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영어] 마우스mouse



마우스(Maus) : [동물] 생물학, 의학, 약학 따위의 실험용으로 육종하여 길들인 생쥐. 색깔과 모양이 다른 수많은 돌연변이체가 있다

마우스(mouse) : [정보·통신] 컴퓨터 입력 장치의 하나. 책상 위 따위에서 움직이면 그에 따라 화면에 나타난 커서(cursor)가 움직이며, 위에 있는 버튼을 눌러 명령어를 선택하거나 프로그램을 실행한다

mouse : 1. 쥐, 생쥐(들판이나 사람의 집 등에 사는 작은 쥐) 2. 마우스

マウス(mouse) : 1. 마우스 2. 입력 장치의 하나. 손으로 잡고 커서를 이동시키는 데 쓰는 기구 3. 생쥐 (실험용 등에 쓰임)



영어로는 ‘mouse’일 텐데, 우리말로는 ‘쥐’입니다. 셈틀을 쓰면서 딸깍딸깍을 하거나 또각또각을 하는 살림을 가리킬 적에는, 수수하게 ‘다람쥐·다람이’나 ‘딸깍이·또각이’라 할 만합니다. ‘틱톡이·틱틱이·톡톡이’라 할 수 있어요. 또는 ‘셈쥐·손쥐·잡이쥐’처럼 새말을 엮어도 어울립니다. ㅍㄹㄴ



마우스를 쥔 손이 조금 떨렸다

→ 다람이를 쥔 손이 조금 떨렸다

→ 또각이를 쥔 손이 조금 떨렸다

《두근두근 내 인생》(김애란, 창비, 2011) 179쪽


다시 마우스와 노트북

→ 다시 다람이 무릎셈틀

《그림책이라는 산》(고정순, 만만한책방, 2021) 79쪽


마우스를 굴리며

→ 다람쥐를 굴리며

→ 톡톡이를 굴리며

《서울에서 도망칠 용기》(조하나, 느린서재, 202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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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영어] 브이아이피VIP



브이아이피(VIP) : 정부 요인이나 국빈 등과 같이 특별히 대우해야 할 아주 중요한 인물

VIP : 브이아이피, 요인 (Very Important Person)

ビップ(VIP) : 비프, 아주 중요한 인물 (정부 요인·국빈 등 특별 대우를 요하는 인물), 브이아이피 [어원]very important person



영어 ‘VIP’를 한글로 ‘브이아이피’로 적으면서 낱말책에 싣지만 ‘가운꽃·가운빛·가운별·가운임금’이나 ‘고운꽃·고운빛·고운별“이나 ’고운손·고운손님·꽃손·꽃손님’으로 풀어낼 만합니다. ‘꼭두손님·꼭두손·아름손·아름손님’이나 ‘으뜸손님·으뜸손·좋은손·좋은손님’이나 ‘큰손·큰손님’으로 풀어도 어울립니다. ‘으뜸·온으뜸·좋다·크다’나 ‘머드러기·엄지·분·첫째·하나·하나꽃’으로 풀 수도 있어요. ‘아름꽃·아름별·아름빛·아름꽃빛·아름빛꽃’이나 ‘아름이·아름사람’으로 풀어도 어울립니다. ㅍㄹㄴ



VIP건 가난뱅이건, 우리에게는 관계 없는 일이야

→ 꽃손이건 가난뱅이건, 우리는 모르는 일이야

→ 머드러기건 가난뱅이건, 우리는 먼 일이야

《소믈리에 9》(아라키 조·카이타니 시노부/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09) 23쪽


더 편하게 놀 수 있도록 팔찌를 채워 VIP존으로 올려 보냈다

→ 더 느긋이 놀 수 있도록 팔찌를 채워 가운칸으로 올렸다

→ 더 가벼이 놀 수 있도록 팔찌를 채워 으뜸칸으로 올렸다

《서울에서 도망칠 용기》(조하나, 느린서재, 2023)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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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높이뛰기 - 신지영 교수의 언어 감수성 향상 프로젝트
신지영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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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5.4.14.

다듬읽기 260


《언어의 높이뛰기》

 신지영

 인플로엔셜

 2021.9.1.



