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삶말/사자성어] 산전수전



 이 방면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몸이었다 → 이쪽에서 숱한 일을 겪은 몸이었다

 산전수전 두루 겪은 → 온갖 일 겪은 / 갖은 일을 겪은 / 두루두루 겪은

 산전수전 안 한 일이 없이 → 이제껏 안 한 일이 없이 / 그야말로 안 한 일이 없이


산전수전(山戰水戰) : 산에서도 싸우고 물에서도 싸웠다는 뜻으로, 세상의 온갖 고생과 어려움을 다 겪었음을 이르는 말



  온갖 어려운 일을 다 겪었으니 ‘가시밭·가시밭길·가싯길’이나 ‘자갈밭·자갈길’이라 할 만합니다. ‘어렵다·어렵사리·힘겹다·힘들다’라 할 만하고, ‘이제껏·여태껏·이제까지·여태까지’로 풀어내거나 ‘그야말로·이야말로·두루·고루·바리바리·닥치는 대로’로 풀어내어도 어울립니다. ‘수두룩하다·수북하다·숱하다’나 ‘셀길없다·헤아릴 길 없다’라 할 수 있어요. ‘어마어마하다·엄청나다’나 ‘가지가지·갖가지·온갖·잔뜩·이것저것·이 일 저 일’이라 해도 되어요. ㅍㄹㄴ



산전수전 다 겪고 인생의 황혼을 맞은 노인이 이제부터 피어나는 어린이에게 반복해서 들려준 이야기 속에 선과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강조가 있었습니다

→ 온갖 고달픔 다 겪고 늘그막을 맞은 어른이 이제부터 피어나는 어린이한테 자꾸자꾸 들려준 이야기에 착하고 바른 길은 반드시 이긴다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 궂은 일 진 일 다 겪고 저물녘을 맞은 어른이 이제부터 피어나는 어린이한테 숱하게 들려준 이야기에 착하고 옳은 길은 반드시 이긴다는 뜻이 있었습니다

→ 삶을 고루고루 겪고 늘그막인 어른이 이제부터 피어나는 어린이한테 끊임없이 들려준 이야기는 착하고 참된 길은 반드시 이기고야 만다는 줄거리입니다

《어린이와 그림책》(마쯔이 다다시/이상금 옮김, 샘터, 1990) 175쪽


군부독재와 최전선에서 맞서 있는 대표성 있는 야당의 ‘입’을 기대했는데, 산전수전 다 겪은 노쇠하고 냉소적인 정치 성향이 풍겨 왔기 때문이다

→ 총칼나라에 앞장서서 맞선 당찬 들빛 ‘입’을 바랐는데, 이것저것 다 겪은 늙고 쌀쌀맞았기 때문이다

→ 총칼누리를 가장 앞에서 맞선 들사람 ‘입’을 바랐는데, 갖은 일을 다 치르느라 늙고 매몰찼기 때문이다

《아시아의 낯선 희망들》(이유경, 월간 말, 2007) 84쪽


산전수전 다 겪어본 느낌과 관료적인 느낌이 양립한다는 내 느낌이 맞았어

→ 온갖 일 다 겪어 보고 나리 같기도 하더니 맞아

→ 갖은 일 다 겪어 보고 딱딱하구나 싶더니 맞아

→ 이 일 저 일 겪어 보고서 틀에 박혔구나 싶더니 맞았어

《블랙 벨벳》(온다 리쿠/박정임 옮김, 너머, 2018) 323쪽


산전수전 두루 겪은 돌의 생애

→ 가시밭길 두루 겪은 돌

→ 이 일 저 일 겪은 돌

《미래 세대를 위한 자연사 이야기》(신나미, 철수와영희, 2025) 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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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생애 生涯


