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나누는 사랑

 


  중학교를 다니던 때부터 동무한테 책을 선물합니다. 노래테이프를 선물한다든지 극장표를 선물한다든지 하기도 했지만, 내가 즐겁게 읽은 어떤 책 하나를 정갈한 종이에 곱게 싸서 엽서 한 장 끼운 선물이 나로서는 참 좋았습니다. 때로는 내가 미처 못 읽은 책을 책방에 서서 바지런히 읽은 다음 예쁜 그림엽서 하나 함께 사서는 이런 인사 저런 이야기 담아 책 사이에 꽂고는 정갈한 종이에 곱게 싸서 선물하곤 합니다.


  책을 선물하면서 ‘내가 읽은 그 책’을 새롭게 다시 들춥니다. 나는 그 책 읽으며 들뜨며 즐거웠는데, 내 동무는 어떤 마음일까 궁금하고 설렙니다. 내가 읽지 않은 책을 선물할 수 없기에, 아직 읽지 못했지만 꽤 아름다우리라 여긴 책을 고른 뒤 한 시간 즈음 서서 손자국 안 묻히도록 애쓰며 후다닥 읽기도 합니다. 책을 선물하는 김에 책을 하나 더 읽을 수 있는 셈입니다.


  누군가한테 무엇을 건넬 적에는 더 천천히 더 반듯하게 글을 씁니다. 한 글자 두 글자 사랑 듬뿍 담아 적바림합니다. 책 한 권 선물이란, 나무 한 그루 선물과 같다고 느낍니다. 나무는 몸한테 푸른 숨결을 베풀고, 책은 마음한테 푸른 숨결을 베풉니다. 나무로 빚은 책은 사람들한테 푸른 넋과 푸른 얼 싱그럽고 산뜻하게 일구는 슬기를 베풉니다.


  내가 읽는 내 책은, 내가 나한테 선물하는 책입니다. 내 이웃이나 동무한테 선물하는 책은, 내 이웃이나 동무가 마음밭 아름다이 일굴 수 있기를 바라는 꿈이요 사랑입니다. 4346.2.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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