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면벽 面壁


 9년 동안이나 면벽하고 → 아홉 해나 마주담으로

 장구한 세월을 면벽으로 → 기나긴 날을 담보기로

 멍하니 면벽하였다 → 멍하니 담을 보았다


  ‘면벽(面壁)’은 “[불교] 벽을 마주 대하고 좌선함. 또는 그런 일 ≒ 벽”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담을 보며 마음을 닦는다면 ‘담보기·담바라기’처럼 나타낼 만합니다. 담을 마주한다는 뜻으로 ‘마주담·마주칸’이나 ‘마주보다’라 할 만합니다. ‘맞담길·맞칸길·맞담보기·맞칸보기’나 ‘칸바라기·칸보기’라 해도 어울립니다. ㅍㄹㄴ



여느 때와 같이 면벽(面壁)했소

→ 여느 때와 같이 담보기 했소

→ 여느 때와 같이 담을 봤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간다》(정수일, 창비, 2004) 47쪽


면벽수행이 이쯤 되면 가히 모든 걸 통달하고도 남으리라

→ 담보기가 이쯤 되면 아마 모두 깨우치고도 남으리라

→ 맞칸길이 이쯤 되면 참으로 모두 깨닫고도 남으리라

→ 맞담길이 이쯤 되면 모두 넉넉히 알아채고도 남으리라

《오늘의 이야기는 끝이 났어요》(길상호, 걷는사람, 2019) 37쪽


딸은 시방 면벽(面壁) 수행 중

→ 딸은 막 담바라기

→ 딸은 이제 마주담

《니들의 시간》(김해자, 창비, 2023)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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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5.2.10.

오늘말. 벙긋질


나이가 많기에 어질지 않습니다. 길눈이 밝아야 어집니다. 겉멋이 든다면 철없다고 여깁니다. 겉치레가 아닌 속을 가꾸는 길이기에 슬기롭습니다. 그러나 우리 삶터를 돌아보면 하나같이 겉을 부풀리는 굴레입니다. 겉속은 다르게 마련이라고 여기면서도, 막상 멋부리는 치레질을 멈추지 못 해요. 온통 번들거리는 나라예요. 서울뿐 아니라 시골조차 번지르르합니다. 서울뿐 아니라 시골도 옷이 번쩍번쩍합니다. 왜 이렇게 빈껍데기에 매달리는 굴레에 스스로 갇힐까요? 왜 이다지도 말뿐인 허울로 치달을까요? 벙긋벙긋하는 벙긋질로는 아무 이야기가 흐르지 않습니다. 방긋방긋 짓는 웃음이 이야기로 피어나려면, 빈껍데기를 떨치고서 알맹이를 일굴 노릇입니다. 아닌데 있는 척하면 부질없어요. 있는데 없는 척하면 속없습니다. 허울만 좋은 말과 옷과 집이란 덧없어요. 이름뿐인 종잇조각으로는 삶도 살림도 사랑도 등지고 말아요. 이제는 알없는 억지를 모두 바람에 날리기로 해요. 멋꽃이나 멋빛이 아닌, 살림꽃과 살림빛으로 어깨동무하기를 바라요. 어느 씨앗도 입으로 깨어나지 않아요. 어느 나무도 입만 살지 않습니다. 작은 길꽃을 눈여겨보기에 속이 밝아요.


ㅍㄹㄴ


나이·나·살·해·벌·자리·판·길·길눈·길꽃 ← 령(齡)


겉멋·겉발림·겉치레·겉·눈비음·겉속다름·다른겉속·종이쪽·종잇조각·꾸미다·치레·억지·어거지·멋·멋스럽다·멋꽃·멋빛·멋부리다·치레·치레하다·치레질·반들거리다·번들거리다·번지르르·옷·옷가지·옷자락·옷갈이·옷바꾸기·말로·말뿐·벙긋질·이름만·이름뿐·이름치레·입으로·입만·입뿐·입만 살다·입벙긋·허울·허우대·비다·빈수레·빈껍데기·텅비다·속없다·허울좋다·아닌 척·아닌 체·없는 척·없는 체·있는 척·있는 체·아웅·알없다 ← 가식적(假飾的)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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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5.2.10.

