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4.17.


《조선으로 간 일본인 아내》

 하야시 노리코 글·사진/정수윤 옮김, 정은문고, 2020.8.10.



언제나처럼 01∼06시 사이에 글일을 하고서 가만히 몸과 머리를 쉬는 이른아침인데, 우리 책숲으로 손님이 찾아온다. 고흥읍에 살면서 ‘라임(Rhyme)사전’이라는 글빛을 가꾸는 길을 걷는 분이다. 먼먼 큰고장이 아닌 시골에 깃들며 말꽃을 헤아리는 분을 만나니 뜻밖이면서 반갑다. 오늘날 시골사람은 두 갈래 말을 어릴적부터 듣고 살피고 펼 수 있기에, 글쓰기를 할 적에 한결 반짝일 만하다. ‘두말’이란 ‘시골말(사투리) + 서울말(나라말)’이다. 시골말을 품는 마음이기에 ‘스스로 짓는 말’을 그린다. 서울말을 바라보는 매무새이기에 ‘이웃이 쓰는 말을 살펴는 마음’을 돌본다. 《조선으로 간 일본인 아내》를 읽었다. 첫 쪽을 넘기고서 끝 쪽을 닫기까지 달포가 흘렀다. 야금야금 아끼며 읽었다. 아니, “높녘(북조선)에서 살아가기로 한 뒤로는 뜻밖에 ‘삶’이 아닌 ‘굴레’로 바뀐 나날에, ‘말’을 하고 싶어도 ‘마음’을 감추어야 했던 사람들이, ‘눈물’을 지으며 여태까지 살아남은 길”을 풀어낸 책이 태어날 수 있었구나 싶어 놀라웠다. 책쓴이는 높녘에 아직도 ‘자아비판·호상비판’이 있는 줄 알까? ‘노려보는(감시) 눈길’이 버젓한 터전에서 ‘나(일본 곁님)’를 안 잊은 ‘너(일본 이웃)’가 있는 줄 느낀 할매들은 그저 눈짓과 손짓으로 온갖 말씀을 남겨 놓으려고 애쓰셨구나 싶다.


#朝鮮に渡った日本人妻 #60年の記憶 #林典子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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