밥이 얼마나 씁쓰레하게 뱃속에 이바지하는지 알아야 한다. 코딱지나물과 봄까지꽃과 잣나물이 얼마나 부드럽게 혀끝에서 녹고서 우리 몸을 고루 돌보는지 알아야 한다. 봄에 쑥과 냉이만 찾으니 “좋아하는 굴레”에 갇힌다. 쑥과 냉이도 누리되, 방가지똥도 소리쟁이도 누리면 되고, 갓과 유채를 김치 아닌 나물로도 누릴 노릇이다. 마늘쫑과 양파줄기도 누리면 되고, 부추와 파뿌리도 즐길 만하다.


단맛이 나는 책은 맨 나중에 읽어야 우리 눈이 빛난다. 쓴맛과 신맛과 짠맛과 매운맛이 푸진 책부터 두루 읽고 나서 단맛이 나는 책을 손에 쥐면, 우리 눈은 고루고루 무지개길을 연다. 처음부터 ‘무지개’만 찾으면, ‘외빛무지개’이고 만다. ‘무지개(다양성·소수존중)’를 외치거나 제대로 알고 싶다면, 쓴책과 신책과 짠책과 매운책과 떫은책까지 두루 읽은 다음에, 단책을 읽으면서 우리 마음과 몸과 넋을 나란히 살리면 넉넉하다.


ㅍㄹㄴ


“미후유, 법을 만드는 것도 평범한 인간이야.” “무슨 뜻이야?” “해로운 것을 금지하면 깨끗해지겠지만, 무엇이 해로운지를 정하는 사람이 과연 권리나 평등까지 훼손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걸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일까, 하는 뜻이야.” (9쪽)


“황당하군. 이 나라에서 책이 금지된 걸 몰랐다고? 검문에 안 걸린 게 용하군.” (22쪽)


“미후유가 하고 싶은 일이랑 하기 싫은 일을 잘 생각해서 소중히 했으면 해. 나도 미후유가 겨정한 일을 존중해 주고 싶고.” (38쪽)


“책은 그렇게 거창한 게 아니야. 그냥 읽고 즐기면 돼. 재미없어도 그것대로 좋은 경험이 되고.”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책은 돈이 된다고 생각할 뿐.” “돈벌이 수단이라고만 생각하는 사람은 가만히 있어!” (67쪽)


#この本を盜む者は #深綠野分 #空カケル


+


우리 집도 철조망을 설치해야겠어

→ 우리 집도 가시울을 놓아야겠어

→ 우리 집도 쇠담을 쳐야겠어

12쪽


미성년자라서 술은

→ 푸름이라서 술은

→ 어려서 술은

17쪽


그 쌍둥이는 자객이었어

→ 그 한짝은 사람잡이야

→ 그 둘은 목숨앗이야

→ 그 나란둥이는 칼잡이야

25쪽


연옥(煉獄) 주민은 먹을 게 필요없거든

→ 구렁 사람은 안 먹어도 되거든

→ 불굿 사람은 먹지 않아도 되거든

34쪽


놈의 행방을 알고 있을 텐데

→ 놈이 간 곳을 알 텐데

→ 놈이 있는 곳을 알 텐데

44쪽


멋진 일갈이었어

→ 멋지게 외쳤어

→ 멋지게 타박했어

→ 멋진 목소리야

→ 멋진 회초리야

93쪽


묻고 싶은 게 한두 개가 아니에요

→ 묻고 싶은 말이 한둘이 아니에요

→ 묻고 싶은 얘기가 많아요

95쪽


나나 너나 집단최면에 걸린 것뿐인 거고

→ 나나 너나 떼잠에 걸렸을 뿐이고

→ 나나 너나 무리잠에 걸렸을 뿐이고

98쪽


채굴한 석탄을 광차에 싣고 있는데

→ 떠낸 돌숯을 돌수레에 싣는데

→ 캐낸 굳돌기름을 수레에 싣는데

110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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