오늘말. 몸


속을 꿰뚫듯 들여다보는 사람이 있으나, 겉조차 훑지 못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뼈대를 세우고서 살을 붙이는 사람이 있고, 밑동도 다지지 않은 채 서둘러 들보부터 올리려는 사람이 있어요. 언제나 가운데를 차지하면서 알짜를 노리는 사람이 있고, 숨은빛으로 느긋이 물러서면서 둘레에 별빛을 베푸는 사람이 있습니다. 노른자위를 차지하려는 사람은 속넋이 비었지 싶어요. 뒤켠에 서면서 이웃한테 꽃손을 베풀면서 오른손도 왼손도 나란히 살림을 짓는 매무새로 나아가는 분이 있습니다. 어떤 줄거리를 쥐어짜더라도 그리 재미나지 않습니다. 짜내지 말아요. 우리가 뿌린 씨앗이 그저 밑뿌리를 든든하게 내리고서 줄기를 올리는 날까지 지켜봐요. 푸른별은 동그란 공과 같기에 구석이나 귀퉁이가 없이 모두 가운꽃이요 고갱이입니다. 불씨가 아닌 풀씨를 심고서, 쓸모있기를 바라기보다는 사랑이라는 바람빛으로 어울린다면 넉넉하구나 싶어요. 우리 몸은 물로 이룹니다. 우리 몸을 이루는 물은 늘 돌고돕니다. 바다는 구름이 되고, 구름은 비가 되고, 비는 샘이 되고, 샘은 내를 거쳐 우리 몸을 지나 새삼스레 바다로 가요. 모든 자리에 이야기꽃이 피어납니다.


ㅍㄹㄴ


가로지르다·꿰뚫다·꿰뚫어보다·가운데·복판·명치·가운꽃·가운빛·가운별·가운님·한가운데·한몫·한복판·한판·고갱이·노른자·큰곳·크다·큰마당·큰손·기둥·대들보·들보·말뚝·꽃·꽃손·꽃손님·알·알갱이·알빛·알꽃·알맹이·알차다·알짜·알짬·씨앗·씨알·톨·자리·자위·글뜻·-만·말뜻·열쇠·얘기·이야기·이루다·뒤·뒤쪽·뒤켠·뒷자락·몸·몸통·뼈·뼈대·살·팔·속·속넋·속말·속살·속소리·숨골·숨은넋·숨은얼·숨은빛·밑·밑동·밑빛·밑바탕·밑절미·밑꽃·밑짜임·밑틀·밑판·밑뿌리·밑싹·밑자락·바탕·바탕길·바탕꽃·벼락·벼리·별·불·불씨·불씨앗·불알·불힘·쓸모있다·쓸데있다·좋다·쥐어짜다·짜다·짜내다·오른손·오른팔·왼손·왼팔·으뜸손·줄거리·졸가리·줄기 ← 핵(核), 핵심(核心), 핵심적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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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5.2.10.

오늘말. 위


누가 저더러 위에 앉으라고 하면 빙그레 웃으면서 밑으로 갑니다. 윗자리에는 어린이가 앉을 일이라고 여겨요. 제가 손위라면 더 기쁘게 손밑인 이웃이 높은자리에 앉기를 바랍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여러 어른한테서 배웠어요. 틀림없이 저보다 밝고 환하며 똑똑한 윗님인데 굳이 저한테 높별을 내주며 뒷자리로 가시더군요. 어설프고 엉성해서 자꾸 틀리거나 잘못하더라도 어르신은 빙그레 웃을 뿐입니다. 젊은이는 모름지기 넘어지면서 배우게 마련이니, 앞으로도 즐겁게 틀리고 잘못하고 넘어지라고 타이릅니다. 아이를 낳기 앞서도 언제나 아이가 먼저 가라고 자리를 내주는 버릇을 들였고, 두 아이하고 살면서 늘 이 아이들이 먼저 누리고 맛보고 즐기도록 자리를 깝니다. 지는꽃이기에 뒤에 서지 않습니다. 늙마가 아닌 얼찬이라면, 어린이와 푸름이와 젊은이가 처음부터 끝까지 몸소 해보면서 배울 수 있도록 마당을 열고서 기쁘게 지켜보는 노릇이더군요. 아직 멍하고 우두커지 헤매더라도, 이처럼 허우적거리며 스스로 알아챕니다. 허허벌판에 씨앗을 어떻게 뿌리고 가꾸어야 할는지 천천히 새기는 동안, 넋나갔던 마음이 제자리를 찾으며 하얀날을 이룹니다.


