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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희망은 노동운동 ㅣ 우리시대의 논리 2
하종강 지음 / 후마니타스 / 2006년 5월
평점 :
- 책이름 : 그래도 희망은 노동운동
- 글쓴이 : 하종강
- 펴낸곳 : 후마니타스(2006.5.1.)
- 책값 : 1만 원
.. 한쪽은 막강한 자본과 권력으로 무장한 자본가들이고, 다른 한쪽은 맨몸뚱어리밖에 없는 노동자들인데, 그 사이에서 중립을 유지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 〈17쪽〉
우리 세상은 얼마나 평등할까요. 돈-이름-힘을 가진 사람과 돈-이름-힘을 못 가진 사람이 100미터 달리기를 할 때, 둘은 같은 자리에 서서 힘껏 첫발을 내디딜 수 있을까요. 50미터 앞에서 달리는 이가 있고, 50미터 뒤에서 달려야 하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요.
배우는 기회, 배운 것을 펼치는 자리, 펼치려는 것을 실을 매체, 매체에 실은 뒤 받는 대접들은 누구한테나 고르게 주어져 있을까요. 어렵게 살림을 꾸리며 공부도 부지런히 해서 뜻을 이루었다는 소년소녀 가장을 칭찬하는 사람들만큼, 어려운 살림을 이겨내지 못하고 아찔해 하는 훨씬 많은 사람들한테 따순 손길 내미는 이웃은 얼마나 될까요. 이들을 보듬는 제도가 우리 사회에 있을까요. 이런 사회에서 ‘중립을 지킨다’는 일은 무엇을 뜻할까요.
.. 남들이 하나도 갖기 어려운 자격증을 세 개씩이나 갖고 있으면서도 그 장애인 노동자는 아직까지 번듯한 직업을 가져 보지 못했던 것이다. 그게 ‘썩을 놈의’ 우리 사회다 .. 〈39쪽〉
양복 착 빼입은 사람한테는 굽실거리지만, 일할 때 입던 옷차림인 사람한테는 눈을 부라리며 가는 길을 막는 우리 사회입니다. 시커멓고 큰 차를 몰면 검문을 안 하지만 값싸고 작은 차나 짐차를 몰면 어김없이 검문을 합니다. 이런 이야기는 열 해 앞서, 스무 해 앞서, 서른 해 앞서도 똑같이 나왔습니다. 아직까지 하나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앞으로 열 해가 지나고 스무 해가 지나도 마찬가지가 되리라 봅니다.
길에서 신체장애인을 부대낄 때 보통사람들 반응을, 몽골이나 동남아시아에서 온 이주노동자를 부대낄 때 보통사람들 반응을 떠올려 보셔요. 얼굴 하얀 서양사람이 길을 물을 때와 파키스탄 이주노동자가 길을 물을 때 어떻게 달라지는가요.
.. 법대로 모든 안전설비를 하는 데에는 수십억 원의 비용이 들지만,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했을 때에는 기껏해야 1억 남짓의 비용밖에 들지 않습니다. 그것도 대부분 산재보험에서 지불됩니다. 우리 사회와 같은 기업 경영 풍토 속에서 유능한 경영자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는 자명한 일입니다 .. 〈229쪽〉
법이 있어도 빠져나갈 구멍을 찾는 사람한테는 ‘법이란 있느나 마나’ 아닐까요. 어떤 이는 불법을 저질렀어도 변호사를 잘 써서 불구속이 되거나 무죄 판결을 받습니다. 어떤 이는 멋모르고 저지른 잘못 하나로 바로 구속이 되고 오랫동안 옥살이를 합니다. 자기 양심에 따라 살아가는 사람은 국가보안법이 아직도 살아남아 있기 때문에 옥살이를 해야 합니다. 사회 부조리에 항의하는 집회를 하는 사람들은 전투경찰 쇠몽둥이 찜질과 닭장차에 몸뚱이가 들린 채 처박히는 창피를 겪어야 합니다.
법조항을 따진다면, 지금 틀거리에서는 ‘자전거를 타고 다닐 수 있는 길’은 하나도 없다고 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사람 다니는 ‘거님길(인도)’로도, 자동차 다니는 ‘찻길’로도 다닐 수 없습니다. 법조항으로 따진다면. 그렇다면 자전거를 파는 가게도 불법이고, 자전거를 만드는 회사도 불법 아닐까요. 툭툭 끊어지는 자전거길을 놓는 행정 당국자도 불법이요, 자전거길을 제대로 놓지 않는 정책입안자와 공무원 모두도 불법 아닐까요. 자전거를 만들어서 팔게 해 놓고 다닐 수 없게 했으니까요.
한편, 도시나 시골 길가에 불법무단 주정차를 하고 있는 자동차가 딱지를 끊는 일이란 거의 보기 드뭅니다. 몇 군데에서 함정 단속을 할 뿐, 그 많은 경찰들은 숱한 불법무단 주정차 자동차를 못 본 척합니다.
.. 노동자 임금이 인상되면 기업 경영에는 당연히 부담이 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과도한 임금인상이 원인이 되어 도산한 기업은 거의 없습니다. 부실 경영의 원인은 대부분 다른 곳에 있습니다. 노동자의 적정 임금 수준을 유지하면서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야말로 지금 우리 나라 기업 경영자들이 시급히 해야 할 일입니다 .. 〈75쪽〉
우리들은 누구나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일을 하는 사람은 ‘일꾼’입니다. 한자말로 옮기면 ‘노동자’입니다. 논밭을 부치는 사람이든,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이든,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이든, 동사무소나 행정 관청에서 일하는 사람이든, 버스나 기차를 모는 사람이든, 누구나 ‘일하는 사람 = 일꾼 = 노동자’입니다. 그런데 우리 가운데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나는 일하는 사람이야. 일하는 사람이니 일꾼이지. 일꾼이란 노동자를 가리키지.’ 하고 생각할까요. 내 이웃도 똑같은 ‘일꾼이며 노동자’라는 생각을 몇 사람이나 할까요. 노동자한테 주어진 노동3권이 무엇인지, 노동자가 받을 권리가 무엇인지, 지금 우리 나라 노동현실이 어떠한지, 노동조합이나 민주노총이 어떠한 곳인지, 노조가 없어지기를 바라는 회사 간부와 언론재벌 생각은 어떠한지, 노동운동이란 무엇을 하자는 일인지, 노동운동이 우리한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찬찬히 헤아리거나 살필 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웬만한 직장인들은 대학교를 나오는 오늘날, 머리속에 수많은 지식을 가득 채우고 있으나, 정작 자기 자신은 누구이며 어떠한 ‘일꾼’이고, 어떤 대접과 권리를 받고 있는 가운데, 내 이웃이자 또래이자 손위나 손아래 사람인 다른 ‘일꾼’들은 어디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에 무덤덤하지는 않나 모르겠어요. 내 이웃이 시달림을 받고 푸대접을 받을 때, 나 또한 시달림과 푸대접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못 느끼지 싶어요. 그래도 노동운동에 희망이 있을까요.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우리 사회에서 희망이란 불씨 하나 꺼지지 않도록 살리면서 보듬을 수 있을까요. (4340.4.7.흙.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