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4.26.


《내 몸과 지구를 지키는 화장품 사용 설명서》

 배나린·배성호 글, 철수와영희, 2025.4.5.



후박꽃이 바람에 수북수북 떨어진다. 떨어진 꽃을 고이 주워서 맛본다. 달곰한 한봄꽃이다. 예부터 아이어른 누구나 후박꽃을 알뜰히 주워서 봄밥으로 누렸으리라 본다. 오늘날 우리는 나무꽃이건 풀꽃이건 모두 나물인 줄 잊는다. 먹어서 안 될 꽃송이란 없다. 다 다른 곳에 다 다른 길로 쓰는 나물인걸. 귀염꽃이라면 몸살림에는 이바지하지 않되, 숲들메에서 스스로 돋아서 푸르게 한들거리는 모든 풀꽃은 누구나 북돋우는 밥살림이다. 《내 몸과 지구를 지키는 화장품 사용 설명서》를 읽었다. 꽃물(화장품)을 쓰는 사람도 많지만, 안 쓰는 사람도 많다. 꽃물을 쓰는 탓에 살결이 망가지는 사람도 많고, 그럭저럭 멀쩡한 사람도 많다. 들일이나 바닷일을 한다면 꽃물을 바를 겨를도 없지만, 발라서는 안 된다. 아기한테 젖을 물리거나 아이를 돌볼 적에도 꽃물은 안 발라야 한다. 이제 우리도 조금은 바꾸지만, 일본에서 나오는 ‘샤본다마’라는 비누는 ‘합성계면활성제·형광증백제·방부제·화학향료·합성색소’를 하나도 안 넣는다. 우리나라 꽃물이며 비누에는 ‘화학·합성’을 얼마나 넣을까? 꽃물을 안 쓰더라도 어떤 비누로 씻고 빨래하고 설거지하느냐에 따라서도 살갗이 망가질 수 있다. 이뿐인가? 꽃물과 비누를 쓸 적마다 구정물이 땅과 바다로 스미니, 어떤 꽃물과 비누를 쓰느냐에 따라 우리 스스로 들숲바다를 망가뜨리거나 살리는 갈림길에 선다. 집과 배움터와 일터에서는 어떤 비누를 놓을까? 나는 바깥일을 보려면 으레 먼길을 나서면서 길손집에 깃드는데, 손비누와 빨래비누를 따로 챙긴다. 잇물(치약)에도 갖은 ‘화학·합성’을 넣기에, 우리가 아무 잇물이나 쓰면 들숲바다를 날마다 더럽히는 셈이다. 배움터와 돌봄터(병원)는 “이를 잘 닦자”만 얘기하지만, 어떤 잇물을 써야 하는지 아예 안 살피기 일쑤이다.


언뜻 본다면 고작 비누 하나요 잇물 하나에 꽃물 한 가지일는지 모르나, 지난날에는 누구나 손수 지어서 쓰던 살림이다. 지난날에는 땅과 바다를 정갈히 돌보는 길로 살림을 지었다. 오늘날에는 더 값싸게 많이 팔아치우려고 ‘알림(광고)’을 퍼붓고 사람들을 길들이려 한다. 손수짓기가 가장 나은 길이되, 손수짓기가 버겁다면 ‘꼼꼼찾기’는 해야 마땅하다. 사람만 살아가는 푸른별이 아니고, 나만 살면 되는 터전이 아니니까. 땅과 바다가 망가지면 바로 나(사람)도 나란히 죽는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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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4.25.


《푸른 눈의 독립운동가 스코필드 박사의 3.1운동 일기》

 김영숙 글·장경혜 그림, 풀빛, 2019.2.27.



볕이 넉넉한 이틀이다. 담가 놓은 빨래는 작은아이한테 맡긴다. 낮밥도 스스로 차리라고 이른다. 이윽고 작은아이랑 저잣마실을 가려는데 마을논에서 큰새 한 마리가 우리 둘을 알아보고는 어기적어기적 논 복판으로 걸어간다. 어느 새일까? 마침 찰칵이를 챙겼기에 찍어 놓는다. 뒷모습은 뜸부기하고 닮았지만, 나중에 들여다보니 꿩이네. 같이 걸어다니며 한참 이야기한다. 우리는 오늘 하루 무엇을 먹을는지, 옷은 어떻게 입을는지, 집안은 어떻게 돌볼는지, 무엇을 스스로 배우고 싶은지, 하나부터 열까지 남이 아닌 나로서 짚으면서 길을 찾아야 한다고. 몸으로 나서서 배운 뒤에, 마음으로 가다듬어 익히려 해야 비로소 사람으로 살아간다고 들려준다. 《푸른 눈의 독립운동가 스코필드 박사의 3.1운동 일기》를 읽는 내내 아쉬웠다. 1919년 언저리에 이 땅에서 일하는 이웃이 제법 많다. 이들은 꼭두(영웅)에 서려는 마음이 아니었다. 이 땅에서 만난 수수한 사람하고 어깨동무하려는 씨앗마음이었다고 여길 만하다. 어떤 씨앗을 마주하고 나누고 새롭게 심는 길이었는가 하고 짚는다면 넉넉할 텐데, 숱한 ‘위인전’은 자꾸 추킴길로 치닫는다. 어린이도 어른도 ‘추켜세워서 따라갈 꼭두’가 아니라 ‘저마다 스스로 설 빛’을 볼 일이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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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멋진 새 있어? 국민서관 그림동화 215
매리언 튜카스 지음, 서남희 옮김 / 국민서관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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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5.8.