 생애 최고의 날 → 가장 좋은 날

 위대한 생애 → 훌륭한 삶 / 뛰어난 삶길

 위인들의 생애를 통해 교훈을 얻는다 → 훌륭님 삶에서 배운다


  ‘생애(生涯)’는 “1. 살아 있는 한평생의 기간 2. 살림을 살아 나갈 방도. 또는 현재 살림을 살아가고 있는 형편 = 생계”를 가리킨다고 해요. ‘살다·삶·삶길·살림길·살·-살이’이나 ‘나날·날·때·길·목숨’으로 고쳐쓸 만합니다. 때로는 털어내어 단출하게 쓸 수 있습니다. ‘가다·거치다·걷다·뚜벅’이나 ‘걸음·걸음꽃·걸어온길·돌’로 고쳐쓰고, ‘묻다·길자취·길너올’이나 ‘발자국·발자취·발짝·발결·발걸음’으로 고쳐씁니다. ‘자국·자취·이승·지난날’이나 ‘삶글·살림글’로 고쳐쓸 만하지요. ‘얘기·이야기·제 이야기’나 ‘여태·오늘까지·오롯이·이때껏·이제껏’으로도 고쳐쓰고요. ‘해·해적이·흐르다·칸·통틀다’나 ‘하다·한누리·한뉘·한살이·한삶’으로 고쳐써도 어울려요. ㅍㄹㄴ



