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4.25.


《푸른 눈의 독립운동가 스코필드 박사의 3.1운동 일기》

 김영숙 글·장경혜 그림, 풀빛, 2019.2.27.



볕이 넉넉한 이틀이다. 담가 놓은 빨래는 작은아이한테 맡긴다. 낮밥도 스스로 차리라고 이른다. 이윽고 작은아이랑 저잣마실을 가려는데 마을논에서 큰새 한 마리가 우리 둘을 알아보고는 어기적어기적 논 복판으로 걸어간다. 어느 새일까? 마침 찰칵이를 챙겼기에 찍어 놓는다. 뒷모습은 뜸부기하고 닮았지만, 나중에 들여다보니 꿩이네. 같이 걸어다니며 한참 이야기한다. 우리는 오늘 하루 무엇을 먹을는지, 옷은 어떻게 입을는지, 집안은 어떻게 돌볼는지, 무엇을 스스로 배우고 싶은지, 하나부터 열까지 남이 아닌 나로서 짚으면서 길을 찾아야 한다고. 몸으로 나서서 배운 뒤에, 마음으로 가다듬어 익히려 해야 비로소 사람으로 살아간다고 들려준다. 《푸른 눈의 독립운동가 스코필드 박사의 3.1운동 일기》를 읽는 내내 아쉬웠다. 1919년 언저리에 이 땅에서 일하는 이웃이 제법 많다. 이들은 꼭두(영웅)에 서려는 마음이 아니었다. 이 땅에서 만난 수수한 사람하고 어깨동무하려는 씨앗마음이었다고 여길 만하다. 어떤 씨앗을 마주하고 나누고 새롭게 심는 길이었는가 하고 짚는다면 넉넉할 텐데, 숱한 ‘위인전’은 자꾸 추킴길로 치닫는다. 어린이도 어른도 ‘추켜세워서 따라갈 꼭두’가 아니라 ‘저마다 스스로 설 빛’을 볼 일이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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