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아이들 - 윤주영 포토다큐멘터리
윤주영 지음 / 현암사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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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숲노래 빛꽃 / 사진비평 2025.2.22.

사진책시렁 164


《행복한 아이들》

 윤주영

 현암사

 2001.2.20.첫/2001.3.30.2벌



  2025년 1월 6일에 드디어 눈을 감은 ‘윤주영’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굳이 ‘드디어’라는 꾸밈말을 달았습니다만, 2001년에 ‘현암사’에서 《행복한 아이들》이라는 이름을 붙인 책까지 낸 분인데, 이이 발자국을 살짝 짚어 보겠습니다. 박정희 사슬나라인 1961년부터 ‘조선일보 편집부장’을 맡았고, 1963년부터 ‘민주공화당 선전부장’을 하더니, 1970년부터 ‘대통령 공보수석비서관’으로, 1971년부터 ‘문화공보부 장관’에, 1976년부터 ‘국회의원’까지 지내다가, 불현듯 1979년부터 ‘보도사진가’를 하겠다고 나서면서, 1985년에는 ‘조선일보 이사’를 하고서 ‘방일영문화재단 이사장’ 노릇도 한, 그야말로 ‘군사독재정권 해바라기’를 톡톡히 지낸 발자국을 자랑한 나날입니다. 이이는 참으로 오래도록 군사독재정권 떡고물과 조선일보 어깨띠를 자랑하였는데, 막상 찰칵이를 손에 쥘 때만큼은 “내 과거를 보지 말고 내 현재를 봐 달라”고 밝히더군요. 그런데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요? 이녁이 ‘문화공보부 장관’으로서 박정희 군사독재정권에 한 일이 버젓이 서슬퍼렇게 남았는데 말이지요. 게다가 박정희·전두환에 걸쳐서 조선일보랑 사이좋게 지내면서 낸 목소리는 무엇일까요? 독재자도 손에 찰칵이를 쥐면 ‘사진작가’가 될 수야 있겠지요. 그런데 “행복한 아이들”이라고요? 억지로 먼먼 나라로 떠나서 죽음밭을 헤매고 마음이 멍들고 다친 숱한 아이들은 하나도 안 보이는군요. 게다가 이런 허접쓰레기를 기꺼이 펴낸 ‘현암사’까지 창피합니다.


ㅍㄹㄴ


양부모들은 아이들이 그들의 뿌리를 잃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를 한다. 어느 가정에 가 보면 집 앞에 성조기와 태극기를 나란히 걸어 놓았고, 어떤 가정은 위탁모의 가족 사진을 거실에 걸어 놓고 기회 있을 때마다 회상시킨다. 그들은 입양아들이 10세를 전후해서 자신의 정체성 문제로 고민하기 시작하면 한국으로 데리고 와서 그의 모국을 보여준다 … 낳은 생모를 만나지는 못하더라도 그녀가 자기를 입양 보내지 않을 수 없었던 사연과 그 당시의 어려웠던 경제 사정 등을 이해하고 돌아간다. 또 양부모들은 전국의 문화 시설을 여행하면서 그가 오랜 역사를 갖는 문화 민족의 후예임을 느끼도록 자부심을 심어 주기도 한다. (95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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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침략
최인진 지음 / 아라(도서출판)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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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빛꽃 / 사진비평 2025.2.22.

사진책시렁 166


《사진 침략》

 최인진 엮음

 아라

 2015.12.30.