  우리나라는 기나긴 사슬살이에 끔찍한 잿더미일 뿐 아니라, 서슬퍼런 총칼수렁을 거쳐야 했지만, 이런 사슬과 잿더미와 총칼 사이를 뚫고 제법 잘사는 나라를 이루었다고 여깁니다. 무척 빠르게 일어선 나라로 손꼽습니다. 다만 ‘먹고살기(경제성장)’를 지나치게 꼭두에 놓은 탓에 ‘먹고살기’를 뺀 다른 모든 길은 뒷전이었고 팽개쳤으며 잊어버린 채 치달렸습니다. 무엇보다도 배움수렁(입시지옥)이 크나크고, 싸움불굿(전쟁)으로 마높(남북)이 으르렁거리는 담벼락이 높습니다.


  누구나 알듯 우리나라는 일본앞잡이를 하나도 쳐내지 못 하거나 않았습니다. 이 나라 모든 곳에 또아리를 튼 일본앞잡이는 그야말로 모든 곳에서 활개를 치면서 새롭게 돈·이름·힘을 거머쥐었습니다. 이제 글판(문학계)은 예전과 다르되 ‘앞잡이’가 없을 뿐 “앞잡이가 쓰던 말글”은 고스란합니다.


  《언어의 높이뛰기》는 우리가 아직 털지 않은 채 스스로 갇히는 ‘굴레말’과 ‘사슬말’을 짚습니다. 서로 아끼고 돌볼 줄 아는 말글이 아닌, 서로 미워하거나 깎거나 팽개치는 말글이 왜 불거지는지, 왜 우리는 스스로 우리말을 얕보고 깔보면서 내내 바깥말을 드높이는지 짚습니다. 그런데 “우리말을 얕보면서 바깥말을 드높이는 고름과 수렁”을 짚는 줄거리를 ‘우리말’이 아닌 ‘일본말씨·옮김말씨’로 풀어내고 맙니다.


  책이름인 “언어의 높이뛰기”는 그냥 일본말씨입니다. 글님은 이 대목을 알아채면서 누구보다 먼저 스스로 바로잡거나 가다듬거나 손질하면서 우리말을 익힐 수 있을까요? 흔히들 “갈수록 책을 안 읽는다”며 하소연을 하고, “요새 누가 종이사전을 사읽느냐”고 타박을 하지만, 말글을 다루는 일을 하는 사람들부터 스스로 책을 널리 읽고 종이사전을 곁에 두면 됩니다.


  꽃사람(연예인)이라는 길도 ‘말’을 다루는 일입니다. 보임틀(방송)에 나오는 모든 사람도 ‘말’을 다루는 일입니다. 여러모로 보면 벼슬꾼(대통령·국회의원·공무원) 모두 ‘말’을 다루는 일입니다. 이들은 모두 ‘한국어능력시험’이 아니라, 우리말로 이야기를 풀어낸 알찬 책을 늘 곁에 두면서 읽을 노릇이고, 종이사전도 곁에 놓고서 꾸준히 말글을 새로 익힐 노릇입니다.


  국립국어원에서 내놓은 《표준국어대사전》에 틀린 곳이나 빠진 곳이나 엉뚱한 곳이 무척 많습니다. 그러나 이처럼 틀리거나 빠지거나 엉뚱한 곳은 좀처럼 안 바뀝니다. 우리 스스로 말글을 잘 모르는 탓이 있고, 우리 스스로 말글을 즐겁고 아름답게 익히려는 마음이 모자라는 탓이 있습니다. 어느 누구만 탓할 수 없이, 우리 모두 나란히 “우리말을 너무 모르는데, 정작 우리 스스로 우리말을 너무 안 배우려”고 합니다.


  한글학회에서 낸 《우리말 큰사전》이 있고, 높녘(북녘)에서 낸 《조선말 대사전》이 있습니다. 이 두 가지 낱말책도 ‘네이버 사전’에 함께 담아야 할 텐데, 아직 국립국어원은 이런 데에 돈과 힘과 마음을 아예 못 쓰다시피 합니다. 또한, 낱말책은 너무 서둘러서 내면 안 되고, 적어도 쉰 해를 차근차근 추스르면서 천천히 낱말 하나하나 짚고서 풀어야 하지만, 우리는 그야말로 벼락에 콩을 볶아먹듯 지나치게 서둘렀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처음으로 돌아가서 바탕말(기본어휘)부터 뜻풀이를 제대로 펴는 길을 열 노릇입니다.


