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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가 맛있는 까닭 ㅣ 창비청소년시선 16
서정홍 지음 / 창비교육 / 2018년 9월
평점 :
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5.1.9.
노래책시렁 468
《감자가 맛있는 까닭》
서정홍
창비
2018.9.15.
올해(2025년)로 시골 고흥에서 열다섯 해째 살아가는데, 둘레에서 어르신이나 아재가 술먹는 모습을 보면 매우 고약합니다. 큰고장에서는 거의 사라지려고 하는 “부어라 마셔라”라든지 “아가씨나 젊은놈이 따르라” 같은 버릇이 고스란합니다. 이뿐 아니라, 낮술이건 밤술이건 그냥 부릉부릉 몰며 집으로 가더군요. 시골버스나 택시를 타고서 앞을 보면 “저분 술먹고 모네” 하고 알아챕니다. 문득 돌아보면, 예부터 ‘아이들이 노는 곁’에서 술을 마셨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아빠엄마 그만 드셔요” 하고 말하면 그칠 줄 알았어요. 오늘날 우두머리나 벼슬잡이는 ‘아이들이 없는 노닥채’에서 마구잡이로 들이붓는 듯싶은데, ‘아이 곁에 없는’ 이들은 언제나 말썽을 부리고 막나간다고 느낍니다. 술이 나쁘다기보다는, 아이가 지켜보지 않는 곳에서 마구 마시는 버릇이 스스로 갉아먹는다고 느낍니다. 《감자가 맛있는 까닭》은 푸름이한테 시골살림을 들려주는 얼거리 같지만, 몇 가지가 빠졌습니다. 첫째, 어른으로서 푸름이한테 물려주고픈 흙살림 이야기가 빠졌어요. 둘째, 시골에서 살며 일하는 보람이 빠졌어요. 셋째, 아이어른이 함께 흙을 만지고 풀꽃나무랑 노래하며 무엇이 기쁜가 하는 얘기가 빠졌어요. 넷째, 시골말이 빠졌어요. 다섯째, 앞으로 푸름이가 바꿀 시골살이 꿈씨앗이 빠졌습니다. 못내 아쉽습니다.
ㅅㄴㄹ
제 이름은 정구륜이고 / 나이는 열다섯 살입니다. / 저는 닭장 주인입니다. / 날마다 닭장에 슬그머니 들어가 / 닭이 애써 낳은 달걀을 훔쳐서 / 먹고사는 도둑놈입니다. (청년 농부 1/10쪽)
산골 마을 어른들과 어울려 / 막걸리 한잔하면서 / 어른들에게 꼭 부탁하고 싶은 게 있대요. // “제발, 나이 어리다고 / 함부로 반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야, 뭐 하는 거야. 바쁘다고 했잖아.’ / ‘야, 물 있으면 한잔 가져와.’ / 처음 보는 사람한테 이런 말 듣고 나면 / 밥맛이 뚝뚝 떨어진다니까요.” // 재훈이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 상우 아재가 벌떡 일어나 손뼉을 치자 / 어른들이 모두 일어나 손뼉을 칩니다. (재훈이/56쪽)
“어머니, 상가고 병원이고 / 왜 남자 화장실을 아주머니들이 청소를 해요?” / “아주머니들이 청소를 하면 불편해?” (모른 척하기에는/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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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가 맛있는 까닭》(서정홍, 창비, 2018)
닭을 닭장 안에 가두어 키우지 않고
→ 닭을 우리에 가두지 않고
12쪽
얼마 전에 시작한 양계 사업 잘되시는가
→ 얼마 앞서 하는 닭치기는 잘되시는가
→ 얼마 앞서 하는 닭일은 잘되시는가
14쪽
오래 다니면 근속 수당
→ 오래 다니면 자릿삯
→ 오래 다니면 오래삯
18쪽
이파리 흔들어 대며 그늘을 만들어요
→ 이파리 흔들어대며 그늘을 내요
→ 이파리 흔들어 그늘을 드리워요
35쪽
첫눈처럼 기다려지는
→ 첫눈처럼 기다리는
52쪽
함부로 반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함부로 깎지 않기를 바라요
→ 함부로 낮추지 마셔요
56쪽
나는 아버지로부터 어머니를 보호하려고 태어난 수호천사다
→ 나는 아버지한테서 어머니를 지키려고 태어난 빛님이다
→ 나는 아버지한테서 어머니를 감싸려고 태어난 돌봄빛이다
58쪽
아아, 그렇지. 지랄 총량의 법칙
→ 아아, 그렇지. 지랄은 한결같지
→ 아아, 그렇지. 지랄은 똑같지
→ 아아, 그렇지. 지랄은 매한가지
→ 아아, 그렇지. 지랄은 고스란
65쪽
기분이 좋아지면 관상만 바뀌겠어?
→ 기쁘면 낯짝만 바뀌겠어?
→ 신나면 낯빛만 바뀌겠어?
76쪽
저를 가장 크게 성장시킨 일이 무어냐 하면요
→ 저를 가장 키운 일이 무어냐 하면요
→ 저를 가장 돌본 일이 무어냐 하면요
→ 저를 가장 북돋운 일이 무어냐 하면요
87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