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3.3.8.
 : 샛자전거 붙이기

 


- 샛자전거를 붙이기로 한다. 아무래도 큰아이와 작은아이를 수레에 나란히 태우기에는 너무 좁다. 둘 다 버겁다. 큰아이는 곧 혼자서 자전거를 타고 다녀야 하겠구나 싶어, 큰아이가 혼자 자전거 다니는 삶에 익숙할 수 있게끔 ‘연습’을 시켜야겠다고 생각한다. 좋은 이웃한테서 얻은 외발 샛자전거를 내 자전거 뒤에 붙인다. 처음 이 샛자전거를 받을 적에는 큰아이 키보다 많이 컸지만, 이제는 발끝이 닿는다. 아니, 발판에 발을 올려놓고 다닐 만하다. 안장을 낮추고 손잡이도 내리니 이만큼 된다. 큰아이가 앞으로 십 센티미터쯤 더 크면 아버지 뒤에서 함께 발판을 구를 수 있겠지. 큰아이가 샛자전거 발판을 구르며 함께 달려 준다면 한결 수월하게 수레를 끌 수 있을 테고.

 

- 샛자전거이지만, 튼튼해야 하는 만큼 무게가 제법 나간다. 내 자전거와 샛자전거에다가 수레를 붙이니 참말 묵직하다. 그래도 뭐, 잘 달릴 수 있으리라 믿는다. 힘은 더 들 테지만, 잘 달리리라 생각한다.

 

- 처음 수레를 붙이고 달리던 일을 떠올린다. 그때에는 수레 무게라든지 여러모로 낯설어서 퍽 고되었지만, 얼마 안 지나 익숙하게 달렸다. 이제는 수레 안 붙이는 자전거가 외려 안 익숙하기도 하다. 내 자전거 발구르기는 수레 붙인 흐름에 맞추어 굳었다고 할 만하다. 아주 가끔 수레를 떼고 홀몸으로 자전거를 달리고 보면, 자전거질이 너무 가볍다고 할까. 거의 날듯이 자전거질을 한달까.

 

- 도서관에 들러 책을 가져오려 하는 동안 큰아이가 자전거를 붙잡아 준다. 착하고 씩씩하며 대견하다. 작은아이는 곧 잠든다. 작은아이는 느긋하게 잘 잔다. 큰아이는 아아아, 하고 노래를 부르며 좋아한다. 쉬지 않고 조잘조잘 쫑알쫑알 떠든다. 수레에 앉을 때하고, 샛자전거에 앉아 달릴 때에는 사뭇 다르지. 쐬는 바람이 다르고, 바라보는 둘레 모습이 다르다.

 

- 우체국까지 샛자전거 끌고 다녀온다. 다른 때보다 땀이 더 난다. 작은아이는 집에 닿으니 잠에서 깬다. 더 자도 될 텐데. 자전거 바람넣개를 들고 논다. 재미있니? 큰아이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제 자전거를 타며 마당에서 논다. 샛자전거와 수레 붙인 자전거를 집 한쪽 벽에 기댄다. 마당 있는 집에서 살아가니까, 이렇게 샛자전거랑 수레 붙인 채 고이 둘 수 있구나. 좋다. 참 좋다. 몸이 뻑적지근하지만 다 좋다.

 

(최종규 . 2013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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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쪽지 2013.3.15.
 : 풀 뜯는 자전거

 


- 봄을 맞이한 시골에서는 풀 뜯는 재미가 한창이다. 집에서도 집 둘레에서도 마을에서도 온갖 풀이 돋으며 비로소 살 만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참으로 봄이란 모든 숨결 푸르고 싱그럽게 깨어나면서 아름답다. 면소재지 우체국 다녀오는 길에 풀을 뜯고, 아이들과 함께 집 언저리에서 풀을 뜯는다. 네 식구 다 먹지 못할 만큼 풀이 많이 자란다. 밭자락에 따로 푸성귀를 심지 않아도 갖가지 풀이 골고루 자란다. 자운영은 우리 집에서는 안 자라기에, 자전거마실 다녀오는 길에 잔뜩 뜯는다. 유채잎도 뜯고 갓잎도 뜯는다. 갓잎은 우리 집에도 많아 예쁘게 생긴 잎만 조금 뜯는다.

