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7.29. 서울대가 서울대 하다



  ‘서울국제도서전 사유화’를 놓고서 제대로 글을 쓰는 글바치(기자·작가·평론가)가 대단히 드물다. 아예 없지는 않다만, 다들 밥그릇을 잃을까 싶어 눈치를 본다. ‘한겨레·경향·시사인’ 글바치조차 ‘윤철호 눈치’를 보는데, ‘윤철호’는 ‘인민노련(인천민주노동자연맹) + 서울대’라는 끈을 자랑한다. 이러한 끈으로는 심상정·노회찬·마은혁·황광우 같은 사람들도 있다.


https://blog.naver.com/no_priv_sibf/223951659066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님에게 묻습니다)


  ‘서울대 + 서울대’로 《조국의 공부》(조국·정여울, 김영사, 2025)라는 책이 태어났고, “문재인 전 대통령·조정래 작가 추천”이라는 날개가 붙는다. 이 책은 ‘돌아봄글(반성문)’이 아니다. ‘투정글(불만표출)’이다. 마치 신영복 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흉내내는 듯하다. 신영복 님도 서울대를 마치기는 했으나 조국·정여울 씨처럼 투정글을 쓰지는 않았다. 차분히 스스로 돌아보면서 삶이란 무엇인지 고즈넉이 배우려는 길을 걸으면서 글을 갈무리했다.


  사슬살이를 하며 ‘공부’를 했다는 조국 씨인데, 낱말뜻을 짚어 보자. 국립국어원 낱말책은 “공부(工夫) :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힘”처럼 풀이하지만, 터럭만큼도 안 옳다. 왜 그런가? 이제까지 수글(한문)로 벼슬을 쥔 이들이 ‘공부’라는 중국스런 한자말을 어느 자리에 어떻게 썼는가?


  조선 500해가 무너지기 앞서까지 논밭지기는 ‘붓먹벼루종이(문방사우)’를 손에 쥘 일이 없었고, 나리(양반)가 아닌 주제에 붓먹벼루종이를 넘보다가는 볼기를 맞고서 죽었다. 나리집 아가씨라면 붓먹벼루종이를 만지면서 수글(한문)도 익히고 암글(훈민정음)도 배웠을 터이나, 계집종이나 하님은 붓은커녕 종이를 구경조차 못 했다.


  우리나라이든 일본이든 중국이든, ‘공부 = 벼슬길 바라보기’였다. 오늘날에는 ‘공부 = in 서울 대학교 노리기’로 바뀌었다. 그러니까 “공부 : 벼슬자리를 얻어서 임금을 섬기는 길을 글로 배우려는 일. 오늘날에는 졸업장·자격증을 따서 공무원·회사원·행정직을 얻으려고, 나라에서 시키는 시험문제를 풀 수 있도록 외우는 일”처럼 풀이해야 알맞다고 본다.


  아직 사슬살이를 안 하는 윤석열 씨도 사슬살이를 하다가 “책을 쓸 수 있”다. 누구나 붓종이를 쥐고서 ‘글몫(문자표현자유)’을 누릴 노릇이다. 조국 씨도 글몫을 누릴 노릇이다. 다만, 하늘을 우러러 창피하거나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하지 않을까? 벼슬을 노리다가 미끄러져서 아깝다는 마음에, 벼슬자리를 오래 버티지 못 해서 안타깝다는 마음에, 다른 벼슬꾼은 이런저런 잘못과 말썽이 보여도 버젓이 자리를 꿰차는데 혼자 사슬살이를 한다면서 부아나고 불길이 솟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럴수록 조국 씨 이녁이 떨군 티끌과 부스러기를 고개숙여 빌어야 맞지 않을까?


