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고 낮이고 밤이고 개짖는 소리가 들립니다. 웃마을에서 큰개 한 마리를 제가 사는 곳 바로 옆에다가 묶어 놓았습니다. 딴에는, 웃마을로 잡상인이 못 들어오게 막는 셈이었겠지만, 저로서는 밤낮 짖어대는 개소리 때문에 정신사납습니다. 하지만 저 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제가 알아들을 수 있다면, 그렇게 정신사납기보다는 개하고 오붓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지요.
요즘 세상은 인터넷판이 되어서, 어디에서든 셈틀만 켜고 자리에 앉으면 무엇이든 다 알아볼 수 있고 글쓰기나 글읽기가 아주 수월해졌습니다. 한편, 글쓰기와 글읽기가 수월해진 만큼, 남이 쓴 글을 읽고 그때그때 곧바로 댓글이나 덧글을 달며 자기 생각을 나타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때 자기 이름이나 모습을 숨긴 채 댓글과 덧글로 남을 깎아내리거나 헐뜯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어떤 글 하나를 죽 읽은 뒤 ‘참 좋구나’, ‘쯔쯔쯔 이런 일이’ 하고 느끼며 마지막까지 내리다 보면, 꼭 짓궂거나 얄궂게 토를 달거나 꼬투리 잡는 사람이 보입니다.
사람이 쓴 글이니 사람 이야기라 할 테지만, 이런 댓글이나 덧글, 흔히 ‘악플’이라 하는 글은 ‘개짖는 소리’와 마찬가지이지 싶습니다. 자칫, 개를 깎아내리는 셈이 될 수 있어 조심스러운데, 멍멍 컹컹 짖는 소리하고 다를 바 없다고 느껴지는 댓글과 덧글이 넘쳐나는구나 싶어요. 뜻없이 짖는 소리, 자기 혼자만 알며 지껄이는 소리, 남이야 듣건 말건 아랑곳하지 않는 소리, 남을 괴롭히는 소리, 그러면서 자기 스스로도 고달플밖에 없는 소리, 누워서 침뱉기가 되는 소리입니다.
침은 삼킬수록 몸에 좋고, 말소리는 속으로 몇 번 곰삭인 뒤 꺼내야 듣기에 좋습니다. 자동차는 자전거나 사람다리보다 훨씬 빨리 달릴 수 있어 좋지만, 빨리 달리는 목적을 올곧고 아름답게 펼치는 사람이 보기 드문 요즘 세상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쓰기에 좋은 인터넷이지만, 이 좋은 인터넷으로 우리 세상을 아름답고 알뜰히 가꾸는 데에 힘을 쏟고 마음을 모두는 사람을 보기 드문 우리 세상은, 사람 탓이라 해야 할까요, 사회 탓이라 해야 할까요.
개들은 좁은 우리에 쇠사슬로 묶인 채 지내지 않는다면 함부로 짖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좁은 우리에 쇠사슬로 묶인 채 짖어대는 개처럼, 제도권 사회라는 쇠사슬에 묶인 채 조그마한 골방에 갇혀서 셈틀만 켜고 앉았는 사람들이 짓궂은 댓글과 끔찍한 덧글을 써대고 있지는 않을는지. (4340.4.10.불.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