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1.22.


《새재》

 신경림 글, 창작과비평사, 1979.3.30.



이른아침에 밖으로 나와서 논두렁을 걷자니 이 시골도 바람이 매캐하다. 우리 보금자리는 나무로 둘러싸면서 매캐김을 막는 듯싶다. 고흥읍에 나오고 서울로 가는 길에도 하늘은 뿌옇다. 시외버스가 전북을 벗어날 즈음 높하늘에 조롱이 한 마리가 가로지른다. 한참 바라본다. 전철을 갈아타고서 부천나루에서 내리니 더욱 매캐하고 뿌옇다. 이곳 분들은 하늘빛이나 바람빛을 느끼는가? 입가리개로 지킬 수 없다. 쇳덩이와 잿집을 줄이고 숲을 품을 일이다. 〈대성서적〉에서 책을 두 꾸러미 장만하고서 〈용서점〉으로 간다. 이제부터 다달이 ‘마음을 노래하기(우리말로 시쓰기)’를 꾸린다. ‘미운놈·봐주다’ 두 낱말을 놓고서 우리 삶길을 돌아보며 삶노래를 여미어 본다. 《새재》를 모처럼 되읽다가 스무 해 앞서 신경림 글을 놓고서 주고받은 말을 떠올린다. 1994∼95년 무렵에 또래한테 신경림 노래책을 건네었을 적에 다들 “시가 나쁘지는 않은데 너무 붕뜬다.” 하고 들려주더라. 그때에는 또래가 책을 썩 안 읽으려고 해서 이렇게 대꾸하는가 싶었으나, 그 뒤로 여러모로 짚고 되읽어 보니 ‘책을 거의 안 읽던 또래’가 문득 읽고서 들려준 말이 참 옳구나 싶더라. 이따금 신경림 글모음을 되읽을 적마다, 이분이 그야말로 “가난한 집안에서 살림하는 작은 어버이(또는 아저씨)”로서 온하루를 집안일로 보내었다면, 아주 다르게 노래를 읊었을 텐데 싶더라. 툭하면 술 마시는 줄거리가 튀어나와서 읽다가 지친다. 집안일을 모르거나 안 하면서 어찌 삶을 노래할 수 있는가?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1.23.


《할머니가 물려주신 요리책》

 김숙년 이야기·김익선 글·김효순 그림, 장영, 2013.11.28.



엊저녁에 씻고 일찍 누웠다. 바닥에 불은 들어오되 따순물은 안 나오는 알쏭달쏭한 길손집이다. 나야 찬물로 씻어도 되지만 다른 손님은? 아침에 〈화목이네 책방〉을 들르려고 52번 버스를 탄다. 마침 책집지기님이 바깥일을 보러 자리를 비웠다. 노래 한 자락을 남긴다. 14:40에 고흥으로 돌아가는 시외버스를 타는데 빈자리가 없다. 설을 앞두고 일찍 움직이는 듯싶다. 볕바른 자리에 앉아 2시간은 쉬고서 2시간은 하루글을 쓰니 어느새 고흥읍에 닿는다. 별빛을 바라보며 집으로 간다. 《할머니가 물려주신 요리책》은 집안맛을 들려준다. ‘물려주신’이라 했으니 할머니 눈길일 텐데, ‘요리’라는 말은 늘 걸린다. “물려준 밥살림”에 “물려받는 밥차림”이라고 본다. 우리는 ‘살림’과 ‘짓기’를 물리고 잇는다. ‘전문’을 주고받지 않는다. 더 헤아린다면, “물려받은 밥살림”처럼 책이름을 붙일 적에는, 할머니가 예부터 잇고 돌봅 밥살림에서 ‘나로서 새롭게’ 헤아리고 살펴서 북돋우는 살림길을 보탠다고 할 만하다. 어린이하고 함께 읽는 그림책이라면 ‘어른이 마냥 주는’ 결보다는 ‘아이로서 새롭게 받아서 가꾸고 일구는’ 결을 살릴 적에 어울린다고 본다.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1.24.


《대전여지도 1 중구편》

 이용원 글·빛꽃, 토마토, 2016.9.24.



