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5.2.10.
오늘말. 벙긋질
나이가 많기에 어질지 않습니다. 길눈이 밝아야 어집니다. 겉멋이 든다면 철없다고 여깁니다. 겉치레가 아닌 속을 가꾸는 길이기에 슬기롭습니다. 그러나 우리 삶터를 돌아보면 하나같이 겉을 부풀리는 굴레입니다. 겉속은 다르게 마련이라고 여기면서도, 막상 멋부리는 치레질을 멈추지 못 해요. 온통 번들거리는 나라예요. 서울뿐 아니라 시골조차 번지르르합니다. 서울뿐 아니라 시골도 옷이 번쩍번쩍합니다. 왜 이렇게 빈껍데기에 매달리는 굴레에 스스로 갇힐까요? 왜 이다지도 말뿐인 허울로 치달을까요? 벙긋벙긋하는 벙긋질로는 아무 이야기가 흐르지 않습니다. 방긋방긋 짓는 웃음이 이야기로 피어나려면, 빈껍데기를 떨치고서 알맹이를 일굴 노릇입니다. 아닌데 있는 척하면 부질없어요. 있는데 없는 척하면 속없습니다. 허울만 좋은 말과 옷과 집이란 덧없어요. 이름뿐인 종잇조각으로는 삶도 살림도 사랑도 등지고 말아요. 이제는 알없는 억지를 모두 바람에 날리기로 해요. 멋꽃이나 멋빛이 아닌, 살림꽃과 살림빛으로 어깨동무하기를 바라요. 어느 씨앗도 입으로 깨어나지 않아요. 어느 나무도 입만 살지 않습니다. 작은 길꽃을 눈여겨보기에 속이 밝아요.
ㅍㄹㄴ
나이·나·살·해·벌·자리·판·길·길눈·길꽃 ← 령(齡)
겉멋·겉발림·겉치레·겉·눈비음·겉속다름·다른겉속·종이쪽·종잇조각·꾸미다·치레·억지·어거지·멋·멋스럽다·멋꽃·멋빛·멋부리다·치레·치레하다·치레질·반들거리다·번들거리다·번지르르·옷·옷가지·옷자락·옷갈이·옷바꾸기·말로·말뿐·벙긋질·이름만·이름뿐·이름치레·입으로·입만·입뿐·입만 살다·입벙긋·허울·허우대·비다·빈수레·빈껍데기·텅비다·속없다·허울좋다·아닌 척·아닌 체·없는 척·없는 체·있는 척·있는 체·아웅·알없다 ← 가식적(假飾的)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