그림책시렁 1574


《나보다 멋진 새 있어?》

 매리언 튜카스

 서남희 옮김

 국민서관

 2018.9.27.



  새는 언제나 새이고, 사람은 언제나 사람이며, 나무는 언제나 나무입니다. 새를 말하고 싶으면 새한테서 이야기를 들으면 되고, 새를 오래오래 지켜볼 노릇입니다. 사람을 말하고 싶다면 사람한테서 이야기를 들으면 돼요. 나무를 말하고 싶으면 나무가 들려주는 얘기를 귀담아들을 노릇입니다. 《나보다 멋진 새 있어?》는 ‘다 다른 숨결한테 깃든 다 다른 빛’을 밝히는 얼거리 같지만, 막상 ‘사람’을 ‘새 모습’으로 꾸며서 들려줍니다. ‘새를 이야기하는 줄거리’가 아닌 ‘사람을 이야기하는 줄거리’요, 이 가운데에서도 ‘서울(대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을 다룹니다. 새는 부리를 여러 빛으로 바른다든지 이모저모 안 꾸며요. 새는 오직 하늘을 날고 나무에 앉고 바람을 타고 벌레잡이를 하고 하루를 노래하고 짝하고 낳는 새끼를 사랑으로 돌보는 둥지를 헤아리는 숨빛입니다. 새를 그리고 싶으면 ‘새를’ 그려야지요. ‘서울에서 멋부리면서 다른 겉모습으로 꾸미는 사람’을 이렇게 덧입히는 얼거리라면, 서울사람한테도 온누리 아이들한테도 이바지를 못 한다고 느낍니다. 오히려 아이들한테 겉모습을 꾸미라고 내모는 셈입니다. 모든 아이는 어버이한테서 사랑을 받으며 태어난 몸과 마음 그대로 빛나요. 속빛이 아닌 겉옷에 얽매인다면, 우리 스스로 갉거나 할퀴는 굴레입니다.


#BobTheArtist #MarionDeuchars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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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5.8. 네가 싫다면



  네가 싫다면 넌 다가서지 않아. 네가 싫어하느라 네가 안 다가서니, 넌 어제도 오늘도 꽃내음을 모르고 새소리를 모르고 늦봄빛을 모르고 밤별빛을 몰라.


  넌 꽃내음이 밥먹여 주느냐고 묻는구나. 새소리가 돈이 되느냐고 따지는구나. 늦봄빛으로 무슨 인문지식이 되느냐고 웃는구나. 그래, 제비를 모르고 박쥐소리를 귀여겨듣지 않아도 새책도 새뜸도 쏟아져. 넌 보고 들을 얘기 넘친다고 하는구나.


  소쩍새를 기다리는 사람은 버스나 전철을 탈 적에 새치기를 안 해. 장끼랑 까투리를 반기고 봄나비를 그윽히 바라보는 사람은 갈라치기나 무리짓기를 안 해. 서울에서는 골목과 기스락에 애기똥풀이 오르더구나. 시골에서는 잣나물과 민들레와 봄까지꽃과 꽃마리가 사르르 녹으면서 돌나물이 올라와. 곧 멧딸기알이 영글지.


  넌 어디를 보니? 넌 어디로 가니? 넌 무엇을 그리니? 넌 해바람비랑 늘 하나인 줄 느끼니?


  저 하늘 좀 봐. 2025년 올해는 지난해에 대면 새가 엄청나게 줄었어. 해마다 새랑 개구리랑 풀벌레랑 나무가 얼마나 줄어드는지 알거나 살피거나 느끼니? 나라지기가 되겠노라 외치는 사람이 여럿인데 아무도 새나 시골이나 숲이나 어린이 이야기를 안 하더라. 책을 읽는다거나 나누려는 말을 하는 사람도 없어. 그러면 뽑을 사람이 있을까? 가덕도를 멈추고 올림픽을 멈추고 해저송전선을 멈추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이는 나라지기가 아닌 도둑이 되려는 마음이지 않겠니?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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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뭘 하며 놀까?



서울 대방동에서 밤을 맞이하는데

술꾼들 술수다가 늦도록 있네

새벽에 이르러 비로소 잦아드는데

이제부터 빗소리가 퍼진다


내 등짐에 슈룹이 있지만

등짐만 씌우고서

비놀이를 누리고 비맛을 본다


숭실대 앞에서 전철을 내리려는데

이곳 일꾼이 디딤돌로 오르지 말라고

에스컬레이터 타라며 팔뚝을 억세게 잡네


나는 사나운 손을 물리치고서

가볍게 높다란 디딤돌을 척척 올라간다


2025.4.22.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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