씻는칸 물꼭지가 망가졌다. 잘 안 돌아가는 꼭지를 작은아이가 힘으로 뽑은 듯싶다. 저녁에 면소재지로 가서 새것을 장만해 온다. 등허리를 조금 쉬고서 아이들하고 함께 갈자고 생각한다. 이제는 왼다리를 조금 높이 들어도 될 만큼 몸이 나았으나 다 낫지는 않았다. 한달음에 훅 앓더라도 찬찬히 나아가며 몸갈이를 한다. 《대전여지도 1 중구편》을 돌아본다. 마을 이야기는 마을사람이 쓸 수 있다. 마을사람이 아니라면 구경만 한다. 나라 이야기는 나라사람이 쓰겠지. 나라사람이 아니라면 왼이나 오른으로 기운 줄거리를 욱여넣는다. 살림하는 이야기는 살림꾼이 쓴다. 살림꾼이 아니라면 삶하고도 멀 뿐 아니라, 사랑이 흐르지 않는 조각(지식·정보)만 채운다. 크게 내딛어야 할 걸음이 아니고, 그저 꾸준히 걸어갈 걸음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마을이기에 우리 눈썰미로 우리 이웃을 마주하면서 도란도란 이야기하면서 한 올씩 풀어낼 만하다. 대전에는 〈월간 토마토〉가 이 몫을 맡는다면, 다른 고장에는 누가 이 몫을 맡을까? 뚜벅뚜벅 걸어다니면서 마을길을 느낀 하루를 고스란히 담는 이웃을 그린다. 더 많이 담거나 더 오래 안 담아도 된다. 스스로 살림하고 사랑하면서 사는 데에서 붓을 쥐면 넉넉하다.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강아지 천국 동물과 더불어 그림동화 1
신시아 라일런트 글.그림, 류장현 옮김 / 책공장더불어 / 201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2.19.

그림책시렁 1537


《강아지 하늘나라》

 신시아 라일런트

 고정아 옮김

 삼성출판사

 2001.11.28.



  모든 숨결은 땅과 하늘에서 나란히 살아갑니다. 땅에 몸을 누이고, 하늘에 마음을 놓습니다. 모든 목숨붙이는 통통 톡톡 땅에서 멀어갈 듯 오가다가도, 언제나 가만히 땅에 깃들어 쉽니다. 이러면서 늘 하늘빛을 머금는 삶길입니다. 《강아지 하늘나라》는 2001년에 문득 한글판이 나오고서, 2007년과 2013년에 새옷을 입고 나왔습니다. 이때마다 책이름이 조금씩 바뀌는데, “Dog Heaven”이란 “개하늘”이라고 단출히 말할 만합니다. 하늘은 “하나인 울”이되, ‘나라’까지는 아니거든요. ‘나라(국·國)’라는 낱말은 “나눈 땅”을 가리킵니다. 우리나라에 이웃나라를 가르듯, 넘나들지 말라고 금을 뚝 뗀 땅이 ‘나라’입니다. 가볍게 ‘하늘나라’처럼 쓰곤 합니다만, ‘하늘나라’라는 낱말에는 하늘에서마저도 땅과 마찬가지로 가르거나 쪼개거나 나누거나 등진다는 뜻이 스며요. 강아지도 고양이도 지렁이도 나비도 새도 벌레도 헤엄이도 고래도 상어도, 땅과 하늘 어느 곳에서나 ‘나라’가 아닌 ‘누리’를 누리고 누비기를 바라요. 적어도 ‘하늘누리’라 할 적에 어울리고, 수수하게 ‘개하늘·벌레하늘·사람하늘·새하늘’이랄 수 있어요. 모두 한아름 안고 한바탕 웃는 하나인 마음으로 파랗게 일렁이기를 바랍니다.


#CynthiaRylant

#DogHeaven (1995년) 


《개들도 하늘나라에 가요》(신시아 라일런트/신형건 옮김, 보물창고, 2007.12.10.)

《강아지 천국》(신시아 라일런트/류장현 옮김, 책공장더불어, 2013.10.19.)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다 레시피 노란상상 그림책 71
윤예나 지음, 서평화 그림 / 노란상상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2.19.

그림책시렁 1512


《바다 레시피》

 윤예나 글

 서평화 그림

 노란상상

 2020.7.15.



  2016년에 《뜨뜨시 할머니의 바다 레시피》로 처음 나온 작은꾸러미가 2020년에 《바다 레시피》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나옵니다. 우리는 어느새 우리말을 잊고서 바깥말로 마음을 그리더군요. “바다 길잡이·바다 이야기·바다 맛보기·바다 차림판·바다 살림꽃”처럼 바닷빛으로 파랗게 일렁이는 말씨를 모두 놓친다고 할 만합니다. 바닷물에 안기면 “해를 밤낮으로 머금은 물빛”을 맞아들이는 셈입니다. 바다는 서울과 달리 걸거치는 잿더미가 둘레에 없어요. 낮 내내 햇볕이 드리우고, 밤 내내 별빛이 내려앉는 바다입니다. 아침저녁으로 바닷물을 만지작거리거나 바닷가를 거닐 적에는, 우리별을 감도는 두 가지 빛살을 고스란히 누리는 셈입니다. 바다는 늘 길잡이입니다. 바다는 노상 이야기합니다. 바다는 삶을 맛보는 길을 알려줍니다. 바다가 차린 사랑을 헤아리고서, 바다랑 나란히 살림집을 일굽니다. 바탕을 이루는 바닥이면서, 뭇숨결이 태어난 밭인 바다인 줄, 바람빛인 파랑노래를 머금은 바다인 줄, 이제부터 찬찬히 헤아리기로 해요. 낱말 하나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면, 낱말 하나에 흐르는 온빛을 그만 잊다가 잃습니다.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