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5.8.


《동화를 어떻게 쓸 것인가》

 이오덕 글, 삼인, 2011.9.16.



부산 마을책집 〈책과 아이들〉에서 깃새글꽃(상주작가)으로 함께 이야기밭을 일구기로 한 2025년이다. 짧게 일곱 달을 깃들며 글꽃을 여미는 동안 ‘낛(국민연금·건강보험)’을 나라에서 대준단다. 누가 낛을 대주기로는 2009∼10년에 한글학회 일을 도울 무렵 뒤로 처음이다. 이러구러 새벽에 옆마을로 달려가서 첫 시골버스를 탄다. 순천을 거쳐서 부산에 닿는다. 사직동 〈읽는 마음〉부터 들른다. 어제 갓 열었다는 책집이 이제부터 빛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부산교대 너른터를 가로질러 걷는다. 멀쩡한 느티나무 줄기를 뭉텅뭉텅 치기도 했지만, 고스란히 두기도 했다. 나무가 하늘을 바라보며 가지를 뻗는 곳이어야 배움터라고 본다. 나무를 괴롭히는 손끝이 있다면 배움터일 수 없다. 오랜만에 《동화를 어떻게 쓸 것인가》를 돌아본다. 어린글꽃(어린이문학)을 쓰는 길잡이책이 여럿 나오기는 하는데, 어쩐지 ‘잘 팔려서 살아남는 굴레’에 치우치기 일쑤이다. ‘아이곁’에 서면서 ‘어른곁’에도 서는 마음을 짚는 길잡이책이 요새는 안 나온다. 모든 사람은 아이로 태어나서 어른으로 살림한다. 어린글꽃뿐 아니라 여느글꽃(일반문학)도 ‘아이곁 + 어른곁’이라는 눈빛과 매무새로 다가설 노릇이다. 그리고 숲곁과 마을곁에 서야지.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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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5.7.


《실비아 플라스 동화집》

 실비아 플라스 글/오현아 옮김, 마음산책, 2016.4.20.



아침 일찍 고흥읍으로 간다. 고흥교육지원청까지 걸어가며 책을 읽는다. 우리 책숲으로 삼는 ‘옛 흥양초등학교’ 임대계약서를 새로 쓴다. 해삯으로 110만 원을 치른다. 물·빛(전기)을 못 쓰고, 비가 새는 낡은 집이되, 지난 열다섯 해 동안 고쳐주거나 손보지 않고서 해삯은 꼬박꼬박 받는다. 그러려니 여기기로 한다. 다시 책을 읽으며 나래터까지 걷는다. 글월을 부치고서 저잣마실을 한 뒤에 시골버스를 탄다. 옆마을에 내려 새삼스레 걷는다. 집에 닿아 짐을 부리고서 씻은 뒤에 드러눕는다. 두 시간쯤 푹 쉬고서 《미래 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끝손질을 한다. 펴냄터에서 여러모로 꼼꼼히 짚고 알려주셨다. 저녁에 마치고서 기지개를 켠다. 《실비아 플라스 시 전집》을 먼저 읽었고, 《실비아 플라스 동화집》을 이어서 읽었다. 옮김말이 안 와닿기도 했지만, 《동화집》은 좀 따분했다. 여러 아이가 어떻게 한집에서 어울리며 서로 아끼는가 하는 줄거리를 상냥하게 가르치려는 뜻은 알겠지만, 이 대목에서 멈췄구나 싶다. 왜 아이가 ‘옷’을 ‘멋’과 ‘자랑’으로 여겨야 할까? 우리가 쓰고 읽는 글을 ‘옷·멋·자랑’으로 여길 적에는 스스로 굴레에 갇힌다. 삶과 집살림도 말글도 언제나 숲과 씨앗과 꿈으로 여밀 뿐이다.


#SylviaPlath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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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5.6.


《남겨둘 시간이 없답니다》

 어슐러 K.르 귄 글/진서희 옮김, 황금가지, 2019.1.29.



아침에 해가 나는가 싶더니 가랑비가 잇는 하루이다. 낮에 두바퀴를 달린다. 가볍게 흩뿌리는 비를 맞는다. 들녘 논두렁 풀을 베는 일꾼이 여럿 보인다. 풀이 조금만 돋으면 모조리 쳐내야 한다고 여기는 가난한 마음을 털어내지 않을 적에는 시골뿐 아니라 이 나라가 못 살아난다. 서울에서는 나무가 조금만 자랄까 싶으면 어느새 줄기와 가지를 뭉텅뭉텅 친다. 이 끔찍짓이 어떤 죽임짓인지 알아보고서 막아내어야 비로소 이 나라 아이어른이 함께 숨통을 틔우리라.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구름이 걷히려 한다. 천등산 줄기를 따라서 햇발이 좍좍 퍼진다. 바야흐로 긴긴 쉼날도 이제 끝난다. 《남겨둘 시간이 없답니다》를 읽는 내내 아쉬웠다. 큰아이도 이 책을 읽었는데, 너무 못 쓴 글이라고 투덜투덜한다. 모든 글바치가 모든 글을 잘 쓸 수는 없을는지 모르나, 아무래도 어슐러 르 귄 님은 ‘누구’한테 어떤 ‘씨앗글’을 남기고 싶었는가 하는 대목이 좀 얕은 듯싶다. ‘목소리’만 내기에 글일 수 없다. 아무리 목소리가 아름답거나 고와 보이더라도, 막상 ‘스스로 짓고 일구고 가꾸는 삶’에서 손수 길어올린 씨앗을 스스럼없이 담아내지 않는다면 허울스러울 뿐이다. 우리나라도 목소리만 넘친다. 삶과 살림과 사랑이 너무 얕거나 없다.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사전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내가 사랑한 사진책》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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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삶말/사자성어] 모유수유