  겉에 “이 책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2015년 우수출판컨텐츠 지원사업 당선작 입니다.” 하고 새긴 《사진 침략》입니다만, 누가 어떻게 무엇으로 쳐들어왔는지 밝히는 줄거리는 따로 없는 채, ‘서양제국주의·일본군국주의’라는 이름만 되풀이하는 얼거리로 끝나는구나 싶습니다. 남이 쓴 글과 엮은이 글을 똑같은 글꼴로 놓기에, 난데없다 싶은 엮음새 탓에 뒤죽박죽이기도 하고, 줄거리하고 안 얽히는 그림을 ‘복사판’으로 그냥 곳곳에 끼워넣지만, 막상 꼭 있어야 할 그림은 하나도 없기 일쑤입니다. ‘사진 침략’을 거의 ‘일본 사진관이 일본스런 틀’로 이 나라에 마구 들어왔다고 밝히는 줄거리인데, 사진 갈래에서도 ‘일제강점기 발자취’를 다뤄야 한다는 이름에 너무 사로잡힌 나머지, 어떤 사진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는 거의 하나도 안 짚다시피 하면서 끝을 맺는군요. 우리나라 헌책집을 조금만 돌아다녀도 ‘일제강점기 사진’을 어렵잖이 만납니다. 엮은이가 여태 모은 그림이 꽤 많은 듯싶은데, 왜 이 책에는 거의 안 싣다시피 할까요? 무엇보다도 ‘사진 침략’이라고 책이름을 붙이려면 지난날뿐 아니라 오늘날까지 ‘일본 사진’이 얼마나 퍼지고 또아리를 틀었는지 밝힐 노릇입니다. 우리는 1945년 뒤에 ‘일본이 남기거나 찍은 사진’을 그냥 아무렇지 않게 오래도록 썼습니다. ‘저들(일본)은 침략자’이기에 ‘저들이 찍은 사진저작권’을 2000년에 이르도록 한 푼조차 치른 적이 없다고 할 만합니다. 오늘날에도 숱한 ‘사진작가’는 ‘일본 사진책과 사진잡지에 나온 스타일’을 슬그머니 가져다가 씁니다. 어제와 오늘을 나란히 살펴서 나무랄 곳을 제대로 나무라야 《사진 침략》에 걸맞는 책일 텐데, 둘 다 허술하면서 책값만 오지게 붙였습니다.


ㅍㄹㄴ


일본 측에서 촬영한 병자수호조약 당시의 사진은 사진첩에 70여 점이 첨부되어 전해지고 있다. 1970년대 초 서울대학교가 서울 종로 동숭동에 있을 때다. 당시 이 대학교의 중앙도서관에는 타이프로 찍은 ‘강화도조약 당시의 사진첩’이란 제목이 붙은 4절 크기의 사진첩이 소장되어 있었다. 사진은 누렇게 빛이 바래 고풍스럽기는 했지만 어느 누구도 1876년 당시에 촬영된 사진이라고 눈여겨본 이는 하나도 없었다. (41쪽)


오늘의 행정구역을 기준으로 영종도, 강화도 등을 포함하고 있는 인천광역시는 우리 사진사에서 최초로 사진과 접촉되었던 곳일 뿐만 아니라 사진에 찍혀진 가장 오래된 지역도 역시 이곳의 도서지방과 인천 사람들이었다. (237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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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지마 노래하면 집이 파다닥 5
콘노 아키라 지음, 이은주 옮김 / 미우(대원씨아이)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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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2.21.

텃새 철새 사랑어른


《쿠지마 노래하면 집이 파다닥 5》

 콘노 아키라

 이은주 옮김

 미우

 2025.2.28.



  바쁠 적에는 바쁜 일에 마음을 차분히 기울이면서, 이 바쁜 일을 하는 마음을 가다듬으면 넉넉합니다. 바쁘기에 틈을 낼 수 있으면, 이 밭은 틈을 스스로 북돋우는 길에 기쁘게 살릴 수 있고요.


  누구나 알맞게 일하고, 알맞게 쉬고, 알맞게 놀고, 알맞게 얘기하노라면, 다투거나 겨루거나 싸우거나 미워하거나 등돌리거나 괴롭힐 까닭이 하나도 없다고 느껴요. 요즈막 우리나라 모습이란, 서로 너무 바쁜 나머지, 서로 무슨 마음으로 무슨 말을 하려는지 하나도 안 듣고 귀닫으면서 삿대질만 하는 얼거리라고 느낍니다.


  때려죽일 멍청한 놈이란 있을 수 없어요. 바보스럽거나 멍청하게 말을 하거나 어떤 짓을 하는 누가 있다면, 그사람은 우리한테 제발 나를 상냥하고 참하게 가르쳐 주고 이끌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게 마련이에요. 그런데 우리는 겉으로 드러나는 말썽에 너무 얽매여서(왜냐하면 그들도 우리도 나란히 바쁘거든요), 말썽꾼이나 바보꾼이나 멍청씨를 달래고 다독여서 어깨동무하는 이야기를 펴는 자리를 아예 잊거나 안 마련하더군요.


