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5.2.10.
오늘말. 위
누가 저더러 위에 앉으라고 하면 빙그레 웃으면서 밑으로 갑니다. 윗자리에는 어린이가 앉을 일이라고 여겨요. 제가 손위라면 더 기쁘게 손밑인 이웃이 높은자리에 앉기를 바랍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여러 어른한테서 배웠어요. 틀림없이 저보다 밝고 환하며 똑똑한 윗님인데 굳이 저한테 높별을 내주며 뒷자리로 가시더군요. 어설프고 엉성해서 자꾸 틀리거나 잘못하더라도 어르신은 빙그레 웃을 뿐입니다. 젊은이는 모름지기 넘어지면서 배우게 마련이니, 앞으로도 즐겁게 틀리고 잘못하고 넘어지라고 타이릅니다. 아이를 낳기 앞서도 언제나 아이가 먼저 가라고 자리를 내주는 버릇을 들였고, 두 아이하고 살면서 늘 이 아이들이 먼저 누리고 맛보고 즐기도록 자리를 깝니다. 지는꽃이기에 뒤에 서지 않습니다. 늙마가 아닌 얼찬이라면, 어린이와 푸름이와 젊은이가 처음부터 끝까지 몸소 해보면서 배울 수 있도록 마당을 열고서 기쁘게 지켜보는 노릇이더군요. 아직 멍하고 우두커지 헤매더라도, 이처럼 허우적거리며 스스로 알아챕니다. 허허벌판에 씨앗을 어떻게 뿌리고 가꾸어야 할는지 천천히 새기는 동안, 넋나갔던 마음이 제자리를 찾으며 하얀날을 이룹니다.
ㅍㄹㄴ
위·손위·손윗사람·웃나이·윗사람·윗내기·윗님·윗분·윗놈·어른·어르신·얼찬이·꼭두자리·꼭두벼슬·으뜸자리·나리·높다·높끝·높꽃·높은곳·높곳·높은분·높은자리·높자리·높은별·높별·높은벼슬·높님·늘그막·늙마·늙바탕·늙다·늙네·늙님·늙은네·늙으신네·늙다리·늙둥이·늙은이·늙사람·늙은사람·늙은내기·지는길·지는꽃·지는 나이·지는이·지는님·하얀날·흰머리날·흰머리·흰바구니 ← 연장(年長), 연장자
넋나가다·얼나가다·멍·멍하다·새하얗다·하염없다·하얗다·비다·붕뜨다·벙뜨다·어리벙벙·우두커니·깎아지르다·떨어지다·나가떨어지다·허우적·허전하다·허허벌판·헐벗다·휑하다·헬렐레 ← 공황장애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