 처음 모유수유를 하는 → 처음 젖을 물리는

 모유수유를 중단할 시기는 → 젖을 뗄 때는


모유수유 : x

모유(母乳) : 제 어미의 젖 ≒ 어미젖

수유(授乳) : 젖먹이에게 젖을 먹임 ≒ 젖먹이기



  낱말책에 따로 ‘모유수유’가 없습니다. 이미 한자말 ‘수유’만으로도 “엄마젖 먹이기”를 가리킵니다. ‘모유수유’는 군더더기예요. 다만, 오늘날에는 엄마젖이 아닌 가루젖을 으레 먹이기 때문에 군말을 지었구나 싶어요. 그러나 ‘젖먹이다·젖먹이기’나 ‘젖물리다·젖물리기’라 하면 됩니다. 가루젖은 “가루젖을 물리다”라 하면 되어요. ㅍㄹㄴ



모유 수유가 제공하는 친밀감과 보살핌의 느낌을 즐길 수 있었을

→ 젖을 물릴 적에 살갑게 보살피는구나 하고 느낄 수 있었을

→ 젖을 먹일 적에 포근히 보살피는구나 하고 누릴 수 있었을

《어머니는 아이를 사랑하고 미워한다》(바바라 아몬드/김진·김윤창 옮김, 간장, 2013) 156쪽


이건 내가 첫아이 바다를 낳고 경험한 모유 수유의 시작부터 끝까지의 이야기야

→ 내가 첫아이 바다를 낳고서 젖을 먹인 모든 이야기야

→ 내가 첫아이 바다를 낳고서 젖을 물리던 이야기야

《모유 수유가 처음인 너에게》(최아록, 샨티, 2020) 20쪽


13개월간의 모유 수유 끝에 드디어

→ 열석 달 엄마젖을 먹은 끝에

→ 열석 달 젖을 물리고서 드디어

《탯줄은 끊은 지 오래인데》(김정, 호밀밭, 2025) 1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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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칩거 蟄居


 칩거 생활을 하다 → 틀어박힌다 / 웅크린다 / 조용히 살다 / 집콕

 당분간 칩거를 각오했다 → 한동안 틀어박힐 다짐을 했다

 칩거하고 있는 동안 → 들어앉은 동안 / 눌러앉은 동안

 시골집에 칩거하고 있다 → 시골집에 들어앉았다 / 시골집에 웅크렸다


  ‘칩거(蟄居)’는 “나가서 활동하지 아니하고 집 안에만 틀어박혀 있음”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박히다·틀어박히다’로 손보면 되고, ‘들어앉다·들어박히다’로 손보아도 어울립니다. ‘눌러앉다·눌러살다·눌러붙다’나 ‘뿌리내리다·집콕·집에 있기’라 할 만하고, ‘숨다·숨어들다·웅크리다’나 ‘조용살이·조용하다·엎어지다·자빠지다’라 할 수 있어요. ㅍㄹㄴ



나무 아래의 집 속에 칩거하고만 있구나

→ 나무 밑 집에 틀어박혔구나

→ 나무 밑 집에 들어앉았구나

→ 나무 밑 집에 콕 박혔구나

→ 나무 밑 집에 웅크리는구나

《오, 희디흰 눈속 같은 세상》(성원근, 창작과비평사, 1996) 24쪽


며칠간 칩거해 볼까

→ 몇날 머물러 볼까

→ 몇날 눌러앉을까

→ 몇날 들어앉을까

→ 몇날쯤 웅크릴까

→ 몇날을 지내 볼까

《충사 8》(우루시바라 유키/오경화 옮김, 대원씨아이, 2007) 54쪽


‘원로’ 대접을 받으며 작가 노릇하는 것도, 또는 칩거하는 것도 사는 것이다

→ ‘어른’ 소리를 들으며 먹물 노릇을 해도, 또는 틀어박혀도 삶이다

→ ‘어르신’ 소리를 들으며 지기 노릇을 해도, 또는 들어앉아도 삶이다

《강운구 사진론》(강운구, 열화당, 2010) 130쪽


〈시사저널〉 편집국장 자리를 내놓고 칩거한 지 다섯 달 만에

→ 〈시사저널〉 엮음빛 자리를 내놓고 틀어박힌 지 다섯 달 만에

→ 〈시사저널〉 엮음빛 자리를 내놓고 웅크린 지 다섯 달 만에

《베스트셀러 30년》(한기호, 교보문고, 2011) 338쪽


그가 포뢰 섬에 칩거했다고 하는데

→ 그가 포뢰 섬에 틀어박혔다는데

→ 그가 포뢰 섬에 들어앉았다는데

《스웨덴, 삐삐와 닐스의 나라를 걷다》(나승위, 파피에, 2015) 114쪽


칩거 생활을 하는 이들에겐 유익한 읽을거리가 될 터이다

→ 틀어박힌 이들은 즐겁게 읽을 터이다

→ 집에 조용히 있는 이들은 재미나게 읽을 터이다

《내 방 여행하는 법》(그자비에 드 메스트르/장석훈 옮김, 유유, 2016) 69쪽


토요일부터 두 아이와 칩거 4일째

→ 흙날부터 두 아이와 집콕 나흘째

→ 흙날부터 두 아이와 숨은 나흘째

《탯줄은 끊은 지 오래인데》(김정, 호밀밭, 2025) 1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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