  알맞을 길을 헤아리기에 알뜰살뜰할 뿐 아니라, 삶을 알아가고 사랑을 알아보고 숲을 아늑히 품습니다.


  《쿠지마 노래하면 집이 파다닥 5》을 우리 집 두 아이하고 함께 읽으며 살짝 눈물이 돕니다. 벌써 이야기를 끝맺으니 아쉽고, 쿠지마하고 아이들이 어울리는 삶길은 “그저 삶”에서 멈추지 않고 “함께 일구는 살림”에 “같이 걸어가는 사랑”을 바라봅니다.


  바라보아야 받아들일 틈을 느낍니다. 받아들일 틈을 느껴서 서로 무엇을 배우고 나누면서 어울리는 길일까 하고 생각합니다. 배울 길을 생각해야 반갑고, 반갑지 않다면 서로 틈을 안 내면서 안 배우고 안 바라본다는 뜻입니다.


  사랑하는 사이라면 굳이 바라보지 않곤 합니다. 사랑하는 사이인데 굳이 안 바라볼 수 있는 까닭을 헤아릴 수 있나요? 사랑이라면 가까이 붙어서 지내든, 멀리 떨어져서 따로 일하든 그저 사랑입니다. 사랑이 아닌 ‘매달림(집착)’이기 때문에 조금만 떨어지거나 다른 곳에서 일하거나 다른 사람을 만나면 그냥 활활 타오르는 불길(분노·질투)로 뒤바뀌어요.


  누구를 좋아할 적에는 ‘내가 좋아하는 너’가 ‘나 아닌 남’하고 만나서 웃고 떠들고 춤추고 노래하면 그만 불길(분노·질투)에 이글이글 휩싸여요. 사랑이라면, 나도 너도 오롯이 빛나는 숨결이기 때문에 ‘등질(배반할)’ 까닭이 없어요. 사랑이 아니기 때문에 ‘믿음(종교)’으로 치닫습니다. ‘믿어야 한다는 굴레(속박)’를 씌워서, 그만 옴쭉달싹 못 하도록 묶으려고 하는 ‘좋아함(애착·집착·연애)’입니다.


  《쿠지마 노래하면 집이 파다닥》 다섯걸음을 가만히 돌아봅니다. 이 다섯걸음은 배움불굿(입시지옥)을 핑계로 어느 수수한 집안에 난데없이 사라지고 만 ‘사랑’을 쿠지마라고 하는 ‘철새’가 어느 날 문득 씨앗 한 톨을 건네듯 지피는 줄거리입니다. 철새인 쿠지마는 러시아에서 어릴 적에 받고 바라보고 배운 ‘사랑씨’가 있는 터라, 이 사랑씨를 바다 건너 먼먼 일본 어느 작은마을 작은집 작은사람 곁에 깃들 수 있어요.


  그런데 쿠지마는 철새입니다. 요즈음 우리나라는 뜬금없이 ‘철새’를 따돌리는데요, “철새는 ○철수”라느니 무어니 하면서 비아냥거리거나 비꼬는 말씨로 새와 사람을 깎아내리더군요. 벼슬꾼 아무개 씨가 잘못하거나 제대로 못 짚는 대목이 있습니다만, 이이는 이녁 딸아이를 사랑으로 돌보았고, 다 큰 딸아이가 들려주는 말(충고)을 기꺼이 받아들인다지요. 이야기(대화·타협)를 하면서 맞추어 갈 줄 알기에 ‘안랩 백신’을 일구고서 아주 값싸게 누구나 쓸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여깁니다. 이러구러 “철을 읽고 익혀서 아이(새끼새)를 어질게 가르치고 이끌어서 다 다른 두 군데 보금자리를 기쁘게 날아다니면서 철빛을 사람들한테 알려주는 새”가 ‘철새’입니다.