  크든 작든 잘못은 잘못이다. 어떤 잘못이든 스스로 씻으려고 하면 다 씻게 마련이다. 가만 보면, 안희정 씨도 사슬살이를 보냈으나, 사슬터에서 나오며 입벙긋도 안 하더라. 이름팔이에 돈팔이를 하면서 어깨에 힘을 잔뜩 불어넣는 《조국의 공부》란, 2025년 ‘창피책 으뜸’으로 삼을 만하지 싶다. 이런 창피책에 이바지한 정여울 씨를 보니, 그저 서울대가 서울대 하는구나 싶다. 그래, ‘서울국제도서전 사유화’를 일삼는 출협(+ 사회평론) 윤철호 씨도 서울대이더라. 하긴, 《조국의 시간》을 펴내어 떼돈을 쥐었다고 책마을에서 그렇게 자랑하는 한길사 김언호 씨도 서울대이고. ‘민음사’를 차린 박맹호 씨도 서울대인데, 박맹호 씨는 ‘서울대 나온 사람’이 아니라면 편집자를 시킬 수 없다는 막말을 참 오래도록 들려주어서 책마을 사람들을 한참 놀래키기도 한 일이 떠오른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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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바다냄새



바닷물을 머금으면

하늘과 숲과 마을을 돌던 나날이

문득 눈앞으로 보인다


바닷방울을 마시면

바닷방울이 아지랑이에 구름에 비에

샘에 내에 돌고돌다가

풀과 나무와 새와 벌레에 깃든

온갖 이야기가 들린다


바닷가에 서서 바닷소리를 들으면

“넌 오늘 뭘 봤니?” 하고

조잘조잘하는 목소리에 싱긋 웃고서

“응, 바로 널 봤어.” 하고 속삭인다


2025.6.23.달.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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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새소리



아까 뱉은 말을

못 주워담는다


어제 들은 말을

못 가라앉힌다


부끄럽고 뿔나고 불타오르고

하얗게 재가 된다


힘이 다하여 눕고

눈을 감고서 허리를 끙끙 앓는데


참새소리에 까치소리가 섞이고

문득 동박새에 직박구리가 곁든다


숨을 고르고서 일어선다


2025.6.15.해.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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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7.28. 미워하는 우리



  미워하면 고개돌린다. 미워하니 등돌린다. 미워하니 따돌린다. 그놈이나 그들만 우리를 등지거나 따돌리지 않는다. 우리도 그놈과 그들을 따돌린다. 서로 미워하기에 서로 홱 고개젓고 가로젓고 손젓고 그저 멀리멀리 내치기만 한다.


서로 다르게 보는 줄 알면, 미워할 까닭이 없다. 왼오른이건 이쪽저쪽이건 서로 다르기에 늘 만나고 자주 어울리면서 끝없이 이야기로 풀어갈 노릇이다. “같은 무리”끼리만 해먹어야 한다고 여기니까 안 만나고 안 보고 안 듣고 안 어울리고 안 얘기하고 그저 서로 밉질과 손가락질을 일삼고서 싸울 뿐이다.


  서로 다른 줄 안 보고 안 느끼고 안 배우고 안 받아들이는 터라, 서로 잘잘못만 따지면서 누가 더 크게 몹쓸놈인지 키재기에 사로잡힌다. 서로 다르기에 서로 배워서 담을 빛이 있다. 저쪽을 비아냥대야 하지 않는다. 저쪽을 ‘비(非)-’라고 하는 ‘제국주의 및 군국주의 일본말씨’로 깎아내리려고 한다면, 바로 ‘비 아무개’가 아니라 그대부터 좀먹는다.


  책집마실을 하며 온갖 책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장만할 책도 한참 서서 읽는다. 안 장만할 책도 이다음에 다시 펼칠 일이 없도록 찬찬히 읽는다. 살 책이건 안 살 책이건 우리가 손을 뻗어서 들추기에 스스로 알아보고 알아차릴 뿐 아니라, 사읽는 책과 안 사읽는 책 모두한테서 배운다.


  고흥집을 나설 적에 가볍던 등짐은 두 손에까지 짐꾸러미가 가득하다. 고흥에서 이틀을, 부산에서 사흘을 속비움으로 보내니 온몸이 가볍다. 설마 속비움에 이바지하는 찬앓이(냉방병)가 훅 치고 들어왔을 수 있다. 이제 목은 가라앉는다. 아직 물이나 침을 넘기려면 목구멍이 쓰리지만 닷새 앞서를 대면 아주 낫다. 사상나루에서 시외버스를 기다리며 뙤약볕을 15분쯤 머금었다. 팔뚝으로 땀방울이 꼭 새벽이슬마냥 몽글몽글 줄줄이 돋더라. 구름이 거의 없는 그야말로 가을하늘 같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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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새끼줄 삼듯 (2025.6.30.)

