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한 하루를 담았구나 싶은 만화책 <슬로우리 데이즈>를 2010년에 샀는지 안 샀는지 알쏭달쏭하다. 아마 주문하다 보면 알겠지 @.@ 이분이 그린 다른 만화책 <소소한 휴일>을 이제서야 읽고서, <소소한 휴일>은 일찌감치 판이 끊어진 모습을 보고는, 뒤늦게 알아보면 꼭 이렇게 뒤엣권 찾아 읽기 어려우니, 만화책을 하나하나 챙겨서 읽는 삶은 만만하지 않다. "소소한 휴일"도 "슬로우리 데이즈"도, 또 "우리만의 행복한 시간"도, 책이름부터 느긋하면서 평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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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리 데이즈 2
나가하라 마리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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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리 데이즈 1
나가하라 마리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5월
4,200원 → 3,780원(10%할인) / 마일리지 21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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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해지지 마 약해지지 마
시바타 도요 지음, 채숙향 옮김 / 지식여행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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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밭에 구름나무 한 그루
[시를 노래하는 시 43] 시바타 도요, 《약해지지 마》

 


- 책이름 : 약해지지 마
- 글 : 시바타 도요
- 옮긴이 : 채숙향
- 펴낸곳 : 지식여행 (2010.11.10.)
- 책값 : 9900원

 


  내가 많이 어렸을 적, 인천에는 5층을 넘는 건물이 아주 드물었습니다. 15층짜리 아파트가 몇 군데 있었지만, 여느 건물이 10층을 넘는 일이란 거의 없었어요. 1980년대 첫머리 인천은 도시답지 않다 싶은 도시요, 하늘이 퍽 넓게 트인 곳이었습니다. 작은아버지와 할머니 사는 서울에 나들이를 다녀올 적에는 너무 높고 빽빽한 건물과 아파트가 가득한 모습에 놀라고 숨이 막혔어요. 인천은 온갖 공장과 공단이 바글바글해서 바람이 매캐했는데, 공장은 얼마 안 보이고 건물과 아파트만 빽빽한 서울이 외려 갑갑하구나 싶었습니다. 자동차가 끔찍하게 많다 싶어 그랬을까요. 자동차도 많고 사람도 많으며 높다란 건물도 많아서 갑갑하다고 느꼈을까요. 지하철 2호선을 타고 땅밑을 한참 달리는 동안에는 골이 아프고 어지러웠어요. 왜 땅밑으로 전철길을 놓았나 알쏭달쏭했어요. 땅위는 복닥복닥해서 땅밑에 전철을 놓을밖에 없다 하지만, 햇빛 없는 땅밑에서 다니는 일은 하나도 즐겁지 않았어요.


.. 돌아가신 어머니처럼 / 아흔둘 나이가 되어도 / 어머니가 그리워 ..  (어머니 1)


  어린 나는 구름을 바라보며 자랍니다. 높다란 건물이 거의 없으니, 어디에서나 구름을 바라봅니다. 딱히 눈을 들지 않더라도 구름을 즐겁게 바라봅니다. 국민학교 교실에서 창가에 앉으면 으레 먼 하늘을 바라봅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도 으레 구름바라기를 하며 지냅니다.


  교실 안쪽은 볼 것이 없기도 했어요. 칠판이나 책걸상은 볼 만하지 않습니다. 입시공부에 파묻히거나 바보놀이 벌이는 동무들은 바라볼 만하지 않습니다. 학교옷 걸친 내 모습 또한 바라볼 만하지 않습니다. 송이송이 피어나고, 바람과 함께 흐르는 구름이 볼 만하다고 느낍니다. 햇살 따라 춤추거나 노래하는 구름이 사랑스럽다고 느낍니다.


  그런데, 고등학교를 마친 뒤 인천을 떠나 서울에서 살았어요. 대학교 앞 신문사지국에 깃들어 신문배달을 하고, 신문배달 짐자전거를 끌며 헌책방마실을 했어요. 신문배달 여러 해를 하고서 출판사에 들어가 새벽에 일터에 가고 저녁이나 밤에 집으로 돌아왔어요. 작은 내 보금자리를 달삯방으로 얻었지만, 내 보금자리에서 느긋하게 해바라기나 구름바라기 하던 날은 드물어요. 서울에서 아홉 해쯤 사는 동안 구름을 아름답다고 느낀 적이나 해가 맑다고 느낀 적은 거의 없어요. 이런 이야기를 나눌 벗도 없어요.