  우리나라 낱말책뿐 아니라, 말글을 다루는 사람들 거의 모두, ‘겹말(중복표현)’에 갇히고, ‘돌림풀이(순환정의)’에 얽매입니다. 그냥그냥 익숙하게 길든 말글이기에 그냥 써도 되지 않습니다. 어린이와 푸름이를 바라보면서 오늘부터 다같이 우리말을 새롭게 배울 노릇입니다. 낱말풀이나 낱말짓기는 꾼(전문가)이 아닌, “살림하는 수수한 사람”이 고을과 마을마다 새롭게 할 일이기도 합니다. 새말을 들일 적에는 언제나 어린이하고 푸름이한테 물어보면서 가다듬을 일이지요.


  말글을 다루고 가다듬고 다독이는 길을 제대로 열 적에 비로소 말이 말답게 살아나고 글을 글빛으로 일구는 살림을 다함께 누리리라 봅니다. 높이뛰기를 해도 나쁘지는 않되, ‘함께걷기’나 ‘나란걷기’처럼 ‘어깨동무’를 할 적에 비로소 말글이 반짝일 만하다고 봅니다.


  말은 시골에서 태어나기에 들숲메바다를 품으면서 누구나 즐겁게 쓰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요사이는 말이 아닌 글을 서울에서 벼락비처럼 쏟아내는 터라 그만 종잡을 수 없고 걷잡을 수 없도록 어지럽게 널뛴다고 느낍니다. 말부터 토닥이면서 글을 품을 적에 말글이 빛납니다. 말 한 마디를 아이곁에서 하고, 글 한 줄을 아이랑 손잡고 걷는 매무새로 쓴다면, 바로 우리 스스로 이처럼 말글살림을 짓는다면, 오늘부터 이 나라는 아름길로 접어들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ㅍㄹㄴ


《언어의 높이뛰기》(신지영, 인플로엔셜, 2021)


원고가 필자의 손에서 일단 떠나면

→ 글쓴이 손에서 글이 떠나면

→ 글쓴이가 글을 떠나보내면

5쪽


아내의 등만 보아야 하는 긴 시간을 잘 견딤은 물론

→ 곁님 등만 보아야 하는 긴 나날을 잘 견디면서

→ 짝꿍 등만 보아야 하는 긴날을 잘 견딜 뿐 아니라

9쪽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

→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얘기하면서

→ 처음 만나는 분하고 말을 섞으며

15쪽


나의 오해는 전적으로 당신의 탓

→ 내 잘못은 모두 그대 탓

→ 내가 잘못 들어도 네 탓

16쪽


말이든 글이든 언어는 상대를 전제한 행위다

→ 말이든 글이든 서로 있기에 주고받는다

→ 말이든 글이든 서로 있어야 나눈다

21쪽


역지사지의 원리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이 역지사지란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우리는 경험적으로 너무나도 잘 안다

→ 거울보기라고도 할 수 있는데, 우리는 거울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무척 잘 안다

→ 거꾸로보기라고도 할 수 있는데, 거꾸로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다들 흔히 겪는다

