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1.5. 남자는 소모품
눈내리는 모습은 어쩐지 모두 풀고 품는구나 싶다. 그래서 나는 눈내리는 날에는 손끝부터 온몸이 얼어붙도록 걸어다니며 작은책집과 골목집과 시골들숲을 찰칵찰칵 담으며 하루를 보내곤 했다.
비오는 날에는 어쩐지 모두 씻고 달래는구나 싶다. 그래서 나는 비오는 날에는 되도록 맨몸으로 비를 반가이 맞으머 호졸곤히 젖는다.
구름낀 날은 어쩐지 물방울이 할 말이 많은 듯하다고 느낀다. 그래서 나는 구름낀 날은 고개를 꺾거나 바닥에 드러누워 멍하니 물방울 수다를 듣는다.
맑은 날이면 어쩐지 해사한 사랑이 고루 퍼진다고 느낀다. 그래서 겨울이건 여름이건 땡볕을 고스란히 받으면서 웃는다. 한여름에는 오히려 해바라기를 할 적에 안 덥다.
별이 내리는 밤이면 온몸이 울렁거리면서 온마음이 깨어나는구나 싶다. 그래서 별밤이면 으레 아이들 손을 잡고서 천천히 걸었다. 별빛을 듬뿍 머금으려고.
모든 날씨에 이야기가 있다. 나쁜날이나 좋은날은 없다. 늘 다르게 피어나면서 우리를 살찌운다. 해바람비가 들숲바다를 이루고 사람이 짓는 사랑이 만나서 오늘 하루가 깨어난다.
처음에는 인천에서만 하다가, 서울에서 살짝 하다가, 고흥과 여수와 부산에서 잇던 "마음을 그리기(우리말로 시쓰기)"를 부천에서 다달이 꾸리기로 했다. 한 달에 하루, 두세 꼭지를 함께 쓰고 같이 읽는 자리이다.
우리는 '시인이 안 되려'고, '우리말로 노래하기'를 누린다. 문학이라는 이름이 아니라, 바로 내가 나를 사랑하는 길을 스스로 붓을 쥐고서 가만히 그려서 옮기는 자리이다.
아무런 문학이론을 끌어들이지 않는다. 스스로 보고 느끼고 누리는 하루를 언제나 내가 손수 쓰면서 눈뜨고 귀열고 마음짓는 노래놀이라고 할 만하다. 이제는 누구나 다 다르게 노래꽃님으로 만날 때이지 싶다.
무라카미 류 《남자는 소모품이다》를 읽는다. 글을 꾸밈없이 쓰는구나. 꾸밈없는 글이 아름답구나. 요사이는 이렇게 쓸 수 있거나 쓸 줄 아는 붓이 거의 몽땅 사라진 듯하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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