― 서울 〈악어책방〉



  우리가 살아가는 길을 보면, “못하는 투성이”인 터라 다시 나서고, “모르는 투성이”이기에 새로 해보고, “모자라는 투성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즐겁게 배우는구나 싶어요. “못하는 나”라서 끝(꼬리)에 서서 밑(꼴찌)을 지켜주다가 어느새 꽃(꼬마)을 피우기도 하고요. 바닥에 있기에 바다를 품으며 일어납니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악어책방〉이 있기에, 책집과 둘레를 새롭게 품으면서 느긋이 찾아갑니다. 이제까지 늘 이렇습니다. 동무나 이웃이 살지 않는다면 굳이 어느 마을을 거닐지 않고, 책집이 없으면 더더욱 안 지나갑니다.


  우리가 주고받는 말이란 하나씩 잇는 말이면서, 하나하나 엮는 마음이고, 함께 일구는 생각 한 자락입니다. 오늘 우리가 어울리면서 주고받은 말씨 한 톨을 바탕으로 새롭게 꿈을 틔우고, 이 길을 나란히 걷는 동안 어느새 이야기가 샘솟습니다.


  함박눈처럼 함박비가 오고, 함박별처럼 함박볕이 내리쬡니다. 눈도 비도 별도 볕도 언제나 이곳에 함지박마냥 푸짐하게 드리우면서 모두 북돋웁니다.


  여러모로 시골꽃이 한결 곱다고 느낄 수 있을 텐데, 서울꽃은 매캐하고 어지럽고 시끄러운 곳에서도 의젓하게 피어나기에 참으로 대단하다고 느껴요. 오늘날 시골꽃은 끔찍한 죽임물을 뒤집어써도 꿋꿋하게 다시 태어납니다.


  〈악어책방〉에서 ‘마음글쓰기’를 잇습니다. 마음을 담은 소리이기에 말인데, 요즈음은 어쩐지 마음을 안 담으면서 꾸미는 ‘말흉내’가 늘어나는 듯합니다. 입으로 소리만 내기에 말일 수 없습니다. 손으로 무늬만 그리기에 글일 수 없습니다. 서로 어떤 마음인지 찬찬히 담아야 말글입니다. 함께 일굴 빛씨앗을 가만히 가꿔야 말글입니다. 고이 쓰다듬으며 지필 적에 말글입니다.


  아프더라도, 아니 아프기에 기꺼이 받아들여서 품고 풀어낼 적에 누구나 스스로 어른으로 거듭난다고 느껴요. 즐겁기에 웃고, 슬프기에 울며, 이 마음을 우리 손으로 보듬는 사이에 깨어나는 말글입니다.


  오랜 낱말 ‘새끼’를 놓고서 말밑풀이를 끝냈다고 여겼는데, 새벽에 뒤적이니 아직 안 끝냈더군요. 아침에 곰곰이 짚으며 비로소 애벌로 말밑풀이를 추슬렀어요. ‘개다’라는 낱말을 놓고서 실마리를 풀어가면 왜 ‘새끼·삿기(새끼오리 + 새끼줄)’ 같은 낱말이 태어났는지 알 수 있습니다. 새롭게 트며 깨끗하게 파란 하늘마냥, 새롭게 이으며 사랑으로 밝은 사랑이라는 결을 담는 ‘개·개다’입니다.


  작은 말씨에 깃든 숲빛마음을 헤아리면서 다같이 포근히 누리기에 사람으로 깨어납니다. 깊어가는 여름은 천천히 겨울로 나아갑니다. 새철로 느긋이 걸어갑니다.


ㅍㄹㄴ


《한 평 반의 행복》(유선진, 지성사, 2020.12.18.)

《150cm 라이프 3》(타카기 나오코/한나리 옮김, 시공사, 2016.1.25.)

#たかぎなおこ #150cmライフ

《꿀!》(아서 가이서트, 사계절, 2011.2.24.첫/2020.5.29.8벌)

#ArthurGeisert #Oink

《나의 속도》(이진경, 이야기꽃, 2025.6.2.)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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