  이 그림꽃에서 쿠지마는 철새요, 러시아사람과 일본사람은 ‘텃새(텃사람)’입니다. 철새가 철을 읽고 익히면서 보금자리에 사랑을 두빛으로 심는다면, 텃새는 터(삶터)를 읽고 익히면서 보금자리에 사랑을 한빛으로 심습니다. 그래서 텃새하고 철새는 둘이 다르면서 하나로 어울리는 ‘새(그저 새)’입니다.


  이야기할 새(사이·틈새)가 없으니 바쁘고, 바쁘니 이야기를 안 하고, 바빠서 이야기를 안 하다 보니, 속빛과 철빛과 눈빛을 몽땅 잊다가 잃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우리는 잘 보고 짚을 노릇입니다. 나라지기(대통령)이건, 그저 벼슬꾼(정치인·공무원)이건, 우리 손으로 어느 일꾼을 뽑을 적에는 “아이를 사랑으로 낳아서 사랑으로 돌보는 보금자리를 적어도 열 해나 스무 해쯤 살아낸 사람”만 밑동(후보)으로 나오도록 가닥을 잡아야 슬기롭다고 봅니다. 짝을 맺지 않아서 아이를 안 낳은 사람이라면, “어린이집이나 어린배움터에서 적어도 열 해나 스무 해를 어린이를 돌보고 가르친 발걸음이 있는 사람”만 밑동으로 나서도록 해야지 싶습니다.


  어린이는 어른보다 낮은 사람은 아니되, 몸도 힘도 여립니다. 그러니까 어린이 눈높이에 서고 눈길과 매무새를 맞추면서 “스스로 몸을 낮추고, 스스로 어린이를 높일 줄 알면서, 살림과 일과 사랑을 지은 사람”일 때라야, “온나라 사람(국민·백성·민중·인민·시민)을 널리 헤아리고 품으면서 이야기를 끝없이 펴면서 새길을 찾는 어진 일꾼”을 찾아낼 만하다고 봅니다.


  나라일을 맡을 일꾼은 ‘이쪽’이어야 하지 않고 ‘저쪽’이나 ‘그쪽’이어야 하지 않습니다. 일꾼은 어느 쪽 사람이건 그저 ‘일꾼’일 노릇이고, 이쪽저쪽그쪽 모두 “보금자리부터 사랑으로 살림을 손수 하면서 아이를 돌보고 함께 이야기하는 어진 어른”일 노릇입니다. 터럭만큼도 안 어질 뿐 아니라, 아이를 돌본 적조차 없고, 딸아들이 망나니짓을 일삼는데 딸아들을 타이르지도 나무라지도 가르치지도 않는 이들이 나라지기나 벼슬자리를 맡은 우리나라인 터라, 여태 이 꼬라지로 망가졌습니다.


  적잖은 분들은 ‘아이돌봄(육아휴직)’을 하느라 그만 ‘끊긴다(경력단절)’고 잘못 여기더군요. 그러나 조금도 끊기지 않습니다. 아이를 낳아 돌보기 앞서는 그저 ‘일’만 쳐다보면서 바쁘게 달렸다면, 아이를 낳아 돌보는 살림을 열 해나 스무 해를 지어온 모든 살림꾼(거의 모두 아줌마입니다)은 ‘새길(새로운 경력)’을 아름사랑으로 갈고닦은 어질며 알뜰하고 빛나는 일꾼입니다. 그래서 나라지기라면 마땅히 “아이를 낳아 사랑으로 돌보는 살림을 지은 아줌마”가 맡아야지요. ‘장관·시도지사·군수·구청장’ 같은 자리도 “아이를 사랑하며 돌본 아줌마나 아저씨”가 맡아야 어떠한 뒷짓(부정부패)도 없게 마련입니다.


  살림한 적도, 사랑한 적도, 사람으로서 아이를 돌본 적도 없는 채, 그저 ‘전문정치질’만 하던 이들은 모조리 뒷짓에 얽매이고 사로잡히더군요. 미국에서 나라지기를 새로 맡은 ㅌ씨를 그냥 깎아내리는 사람이 많습니다만, ㅌ씨도 잘잘못과 말썽이 많을 테지만, ㅌ씨는 이녁 딸아들을 언제나 사랑으로 돌보았습니다. 딸아들을 사랑으로 돌보았을 뿐 아니라, ‘다 큰 딸아들이 어버이 곁에서 함께 일하고 이야기하는 사이’라면, 나라살림을 알뜰살뜰 아름답게 일구는 씨앗을 뿌릴 수 있습니다.