사내의 한 생애가 무엇인고 하니, 일언이폐지해서, 돈을 벌어오는 것이다

→ 사내란 삶이 무엇인고 하니, 곧, 돈벌기이다

→ 사내한테 삶이 무엇인고 하니, 참말로, 돈벌기이다

→ 이리하여, 사내한테 삶이란, 돈벌기이다

《김훈 世說》(김훈, 생각의나무, 2002) 12쪽


내 생애 최고의 걸작은 너라는 것을

→ 내 삶에서 가장 멋진 너라고

→ 내 삶에서 네가 가장 훌륭하다고

→ 내가 지은 가장 아름다운 너라고

→ 내가 지은 가장 사랑스런 너라고

《천재 유교수의 생활 24》(야마시타 카즈미/신현숙 옮김, 학산문화사, 2004) 190쪽


남은 10년의 생애는

→ 남은 열 해는

→ 마지막 열 해는

→ 끝삶 열 해는

《도스또예프스끼 평전》(E.H.카/권영빈·김병익 옮김, 열린책들, 2011) 281쪽


깨갱! 개의 그 짧은 생애(生涯)도 끝이 났다

→ 깨갱! 개는 그 짧은 삶도 끝이 났다

→ 깨갱! 개는 그 짧은 목숨도 끝이 났다

《본전 생각》(김성렬, 문학의전당, 2015) 16쪽


그것을 액면 그대로 받아서 생애사를 구성하는 것은 우직한 소이일 것이다

→ 이를 그대로 받아서 삶을 엮는다면 고지식하다

→ 이를 그대로 받아서 발자취를 여미면 외곬이 된다

《소태산 평전》(김형수, 문학동네, 2016) 56쪽


생애 마지막 무렵에 명성을 얻었다

→ 삶 마지막 무렵에 이름을 얻었다

→ 늘그막에 이름을 얻었다

《글쓰는 여자의 공간》(타니아 슐리/남기철 옮김, 이봄, 2016) 54쪽


영천에서 살던 때가 생애 가장 행복하고 평화로운 시기였다

→ 영천에서 살던 때가 가장 즐겁고 아늑했다

→ 영천에서 살던 때가 나한테 가장 신나고 아름다웠다

《박남옥, 한국 첫 여성 영화감독》(박남옥, 마음산책, 2017) 17쪽


부창부수로 살아온 생애

→ 지아비 따르며 산 나날

→ 지아비 섬기며 살던 날

→ 지아비와 함께 걸은 길

→ 지아비랑 살아온 걸음

《나는 점점 왼편으로 기울어진다》(송문희, 문학의전당, 2017) 96쪽


이 책은 오듀본의 생애를 다루고 있으며, 그의 저작을 주로 참조했다

→ 이 책은 오듀본 발자취를 다루며, 그이 글을 살펴보았다

→ 이 책은 오듀본 삶을 다루며, 그이가 쓴 글을 살폈다

《오듀본, 새를 사랑한 남자》(파비앵 그롤로·제레미 루아예/이희정 옮김, 푸른지식, 2017) 7쪽


파란만장한 생애가 가득 펼쳐져 있습니다

→ 굽이치는 삶이 가득 펼쳐집니다

→ 물결치는 길이 가득 펼쳐집니다

→ 너울대는 나날이 가득 펼쳐집니다

《독립을 향한 열정의 기록, 백범일지》(강창훈, 책과함께어린이, 2018) 4쪽


생애에 몇 번 있었던 고비의 해였다

→ 살며 몇 판 있던 고비였다

→ 살며 몇 해 있던 고비였다

→ 고비를 맞이한 어느 해였다

《유르스나르의 구두》(스가 아쓰코/송태욱 옮김, 한뼘책방, 2020) 65쪽


식물 그림은 그리는 식물 종에 대해 깊이 조사하고 전 생애를 관찰하여 최소 1년에 걸쳐 제작됩니다

→ 풀꽃을 살피고 온삶을 들여다보며 적어도 한 해에 걸쳐서 그립니다

→ 풀을 그리기까지 온살이를 살피며 적어도 한 해를 들입니다

→ 풀꽃을 그리려면 온살림을 들여다보면서 적어도 한 해를 보냅니다

《식물학자의 노트》(신혜우, 김영사, 2021) 5쪽


생애주기는 우리로 하여금 이토록 다양한 자리에 서게 한다

→ 우리는 삶에 따라 이토록 온갖 자리에 선다

→ 우리는 발걸음에 따라 이토록 여러 자리에 선다

《날씨와 얼굴》(이슬아, 위고, 2023) 116쪽


남은 생애는 몇 년일까 시한부 인생처럼 물어본다

→ 남은 삶은 몇 해일까 마감줄처럼 물어본다

→ 몇 해 남은 삶일까 마지막길처럼 물어본다

《겨울나무로 우는 바람의 소리》(조선남, 삶창, 2024) 56쪽


산전수전 두루 겪은 돌의 생애

→ 가시밭길 두루 겪은 돌

→ 이 일 저 일 겪은 돌

《미래 세대를 위한 자연사 이야기》(신나미, 철수와영희, 2025) 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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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집 8
타아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4.23.

책으로 삶읽기 1013


《태양의 집 8》

 타아모

 이지혜 옮김

 대원씨아이

 2014.11.15.



뭇숨결을 북돋우는 오래숲이란, 언제나 길이길이 이은 씨앗 한 톨을 바탕으로 푸르게 일렁인다고 느낀다. 사람과 사람이 마주하는, 그러니까 아이어른이 서로 사람과 사람으로서 만나서 배움길을 어우르는 자리도, 푸른숲과 오래숲처럼 오래오래 이은 사랑이라는 살림손빛으로 펴게 마련이라고 느낀다. 《태양의 집 8》(타아모/이지혜 옮김, 대원씨아이, 2014)을 읽었다. 이 그림꽃을 처음 알아본 때에는 이미 판이 끊겼더라. 그래도 어찌저찌 낱책을 띄엄띄엄 하나씩 찾아내어 한 해 만에 열석걸음을 다 읽어냈고, 다 읽어낸 뒤로도 자리맡에 놓고서 멍하니 바라보곤 한다. ‘낳은 우리집 아빠’하고 ‘돌본 이웃집 오빠’ 사이에서 ‘내가 깃들 보금자리’가 있을는지 헤매는 아이가 스스로 일어서는 줄거리라고 할 만하다. 아이들은 어버이가 시키는 대로 자라지 않는다. 어버이가 시키는 대로 하는 아이는 오래지 않아 스스로 무너진다. 스스로 생각하면서 마음을 가꾸는 아이는 ‘어버이가 시키는 대로’ 안 하기에 늘 꾸지람을 들을는지 모르나, 오래지 않아 ‘천천히 어버이를 일깨우’면서 새롭게 이 마을과 집과 푸른별을 살리는 해님으로 돋아나게 마련이다.


ㅍㄹㄴ


“그래도 난 늘 히로 오빠에게 큰 힘을 얻었어. 그러니까 사과할 필요 없어.” (39쪽)


‘진짜 여기가 내가 있을 곳이라고 착각하게 돼. 언제 이렇게 나를 기다려주는 사람이 늘어났을까.’ (64쪽)


“히로 형은 남 생각만 하느라 이도저도 아닌 것처럼 보여. 어떻게 하고 싶어? 자신을 위해 움직이고 싶은 마음은 없어?” “나를 위해 움직이고 있어.” (80쪽)


#たいようのいえ #Taamo #タアモ


+


그래도 난 늘 히로 오빠에게 큰 힘을 얻었어

→ 그래도 난 늘 히로 오빠한테서 힘을 얻었어

→ 그래도 늘 히로 오빠가 날 크게 북돋았어

39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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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데서 시간이 더 천천히 몰개시선 4
황화섭 지음 / 몰개 / 2023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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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시집을 읽고서

별꽃을 다섯 모두 붙인 지 언제였는지

떠오르지조차 않는다.

얼마만에 별꽃을 다섯 붙이는가?