ㅍㄹㄴ


위·손위·손윗사람·웃나이·윗사람·윗내기·윗님·윗분·윗놈·어른·어르신·얼찬이·꼭두자리·꼭두벼슬·으뜸자리·나리·높다·높끝·높꽃·높은곳·높곳·높은분·높은자리·높자리·높은별·높별·높은벼슬·높님·늘그막·늙마·늙바탕·늙다·늙네·늙님·늙은네·늙으신네·늙다리·늙둥이·늙은이·늙사람·늙은사람·늙은내기·지는길·지는꽃·지는 나이·지는이·지는님·하얀날·흰머리날·흰머리·흰바구니 ← 연장(年長), 연장자


넋나가다·얼나가다·멍·멍하다·새하얗다·하염없다·하얗다·비다·붕뜨다·벙뜨다·어리벙벙·우두커니·깎아지르다·떨어지다·나가떨어지다·허우적·허전하다·허허벌판·헐벗다·휑하다·헬렐레 ← 공황장애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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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5.2.10.

오늘말. 트인눈


나쁘다고 여기기에 안 할 만하지만, 안 좋다고 여긴대서 손가락질해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옳지 않다고 보기에 나무랄 텐데, 무엇이 좋지 않다고 여기는지 돌아볼 노릇입니다. 내 마음에 안 들면 다 지저분하거나 추레할까요? 내 마음에 들어야 창피하지 않거나 엉터리가 아닐까요? 마구잡이로 들숲바다를 망가뜨리는 무리가 있는데, 이들은 하나같이 마음부터 스스로 망가뜨렸다고 느낍니다. 아무렇게나 뒹구는 매무새 그대로 엉성하게 굴어요. 새가 앉았다가 떠나는 나뭇가지는 가볍게 흔들릴 뿐, 가지가 부러지지 않습니다만, 막하는 몹쓸 마음인 사람이 건드린 나뭇가지는 자꾸 부러집니다. 우리는 누구나 여러눈으로 온누리를 고루 바라보던 사람입니다. 저마다 들숲에 깃들어 푸른눈이었고, 다 다르게 바람과 바다를 안고서 파란눈이었어요. 열린눈은 어쩌다가 잊을까요? 트인눈은 왜 잃을까요? 두루 헤아리던 온눈은 어디로 갔을까요? 빗장을 단단히 채운 마음이니 그저 닫힌 채 고입니다. 빗장을 풀어야 여러길을 열면서 어깨동무하는 살림을 꾸립니다. 여러 사람이 두런두런 다 다르게 노래하고 이야기하는 한마당부터 되찾을 일이지 싶습니다.


ㅍㄹㄴ


나쁘다·안 좋다·좋지 않다·옳지 않다·더럽다·지저분하다·추레하다·창피·허름하다·엉망·엉망진창·엉터리·엉성하다·어그러지다·이지러지다·일그러지다·어수선하다·어지럽다·뒤틀리다·틀리다·틀어지다·껄끄럽다·까끌까끌·못나다·못되다·못쓰다·몹쓸·나뒹굴다·뒹굴다·마구·마구잡이·막하다·우습다·웃기다·절다·젬것 ← 비교육적(非敎育的)


여러·여러모로·여러 가지·여러길·여러눈·여러눈길·여러눈빛·열다·열린눈·열린눈길·열린눈빛·트다·틔우다·트인눈·트인눈길·트인눈빛·고루눈·고루눈길·고루길·두루눈·두루눈길·두루길·온눈·온눈길·온눈빛·온눈꽃·빗장열기·빗장풀기·빗장트기 ← 다면평가(多面評價)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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