  그들(정치꾼)이 어느 쪽(정파·정당)인지 쳐다볼 일이 아닙니다. 그들이 아이 곁에 제대로 있는지 아닌지 바라볼 일입니다. 무엇보다도 ‘그들 쳐다보기’를 하기 앞서 ‘나보기(나를 바라보기)’를 할 일입니다. 나부터 우리 집 아이를 사랑하는 살림인지 생각해야 합니다. 나부터 이웃집 아이를 사랑으로 마주하고 어질게 타이를 줄 아는 ‘상냥하고 참한 이웃 아줌마 아저씨’인지 헤아리기에 비로소 온누리를 갈아엎는 길을 어질게 여는 어른으로 설 수 있습니다.


ㅍㄹㄴ


“나, 벚꽃 처음 봐!” “그렇구나, 하긴 그렇겠네. 한 그루가 있는데 최근에 꽃을 피웠어!” (59쪽)


“스구루는 가르칠 자세가 안 돼 있어! 상냥함이 부족하잖아!” “뭐?” “스구루는 아라타한테 좀 배워! 나 아라타한테 배울 거야!” (96쪽)


“괜찮아! 반년만 떨어져 있는 거잖아. 반년은 금방 갈 거야.” (109쪽)


“다시 널 만나러 왔어!” (138쪽)


#クジマ歌えば家ほろろ #紺野アキラ

Akira Konno


《쿠지마 노래하면 집이 파다닥 5》(콘노 아키라/이은주 옮김, 미우, 2025)


작년에 합격된 인간들 속에 있기 싫어

→ 지난해에 된 놈들 사이에 있기 싫어

→ 지난해에 붙은 무리에 있기 싫어

9쪽


쿠지마와의 이별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걸 실감하게 됩니다

→ 쿠지마와 곧 헤어져야 하는 줄 깨닫습니다

→ 쿠지마가 머잖아 떠아냐 하는 줄 느낍니다

52쪽


아라타가 슬퍼지면 더 슬퍼져

→ 아라타가 슬프면 더 슬퍼

→ 아라타가 슬퍼하면 더 슬퍼

53쪽


어차피 자기가 떼쓰고 있다는 건 아니까

→ 뭐 제가 떼스는 줄 아니까

→ 됐어, 스스로 떼쓰는 줄 아니까

54쪽


가르칠 자세가 안 돼 있어! 상냥함이 부족하잖아

→ 가르칠 매무새가 안 됐어! 상냥하지 않잖아

→ 가르칠 몸이 아니야! 안 상냥하잖아!

96쪽


나 아라타한테 배울 거야

→ 나 아라타한테서 배울래

96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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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목도 目睹


 비참한 광경을 목도하다 → 끔찍한 모습을 지켜보다

 무참한 죽음을 목도했었다 → 덧없는 죽음을 보았다


  “목도(目睹) : = 목격(目擊)”처럼 풀이하던 국립국어원인데, 2018년에 이르러 “눈으로 직접 보다 = 목격하다”로 뜻풀이를 손봅니다. 그러나 ‘구경하다·구경’이나 ‘바라보다·바로보다·보다’로 고쳐쓸 만합니다. ‘스치다·스쳐가다’나 ‘눈·눈꽃·눈깔·눈길’로 고쳐쓰고, ‘들키다·들통나다’로 고쳐써요. ‘마주치다·마주뜨리다·마주트리다·마주하다’나 ‘만나다·이웃맞이’로 고쳐씁니다. ‘살펴보다·살피다·지켜보다’로 고쳐써도 어울려요.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목도’를 셋 더 싣는데 다 털어냅니다. 나무칼은 그저 나무칼입니다. ㅍㄹㄴ



