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7.29. 서울대가 서울대 하다
‘서울국제도서전 사유화’를 놓고서 제대로 글을 쓰는 글바치(기자·작가·평론가)가 대단히 드물다. 아예 없지는 않다만, 다들 밥그릇을 잃을까 싶어 눈치를 본다. ‘한겨레·경향·시사인’ 글바치조차 ‘윤철호 눈치’를 보는데, ‘윤철호’는 ‘인민노련(인천민주노동자연맹) + 서울대’라는 끈을 자랑한다. 이러한 끈으로는 심상정·노회찬·마은혁·황광우 같은 사람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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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님에게 묻습니다)
‘서울대 + 서울대’로 《조국의 공부》(조국·정여울, 김영사, 2025)라는 책이 태어났고, “문재인 전 대통령·조정래 작가 추천”이라는 날개가 붙는다. 이 책은 ‘돌아봄글(반성문)’이 아니다. ‘투정글(불만표출)’이다. 마치 신영복 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흉내내는 듯하다. 신영복 님도 서울대를 마치기는 했으나 조국·정여울 씨처럼 투정글을 쓰지는 않았다. 차분히 스스로 돌아보면서 삶이란 무엇인지 고즈넉이 배우려는 길을 걸으면서 글을 갈무리했다.
사슬살이를 하며 ‘공부’를 했다는 조국 씨인데, 낱말뜻을 짚어 보자. 국립국어원 낱말책은 “공부(工夫) :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힘”처럼 풀이하지만, 터럭만큼도 안 옳다. 왜 그런가? 이제까지 수글(한문)로 벼슬을 쥔 이들이 ‘공부’라는 중국스런 한자말을 어느 자리에 어떻게 썼는가?
조선 500해가 무너지기 앞서까지 논밭지기는 ‘붓먹벼루종이(문방사우)’를 손에 쥘 일이 없었고, 나리(양반)가 아닌 주제에 붓먹벼루종이를 넘보다가는 볼기를 맞고서 죽었다. 나리집 아가씨라면 붓먹벼루종이를 만지면서 수글(한문)도 익히고 암글(훈민정음)도 배웠을 터이나, 계집종이나 하님은 붓은커녕 종이를 구경조차 못 했다.
우리나라이든 일본이든 중국이든, ‘공부 = 벼슬길 바라보기’였다. 오늘날에는 ‘공부 = in 서울 대학교 노리기’로 바뀌었다. 그러니까 “공부 : 벼슬자리를 얻어서 임금을 섬기는 길을 글로 배우려는 일. 오늘날에는 졸업장·자격증을 따서 공무원·회사원·행정직을 얻으려고, 나라에서 시키는 시험문제를 풀 수 있도록 외우는 일”처럼 풀이해야 알맞다고 본다.
아직 사슬살이를 안 하는 윤석열 씨도 사슬살이를 하다가 “책을 쓸 수 있”다. 누구나 붓종이를 쥐고서 ‘글몫(문자표현자유)’을 누릴 노릇이다. 조국 씨도 글몫을 누릴 노릇이다. 다만, 하늘을 우러러 창피하거나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하지 않을까? 벼슬을 노리다가 미끄러져서 아깝다는 마음에, 벼슬자리를 오래 버티지 못 해서 안타깝다는 마음에, 다른 벼슬꾼은 이런저런 잘못과 말썽이 보여도 버젓이 자리를 꿰차는데 혼자 사슬살이를 한다면서 부아나고 불길이 솟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럴수록 조국 씨 이녁이 떨군 티끌과 부스러기를 고개숙여 빌어야 맞지 않을까?
크든 작든 잘못은 잘못이다. 어떤 잘못이든 스스로 씻으려고 하면 다 씻게 마련이다. 가만 보면, 안희정 씨도 사슬살이를 보냈으나, 사슬터에서 나오며 입벙긋도 안 하더라. 이름팔이에 돈팔이를 하면서 어깨에 힘을 잔뜩 불어넣는 《조국의 공부》란, 2025년 ‘창피책 으뜸’으로 삼을 만하지 싶다. 이런 창피책에 이바지한 정여울 씨를 보니, 그저 서울대가 서울대 하는구나 싶다. 그래, ‘서울국제도서전 사유화’를 일삼는 출협(+ 사회평론) 윤철호 씨도 서울대이더라. 하긴, 《조국의 시간》을 펴내어 떼돈을 쥐었다고 책마을에서 그렇게 자랑하는 한길사 김언호 씨도 서울대이고. ‘민음사’를 차린 박맹호 씨도 서울대인데, 박맹호 씨는 ‘서울대 나온 사람’이 아니라면 편집자를 시킬 수 없다는 막말을 참 오래도록 들려주어서 책마을 사람들을 한참 놀래키기도 한 일이 떠오른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