 

- 풀을 뜯다 보면 손에 풀내음 짙게 밴다. 갓 뜯은 풀을 입에 넣어 살살 씹으면, 혀끝에서 사르르 녹는다. 꽃봉오리도 먹고 몽우리도 먹는다. 꽃을 먹으며 꽃내음과 꽃숨이 내 몸으로 스민다. 꽃을 먹을 적에는 스스로 꽃과 같은 넋과 얼이 되자고 생각한다. 아이들한테 꽃을 줄 적에는 아이들 마음마다 새삼스러운 봄꽃 기운 살아나리라 생각한다. 큰아이는 스스로 씹어서 먹고, 작은아이는 아버지나 어머니가 밥과 함께 씹어서 먹인다.

 

- 풀을 먹고 보면 사람으로서 굳이 다른 어떤 것을 더 먹어야 하지 않으리라 느낀다. 다만, 겨울에는 풀을 먹지 못하니까, 옛날 사람들은 이 좋은 풀들을 잘 건사해서 겨울나기를 했겠지. 겨울나기를 할 만한 뿌리푸성귀를 골고루 심어 흙땅에 묻으며 지냈겠지. 봄부터 가을까지는 냉장고 없어도 그날그날 풀을 뜯어 그날그날 먹으며 몸을 살찌웠겠지. 도시에서 제아무리 유기농 푸성귀를 사다가 먹는다 하더라도, 시골에서 집과 마을 둘레에서 스스로 돋는 풀을 뜯어서 먹는 만큼 되기는 어렵다고 올봄에도 다시금 느낀다. 참말 누구나 시골에서 살림을 꾸리면 먹을거리 걱정 없을 텐데. 돈버는 근심이 있다 하지만, 돈을 벌어 먹을거리 장만하는 흐름인 줄 깨달으면, 애써 돈벌이에 근심하기보다 즐겁게 삶을 누리며 먹는 밥을 살피고 지키면 한결 즐거우리라 느낀다.

 

- 작은자전거 바구니에 풀을 뜯어 담는다. 이내 바구니가 넘친다. 등에 멘 가방으로 옮긴다. 한 꾸러미 된다. 시간을 보니 풀 뜯는다며 삼십 분 훌쩍 지나갔다. 와, 시간도 잘 가고 즐거운 놀이가 되는 풀뜯기이네. 내 좋은 이웃들 모두 풀 뜯는 기쁨과 웃음 실컷 누릴 수 있기를 빈다. 마을 어르신들 농약하고 조금씩 헤어지면서 논둑 밭둑 어디에서나 풀 마음껏 뜯을 수 있기를 빈다.

 

(최종규 - 2013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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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주 새로 나온 만화책을 죽 살피다가, <주먹대장> 1,2,3권 나란히 되살아난 소식 듣는다. 오오오. 그림결도 줄거리도 무척 아름다운 만화라고 느꼈는데, 이 만화책을 요즈음 아이들도 볼 수 있구나. 기쁘면서 반갑다. 나도 이 만화책 정갈한 새옷 입은 판으로 장만하고 싶어 장바구니에 담는다. 다만, 다만, 언제 이 장바구니 솔찬히 우리 시골집 보금자리로 찾아와서 우리 식구들 기쁘게 해 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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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대장 2
김원빈 지음 / 한국만화영상진흥원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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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라는 분이 그린 <풀>이라는 만화책. 참 검색하기 거시기한 이름들이 모였다 -_-;;; 출판사 이름으로 검색해서 이 책 속그림을 몇 들여다본다. 어여쁘구나. 풀을 이야기하는 만화라는 대목으로도 어여쁘고, 그림결도 더할 나위 없이 어여쁘구나 싶다. 나는 풀내음 맡으며 풀 뜯어 먹으면 뱃속이 아주 뜨뜻하고 넉넉해서 좋다. 우리 아이들이 풀 먹기를 좋아해 준다. 아버지가 들에서 톡톡 뜯어서 냠냠 먹으니 아버지 따라 냠냠 맛있게 먹는다. 어떤 풀을 어떤 사랑으로 들려주는 만화책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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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을 닮은 풀 이야기
오늘 글.그림 / 형설라이프 / 2013년 3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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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활 님 만화책 <핵충이 나타났다>가 새옷을 입고 태어났다. 아아아, 이 예쁘며 속깊은 만화책이 드디어 다시 나오는구나. 나는 헌책방에서만 이 책을 구경하고, 둘레에 소개도 못해 주었는데, 헌책방에서도 너무 드문 책이니까, 이렇게 새옷 입고 나오니 참으로 반가우며 고맙다. 책값도 참 착하게 붙는다. 여러모로 사람들이 핵과 전기와 도시문명을 새롭게 돌아보는 밑틀 일깨울 수 있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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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충이 나타났다!
신기활 지음 / 길찾기 / 2013년 3월
7,000원 → 6,300원(10%할인) / 마일리지 3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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