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0.30.
《제주신화》
김순이 글, 여름언덕, 2016.9.14.첫/2020.10.10.고침
가을이 깊어가도 풀벌레하고 개구리는 몇 남아서 가늘게 노래한다. 볕날을 잇는다. 우리는 두런두런 집살림을 돌보고, 구름을 살피고, 바람을 마신다. 밥을 짓고, 함께 먹고, 그날그날 새로 헤아리고 배우는 길을 이야기한다. 어버이하고 아이란, 늘 이야기하며 마음을 잇는 사이라고 느낀다. 아이하고 어른은, 언제나 말을 주고받으면서 마음을 살찌우고 틔우는 보금자리를 일굴 노릇이지 싶다. 《제주신화》를 돌아본다. 곁님은 도무지 따분해서 못 읽겠다고 내려놓았다. 큰아이는 그래도 끝까지 억지로 읽고서 앞으로 다시 안 읽겠다고 한다. 나도 읽느라 끙끙거렸다. 제주에서 먼 옛날부터 흘러온 이야기는 따분하거나 어려울 까닭이 없다. 흙을 만지며 아이를 돌보고 살림을 지은 누구나 두런두런 일군 이야기인걸. 그러나 ‘학문’이라는 이름이 붙고서 ‘연구’라는 자리에 서고 ‘대학·강의’라는 길로 갈 적에는 그만 모두 일그러진다. 왜 일구지 않으면서 일그러져야 할까? 왜 할매할배가 아이를 품에 앉히고서 도란도란 들려주는 말씨를 살리지 못 하는가? 예부터 어른은 누구나 ‘이야기’만 했다. ‘신화·전설·민담·동화·구전·설화’가 아니라 그저 ‘이야기’이다. 잇는 길과 말과 삶이라서 이야기인데, 다들 잊어가는구나 싶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