.. 모두 / 나에게 / 살아갈 힘을 / 선물하네 ..  (살아갈 힘)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자라고 도시에서 일자리 얻어 살아가면서, 마음 한켠이 그리 너그럽지 못했어요. 고향 인천에 있는 동무는 내가 일찌감치 서울에서 자리잡고 살아가니 부럽다고들 하는데, 내 마음은 노상 쓸쓸했어요. 이때에는 나 스스로 까닭을 몰랐어요. 서울을 떠나 시골에서 살며 천천히 깨달았어요. 아주 어린 날부터 늘 바라보며 마음을 차분히 다스리던 구름도 해도 달도 별도 못 보았기 때문이었어요. 바람을 느끼지 못하고, 햇살을 누리지 못하니, 서울에서 이런 이름 저런 자리를 누린다 하더라도 기쁘지 못해요.


  오늘도 구름바라기를 하면서 생각에 젖습니다. 저 구름은 어쩜 이렇게 날마다 새로울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어제 바라본 구름은, 마치 구름밭에 구름나마 한 그루 선 듯한 모습이었어요. 꼭 1분쯤 구름나무 한 그루 구름밭에 섰어요. 구름밭과 구름나무 바라보면서 마음속에서 따스한 기운이 솟더군요.


  우리 식구 지내는 두멧시골은 하늘을 가리는 건물이나 아파트가 없어요. 앞메나 뒷메 모두 그리 높지 않아 하늘을 넓게 바라볼 수 있어요. 그리 높지 않다지만 앞메와 뒷메가 있어 구름이 곧잘 멧등성이에 앉아 쉬곤 해요. 그리 안 높은 멧자락이라 하더라도 구름바다가 이루어지는 날이 있어요. 여름에는 푸르게 우거진 숲에 하얗게 펼쳐지는 구름숲이 어우러지기도 해요.


.. 다른 이와 / 맞서 싸우면 안 돼 / 훗날 자신이 / 미워진단다 // 자, 보렴 / 창가에 / 환한 햇살이 들기 시작해 / 새가 노래하고 있어 ..  (아들에게 1)


  구름을 바라보듯 풀포기를 바라봅니다. 풀포기를 바라보듯 나무를 바라봅니다. 나무를 바라보듯 풀벌레를 바라봅니다. 풀벌레를 바라보듯 개구리를 바라봅니다. 개구리를 바라보듯 제비를 바라봅니다. 제비를 바라보듯 마늘과 배추와 나락과 서숙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옆지기와 아이들을 바라봅니다. 삶을 바라봅니다. 삶에 서리는 사랑을 바라보고, 사랑에 깃드는 꿈을 바라봅니다.


  날이 추울 때에는 추위가 찾아오는 까닭이 있겠지요. 날이 더울 때에는 더위가 찾아드는 까닭이 있겠지요. 바람이 드세게 불거나 바람이 조용한 까닭이 있어요. 구름 하나 없는 까닭과 구름이 짙게 드리우는 까닭이 있어요. 비가 오는 까닭과 눈이 오는 까닭이 있어요.


  날마다 날씨를 헤아립니다. 날마다 먼 하늘을 바라보며 하늘빛을 헤아리고, 하늘빛에 감도는 날씨를 되새깁니다. 바람내음을 맡으면서 이 내음을 아이들하고 함께 나눕니다. 바람빛을 느끼면서 이 빛을 아이들이랑 서로 나눕니다.


.. 눈은 사람의 마음을 / 보고 / 귀는 바람의 속삭임을 / 듣고 ..  (나 1)


  일본사람 시바타 도요 님은 백 살이라는 나이를 앞두고 《약해지지 마》(지식여행,2010)라는 시집을 썼다고 해요. 꼭 백 살인가, 백두 살인가에 숨을 거두며 저승나라로 마실을 떠나셨다고 하더군요. 할머니 시바타 도요 님은 스스로 여린 마음 아닌 튼튼한 마음이고 싶어 시를 쓰셨겠지요. 당신이 걸어온 아흔 해 넘는 나날을 즐겁게 되새기고 싶어 시를 쓰셨겠지요. 아흔 해 넘는 나날에 걸쳐 누린 꿈과 사랑을 아이들한테 물려주고 싶어 시를 쓰셨겠지요.