22쪽


10월 20일 방송이 내게 그런 깨달음을 주었다

→ 10월 20일 이야기로 깨달았다

→ 10월 20일 얘기로 깨닫기도 했다

29쪽


펀딩의 취지를 잘 살릴 수 있는 그림을 에코백에 담기 위해

→ 도르리 뜻을 잘 살릴 수 있는 그림을 천바구니에 담고자

→ 품앗이를 잘 살릴 수 있는 그림을 천바구니에 담으려고

29쪽


일견 초면인 관계에서 나이를 묻는 것이 한국어 사용자들에게 매우 익숙하고 허용적인 것처럼 보인다

→ 우리는 낯선 사이에서 나이를 물어도 된다고 익숙하게 여기는 듯하다

→ 우리는 모르는 사이에도 나이를 물을 수 있다고 익숙하게 여긴다

33쪽


더 큰 기득권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

→ 더 크게 힘을 쥐기에 

→ 더 크게 쥐락펴락하기에

37쪽


한국어 높임법에 신분의 차별은 없어졌다. 하지만 이를 대신하는 연령의 차별은 건재하다

→ 우리 높임말은 위아래로 긋지 않는다. 그렇지만 아직 나이로 단단히 긋는다

→ 우리는 높임말로 높낮이를 안 가른다. 그러나 아직 나이로 굳게 가른다

41쪽


한국어로 적절한 말하기를 하기 위해서는

→ 우리말을 알맞게 하려면

→ 우리가 알맞게 말을 하려면

47쪽


숨겨야 할 결함이 가득한 것이고

→ 숨겨야 할 흉이 가득하고

→ 숨겨야 할 멍울이 가득하고

61쪽


주류의 관점을 담은 언어 표현은 학습을 통해 굳어지면서 가장 일상적인 것이 되어 버린다

→ 큰줄기 눈길을 담은 말씨를 자꾸 듣기에 차츰 퍼져서 흔히 쓰고 만다

→ 우두머리 눈빛을 담은 말결을 자꾸 들으면서 삶으로 자리잡는다

64쪽


이런 질문에 대해 다음의 질문을 던져 보자

→ 이렇게 물으면 다음처럼 되물어 보자

→ 이렇게 본다면 다음처럼 되묻자

70쪽


병원에서 많이 듣게 되는 표현에 대해 알아보자

→ 돌봄터에서 자주 듣는 말씨를 알아보자

→ 돌봄집에서 으레 듣는 말결을 알아보자

81쪽


문법을 훼손해도 좋으니 공손성을 유지하라고 요구한 사람은 누구인가

→ 말틀을 밟아도 되니 납작하게 굴라고 밀어대는 사람은 누구인가

→ 누가 말을 망가뜨려도 되니 다소곳이 굴라고 바라는가

87쪽


일본으로부터 수입되어 사용되었던 때와 엄청난 온도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일본에서 들여와 쓰던 때와 엄청나게 다른 줄 알 수 있다

→ 일본한테서 받아들여 쓰던 때와 엄청나게 틈이 있다

104쪽


우리는 우리가 지닌 고정관념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 우리는 틀에 박힌 우리 마음부터 벗어나야 한다

→ 우리는 스스로 갇힌 틀부터 벗어나야 한다

→ 우리는 스스로 묶은 굴레부터 벗어나야 한다

180쪽


뭔가 어색하다는 생각이 들게 한 것은 말 그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가진 말에 대한 태도였던 것이다

→ 뭔가 안 맞는다고 여기는 까닭은 말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말을 보는 눈 탓이다

→ 뭔가 낯설다고 느끼는데 말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말을 보는 눈길 탓이다

235쪽


외래어는 새로움과 함께 낯설고 어렵다는 인상을 준다

→ 들온말은 새롭고 낯설고 어렵다고 느낀다

→ 바깥말은 새롭지만 낯설고 어렵기도 하다

237쪽


남들이 만든 말을 그냥 가져다 쓰면 당장은 쉬울 수 있다

→ 남이 지은 말을 그냥 쓰면 한동안 쉬울 수 있다

→ 남이 지은 말을 그냥 쓰면 처음은 쉬울 수 있다

242쪽


그렇게 되면 그 말에 종속되어 자신의 말을 만들 수 없게 된다

→ 그러면 그 말에 얽매여 우리말을 지을 수 없다

→ 그러면 그 말에 갇혀 우리 삶말을 못 짓는다

242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사전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내가 사랑한 사진책》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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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4.14.

숨은책 1039


《장돌뱅이 돈이 왜 구린지 알어?》

 유진룡 말

 김택춘 엮음

 1984.5.30.