스스로도 놀란다.

.

.

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5.4.23.

노래책시렁 495


《낮은 데서 시간이 더 천천히》

 황화섭

 몰개

 2023.7.28.



  우리는 마음을 으레 바다나 하늘이나 그릇에 빗댑니다. 누구나 마음이란, 바다와 하늘과 그릇마냥 깊이와 너비를 알 수 없다는 뜻입니다. 푸짐하게 담을 뿐 아니라, 푸근하게 담고, 푸지게 나눌 뿐 아니라 모든 앙금과 응어리를 풀어내는 바다와 하늘과 그릇과 같은 마음이라고 여길 만합니다. 《낮은 데서 시간이 더 천천히》를 대구 ‘앞산’ 곁에 있는 ‘노래책집(시집 전문서점)’ 〈산아래시〉에서 만났습니다. 손바닥에 가볍게 안기는 자그마한 노랫자락을 시외버스를 타고 움직이는 길에 천천히 읽습니다. ‘시’나 ‘문학’을 한다는 티나 허울은 거의 드러내지 않으면서 그저 ‘노래’를 하는 이야기가 흐릅니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노래를 짓고 나누는 사람이 있나 싶어 놀랍니다. 어떤 이는 이 노래책을 ‘산문시’라 여기는데, 덧없는 말입니다. 이 노래책은 “노래를 담은 꾸러미”입니다. 하루하루 살아내고 살아가고 살아온 발걸음을 발바닥에 새긴 이야기 그대로 손바닥에 얹어서 하나하나 돌아본 뒤에, 마룻바닥에 앉아서 차분히 써내려간 노래입니다. 온누리에는 ‘좋은노래’나 ‘나쁜노래’란 없습니다. 그저 ‘삶노래·살림노래’하고 ‘꾸민노래·허울노래’가 있습니다. 참으로 드문 삶노래에 살림노래를 다 읽고서 고흥으로 돌아오는 길에 고즈넉이 눈을 감고서 긴긴 책집마실 발걸음을 되새겼습니다.


ㅍㄹㄴ


한낮이 되어 마당에 두껍던 눈이 반쯤 녹을 즈음에도 / 새들은 하늘을 한없이 날다가도 / 다시 마당으로 내려앉았다. / “야야, 새들한테 좁쌀 좀 뿌려줘라.” / 아버지 말씀에 좁쌀을 뿌려주니 / 참새들이 쫑알쫑알 신나게 좁쌀을 먹어치운다. (새/16쪽)


내 나이 34세 때, 어머니는 76세에 돌아가셨다. / 어머니 돌아가신 날 산소에서 훌쩍이다가 / 해가 지자 무서워져서 집으로 내달렸다. / 집 마당까지 달려와서 어머니한테 큰절을 했었다. (외갓집 가는 길/23쪽)


“교수님 왜 하필이면 서울에서 멀기도 먼 이곳에 박물관을 지으셨습니까?” “여기 예천이 밤하늘 별 관찰하기가 젤 좋은 곳이야.” (53쪽)


나는 슬금슬금 강의실을 빠져나와 정문으로 다시 나갔다. 수업이 미처 끝나기도 전이었다. 정문 바깥쪽 길가에 헌책을 팔고 있었다. 《思想界》 《씨알의 소리》 곰팡내가 나는 것 같은 책. 당시 형님은 약수동에서 헌책방을 열고 계셨다. 그때 산 헌책을 다 읽고 나면 형님한테 갔다 드렸다. 형님 말씀 “야야, 대학 들어갔으면 전공책을 읽어야지 뭐 이런 헌책을 읽노.” … 느닷없는 석사장교 6개월 제도로 그의 아들, 그의 친구 아들도 석사장교 6개월로 군제대한 사실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들이 석사장교 6개월 제대 후 얼마 안가서 석사장교 제도는 폐지되었다. 대학 졸업 정원제도 없어졌다. (낮은 땅에서 살아보려고/58, 59쪽)


나에겐 내 몸과 같은 친구가 있다. 중학교 때부터 사귀던 여자친구를 대학 다니던 시절에 운동권 선배하테 빼앗긴 친구. 노동운동을 열심히 하던 그 친구는 현장에서 손가락이 두 번이나 잘려 나간 적도 있었는데 지금은 그 모든 슬픔을 딛고서 반가사유상의 미소를 띠면서 (반가사유상/62쪽)