  그래요. 시는 사랑으로 씁니다. 시는 꿈을 빚어 씁니다. 시는 삶을 누려 씁니다. 눈물만 젖어서는 시를 못 써요. 웃음만 넘쳐서는 시를 못 써요. 시는 사랑과 꿈을 어우르는 삶을 담는 이야기로 써요. 기쁘게 나누는 사랑과 해맑게 빛내는 꿈과 따스히 누리는 삶을 이야기로 엮을 때에 시가 돼요.


.. 햇살과 산들바람은 / 한쪽 편만 들지 않아 ..  (약해지지 마)


  햇살도 산들바람도 구름도 풀잎도, 어느 한쪽 편만 들지 않습니다. 개구리와 풀벌레와 멧새가 들려주는 노랫소리는 어느 한쪽 편만 즐기라는 노래가 아닙니다. 무지개와 별빛과 달빛은 어느 한쪽 편만 누리라는 고운 빛이 아닙니다.


  들판에서 자라는 나락은 모든 사람이 먹어요. 대통령도 시장도 군수도 먹고, 의사도 판사도 변호사도 먹어요. 노동자도 농사꾼도 먹는 나락이요, 고기잡이나 과학자도 먹는 나락입니다.


  나비는 모든 사람 앞에서 춤을 춥니다. 봄볕은 모든 사람한테 따순 손길 내밉니다. 가을바람은 모든 사람한테 상큼한 웃음을 베풉니다. 그러면, 우리들은 어떠한가요. 우리 사람은 서로한테 얼마나 너른 가슴이 되나요. 우리는 서로서로 어느 만큼 맑고 밝은 이야기를 나누는 하루인가요.


.. 고민 끝에 내일 / 새것으로 바꾸기로 했다 / 사십 년 동안 / 부드러운 바람 보내 줘 고마워 // 푹 쉬렴 ..  (선풍기)


  어린이는 모두 시인입니다. 어른은 모두 어린이였습니다. 어른도 어린이도 모두 시인입니다. 문예창작학과를 나와야 시인이 되지 않습니다. 새봄글잔치에 뽑혀야 시인이 되지 않습니다. 삶을 즐기는 사람 누구나 시인입니다. 사랑을 나누는 사람이면 모두 시인입니다. 꿈을 이루는 고운 길 씩씩하게 걸어가면 참말 시인입니다.


  시를 누리면서 삶을 누리고, 시를 읽으면서 삶을 읽어요. 시를 선물하면서 사랑을 선물하고, 시를 지으며 삶을 지어요. 4346.2.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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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맹호, 고은, 인문서점, 《聖·高銀 엣세이》

 


  헌책방 한켠에 놓인 낡은 책 하나 바라본다. 이제 책을 다 골랐다 싶어 책값을 치르려고 기다린다. 멀뚱멀뚱 있으면 재미없으니 두리번두리번 책탑과 책시렁을 살펴본다. 《聖·高銀 엣세이》라는 이름 붙은 책이 궁금해서 뒤적인다. 어떤 이가 이런 이름을 붙여서 책을 냈는가. 1933년에 태어난 고은 님은 이 책이 나올 무렵 아직 새파란 나이라 할 텐데, 이 책을 펴낸 출판사는 어떤 생각으로 이런 책이름을 붙였을까.


  1967년에 첫 쇄를 찍은 《聖·高銀 엣세이》는 ‘人文書店’이라는 곳에서 나왔고, 인문서점이라는 출판사 대표는 ‘朴孟浩’라 나오며, ‘서울 종로 청진동 청진빌딩 32호실’이라는 주소가 보인다. 이 책을 처음 사서 읽은 분은 ‘1968.5.8.명동에서’ 샀다고 볼펜으로 적는다. 《聖·高銀 엣세이》를 펼치면 첫 글에 ‘젤소미나’ 이야기가 나온다. 아하, 고은 님도 영화 〈길(라 스트라다)〉을 보았구나. 1960년대 첫머리 한국 극장에 이 영화가 걸렸구나. 스님이라는 길을 그만둔 고은 님은 극장에서 〈길〉을 보면서 눈시울을 적셨구나.