  스스로 살아낸 나날을 남기고 싶으면 누구나 글을 씁니다. ‘어떤 종이(자격증·졸업장)’가 있어야 쓸 글이지 않습니다. ‘작은 종이’라면 어디에나 누구나 적어서 스스로 남기고 되새기는 글입니다. 예나 이제나 ‘글일(글 만지는 일)’을 하는 곳이면 ‘어떤 종이’를 따집니다. 글일이 아니어도 어떤 종이부터 바라기 일쑤입니다. 뜻이 있거나 꿈이 있대서 일터를 찾아내기란 까마득하거나 어렵습니다. 저는 아무런 ‘어떤 종이’를 하나도 안 땄지만 ‘국어사전 편집장’이란 자리를 2001∼03년에 맡았습니다. 한글학회 한글사랑지원단 단장이란 자리를 2009∼10년에 맡기도 했습니다. ‘편집장·단장’이란 이름을 받아서 일할 적에는, 밑말(기초어휘)을 모으려면 숱한 책을 읽고 살펴서 한 낱말씩 뽑아야 하기에 늘 온갖 책을 읽어야 했는데, “일삯을 받으며 책을 읽고 살필 수 있다”는 대목이 더없이 즐거웠습니다. 예전에는 그냥 읽기만 하던 《장돌뱅이 돈이 왜 구린지 알어?(뿌리깊은나무 민중 자서전 5 마지막 보부상 유 진룡의 한평생)》 같은 책을 밑줄을 천천히 그으며 거듭거듭 읽었습니다. 길에서도 손님을 만나면서도 밥을 먹으면서도, “낱말책으로 다룰 낱말을 살피려고 끝없이 읽고 살피”면서 지냈습니다. 즐거우면 지치거나 힘들지 않습니다. 안 즐겁기에 지치거나 힘들어요. 떠돌뱅이로 일한 장사꾼은 언제나 걷고 또 걷고 다시 걸으며 온누리를 누볐습니다. 발걸음 하나마다 이야기가 서려요. 낱말을 여미는 일꾼은 손끝이 닿는 데마다 이야기가 깨어납니다. 손끝과 눈끝으로 골골샅샅 누비며 길을 잇는 셈입니다.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사전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내가 사랑한 사진책》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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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4.13.

숨은책 845


《전공투, 일본학생운동사》

 가하라 게이지 엮음

 다까아좌 고오지 글

 도요다가 주히꼬 그림

 편집부 옮김

 백산서당

 1985.1.25.



  지난날은 푸른배움터나 어린배움터를 다니던 분이 들불처럼 일어났습니다. 나라가 온통 수렁이요, 옆나라 총칼에 억눌리는 판이기에, 조금이라도 배운 이는 “이대로 안 된다”는 목소리를 냈습니다. 더 앞서는 시골에서 들일을 하던 분이 들물결로 일어났습니다. 임금과 벼슬아치와 나리가 온나라를 옭죄는 굴레이기에, 낫과 쟁기를 쥐고서 벼슬집을 허물었습니다. 1960년 무렵에 이르러 ‘대학생’도 들너울로 일어섭니다. 그러나 이무렵부터 1990년에 이르는 동안 들너울에 몸담으면 소리없이 붙들려서 갇히는데, 조용히 삶터에 깃들어 집과 마을부터 수렁과 굴레를 치우려는 사람이 있다면, 벼슬판으로 나아가서 이름·돈·힘을 쥐는 사람도 나타납니다. 《전공투, 일본학생운동사》는 ‘전학공투회의(全學共鬪會議·ぜんがくきょうとうかいぎ)’가 일본에서 1960해무렵에 어떤 물결로 흘렀는지 글과 그림으로 들려줍니다. 어깨동무(평화)가 아닌 총칼나라로 돌아가려는 나라를 두고볼 수 없다는 젊은들꽃이요, 나라가 시키는 대로 허수아비가 되지 않겠다는 몸부림입니다. 그런데 ‘대학생 시위대’와 ‘전투경찰’은 한또래 젊은이입니다. 우리도 일본도 왜 한또래 젊은이끼리 부딪히고 싸워야 했습니다. 그들(권력자)은 높은자리에 앉아 팔짱질로 구경하는 얼거리는 예나 오늘이나 마찬가지로 단단한 담벼락입니다.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사전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내가 사랑한 사진책》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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