한참 후에 그분한테 물었다, 여자처럼 화장하는 이유에 대해서. / 자기는 직업군인으로 군 헌병대에 오랫동안 근무했다고, / 무슨 사건이 생겼는데 그 사건으로 해서 너무나 억울하게 너무나 심하게 고문을 당했다고 한다. / 그 후에 군에서 쫓겨났다고, 그 고문 후유증으로 남자들이 싫어서 여장을 하고 다닌다고 했다. (화장하는 남자/84쪽)


+


《낮은 데서 시간이 더 천천히》(황화섭, 몰개, 2023)


기억의 처음은 내가 기어 다니다가 첫걸음을 걸으면서 똥을 내질렀다는 것

→ 떠오르는 처음은 내가 기어다니다가 첫걸음을 떼면서 똥을 내질렀다는

→ 되새기는 처음은 내가 기어다니다가 처설음을 디디며 똥을 내질렀다는

5쪽


가끔씩은 고양이 수염 따라

→ 가끔은 고양이 나룻 따라

5쪽


바람의 향기, 톱날에 쓰러지는 나무들 톱밥의 냄새

→ 바람내음, 톱날에 쓰러지는 나무마다 톱밥냄새

→ 바람내, 톱날에 쓰러지는 나무에 톱밥내

13쪽


한없이 곡식 씨같이 생긴 것을 가끔씩 쓸어주었다

→ 가없이 낟알같이 생긴 알을 가끔 쓸어주었다

20쪽


정한수 물을 귀한 반상에 올리고서

→ 새벽물을 값진 자리에 올리고서

→ 비나리물 고운 밥자리에 올리고서

27쪽


바보가족들의 행진에도 바다는 그저

→ 바보네가 거닐어도 바다는 그저

→ 바보집안이 걸어도 바다는 그저

35쪽


서른 호 정도의 집들이 서로 다투지 않을 정도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 서른 집 즈음이 서로 다투지 않을 만큼 알맞게 떨어져서

→ 서른 채 남짓이 서로 다투지 않을 만큼 슬슬 떨어져서

56쪽


백년해로하는 부부가 있었다

→ 한꽃사랑인 둘이 있다

→ 꽃사랑인 짝지가 있다

77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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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4.17.


《조선으로 간 일본인 아내》

 하야시 노리코 글·사진/정수윤 옮김, 정은문고, 2020.8.10.



언제나처럼 01∼06시 사이에 글일을 하고서 가만히 몸과 머리를 쉬는 이른아침인데, 우리 책숲으로 손님이 찾아온다. 고흥읍에 살면서 ‘라임(Rhyme)사전’이라는 글빛을 가꾸는 길을 걷는 분이다. 먼먼 큰고장이 아닌 시골에 깃들며 말꽃을 헤아리는 분을 만나니 뜻밖이면서 반갑다. 오늘날 시골사람은 두 갈래 말을 어릴적부터 듣고 살피고 펼 수 있기에, 글쓰기를 할 적에 한결 반짝일 만하다. ‘두말’이란 ‘시골말(사투리) + 서울말(나라말)’이다. 시골말을 품는 마음이기에 ‘스스로 짓는 말’을 그린다. 서울말을 바라보는 매무새이기에 ‘이웃이 쓰는 말을 살펴는 마음’을 돌본다. 《조선으로 간 일본인 아내》를 읽었다. 첫 쪽을 넘기고서 끝 쪽을 닫기까지 달포가 흘렀다. 야금야금 아끼며 읽었다. 아니, “높녘(북조선)에서 살아가기로 한 뒤로는 뜻밖에 ‘삶’이 아닌 ‘굴레’로 바뀐 나날에, ‘말’을 하고 싶어도 ‘마음’을 감추어야 했던 사람들이, ‘눈물’을 지으며 여태까지 살아남은 길”을 풀어낸 책이 태어날 수 있었구나 싶어 놀라웠다. 책쓴이는 높녘에 아직도 ‘자아비판·호상비판’이 있는 줄 알까? ‘노려보는(감시) 눈길’이 버젓한 터전에서 ‘나(일본 곁님)’를 안 잊은 ‘너(일본 이웃)’가 있는 줄 느낀 할매들은 그저 눈짓과 손짓으로 온갖 말씀을 남겨 놓으려고 애쓰셨구나 싶다.


#朝鮮に渡った日本人妻 #60年の記憶 #林典子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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