  민음사라는 출판사를 만든 박맹호 님은 1966년 청진동 옥탑방에 출판사를 꾸렸다 말하는데, 그 출판사가 처음에는 ‘인문서점’이었구나. 옥탑방이라 하지만 32호실이라 나오는데, 옥탑방이 여럿 있었을까. 옥탑방이라 하더라도 32호실이라고 어엿하게 방 번호를 붙였을까.


  마흔여섯 해를 묵은 책 하나 내 손에 들어온다. 마흔여섯 해 앞서 ‘사람 고은’을 ‘거룩한 고은’이라고 이름을 붙인 책 하나 내 손바닥에 놓인다. 책을 쓴 사람도, 책을 낸 사람도, 마흔여섯 해를 잘 살아왔구나 싶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건대, ‘거룩한 고은’ 아닌 ‘사람 고은’이라고 책이름을 붙였으면 훨씬 더 물결을 일으키지 않았으랴 싶다. 사람들은 스스로 ‘사람’인 줄 못 느끼거나 생각 안 하는 채 살아가니까. 4346.2.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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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맹호 씨 자서전 소식을 들으며 생각에 잠긴다. '민음사 편집자' 가운데 10년이나 20년쯤 한 자리를 지킨 이가 있다면, 이들이 '민음사 편집자 자서전' 한 권쯤 쓸 수 있기를. 아니면, '민음사를 거친 편집자' 100사람이나 200사람쯤 모여서 '민음사에서 책을 만든 이야기'를 쓸 수 있기를. 한 사람 목소리만으로는 출판사 한 곳이 어떻게 걸어왔는가 하는 대목을 제대로 밝히거나 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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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맹호 자서전 책
박맹호 지음 / 민음사 / 2012년 12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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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나누는 사랑

 


  중학교를 다니던 때부터 동무한테 책을 선물합니다. 노래테이프를 선물한다든지 극장표를 선물한다든지 하기도 했지만, 내가 즐겁게 읽은 어떤 책 하나를 정갈한 종이에 곱게 싸서 엽서 한 장 끼운 선물이 나로서는 참 좋았습니다. 때로는 내가 미처 못 읽은 책을 책방에 서서 바지런히 읽은 다음 예쁜 그림엽서 하나 함께 사서는 이런 인사 저런 이야기 담아 책 사이에 꽂고는 정갈한 종이에 곱게 싸서 선물하곤 합니다.


  책을 선물하면서 ‘내가 읽은 그 책’을 새롭게 다시 들춥니다. 나는 그 책 읽으며 들뜨며 즐거웠는데, 내 동무는 어떤 마음일까 궁금하고 설렙니다. 내가 읽지 않은 책을 선물할 수 없기에, 아직 읽지 못했지만 꽤 아름다우리라 여긴 책을 고른 뒤 한 시간 즈음 서서 손자국 안 묻히도록 애쓰며 후다닥 읽기도 합니다. 책을 선물하는 김에 책을 하나 더 읽을 수 있는 셈입니다.


  누군가한테 무엇을 건넬 적에는 더 천천히 더 반듯하게 글을 씁니다. 한 글자 두 글자 사랑 듬뿍 담아 적바림합니다. 책 한 권 선물이란, 나무 한 그루 선물과 같다고 느낍니다. 나무는 몸한테 푸른 숨결을 베풀고, 책은 마음한테 푸른 숨결을 베풉니다. 나무로 빚은 책은 사람들한테 푸른 넋과 푸른 얼 싱그럽고 산뜻하게 일구는 슬기를 베풉니다.


  내가 읽는 내 책은, 내가 나한테 선물하는 책입니다. 내 이웃이나 동무한테 선물하는 책은, 내 이웃이나 동무가 마음밭 아름다이 일굴 수 있기를 바라는 꿈이요 사랑입니다. 4346.2.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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