목도(木刀) : 1. [수공] = 예새 2. [운동] = 목검

목도(木桃) : [한의학] = 산사자

목도(牧島) : [지명] ‘영도’의 옛 이름



전날 밤의 온갖 행복한 기대감은 사라지고, 전쟁이 낳은 기아의 현장을 목도하고 있었다

→ 지난밤에 즐겁게 그리던 꿈은 사라지고, 불바다 탓에 굶주리는 삶을 바라보았다

→ 간밤에 푸르게 그리던 마음은 사라지고, 불더미에서 배곯는 모습을 마주하였다

《뱅뱅클럽》(그레그 마리노비치·주앙 실바/김성민 옮김, 월간사진, 2013) 170쪽


수많은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목도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 숱한 이들 안타까운 이야기를 지켜보듯 말이다

→ 숱한 안타까운 이야기를 바라보듯 말이다

《호미 한 자루 농법》(안철환, 들녘, 2016) 6쪽


처음으로 밤이라는 것을 목도한 사람처럼

→ 처음으로 밤을 본 사람처럼

《늦여름》(호리 다쓰오/안민희 옮김, 북노마드, 2024) 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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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삶말/사자성어] 미래세대



 미래세대가 만들어 갈 새로운 세상은 → 아이들이 일굴 새로운 터전은

 미래세대를 상징하는 이야기였다 → 봉오리를 그리는 이야기였다

 미래세대를 위한 정책이 없다 → 앞을 보는 길이 없다


미래세대 : x

미래(未來) : 1. 앞으로 올 때 2. [불교] 삼세(三世)의 하나. 죽은 뒤에 다시 태어나 산다는 미래의 세상을 이른다 = 내세 3. [언어] 발화(發話) 순간이나 일정한 기준적 시간보다 나중에 오는 행동, 상태 따위를 나타내는 시제(時制) ≒ 올적

세대(世代) : 1. 어린아이가 성장하여 부모 일을 계승할 때까지의 30년 정도 되는 기간 ≒ 대 2. 같은 시대에 살면서 공통의 의식을 가지는 비슷한 연령층의 사람 전체 3. 한 생물이 생겨나서 생존을 끝마칠 때까지의 기간 4. 그때에 당면한 시대



  앞으로 나아가거나 다가올 길을 일굴 사람이 있습니다. 앞사람이자 뒷사람이요 어린이에 푸름이입니다. 이러한 사람과 길을 밝힐 적에는 ‘그다음·그담’이나 ‘모레·앞·앞날·이제·올적’이나 ‘다음·다음삶·다음살이·요다음·이다음’으로 나타낼 만합니다. ‘길그림·길짜임·꿈그림·꿈길·밝은그림·새그림·일그림·푸른그림·푸른길’이나 ‘앞길·앞그림·앞꿈·앞걸음·앞눈·앞빛·앞일’이나 ‘꽃망울·꽃봉오리·망울·봉오리·숨은빛·잎망울’로 나타낼 만하지요. ‘꿈·꿈꾸다·빛·빛살·빛꽃·빛싹·싹’이나 ‘꿈나무·꿈별·꿈빛·꿈아이’로 나타냅니다. ‘아이·어린이’로도 나타내고요. ‘나중·너머·뒷길·뒷삶’이나 ‘눈밑·눈앞·발밑·코앞’이나 ‘머잖아·머지않아·바야흐로·곧·곧바로·곧이어’나 ‘멀다·새·새롭다·새날·새빛·새싹’으로 나타내어도 어울립니다. ㅍㄹㄴ



나는 비밀 병기를 장전해주는 심정으로 미래 세대와의 글쓰기 수업을 시작한다

→ 나는 속힘을 채워 주는 마음으로 아이들하고 글쓰기를 익힌다

→ 나는 속빛을 챙겨 주려고 푸름이하고 글쓰기 자리를 연다

《날씨와 얼굴》(이슬아, 위고, 2023) 13쪽


우리의 읽기 습관은 미래 세대에게 어떤 향을 물려줄까

→ 우리가 읽는 길은 아이들한테 어떤 냄새를 물려줄까

→ 우리가 읽는 매무새는 앞으로 어떤 내음을 물려줄까

《나무 내음을 맡는 열세 가지 방법》(데이비드 조지 해스컬/노승영 옮김, 에이도스, 2024) 1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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