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5.8. 네가 싫다면
네가 싫다면 넌 다가서지 않아. 네가 싫어하느라 네가 안 다가서니, 넌 어제도 오늘도 꽃내음을 모르고 새소리를 모르고 늦봄빛을 모르고 밤별빛을 몰라.
넌 꽃내음이 밥먹여 주느냐고 묻는구나. 새소리가 돈이 되느냐고 따지는구나. 늦봄빛으로 무슨 인문지식이 되느냐고 웃는구나. 그래, 제비를 모르고 박쥐소리를 귀여겨듣지 않아도 새책도 새뜸도 쏟아져. 넌 보고 들을 얘기 넘친다고 하는구나.
소쩍새를 기다리는 사람은 버스나 전철을 탈 적에 새치기를 안 해. 장끼랑 까투리를 반기고 봄나비를 그윽히 바라보는 사람은 갈라치기나 무리짓기를 안 해. 서울에서는 골목과 기스락에 애기똥풀이 오르더구나. 시골에서는 잣나물과 민들레와 봄까지꽃과 꽃마리가 사르르 녹으면서 돌나물이 올라와. 곧 멧딸기알이 영글지.
넌 어디를 보니? 넌 어디로 가니? 넌 무엇을 그리니? 넌 해바람비랑 늘 하나인 줄 느끼니?
저 하늘 좀 봐. 2025년 올해는 지난해에 대면 새가 엄청나게 줄었어. 해마다 새랑 개구리랑 풀벌레랑 나무가 얼마나 줄어드는지 알거나 살피거나 느끼니? 나라지기가 되겠노라 외치는 사람이 여럿인데 아무도 새나 시골이나 숲이나 어린이 이야기를 안 하더라. 책을 읽는다거나 나누려는 말을 하는 사람도 없어. 그러면 뽑을 사람이 있을까? 가덕도를 멈추고 올림픽을 멈추고 해저송전선을 멈추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이는 나라지기가 아닌 도둑이 되려는 마음이지 않겠니?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